2017년 1월 1일 일요일

56화 이후 번역본 txt파일

5장 번역도 끝날 듯 해서 제가 번역한 분량 txt파일로 올립니다.
요청하시는분들이 꽤 계셔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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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8일 수요일

리제로 5장 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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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56 『절연장에 싸인을』


 ――별의 이름으로부터 연상되는 『탐욕』의 권능, 『무적화』의 정체.

 스바루의 지식 속에 있는 별의 이름과, 대죄주교들의 이름의 관련성.
 베텔기우스의 어원이기도 한 『쟈우자의 손』은, 광인 페텔기우스 로마네콩티의 『보이지 않는 손』과 부합하는 부분이 많다.

 까닭에 스바루는 별의 이명과, 대죄주교의 권능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탐욕』의 대죄주교 레굴루스 코르니아스. 그 이름인 레굴루스는 사자자리를 의미해, 어원은 라틴어의 『작은 왕』과――『사자의 심장』이다.
 한 번은 웃으며 넘긴 생각이었지만, 스바루는 이것이 무의미한 고찰은 아니라고 한층 더 발상을 전환해, 하나의 가설에 이르렀다.

 애초에, 『왕』이란 무엇일까.

 현재의 루그니카 왕국은 왕선의 한창때이며, 후보자들이 각각 자신의 『왕도』를 보이며 분기하고 있다. 각자의 『왕도』의 본연의 자세는 머지않아, 명백한 형태로 나타나겠지만, 여기서 스바루가 화제로 들고 싶은 것은 좀 더 보편적인 의미의 『왕』이다.

 즉 『왕』이란 나라의 대표이며, 국가의 정점에 서는 자.
 말을 선택하지 않으면 나라 그 자체라고 해도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그 존재 하나만으로 나라가 성립되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국가라는 것은 『왕』과, 거기에 따르는 『국민』이 있어야만 국가이기에 충분하다.

 그 인식에 따라 생각한다면, 『작은 왕』의 이름을 받는 레굴루스 코르니아스도 역시, 『국민』의 존재가 있기에 스스로를 『왕』이라고 칭하는 것일 터다.

「그러면, 레굴루스를 임금님으로 하는, 『작은 왕국』의 『국민』은 어디의 누구지?」

 생각할 것도 없다.
 마녀교도를 거느리는 일 없이, 도시 프리스텔라에 습격을 건 대죄주교.
 각각 단독으로도, 눈을 돌리고 싶어질 정도로 비뚤어진 악의를 품은 마인 집단이지만, 일부러 불필요한 인원을 줄줄 데려온 것은 레굴루스 단 한 사람.

 왜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는가.
 레굴루스의 성격으로 비추어 보면, 단순한 자기현시욕일 가능성도 버릴 수 없지만, 만약 그게 아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라고 한다면.

「레굴루스를 『작은 왕』로 하기 위해서는, 『국민』인 부인들이 필요했던 거야. 거리가 관계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 연결이 있으니까 레굴루스는 50명이나 신부를 데려와야 했던 거야」

 『무적화』의 조건은 신부의 인원수인가, 그렇지 않으면 신부와의 거리인가.
 레굴루스가 『작은 왕』인 것이 조건이라면, 그의 『권력』같은 것이 닿는 범위, 그런 것으로 한정되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레굴루스를 『무적』으로 만드는 데에 신부들은 무관계하지 않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직 조금 부족해」

 지금의 스바루의 추론으로 밝힐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작은 왕』의 부분 뿐이다.
 또 하나의 이명인 『사자의 심장』이 밝혀지지 않았고, 『무적화』에 수반하는 압도적인 공방력과는 별도로, 외부로부터의 영향을 받지 않는 효과를 설명할 수 없다.
 단순한 육체의 강화라면, 라인하르트가 돌파할 수 없을 리가 없는 것이다. 레굴루스의 『무적화』는, 분명하게 그러한 강화의 차원을 초월하고 있다.

「초강력 배리어와도 달라. 생각되는 『무적』의 적을 해치울 방법은 대충 시험했어. 그리고, 심장이 움직이지 않은 것과 체온이 없는 것은 확인했어. 그렇다면――」

 『사자의 심장』의 이명으로부터 연상되는, 마지막 피스는 하나뿐.

 레굴루스의 『탐욕』의 권능은 『무적화』가 아니다.
 흉인의 압도적인 권능의 정체는, 『물체의 시간의 정지』다.

 채워지고 있다, 만족되어 있다, 결핍되어있지 않다.
 뭔가가 있을 때마다 말해버린 레굴루스의 비뚤어진 자론, 그것은 녀석의 본연의 자세 그 자체였지만, 동시에 숨길 필요가 없는 스스로의 능력의 폭로이기도 한 것이다.

「육체의 시간이 멈추어 있으니까, 공격은 커녕 물에 젖는 일도 없어. 던진 모래의 시간이 멈추어 있으니까, 벽에 부딫히지도 않고 관통하는 것처럼 그냥 지나쳐 가」

 만화에서는 친숙한 이능에, 『공간의 단열』같은 힘이 있다.
 문자 그대로 공간 그 자체에 균열을 일으켜, 거기를 통과하는 것의 강도를 불문하고 절단한다, 라고 하는 힘이지만, 레굴루스는 존재 그 자체가 어떤 의미에선 그것이다.

 시간이 멈춘 레굴루스 코르니아스는, 공간의 일그러짐 그 자체라고 해도 좋다.
 차원이 다르다는 것은 확실히 녀석의 말대로――『무적화』는 『물체의 시간 정지』라고 하는 권능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즉――,


「――얼어붙은 시간의 비보, 그게 너의 권능의 정체다!」
(드래곤 퀘스트에 나오는 시간 정지 마법)

「자신있게 말해도, 그런거 모른다고! 너는 그건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주위도 모두 알고 있는게 틀림없다고 마음 먹는 타입일까나? 오만함에도 정도가 있다는 걸 자각해라, 이기적인 것!」

 석벽에 등을 맡겨, 몸을 숨기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스바루에게 레굴루스가 외친다.

 벽을 찢어, 수로를 돌파해, 거리를 문자 그대로 횡단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파괴적 행군――그 끝에, 레굴루스는 스바루를 따라잡아 왔다.
 스바루는 그것을 지금, 단독으로 맞서 싸우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맞서 싸운다고 하는 말로부터 상상할 수 있을 만큼, 모양새 좋은 형색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촐랑촐랑 짜증난다구, 너. 도망다니는 걸 그만두면 좋은 배짱이다, 라거나 말해줄 거라고라도 생각했을까? 나와 너로는 이야기가 되지 않아. 검성이 날아간 걸 보고 있었던 주제에, 그런 것도 모르는 걸까나? 어떻게 생각해도! 그것은 나를 깔보고 있다는 그런 말이구나!?」

「싫은 상대가 하는 건, 좋든 나쁘든 뭘 해도 화나는 법이라고. 내가 도망쳐도 트집 잡히는 미래밖에 안보여. 거기다…… 이 선택이 정답일 거야」

「뭐가 정답이야. 인선도 전략도 전부가 전부! 구부러져 있다고밖에 말할 길이 없는 결과잖아. 아직 싸울 수 있는, 그 창녀가 남는 편이 나았을 텐데? 허약한 너에게, 타인의 신부를 가로채는 이외의 곡예가 있다고 하는 거려나?」

「심하게 말해주는구나」

 달라붙는 것 같은 레굴루스의 말투를 받으면서, 스바루는 그러나 초조해하지 않는다.
 초조해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혐오감은 흘려보내면서도, 말만으로 장소를 지배한다.

 현재, 스바루는 교회로부터 조금 멀어진 구획에 레굴루스를 끌어들여, 에밀리아와 헤어져 단독으로 흉인과 격돌하고 있다.
 격돌, 이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을까. 여하튼 스바루는 몸을 숨겨, 오로지 도발 행동을 반복해 시간 벌기에 사무치고 있을 뿐이니까.

 레굴루스가 그럴 기분이 들어, 이 구획을 통째로 말려들게 할 정도의 파괴 행동을 일으키면 일순간에 스바루의 계획은 붕괴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단시간, 그리고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얽힘 속에서, 스바루는 레굴루스의 인간성을 꽤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레굴루스는 쓰레기다.

 너무 단순하게 말해버려서 아무 설명도 되지 않았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을 선택하면, 레굴루스는 스스로의 가치관을 무엇보다도 최상에 둔 다음, 결코 타인의 존재를 무시할 수가 없는 종류의 인간이다.

 단적인 이야기로, 승인 욕구와 자기현시욕의 권화[權化]라고 해도 좋다.
 스스로를 무욕이라고 칭하고, 자신의 존재는 자신 스스로 완결되어 있다는 둥 시치미떼면서도, 레굴루스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타인에게 과시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감성을 강요하고, 가치관을 덧칠해, 공포와 폭력으로 자신이 최상이라고 강요한다.
 그것은 신부들에 대한 태도뿐만이 아니라, 만상에 대해서 같은 스탠스다.

 그러니까 레굴루스는 어떤 의미에선, 올곧을 정도로 정직하게 만사를 맞아 싸우려고 한다.
 라인하르트와의 공방이 좋은 증거다.

 레굴루스가 그럴 기분이 들면, 『무적화』의 권능의 힘으로 라인하르트의 공격을 전부 무시하고, 게다가 성가신 스바루나 에밀리아를 죽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레굴루스가 그 생각을 실행하지 않았던 것은, 라인하르트의 공격을 바보처럼 정직하게 정면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이것은 레굴루스의, 그 정신성에 설마의 고결함을 기대하는 사실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타기해야 할 성격을 증명하는 사실이다.

 ――레굴루스는 그 권능으로, 모든 것을 구부러뜨리지 않고는 성이 차지 않는 남자다.

 그러니까 공격해오는 라인하르트를 비틀어 엎어 누르고, 도발 행위를 반복하는 스바루의 모습을 보지 않는 채 매장하려는 전국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상처입고, 패배하지 않는다고 하는 전제 조건에 선 다음, 상대의 모든 것을 비틀어 마음을 꺾으려고 한다――그러한 싸우는 방법 밖에 할 수 없는 남자다.

 그 추악한 인간성은, 직시하는 것조차 무섭다.
 그렇게 느껴 버리는 것은 분명, 많든 적든, 누구든지 그런 악랄한 감정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스바루 역시, 그 추악한 자신의 자각이 있다.
 그것을 직시당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레굴루스의 존재는 무서운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얼마 되지 않는 이길 기회가 보인다.

「얼어붙은 시간의 비보가 전해지지 않는 건 내버려 두고, 내 추측은 완전히 빗나간 거냐? 가능하다면 그것만이라도, 대답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어째서 내가 거기에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나? 그런 의리도 의무도 없고, 자신의 비밀을 밝히지 않는다는 권리 이전의 문제잖아. 어디까지 나를 바보 취급하는거야. 너, 한번 날아가보지 않으면 모르는 걸까나!?」

 스바루의 도발을 받아, 레굴루스가 지면을 찬다.
 발끝이 돌층계에 꽂혀, 푸딩이라도 건져올리듯이 시원스럽게 지면이 깎여져나간다. 발해지는 산탄은 목소리의 방향만을 의지해, 무작위로 스바루의 잠복 지점을 부수러 온다.
 그것이 착탄하기 전에, 레굴루스의 행동을 끝까지 읽고 있던 스바루는 벽에서 떨어져 있다. 그 도주의 도중에, 가로의 구석에 있는 돌기둥을 밀어 넘어뜨린다.

 그러자, 석주에 연결된 줄이 어긋나, 직후 경쾌한 소리가 연쇄한다.
 무슨 일일까하고 위를 올려본 레굴루스의 머리 위에, 덤벼드는 것은 무수한 얼음 덩어리다. 에밀리아의 협력을 얻어, 이 가로는 스바루 근제의 즉석 트랩으로 바뀌어져 있다.
 물론, 직격한다고 해서 레굴루스에게 데미지 따위 전무하지만――,

「이런걸 말이지! 바보의 외고집이라고 말하는 거다!」

 닥쳐오는 얼음 덩어리를 피하려고도 하지 않고, 팔을 내걸어 전신에 받는 레굴루스.
 당연히, 『무적화』를 뚫을 수 없는 얼음 덩어리는 부서져, 뿔뿔이 흩어져 마나로 돌아갈 뿐이다. 몸에 맞지 않았던 것도 포함해, 레굴루스는 주위에 흩어진 얼음 덩어리를 과시하듯이 밟아 부수어, 파괴한다.

「뭐야 이거? 조금 전의 장황한 고견이 옳다고 하면, 이건 무의미한 공격 그 자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거야? 그거야말로, 그 아이가 훨씬 더 잘 공격할 수 있잖아. 빙 돌아서, 뭘 하고 싶은 걸까나!」

「빙 돌아서 뭘 하고 싶은 거냐는 건, 네가 질문에 답해 주면 대신에 대답해줘도 괜찮다고. 교환 조건이라면 대등하지?」

「나와 네가 대등하다니, 그거야말로 자만하는 거잖아!」

 크게 날아서, 스바루는 레굴루스로부터 거리를 취한다.
 그 스바루를 바싹 뒤따르며, 레굴루스는 가볍게 무릎을 튀어 단번에 도약. 폭발적인 추진력을 얻어 전진해, 두 명의 거리가 순식간에 줄어든다.
 그대로, 죽음의 손끝이 스바루에게 닿는――직전, 레굴루스의 발판이 사라졌다.

「뭣!?」

「엄청 뜻밖인 이야기지만, 정면 승부만 하는 너는 잔재주에 너무 약하단 말이지」

 고전적인 추락 함정도, 에밀리아의 마법으로 지면을 파 얼음으로 뚜껑을 만들어 흙을 뿌렸을 뿐인 간이적인 것이다.
 그러나, 경험이 많다면 걸릴 리도 없는 단순한 함정에, 레굴루스는 죄다 걸린다. 짓궂게도, 그것은 레굴루스가 정면 승부 이외를 해오지 않았던 증거다.

 정정당당, 바로 정면에서 치트 능력으로 짓누른다.
 그 이외를 해오지 않고, 그 이외의 전법을 취할 수 없는 남자의 증거.

「권능의 파훼법과는 별개로, 너의 파훼법이라면 얼마든지 생각난다고. 이런 것만 반복하고 있으면, 어느 쪽이 악역인지 모르게 될 것 같지만 말야」

 교회까지의 도정을 가로질러, 번 시간에 만든 트랩 존.
 에밀리아는 스바루가 남는 것을 끝까지 꺼렸지만, 이런 성격 나쁜 싸움은 뿌리가 솔직한 에밀리아에게는 할 수 없다. 적재적소, 올바른 할당이다.

「――――」

 레굴루스가 함정으로부터 뛰쳐나올 때까지의 사이에, 스바루 슬쩍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내려다 본다. 방금전 도망칠 때의 파쿠르 때도 그랬지만, 오른쪽 다리의 상태는 대단히 좋다. 잘릴 뻔 했던 것도, 정체모를 검은 것에 덮여 있는 것도 잊어버릴 것 같게 될 정도다.

 만일 이것이 정말로 『용의 피』의 영향이라고 하면, 피가 스바루에 말하고 있다.
 대립되는 『왕』을 사취하는 괘씸한 자에게, 친룡왕국의 위신을 나타내라고.

「그렇다면, 불필요한 주선이야. 혜택만 받아 두지만」

「조촐조촐, 짜증난다고!!」

 지면이 땅 속에서부터 폭발해, 돌층계의 파편이나 흙덩이가 근처에 성대하게 흩날린다.
 모두 레굴루스의 권능의 영향하에 있어, 굉장한 파괴가 가로를 유린한다. 유린하지만, 그것들이 닿는 범위에 스바루는 없다.

 지면으로부터 뛰쳐나온 레굴루스가, 아득하게 거리를 취한 스바루를 보고 분한 듯이 눈을 크게 열었다. 그 레굴루스에게 보이도록 중지를 세워 준다.

「바보의 외고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그건 어느 쪽의 이야기인가요?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고 합니다만, 우선은 거울을 확실히 확인하시는게 어떠실지?」

「이, 정도까지…… 나를, 바보취급한 녀석은……!」

 정중하게 결점을 지적해 주자, 레굴루스의 형상이 흉상으로 바뀐다.
 스바루에의 살의는 끓는점을 가볍게 웃돌아, 변화가 없어야 할 흉인의 안쪽을 타오르는 불길이 되어 다 메우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더욱 더 스바루의 예측대로라고, 레굴루스는 조각도 깨닫지 못한다.
 살의를 다듬는 것이 아니라, 거스러미가 일게 하는 동안엔 결코 닿지 않는다고, 레굴루스는 깨닫는 계기를 가진 적조차 없으니까.

「라도 해도, 내 쪽이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전혀 아니지만」

 목덜미를 타는 땀을 닦아, 스바루도 역시 결사의 각오를 경박한 미소의 뒤에 숨긴다.
 시간 벌기의 의도를 레굴루스에게 간파되어서는 안 된다. 만일 의도가 간파되어도, 진심을 간파될 수는 없다.

 그것이 이 장소에서 승리 조건을 짊어지고, 에밀리아를 배웅한 스바루의 의무.
 에밀리아와 서로, 스스로의 역할을 완수한다고 맹세한 스바루의 각오다.
 그러니까――,

「부탁한다고, 에밀리아. ――신부의 본심, 끌어내 줘」


※※ ※ ※ ※ ※ ※ ※ ※ ※ ※ ※ ※


 에밀리아가 교회에 도착했을 때, 신부들은 그 장소를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다행이다. 모두 있어줘서――」

 늘어선 신부의 멤버를 바라보며, 에밀리아의 입으로부터 그 감개가 새어나온다.
 그러나, 직전에 그것을 주저한 것은, 그렇게 늘어선 신부들의 모습이, 진정한 의미로 변함이 없었던 것.
 에밀리아의 기억에 남은 한――그녀들은 마지막에 교회를 나온 그 순간부터, 앉는 위치에서 미동조차 하고 있지 않다.

「레굴루스가, 움직이지 말라고 명령했으니까……?」

 그것이 능력적인 구속력은 아니라고, 에밀리아는 스바루에게서 『탐욕』의 권능에 대해 들어 알고 있다.
 스바루는 몇번이나, 「어디까지나 추론이지만」라고 주석하고 있었지만, 에밀리아는 그의 대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흉인을 격파하기 위해서, 스바루와 에밀리아가 각자 해야 하는 것도, 역시.

「전원, 남아 있어줬다면…… 최초의 관문은 괜찮아」

 무엇보다 무서워해야 할 가능성은, 신부들이 교회로부터 멀어져 잠복, 혹은 산산히 도망쳤을 경우.
 손 쓸 길이 없어지기 이전에, 마지막 수단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스바루가 불쾌하게 제안한 그것을, 에밀리아는 가능하다면 실행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모두, 이야기를 하자」

 시간은 없다.
 들어줄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지금 여기서 해치우지 않으면 안 된다.

「――서방님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반괴된 교회, 그 중앙을 나아가는 에밀리아에게, 최초로 응한 것은 금발의 여성――184번이다.
 정연하게 열을 이루어, 침묵을 계속 지키는 다른 신부들과 달리, 그녀만은 붕괴된 제단의 앞에 앉아 있다.

 에밀리아를 갈아입혀주고, 충고를 하고, 동시에 미래의 절망을 말했을 때와 같은 식은 눈으로, 184번은 돌아온 에밀리아에게 무감정하게 물어봐 왔다.

「레굴루스는 밖이야. …… 미안해. 아직 싸우고 있는 도중이고, 쓰러트리지 못했어」

「그렇습니까. …… 그렇겠죠」

 184번의 입술이, 희미하게 풀린다.
 미소라고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자그마한 미소다. 그리고 그것이 기쁨도 슬픔도 아니고, 조소에 비슷하다는 것 정도, 에밀리아도 알 수 있다.
 그러한,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는 것이 목적인 미소나 말이라면, 에밀리아는 과거에 몇번이나 부딪쳐온 것이니까.
 그러니까,

「외로운 얼굴로 웃네. 나, 당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런 얼굴」

「……실례했습니다. 서방님에게 웃는 얼굴은 금지되고 있기 때문에, 엉성한 표정을 보여드려 버렸습니다」

「사과하지 마.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냐」

 단념하는 184번의 말에, 에밀리아는 고개를 젓는다.
 가슴의 안쪽, 심장과는 다른 부분에 열이 모인다. 스바루가 말했던 대로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솟구치는, 안타까운 것에의 극적인 감정.

 눈을 감고, 소용돌이치는 열을 삼키고, 에밀리아는 교회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레굴루스를 쓰러트릴 거야. 그걸 위해서, 모두도 협력해줬으면 해」

「――――」

「당신들이 지금까지, 레굴루스에게 어떤 꼴을 당해왔는지 나는 몰라. 그렇지만, 그저 짧은 시간동안만 접한 나라도, 레굴루스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

 의식이 없는 채 데리고 사라져, 눈을 뜨자마자 구혼되었다. 그리고 한숨 돌릴 틈도 없게 결혼식이 열려, 레굴루스가 가진 결혼관[結婚観]과 신부들을 대하는 방법을 견문했다.

 그것은 에밀리아가 그리는, 행복한 결혼과는 멀다.

「나는 레굴루스에 지고 싶지 않아. 싸워서, 그 승부로 뭔가가 올바르다는 식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어. 그렇지만, 오늘, 지금, 레굴루스에게 지고싶지 않아. 져 버리면 분명…… 소중한 것들이, 짓밟히게 되어 버려」

「소중한 것…… 입니까」

「――――」

「생명을 잃고 싶지 않다면, 처음부터 서방님을 따르던지,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도망치는 편이 훨씬 가능성이 있었어요. 당신이라면,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184번이, 어두운 눈동자로 에밀리아에게 응한다.

「함께 있던, 검성과 당신의 기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서방님의 노여움에 접해, 져버린 것이겠죠. 그러니까 당신 혼자만, 이렇게 여기에 도망쳐 왔다」

「아니야. 스바루도 라인하르트도, 아직 레굴루스와 싸우고 있어. 내가 돌아오는 것을, 믿고 기다려 주고 있어」

「당신이 돌아가서 뭐가 되죠? 게다가, 우리들에게 협력해 주었으면 한다니……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모르는거야?」

「――?」

 에밀리아의 질문에, 184번이 무언으로 눈살을 찌푸린다.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무언가 꾸미고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체념으로부터 달관이야말로 하고 있지만, 여기까지 184번이 에밀리아를 속이는 목적으로 말을 뽑았던 적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즉, 적어도 그녀는 모르는 것이다.

 ――레굴루스의 『심장』이, 그녀를 포함한 신부들의 누군가에게 맡겨지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은 어때? 모두 정말로, 이대로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어떻게든 하고 싶다고, 누군가 어떻게든 해달라고, 줄곧 생각하고 있던 사람은 없는 거야?」

「그만둬 주세요. 이야기라면 제가 듣습니다. 이야기한다면 저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저의 대답이, 전원의 대답입니다」

 주위의 의사를 확인하려고 하는 에밀리아에게, 184번이 어딘가 딱딱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완고한, 어떤 의미에선 꿋꿋한――에밀리아를 위해서, 레굴루스에게조차 의견해,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되었던 그녀의 행동이 생각난다.
 그것은 확실히, 헌신적인 행동이었지만――.

「소중할 것이어야 할, 자신의 생명에 무책임한 태도로도 느껴져」

「――――」

「사실은 당신이 제일,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냐?」

 생각하면 처음부터, 184번은 쭉 에밀리아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것은 레굴루스에게, 에밀리아의 주선계를 명해졌기 때문만이 아니다. 에밀리아를 대신해 레굴루스에게 의견해, 다른 신부들을 대표해 앞에 나오고, 그리고 지금도 그녀들에게로의 말을 대신해 받으려고 한다.

 그 자세는 차라리, 그녀가 레굴루스의 심복이며――형편 좋은 쪽으로 에밀리아나 신부들을 유도하려고 하고 있다고, 그렇게 의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당신이 레굴루스의 『심장』이 아니라고, 나는 그렇게 믿고 싶어」

 에밀리아는 184번에게, 몇 번이나 생명을 구해졌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형태로 감싸지거나, 손을 잡아당기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알기 힘든 악의에 대해서, 그것을 피할 수 있도록 대신 앞에서 걸었다.

 그런 식으로 누군가를 배려할 수 있는 인간이――.

「저런 사람의 진정한 신부라니, 나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 당신에게 접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구요?」

「그렇네. 나, 그다지 머리가 좋지 않아서, 만약 당신이 나를 속이려고 하고 있다면, 홀랑 속아 버릴지도 몰라. 그렇지만」

 자신에게 보는 안목이 있을지 어떨지는 모른다.
 지금, 에밀리아의 아군이 되어주는 사람들은, 에밀리아가 스스로 선택해, 함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란 결과, 아군이 되어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군이 되어주는 모두가, 에밀리아를 선택해 주었다.

 선택된 것으로, 자신이 굉장하다거나 생각되지 않는다.
 언제나 불안하고, 덮치는 기대에 질 것 같다.
 그렇지만, 걸려오는 기대에 응하고 싶다고, 응할 수 있는 자신으로 있고 싶다고, 그렇게 바라기도 하니까.

「나는 당신을 믿고 싶어. 그건, 내가 선택한 거니까」

「――――」

「어째서 당신은, 입을 다무는 모두 대신에 앞에 나오는 거야? 어째서 당신은, 단념하고 있는 눈을 하고 있는데 나를 도와줬어? 어째서 당신은」

「질문, 뿐이네요」

 에밀리아의 질문을 차단해, 184번이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그녀는 이 장소에 오고 처음으로, 천천히 얼굴을 올려 에밀리아를 응시했다.

 감정을 얼어붙게 한, 딱딱한 표정.
 몹시 마른 눈동자와, 당겨 다문 입술.
 비장함이 한층 더, 그런 여성이 긴장된 아름다움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라고 생각한다.

「빨리, 나가 주세요. 서방님에게 보여지면, 우리 전원의 생명이 없습니다」

「들려줘」

「질문에 답할 의리 따위 없습니다. 당신은 이제, 서방님의 신부조차 아냐. 우리와는 달라」

「――나, 하프 엘프야」

「하?」

 에밀리아의 고백에, 여성이 어이를 상실한다.
 처음으로 의표를 찌를 수 있던 것 같아, 얇게 미소짓는 에밀리아. 한편으로 여성도 또한, 에밀리아의 고백의 의미를 이해했다.

 눈앞에 서있는 것이, 은발의 반마라는 것을 이해했다.

「은빛의…… 하프 엘프……」

「확실히, 나와 당신들은 다르다고 생각해. 처지도, 출신도 다르고, 좀 더 훨씬 근본의 부분에서 달라. 그렇지만, 이것도 저것도 차이가 나서,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

「나와 당신도, 보이는 건 분명 같아. 슬플 때에 울고, 어쩔 수 없는 것에 화내고, 기쁘고 행복한 때에는 웃을 수 있어. 그건 같잖아?」

「무엇을, 말하고 싶습니까」

 다그치는 에밀리아에게, 184번이 한숨쉰다.
 되물어져, 에밀리아도 스스로 당황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정리되어있지 않다.
 감정대로 말하고 있는 증거다. 그래서 본론을 잃어서는 주객전도다. 좀 더 스바루처럼, 전하고 싶은 기분을 곧바로 전할 수 있도록――.

「으음, 그러니까 나는……」

 알고 싶은 것이 있다.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레굴루스의 『심장』의 일. 신부들의 선두에 서려고 하는 것. 이것도 저것도 내던질 것 같은 얼굴로, 어이없이 질 것 같은 에밀리아를 지킨 것.

 그것을 전부 뭉뚱그려, 들려줬으면 하니까.
 맨 처음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당신의, 이름을 가르쳐 줄래?」

「――――」

「나는 에밀리아, 그냥 에밀리아. 당신과 여러가지 다르지만, 반드시 같은 부분도 있는 하프 엘프」

「우……」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고, 같은 것을 바랄 수 있다면…… 분명, 이야기하는 것은 헛수가 따위가 아니야」

 언젠가, 그런 식으로 이름을 물어진 적이 있었다.

 불안할 때였고,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다고 마음 먹고 있었을 때였고, 다양한 흐름에 삼켜져 버릴 것 같은 때였다.
 그런 때에, 같은 말로 마음을 잡혀 버려서.

 ――이제 와서가 되어, 생각한다.

 그 때, 자신은 기뻤던 것이라고.
 눈앞의 태생도 모르는 소년에게, 그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던 것 같아, 기뻤던 것이다.

 계속 부정되어 온 곳에, 그런 말을 던져져 버리면, 이제 어쩔 수 없다.

「――――」

 또다시, 스바루의 힘을 빌려 버렸다.
 빌린 것 투성이로, 꿰멘 자국 투성이인 자신.
 그렇지만, 그걸로 된 것이다.

「웃, 기지 마…… 어째서, 이제 와서……」

 에밀리아의 눈앞에서, 184번――여성이 머리를 안아, 마지못해 열심히 숨을 내쉰다.
 그 표정은 불쾌하고, 그 목소리는 분한 듯해, 그 눈동자에는 몹시 밉살스러운 것을 노려보는 감정이 넘치고 있었다.

 그것은 처음으로, 에밀리아가 그녀로부터 끌어낸, 생의 감정으로――.

「어째서 이제 와서, 우리를 인간으로 되돌리려고 하는 건가요!」

 지금까지 집어넣고 있던 감정의 탁류, 거기에 몸을 맡기듯이 그녀는 외쳤다.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아, 인형으로 좋아. 그 남자는, 우리가 온순한 인형으로 있으면 그걸로 만족해. 인형 놀이만 시켜 주면, 생명은 잃지 않고 끝납니다. 그렇게 믿어 왔으니까, 지금까지 우리는…… 그런데!」

 자신들의 노력을 엉망으로 했다고, 그녀는 에밀리아에게 덤벼든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외부인에게, 필사적으로 살려고 발버둥친 자신들의 나날의 무엇을 알 수 있는지.

「우리의 무엇을 알고 있다는 거야!」

「당신이 상냥하다는 건 알고 있어」

「우리의 무엇을 알고 있다는 거야!」

「당신들이, 열심히 노력해 왔던 것도 알고 있어」

「우리의, 무엇을, 알고……!」

「당신들이, 구해주기를 원한다고 외치고 있는 걸 알고 있어」

 에밀리아의 말에, 끌린 것처럼 여성이 얼굴을 든다.
 응시하듯 크게 열린 눈동자와, 허덕이듯이 떨리는 입술.

 한마디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분명 지금까지의 나날로, 그런 말을 말해 버리면, 그녀들의 마음은 꺾여 버렸을 것이다.

 구해주길 바란다는 절망은, 구제라는 희망을 추구하는 마음과 표리일체다.
 그런 희망을 품는 것은, 지금까지의 그녀들에게는 용서되지 않았다. 마음을 부수어지지 않기 위해, 마음을 눌러 참아야만 했다.

 그렇게, 알기 쉽게 구원을 구하는 말을 봉쇄된 그녀들이지만.

「구해주길 바란다고, 당신의 전부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나는 당신들을 도울 거야. 당신들을 레굴루스로부터 해방할 거야. 그러니까 그걸 위해서――」

「――――」

「당신들의 힘을 빌려주세요. 저에게, 당신들과…… 지금, 싸워 주고 있는 사람을 돕게 해 주세요」

 고개를 숙인다.
 에밀리아는 진지하게, 소원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가만히, 지면을 노려본다.
 자신의 심장이 아플 정도로 울고 있어, 희미하게 들리는 주위의 숨결을 폭풍우처럼 느껴 버린다.
 당장 밀려 넘어져 버릴 것 같아, 꾹 어금니를 씹어 마음을 분발케 한다.

 무서운 것은, 자신만이 아니다.
 분명, 좀 더 계속, 그녀들이 훨씬, 깨지 않는 악몽의 곁에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조금, 기다려 주세요」

「――――」

 계속 고개를 숙이는 에밀리아에게, 입술을 깨물고 있던 여성이 그렇게 말했다.
 그대로 그녀는 긴 숨을 내쉬고, 에밀리아로부터 시선을 옆에 향한다. 거기에는 죽 무언을 지키며, 대화를 보고 있는 신부들의 모습이 있다.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모두에게 지금까지, 물어볼 수 없었던 것」

 여성이 그렇게 잘라, 신부들은 표정을 얼게 한 채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에밀리아도 또,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채 그녀들의 결말을 기다린다.

 숨을 삼키는 시선의 바다 속, 쭉 신부들의 선두를 걸어 온 여성이, 말했다.

「그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 있어?」

 고개를 기울이며, 여성이 말한 질문이 교회 가운데에 퍼진다.
 그 내용에 에밀리아는 놀라, 그리고 침묵을 지켜온 신부들도, 시선만으로 서로를 응시한다. 떠오르는 곤혹과 자그마한 감정.
 그것은 파문과 같이 전반해 나가,

「……싫어」

 한마디, 쥐어짜듯이 나온 긁힌 목소리가 흘러넘쳤다.
 말한 것은 에밀리아도, 신부의 대표인 여성도 아니다. 열을 이루는 신부들의 한 사람인, 짧은 머리카락을 한 여성이다.
 그 쥐어짜내는 듯한 한마디에, 충격을 받은 것은 에밀리아만이 아니다.

「나도, 싫어」 「싫었어」 「쭉 싫었어」 「싫어, 정말로 싫어」 「어떻게 되어 있어」 「머리가 이상해」 「누가 좋아하겠어」 「자신을 좋아할 뿐」 「머릿속에서 몇번이나 거절했어」 「울고 싶었어」 「그렇지만 무리였어」 「싫어」 「죽으면 좋을 텐데」 「너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정말로 싫어」 「눈초리가 싫어」 「말하는 방법이 싫어」 「걷는 방법이 싫어」 「성격이 싫어」 「인간성을 사랑할 수 없어」 「어제보다 싫어」 「내일이 싫어」 「기분 나빠」 「변태」 「머리가 아이 수준」 「아이 이하」 「지룡이 나아」 「비교 대상이 없어」 「생리적으로 무리」 「싫어 싫어 싫어」 「항상 토하고 싶었어」 「때려 죽이자고 몇번이나 생각했어」 「최악」 「너무 최악이야」 「함께 있으면 구역질이 나와」 「손대어지면 썩을 것 같아」 「마음이 죽어 가」 「가족의 원수」 「억지로 데리고 나가져 어떻게 좋아하게 되는 거야?」 「지각 없는 악의를 믿을 수 없어」 「괴로워하다 죽으면 좋겠어」 「이야기가 길고 장황해. 1문자 불필요하게 말할 때마다 죽으면 좋겠는데」 「장이 썩으면 좋을 텐데」 「내 연인을 돌려줘」 「돌아가고 싶어, 돌아가고 싶어……」 「구원은 됐으니까, 그 자식을 죽여」 「천한 자식」 「이제 싫어, 영원히 싫어!」 「그걸 좋아하게 되는 여자는 없잖아?」 「남자라도 없어」 「그걸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은 없어」

 둑을 무너뜨린 것처럼, 여태까지 눌러 참고 있던 말을 늘어놓는 신부들.
 흘러넘치기 시작하는 말은 진심으로의 증오와 원망, 오랜 세월의 고통과 고난에 대한 여러가지 원통한 일로 가득 차고 넘치고 있어, 듣기 편한 언령의 갖가지는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말하는 그녀들의 표정은 기분이 좋을 정도로 밝다.

「전부 일치했었는데, 쭉 아무도 말할 수 없었어」

「당신도, 말하고 싶은게 있는 거야?」

「에에, 있어」

 신부들의 고백을 듣고, 여성이 에밀리아를 되돌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긴 금발을 휙 매만져, 그리고 만면의 미소――웃지 말라고 명해진 말을 찢어 버리고, 처음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웃는 얼굴을 보여 주면서.

「저런 남자, 정말 싫었어. ――우리를, 구해주지 않겠어?」

 그렇게, 절연장에 미소의 싸인을 준 것이었다.

2016년 12월 24일 토요일

리제로 5장 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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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57 『심장이 있는 곳』


 ――스바루의 결사의 시간 벌기는, 벌써 수십 분에 달하려고 하고 있었다.

「적당히 말이야! 자기 분수를 분별하고, 얌전하게 죽으면 어떨까나!?」

「두오오오오!」

 쳐박는 발차기가 건축물을 무서울 정도로 아름답게 후벼파, 지주를 잃은 건물은 어찌할 도리도 없이 붕괴된다.
 연기가 주변을 다 가려, 시야가 가려지게 된 레굴루스는 분한 듯이 혀를 차고――그것을 들으면서, 스바루는 이미 즉석의 함정도 다한 전장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촐랑촐랑 촐랑촐랑…… 정면에서 당당히 싸운다던지, 그런 생각은 없는 거야? 네가 그 창녀랑 어떤 관계인지같은건 이제와서 딱히 흥미 없지만, 기사든 뭐든 자칭하는 녀석이 그렇다는 건 좀 어떠려나!?」

「말하고 싶은 만큼 열심히 말하셔!」

「거기냐아!!」

 구질구질 악의를 늘어놓는 레굴루스에게, 스바루가 항변하자 답례는 말 그대로 생명을 깎아내는 모래의 산탄이다.
 떨어져 있던 살의의 모래로부터 거리를 취한 직후, 직전까지 스바루가 잠복하고 있던 폐재의 틈새가 날아가버렸다.

 스치면 치명상, 일격은 죽음으로 직결.
 지금까지 기적적으로, 레굴루스의 공격은 스바루에게 닿지 않았다. 닿은 시점에서 끝이기 때문에, 이 행운에 감사하는 것은 착각이다.

「집중! 집중! 집주――웅」

 숨을 헐떡이고, 땀을 닦으며, 전신경을 회피에 집중.
 휘감는 흙먼지에 얼굴을 더럽히며, 스바루는 입속에 모인 흙 섞인 침을 뱉는다.

 파쿠르 습득의 훈련이 도움이 되고 있다.
 목적 없이 몸을 단련해온 나날과 달리, 확실한 목적 의식과 향상심이 스바루에게 가져온 영향은 크다.
 신 로즈월 저택 인근의 숲에서, 매일 매일, 구역질이 나올 만큼 단련한 시간은 무의미하지 않았다.

「몸놀림은 아마추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식을, 하아, 어떻게든 어떻게든, 하아, 낚을 수 있을 뿐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녀교 대죄주교의 한 사람의 발을 묶고 있는 것이다.
 이 전황에 있어서의, 스바루 단독의 전력을 생각하면 수훈상의 활약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 틀림없다.

 프리스텔라가 무사히 마녀교의 마수을 피하면, 성대하게 칭찬받아야 하니까――.

「그러니까……!」

「이대로 시간만 벌고 있으면, 너같은 녀석이 나를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라도? 조금 『탐욕』의 권능의 갈피를 잡은 정도로, 나에게 대항할 수 있다니 착각하지 마라!」

 숨 붙일 틈도 없이, 발작하는 듯한 레굴루스의 파괴가 확대된다. 이미 레굴루스는 스바루를 잡는 데에, 얼마만큼의 피해가 생겨날지라도 주저가 없다.

 풍경과 경치가 맑고 아름다운 경관으로 알려진 프리스텔라는, 마녀교 최악의 포악에 따라 차례차례로 그 형태를 잃어 간다.
 수로를 넘는 돌다리가 부수어지고, 유리 세공으로 장식된 상점이 짓눌려 무너진다. 흩날리는 유리 조각의 반짝임에 장소에 어긋난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스바루는 오른쪽 다리를 믿으며 붕괴의 맹위, 그 사이를 달려나갔다.

 짓궂은 일로, 오른쪽 다리로부터 들끓는 힘이 있다.
 거무칙칙하고, 정체 모를 것에 침식당하고 있는 오른쪽 다리가, 지금의 스바루의 생명선이다.

 채찍을 날려, 바로 옆 건물의 물받이에 끝을 건다. 그 구속력을 신뢰하고 지면을 차, 벽을 달리듯이 거리를 답파――레굴루스의 바로 옆을 빠져나가며, 눈을 크게 뜨는 흉인에게 보이도록 혀를 내밀어 도발.

「이, 분수도 모르는 놈이!!」

 휘둘러지는 팔로부터 던져지는 돌조각이, 채찍을 당기는 기세로 피하는 스바루와 예상이 어긋나게 날아간다.

 공격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피하는데 사무친다.
 지금까지 『탐욕』에게 멸해진 사람들은, 용감했기 때문에 멸해진 것이다. 약하고, 무르고, 겁쟁이인 발이 배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분명, 이런 녀석에게 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무념은 여기서 풀자.
 그걸 위해서는――.

「아직인가, 에밀리아. ――이 자식의, 심장은!」


※※ ※ ※ ※ ※ ※ ※ ※ ※ ※ ※ ※


「짐작이 있는 사람…… 없는 거야?」

 협력을 신청해 준 신부들의 앞에서, 에밀리아는 설마의 선고를 받아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53명의 신부들은, 그 에밀리아의 질문에 얼굴을 마주보고, 역시 힘 없게 고개를 젓는다.

「미안해요. 그 남자의 지배를 빠져나가, 당신에게 협력하고 싶은 기분에 거짓말은 없어요. 그렇지만……」

 분한 듯 숙이는 것은, 신부들의 대표격――실피라고 자칭한 금발의 그녀다.
 실피는 현재 레굴루스의 신부들 중에서, 자신이 제일 사정에 통해 있다고 서론한 다음,

「그 남자가 우리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을 맡기고 있다니 믿을 수 없어요. 그 남자는 우리를 입으론 아내다 신부다라고 말했지만…… 정말로 그것처럼 취급해 준 것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레굴루스에게 엄―청 문제가 있던 건 전해져 오지만, 그렇지만 그럴 리가 없어. 절대로, 레굴루스의……『사자의 심장』는 당신들에게 맡겨지고 있을 거야」

 짚이는 곳이 없다고 낙담하는 실피이지만, 에밀리아는 거기서 꺾이지는 않는다.
 모처럼, 실피들 신부가 자신의 의사로, 레굴루스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려고 결의를 굳힌 것이다. 그 결의의 시작이, 첫걸음째부터 이런 형태로 휘청거리는 것 따위 용서할 수 없다.

 거기에 에밀리아는, 한 조각의 의심 없이 스바루를 믿고 있었다.

 스바루는 굉장하다. 에밀리아가 모르는 것을 많이 알고 있고, 그 지식과 활약으로 어떤 곤경도 넘어 왔다. 그러니까, 레굴루스의 권능을 『사자의 심장』이라고 판단한 그의 생각을 에밀리아는 의심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고 방폐나, 맹목적인 의존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바루니까 괜찮아, 라고 양손을 들고 따르는 것은 아니다. 스바루라도 잘못할 것이고, 가끔 실패하는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 혹은 손을 잡을 수 있는, 도울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 에밀리아의 그에게로의 신뢰다.

「스바루는 『사자의 심장』이, 분명 부인들에게 맡겨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골똘히 생각하듯이 턱에 손을 대고, 에밀리아는 스바루의 입으로부터 들은 『탐욕』의 권능의 신비를 폭로한다.

 ――물체의 시간을 멈추어, 변화를 봉하는 권능.

 최초로 들었을 때는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스바루의 그 후의 설명에는 납득이 가는 곳이 너무 많았다.
 현실에 실행할 수 있는지, 그 점만이 불명료했다고 말하면 그걸로 끝이지만――.

「거기는, 굉장히 이상한 힘이 작용하고 있는 거겠지」

 아마, 가호에 가까운 부조리를 넘은 신비다.
 공교롭게도, 에밀리아는 가호의 소유자는 아니기 때문에, 가호를 타고난 인간의, 고유의 전능감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거기에 가까운 것을 레굴루스로부터는 느낀다. 가호를 좀 더 추악하게, 극악으로 한 것이 그들의 권능인 것은 아닐까.

「심장, 심장……」

 에밀리아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은, 신부 중에 사실 레굴루스와 마음을 통한 진짜의 반려가 숨어있는 경우다.
 그 경우, 진짜 신부는 레굴루스의 승리를 위해서, 자신이 맡는 심장을 에밀리아에게서 숨기려고 할 것이다.

「――――」

 괴로워하는 에밀리아를 두고, 실피를 시작으로 한 신부들은 제각각의 말로 짐작을 서로 찾고 있다.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말을 주고받는 그녀들을, 에밀리아는 그 남보라빛 눈동자로 자세히 관찰했다.

 이 주위에 있는 미정령에게 명해, 신부 전원의 몸에 변화가 없는지 붙도록 하고 있다. 미정령은 인간의 변화에 그다지 총명하지는 않고, 협력을 신청해 준 그녀들을 시험하는 것 같은 짓은 결코 기분은 좋지 않다.
 다만, 의혹을 『의심하고 싶지 않아』라고 하는 기분만으로 방치하는 것이 허락되는 영역은, 이미 넘고 있다.

「음……」

 미정령들의 대답이 있었다.
 확신이라고 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신부들에게 눈에 띄는 반응은 없다. 에밀리아가 찾을 수 있는 범위에서, 명백하게 레굴루스와 내통하고 있는 신부는 없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될 가능성은――.

「에?」

 갑자기 머리카락을 끌리는 듯한 감각이 있어, 에밀리아는 순간에 고개를 들었다.
 눈앞, 에밀리아의 시야를 헤엄친 것은 희미한 파랑의 색채를 발하는 미정령이다. 신부의 한 사람에게 매달리고 있었음이 분명한 미정령이, 에밀리아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처럼 흔들린다.

 그 궤적을 시선으로 쫓자, 미정령이 향한 것은 실피 아래다. 그녀는 지금도 열심히, 레굴루스에게 저항의 소리를 높인 신부들의 앞에 서서 일을 추진하고 있다.
 미정령은 그런 그녀의 등 근처를 빙글빙글, 무슨 일인가 호소하듯이 떠다니고 있다.

「저기, 조금 괜찮아?」

 에밀리아의 호소에, 실피가 의아스러운 얼굴을 하며 되돌아본다. 에밀리아는 그 실피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그녀의 가슴의 높이에 존재를 주장하는 미정령을 가만히 보았다.

「무슨 일이야?」

「조금 실례할게요」

 실체화하고 있지 않는 미정령은, 이 장소에서는 에밀리아 이외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까닭에 미정령의 필사의 호소도, 에밀리아밖에 몰랐다.
 그래서, 돌연 가슴에 손을 찔러온 에밀리아에, 실피는 오싹 눈을 크게 뜬다.

「에? 에, 에, 에?」

「잠깐, 조용히 해줘. 지금, 확인하고 있으니까」

「확인한다니, 뭐, 뭘……」

 얼굴을 붉게 하며, 놀라움을 숨길 수 없는 실피의 질문.
 거기에 에밀리아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한다.

「당신의, 심장의 고동」

「――!」

「나, 정령사니까. 지금은 잠깐 본계약하고 있는 상대는 휴가중이지만, 미정령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 그 미정령에게 모두의 몸을 조사해달라고 했는데, 당신만 고동이 이상하다고」

「내, 고동이……?」

 실피가 숨을 삼킨다.
 믿을 수 없는 것을 들은 얼굴이다. 그녀의 충격은 당연할 것이다. 『사자의 심장』의 개요를 이야기한 직후, 자신의 심장에 이변이 있다고 들은 것이다.
 그리고 일이 여기에 이르면, 그 이유는 하나――.

「너무해…… 레굴루스는 자신의 심장을, 신부라고 결정한 사람의 심장과 하나로 합치고 있는 거야……!」


※※ ※ ※ ※ ※ ※ ※ ※ ※ ※ ※ ※


「애초에 말이지, 잘난 듯이 고견 늘어와준 건 훌륭하지만, 너의 시간 벌기가 결실을 본다는 희망이, 어디에서 솟아올라왔는지 나에게는 전혀 모르겠다고. 어떤 머리를 하고 있으면, 나의 권능에 도달할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다면 그거대로 어째서, 나의 권능에 도달하고 아직 싸울 마음이 생기는 거야?」

 피투성이의 스바루를 내려다 보면서, 레굴루스는 우쭐거리듯이 뺨을 매달아 올린다.
 지면에 쓰러져 엎어져, 붕괴한 건재의 옆에 쓰러진 스바루는 괴로운 듯 허덕이며, 그 얼굴의 반을 선혈로 붉히고 있었다.

「아, 그……」

「열심히, 좋을 대로 도망다녀줬지만, 막상 쓰러질 때는 어이없는 법이야. 뭐, 그렇지. 그렇지 않으면 안 되지. 나와 너 사이에 있는 차이를 생각하면, 들어가야 할 곳에 들어가야 할 결과가 들어간 것 뿐의 이야기잖아. 이걸로 겨우, 부조리에 불필요한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끝난다는 거지」

 쓰러진 스바루에게 다가가, 레굴루스는 뒤꿈치로 방해인 돌을 짓밟아 부순다. 권능은 건재, 그것을 과시하듯이.

「보통 말이야, 주제넘다든가 하는 건 스스로 생각하지 않을까? 지금까지도, 너같이 나를 쓰러트리자 해치우자 라면서 열심히 도전해온 무리는 여럿 있었어. 그렇지만 전원, 나에게는 손이 닿지 않았지. 자기 그릇보다 많은 것을 바라면 그렇게 되는, 당연한 섭리야. 알겠지?」

 무욕을 말하는 『탐욕』의 대죄주교는, 지난 욕망에 몸을 태우는 것을 경멸한다고 단언한다.
 바라는 것은 무익한 분쟁을 낳고, 바라는 것은 무한의 기아를 낳고, 바라는 것은 무상의 비정을 낳는다.

 그렇기에, 무욕이 고귀하다.
 청렴을 바라, 스스로에게 덕을 부과하는 것이야말로 최상.

「지금에 채워지고 있으면 좋은 것을, 분수에 넘치는 것을 갖고 싶어해 신세를 망치지. 이놈도 저놈도 모두가 다 아무것도 배우지 않아. 너희들은 정말로 구제할 길 없는 생물이야」

 한심스럽다고라도 말하듯이, 레굴루스는 자신의 백발에 손을 쑤셔, 비극에 취하듯이 고개를 젓는다.
 다만, 그 소리에 담겨진 비애의 감정에 거짓말은 없다. 레굴루스는 적어도, 본심으로부터 스바루나 자신 이외의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한탄해, 슬퍼하고 있다.

 그것이 독선인, 고독한 전능자의 목소리라는 것도 깨닫지 않은 채.

「죽기, 전에…… 너의, 힘의……」

「하? 아아, 이른바 『저승의 선물』이라는 녀석? 이런 낡은 표현 잘도 알고 있구나. 그런 무의미한 지식의 축적이 나에게 닿았다, 그런 걸까?」

 숨도 끊어질 듯 말 듯하게, 적어도 권능의 답을 바라는 스바루를 레굴루스가 웃었다. 촐랑촐랑 도망 다니는 힘을 잃고, 뒤는 짓부술 뿐인 불쌍한 존재.

「그렇네, 거기까지 말하는구나. 마지막에 작은 너에게, 노력한 포상이라도 줄까. 네가 필사적으로 시간을 벌었던 것 전부, 헛수고였다는 걸 가르쳐 줄게」

「헛, 수고……라니」

「간단한 일이야. 너의 그 아가씨가 찾고 있는 나의 심장은, 확실히 신부들에게 갖게 하고 있어. ――그렇지만, 어느 신부가 가지고 있을지는 나에게도 신부에게도 자각이 없어. 권리는 평등, 사랑은 등분, 짊어지는 책무도 공평해」

 아연실색해지는 스바루에게, 레굴루스는 「왜냐하면 그렇잖아?」라고 어깨를 움츠린다.

「복수의 아내를 맞는 이상, 전원을 평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작은 도리까지 포함해, 제대로 그것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야말로 권리의 행사는 용서돼. 즉 나는 필사적으로, 그녀들에게로의 사랑을 계속 항상 증명하고 있는 거야」

「신부에게, 심장을 가지게 하고 있는 자각이 없다는 건?」

「어려운 이야기가 아냐. ――자신의 고동을 평소, 끝없이 의식하고 있는 인간은 없겠지?」

 입을 찢어 웃는 레굴루스의 미소에, 스바루는 이해했다.
 레굴루스가 심장의 숨긴 방법, 그 악랄한 수법을.

 단순하고 효과적, 그리고 무엇보다 막을 길이 없다.

「신부의 심장에, 자신의 심장을……!」

「남편의 재산의 관리는 아내의 의무다. 그렇지만 봐봐, 나는 무욕인 인간이니까. 본래, 너희들같은 녀석들이 잡다하게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쓸데없는 재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아. 그러니까, 처들에게 갖게하는 것은 나의 존재 그 자체…… 아름다운, 부부애 그 자체가 아닌가」

 ――추악.

 자각적으로 흉악한 레굴루스의 권능. 그는 일절의 악의 없이, 가책 없이,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믿어 그것을 실행하고 있다.
 교회에 보낸 에밀리아에게, 스바루는 『사자의 심장』을 숨긴 방법에 대해 얼마든지 가설을 가졌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패턴까지는 망라하고 있지 않다.

 그래도, 찢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애초에…… 에밀리아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지금, 레굴루스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늘어준 내용이 『사자의 심장』의 권능 전부라면, 그것을 찢을 방법은 있다. 에밀리아에게 전할 수가 있다면, 그녀의 실력이라면 시원스럽게 실행하는 일도 가능하다.
 문제는 가능의 여부가 아니라, 시비[是非].

 ――생명을, 취사선택한다는 것.

「하? 어이, 너……」

 몹시 밉살스러운 듯한 얼굴을 하며 일어서, 자신을 노려보는 스바루에게 레굴루스가 불가해한 얼굴을 한다.
 도시 붕괴 공격에 말려들어가, 지금의 지금까지 빈사였던 스바루가 섰다고 생각하면, 이것 보라는 듯이 무릎의 흙을 털고 있었다. 그 레굴루스의 의념에, 스바루는 「아아」라고 눈치챈 것처럼 눈썹을 올리며,

「죽은 척…… 아, 아니다. 죽을 것 같은 척이지. 날아온 돌에 살짝 베여서, 조금 시험해 봤어」

 피를 얼굴에 발라, 조금 괴로운 듯이 있었더니 이 꼴이다.
 감쪽같이 손바닥 위의 레굴루스에게, 스바루는 미소를 향했다.

「믿고 있었어. 너는 다 죽어가는 적을 보면, 반드시 잘난 듯이 우쭐거리며 나불나불 말하는 바보라고」

「――!」

「어이쿠!」

 단박에, 레굴루스의 몸이 곧바로 돌진해 온다.
 속도는 준민, 아마추어 수준의 몸놀림과는 구별을 분명히 하는 발디딤이다. 드물게 보이는 이 일순간, 라인하르트조차 경악시킨 가속이 레굴루스에게는 있다.
 다만, 그 장치가 보이지 않았던 것도, 그 권능이 밝혀지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흐극!」

 모으고 있던 오른쪽 다리를 폭발시켜, 주저 없이 결정하고 있던 왼쪽에 몸을 날린다. 스바루의 몸을 날려버리려 하는 레굴루스의 목적은, 『곧장 앞으로 밖에 날 수 없다』는 결점 앞에서 빗나간다.

 결국 레굴루스의 일순간의 초인화는, 육체에의 시간 정지의 응용이다. 육체의 시간을 세계로부터 떼어내, 간섭을 받지 않는 것이 녀석의 권능. 그 원리를 규명하면, 중력으로부터도 공기 저항으로부터도, 관성의법칙으로부터도 해방된다.

 항상 행하고 있지 않는 것은, 어떠한 제한이 있기 때문에――.

「――크윽, 너어어어어!」

「외치고 싶은 건 내 쪽이 훨씬 더야……! 어떻게든 에밀리아에게……」

 레굴루스의 심장이 있는 곳, 그 답을 전해야 한다.
 전하고, 그리고 선택하는 것인가. 그 방법을――.

 도시를 구하기 위해서, 에밀리아가.

「에밀리……」

 격앙하는 레굴루스와 대립하면서, 스바루는 에밀리아가 있을 교회의 방위를 보았다.
 붕괴한 거리 풍경 속, 간신히 레굴루스의 여파가 닿지 않는 가로에 반괴된 교회가 있다.

 ――그 장소가 다음 순간, 창백한 빛에 휩싸였다.


※※ ※ ※ ※ ※ ※ ※ ※ ※ ※ ※ ※


 신부의 심장과 레굴루스의 심장의 합일화.

 에밀리아가 도달한 결론, 그것을 들은 신부들에게서 일제히 동요가 달린다. 그 중에서 에밀리아에게 고동을 확인되어, 지금 확실히 레굴루스의 고동도 공유하고 있다고 깨닫게 된 실피의 동요는 한층 더 컸다.

「나, 의 심장과……?」

 에밀리아가 손을 떼자, 실피는 푸른 얼굴로 휘청휘청 뒤로 물러난다. 그녀의 뒤에 서 있던 여성이, 그 등을 걱정스럽게 지지하자,

「손대지 마!」

 다음의 순간, 목소리를 뒤집히게 한 실피가 팔을 뿌리친다.
 실피는 신부들을 견제하듯이 손을 뻗어, 그대로 에밀리아에게 관심을 가졌다.

「틀림없는거야?」

「……미정령은 부자연스럽다고 말하고 있어. 나도, 당신의 고동에 위화감이 있었어. 겹쳐서, 들려」

「――――」

 실피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어, 지금의 에밀리아의 말을 확인하듯이 눈을 감는다. 그 고동의 속도, 무게, 간격에 목을 울리고, 깊숙히 숨을 내쉬었다.

「그런…… 어디까지, 사람의 마음을 유린하면 기분이 내키는 거야…… 그 남자……!」

「기다려, 뭘 하려는 거야!?」

 몹시 마른 미소를 띄우며, 실피가 교회의 안쪽에. 라인하르트의 참격으로 반괴된 교회, 거기에는 천창[天窓]에 장식되어 있던 세공 유리의 파편이 대량으로 흩어져 있다.
 실피는 그 유리 조각을 주워, 되돌아 보았다.

「아시잖아요? 그 남자의 꿍꿍이. 타인에게 자신의 약점을 억눌러, 그걸로 결단을 강요할 생각인 거예요」

「결단…… 그거 설마」

「그 자식의 심장을 멈추기 위해서는, 맡겨지고 있는 나의 심장을 멈출 수밖에 없어. 그 남자 풍으로 말한다면, 『죽음조차 부부를 나눌 수 없다』는 거려나?」

 유리 조각을 든 채, 실피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에밀리아에게도 그 의미가 통해, 그와 동시에 이해해 버린다. 실피의 각오와 레굴루스의 악의를.

「기다려, 안돼! 뭔가, 분명 방법이……」

「그런 적당한 방법,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하나가 되어 있는 심장에서, 내 고동을 멈추지 않고 그 남자의 고동만을 멈추는 방법이라니, 어디에도 없어…… 거기다」

「마음대로 단념하지 마! 그런 걸 허락하면, 나는 뭘 위해서…… 뭘 위해서 숲을 나온 거야……!」

 또, 희생이 나온다.
 에밀리아의 무력과 무지가 원인으로, 또 눈앞에서 희생이 생겨나 버린다. 숲의 모두처럼. 포르투나나 쥬스처럼. 에밀리아의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을 메우기 위해, 에밀리아 이외의 모두가 생명을 사용한다.

「그 남자에게 신부라면서 데리고 나가져…… 괴로운 나날이었어」

 열심히, 다른 방법이 없는지 에밀리아는 생각한다.
 그 사이에도 실피의 마음은 침착하게, 있어야 할 끝에 향하기까지의 각오를 담담하게 굳혀 간다.

「그저 그 남자의 노여움에 접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그 남자가 어떤 비도[非道]를 행해도 간과하고, 새롭게 맞이되어지는 신부…… 같은 입장의 아이들만은 어떻게든 지키자고. 내가 그렇게 된 것처럼, 내 앞에 있던 사람들이 해 준 것처럼 지키자고……」

 실피가 신부들의 대표처럼, 무슨 일에도 솔선해 앞에 서 있던 진심이 밝혀진다.
 그녀 앞에도 있던 것이다. 레굴루스의 급한 성격을 접해, 빼앗기는 여자들을 위해서 맨 앞에 선 누군가가. 그리고 그 의지가 실피에게 이어져 지금의 신부들이 있다.

「마음은 그 남자에게 더럽혀져도, 몸에는 손 대오지 않으니까…… 분명, 양쪽 다 더럽혀지고 있었다면 우리는 견딜 수 없었을 거야. 그러니까 오늘까지, 그 남자의 말에도 목소리에도 행위에도 참고 참고 참고 참고서……그랬는데!」

 거기까지 말하고, 입술을 깨문 실피가 얼굴을 든다.
 눈동자에는 굵은 눈물과, 그 눈물조차 태울 정도로 열을 띤 분노가 있었다.

「그 남자의 손은, 내 몸조차 더럽히고 있었어! 적어도 지켜지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도 지킬 수 있지 못했어! 우리는 쭉, 그 남자의 노예였던거야!」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는, 실피의 손을 피가 탄다. 강하게 쥐어진 유리 조각이 손바닥을 찢어, 그녀는 아픔에 얼굴을 찡그려, 그러나 사랑스러운 듯이 입술을 풀었다.

「상처가 있는 여자같은 건 논외니까, 그 남자는 우리가 생채기 하나라도 생기면 죽여. …… 이 상처가, 나의 자유」

「――――」

「당신이 나쁜게 아니야. 당신에게는 감사하고 있어. 그 남자에게로의, 지금까지의 나날의 복수에, 더 이상의 방법은 분명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에밀리아에게 미소짓고, 그리고 실피는 자신 이외의 신부들을――자신의 반신과 같은 그녀들을 보았다.
 그리고 오른손에 유리 조각을, 왼손을 자신의 가슴에 대고서.

「분명, 내가 죽으면 심장은 다른 곳으로 옮겨갈 거야. 정해져 있어. 그 남자가 나만 편애할 리가 없어. 그런, 도무지 알 수 없는 집착을 그 남자가 고집하고 있을 리가 없어」

「……분명, 그렇겠지」

 누군가가, 신부인 누군가가 툭 하고 말했다.
 실피의 말에 찬동하듯이, 대답한 신부가 집단 중에서 빠져나간다. 긴 갈색 머리의 그녀도 또한, 실피의 발밑에 떨어진 유리 조각을 주웠다.

「죽자고, 생각했던 적은 몇 번이나 있어. 이런 식으로 살아도, 살아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그렇다면 가족 모두가 있는, 사후의 세계에 가는 편이 낫다고……」

「그런데도 할 수 없었던 것은 죽고 싶지 않으니까. 죽어서 괴로움으로부터 해방되어도, 아무것도 생각되지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죽어서…… 이 생명이, 그 남자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다고 한다면…… 죽는 것이 무의미하지 않다면……」

 차례차례로, 걸어 나오는 신부들이 유리 조각을 줍는다.
 그 날카로운 칼날에, 자신들의 희망이 있을 것 같은 눈으로. 에밀리아의 말을 계기로, 신부들은 스스로의 희망을, 생명을 사용할 곳을 찾아냈다고 하는 듯이.

「고마워,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어. ――그 남자에게, 여기에 있는 신부 이외의 신부가 없는 건 확실. 그건, 절대로 보증할 수 있어. 그러니까, 부탁할게」

「――――」

「그 남자에게 꼭. 우리의 분노를 반드시, 전해줘. ――그 녀석에게 요구되어, 그런데도 거절할 수 있던 당신에게밖에 부탁할 수 없어」

 실피의 간원은, 상냥한 음성으로 뽑아졌다.
 신부들은 전원이 스테인드 글라스――혼인을 맺는 교회의, 그 부수어진 상징을 손에 들고, 끝을 선택한다.

 날카로운 칼날을 자신의 흰 목에 향해, 단번에 꽂아 스스로 죽음을――.

「기다려」

 그 결사의 행동이, 에밀리아의 한마디에 제지당한다.
 침묵을 계속 지킨 에밀리아. 그 말에는 힘이 있었다. 정신적인 의미에서도, 물리적인 의미에서도.

 지면으로부터 성장하는 얼음의 손이, 신부들의 팔의 움직임을 구속한다. 유리편을 꽂으려고 한 움직임을 저해해, 그녀들의 자해를 막았다.
 그 에밀리아의 행동에, 실피가 눈을 크게 열어, 그리고 와들와들 입술을 진동시켰다.

「부탁해, 알고 있어! 당신의, 당신의 마음은 기뻐. 그렇지만 이것밖에 방법이……」

 죽음, 이외로는 보답받지 못한다.
 죽음 이외로 그 남자에게, 레굴루스에게 타격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실피의, 신부들의 결론.
 자신들의 심장을 멈추는, 그런 그녀들의 비통한 대답을 에밀리아도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부정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생각하고, 계속 생각했기에.
 그러니까――.

「미안해. 그게 아냐」

「에……?」

「스바루라면, 답을 찾았을까. …… 그렇지만, 나는 머리가 나빠서, 엄―청 생각해도 짐작도 가지 않아서…… 그러니까」

 중얼거리는 에밀리아의 주위를, 창백한 빛이 흔들리며 춤춘다.
 마나를 얻어, 흔들거리는 그 빛은 가시화 상태에 들어간 미정령이다. 붕괴한 건물을 다 메울 듯한, 방대한 양의 미정령의 현현――그것은 어떤 의미로는, 거룩할 정도로 환상적인 광경으로, 실피들은 숨을 삼켰다.

「내가, 당신들의 고동을 멈출게. ――그런 것으로 목을 찔러도, 간단하게 편하게는 될 수 없으니까」

 에밀리아가 손을 들어 올리자, 거기에 따르듯이 미정령이 빛나기 시작해, 교회 가운데에 푸른 눈이 내린다.
 눈은 신부들의 주위에 얇게 내려 쌓여, 그 흰 피부에 닿아 흰 결정으로 바뀐다.

 에밀리아가 할 수 있는, 가장 상냥하고 잔혹한 마법.

「――미안해. 이런 방법 밖에 없어서」

「사과하지 마」

 에밀리아의 의도를 깨달아, 실피가 숨을 내쉬었다.
 신부들의 마음은 하나다. 그녀들은 목소리를 굳히는 에밀리아를 응시해, 입을 모았다.

「고마워요」

「――읏」

 그리고, 창백한 오로라가 교회를 감싸――.


※※ ※ ※ ※ ※ ※ ※ ※ ※ ※ ※ ※


 하늘을 찌르듯이 뻗은 고드름이 교회를 얼어붙게 한다.
 공기가 삐걱거리는 것 같은 비명을 올리며, 하늘조차 희게 죽어간다. 발돋움하는 고드름은 그 안쪽에, 얼마나 많은 슬픔을 배고 있을까.

 그것은 분명, 이 광경의 창작자밖에 알 수 없다.

「……에밀리아」

 강대한 마나가 소용돌이치는 얼음의 절세, 그것은 에밀리아가 만들어 낸 광경임에 틀림없다.
 『사자의 심장』의, 확실한 타도――심장을 동화시킨 신부의 생명 째로, 고동을 멈춘다. 그 방법은 스바루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외의 방법은 생각해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방법을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에밀리아로서는 도달하는 것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스바루는 각오조차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광경을 보면 대답은 알 수 있다.

 ――에밀리아는 선택했다. 그것이 대답이다.

「이봐이봐, 그건 좀……」

 스바루와 같은 방위를 보고 있던 레굴루스가, 그 고드름이 생겨난 결과를 상상했는지 뺨에 경련을 일으킨다. 그 고드름의 장소에 자신의 신부들이 있던 것을, 레굴루스도 당연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 광경의 의미도.
 그러니까,

「너는! 이걸 하고 싶었던 거냐! 이게 인간이 할 짓이야!? 사람이 사랑해 마지않는 것을, 제멋대로 빼앗아 가다니! 도대체…… 도대체 얼마나 냉혹하게 되면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거야!?」

 발을 동동 구르며, 피투성이의 스바루에게 레굴루스는 외쳤다.
 그의 발차기로 돌층계가 붕괴해, 도시 그 자체가 기울었다고 착각할 만큼 대지가 비뚤어진다. 마음껏 앞으로 발을 디뎌, 레굴루스는 스바루에게 손가락을 들이대었다.

「만족하나? 만족했을까!? 나만을 죽인다는 이유 때문에, 아무 죄도 없는 아내들의 생명을 빼앗아, 그래서 참 기쁘시다니 인간성이――」

 험하게 매도하며, 빼앗긴 슬픔을 토로하는 레굴루스의 몸이 날아갔다.

 원인은 가로의 저편, 교회의 입구로부터 나온 소녀가 날린 빙창이다.
 얼음의 창이 굉장한 기세와 회전을 얻어, 우뚝 선 자세의 레굴루스의 몸에 차례차례로 명중, 그 몸을 인형처럼 쳐날려, 나는 도중에 더더욱 몇개의 창이 바싹 뒤따른다.
 기세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레굴루스의 몸은 수로에 처박혀, 수로가 격렬한 소리를 내 얼어붙고, 레굴루스의 빙상이 만들어졌다.

「――지금 것은, 당신의 신부씨들로부터의 절연장이라고 생각해」

 서리가 떨어지는 가로를 밟으며, 은발을 휘날리는 에밀리아가 전장에 되돌아온다.
 그녀는 붕괴한 거리의 풍경과, 달려들어 오는 스바루에게 눈을 향하고, 그 참혹한 모습에 남보라빛 눈동자를 가늘게 했다.

「스바루, 그 상처……」

「이쪽은 괜찮아! 조금 넓게 베여서 화려하게 피가 나온 것 뿐이야. 그것보다, 교회의…… 신부씨들은」

「……모두, 레굴루스를 해치우고 싶다고. 그래서」

 눈을 숙여, 에밀리아가 슬쩍 얼어붙은 교회에 의식을 향한다.
 그 반응만으로 충분히, 에밀리아가 선택한 대답이 그녀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그 선택의 무게는, 스바루도 짊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치만, 하지만, 이걸로 『사자의 심장』의 효과는 끊어졌을 터. 저녀석의 무적의 트릭은 이제 바닥을……」

「으응.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은 것 같아」

「에?」

 선택의 결과로 생겨난 희생, 그 대신에 얻을 수 있었어야 할 대답. 그것을 논하려고 한 스바루에게, 에밀리아가 희미하게 고개를 흔든다.
 그 반응에 놀라움을 얻은 직후, 두 명의 후방에서 수로의 빙상에 금이 갔다.
 균열은 부쩍부쩍 확대되어, 물이 막혀졌던 수로에까지 미친다. 붕괴가 수로와 가로를 연결해, 휘말려들게 할 듯한 기세로 흘러넘치는 수류가 스바루들의 발 밑을 담그어 갔다.

「정말로 웃어버릴 정도로 불손하고,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저속하고, 기가 막힐 정도로 무능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뻔뻔하고, 구할 길이 없을 정도로 열등해……!」

 흘러드는 수류를 가르면서, 물을 받고서도 물에 젖지 않는 흉인이 내려선다.
 흰색의 턱시도에는 얼룩 하나 없고, 백발은 바람에 흐트러져조차 있지 않고, 흰 얼굴에는 상처는 커녕 땀의 구슬조차 떠오르지 않고, 그 존재는 백일몽――백일악몽 그 자체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너희들은, 어떻게 책임을 질 거야? 그토록 뻔뻔하게 다양하게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해줬지만 말야, 그 예상 전부가 빗나가는 대실패로 끝나, 남은 것이 희생밖에 없는 이 상황, 어떻게 만회하려는 거려나아!?」

 광분하는 레굴루스에게는, 변함없이 『사자의 심장』의 효력이 작동하고 있다.
 에밀리아의 저만한 맹공이, 녀석에게 데미지를 준 형적은 전혀 볼 수 없다.

「그럴 리가 없어! 『사자의 심장』의 권능은, 너도 나불나불 말하고……그 상황에서 속일 정도의 머리가, 너한테 있을 리가 없잖아!」

「묵과할 수 없는 것을 흘려들을 만큼, 나를 호인이라고라도 생각하고 있는 걸까? 말해두지만, 타인의 마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건 가르쳐줄 것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저한의 매너잖아!? 누구에게도 누군가를 업신여길 권리같은 건 없는데, 어째서 그런 저능한 짓을 할 수 있는 거려나? 마음 뿐이 아니라 능력도 없는 건가?」

 의도하지 않게 도발적인 대사가 되는 스바루에게, 레굴루스는 바보 취급하는 것 같은 얼굴을 하며, 자신의 백발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아마, 그 경솔한 창녀가 수라도 잘못 센 거 아닐까? 빼앗은 생명의 수도 기억하지 않다니, 완전하게 살육자의 발상이네. 머리가 어떻게 되어 있어」

「네가 어느 입으로 그걸……」

「논점을 바꾸지 마.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해 왔는지 어떤지는, 그 여자가 인도를 벗어난 사람이라는 것과는 아무 관계도 없잖아. 범한 죄로부터 도망치지 마. 눈을 떼지 마. 떠넘기고 상대를 탓하다니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걸까나?」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착각의 분노에 몸을 태워, 다른 사람을 규탄하는 레굴루스.
 그 삐뚤어진 모습에 의문조차 갖지 않고, 레굴루스 코르니아스는 성립하고 있다.

 자신의 한 흐름의 발언 속에서, 얼마나 모순을 안으면 기분이 내키는 것인가.
 레굴루스와의 회화는 신경을 깎는다. 대죄주교와 마주하는 데에, 제정신으로 있는 것이 잘못되어 있는 것인지 착각시킬 정도로.

「그렇지만…… 젠장, 오산이야」

 심장의 대용자, 그 후보를 전부 잡아도 레굴루스의 무적은 해제되지 않는다.
 이론상으로는 잘못되어 있지 않을 터. 결사의 도발 속에서, 레굴루스가 요령있게 언동으로 스바루를 꾀할 수 있을 만큼 영리하지 않은 것도 알고 있다.

 레굴루스에게는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입으로 꼬득이는 능력은 없다.
 공감 능력이 완전하게 결여되어 있다. 녀석의 세계에는 녀석 밖에 없다. 혼인은 흉내, 발언은 일반론, 전투는 아마추어, 본연의 자세는 순수한 악――확실히, 『작은 왕』이다.

「53명……」

 전율하는 스바루의 옆에서, 에밀리아가 돌연 중얼거렸다.
 그녀는 여기까지, 레굴루스가 말하는 폭론, 욕소리, 들어줄 수 없을 정도의 원망의 말에 어떤 반응도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한마디, 그렇게 말한 것 뿐이다.

「하아? 뭐? 지금, 뭐라고 말했어?」

「53명이야. 당신이, 억지로에 곁에 데리고 있었던 여자의 수. 잘못 세었다구? 그럴 리가 없어. 나는 생명의 수를, 잘못 세거나 하지 않아」

「흐―음. 그래서? 그러니까? 뭘 말하고 싶은 거려나?」

 에밀리아의 조용한 정정을, 레굴루스는 바보 취급하는 것처럼 들은체 만체 한다. 손가락을 귀에 쑤시며, 명백하게 조롱하는 태도다.
 도발의 일인자인 스바루조차, 박수치고 싶어질 정도로 밉살스러운 행동. 그것을 받아, 그러나 에밀리아는 스바루에게 다시 향했다. 그리고 숨을 막히게 하는 스바루에게, 그녀는 고개를 흔든다.

「괜찮아, 스바루. 이제 전부, 알고 있어」

「알고 있다니……」

「거기에 나, 엄―청 화나 있으니까…… 이제, 용서 따위는 하지 않아」

 뒷걸음질치는 스바루는 보았다.
 조용하게, 그 부드러운 얼굴로부터 표정을 지워, 목소리를 떨어뜨리는 에밀리아. 그렇게 감정을 얼게 한 에밀리아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화나 있다.

 얼어붙는 눈동자 안에 차가운 불길을 끓어오르게 한 채로, 에밀리아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 말했다.

「레굴루스의 심장은 여기――지금, 내 가슴 안에 있어」


――――――――――――――――――――――――
메리 크리스마스

2016년 12월 18일 일요일

리제로 5장 막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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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막간 3 『따스함의 이름』


 이리저리 말해도, 결국은 자신의 근성은 교정되어 있지 않다.
 눈앞에 문제가 있다고 알고 있어도, 그것이 해결 수단이라고 알고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아픔을 수반한다고 알고 있으면 주저해 버린다.

 『성역』때도 그랬던 문제, 그것과 직면해 가필은 생각한다.
 결국, 자신은 좁은 장소에서 울부짖고 있었을 때와 아무것도 변함없는 것은 아닐까 하고.


「아! 고저스 타이거ー!」

「오우……랄까, 위험하다고!」

 자택을 방문한 가필을 보자, 소년이 팍 표정을 밝게 한다.
 작은 몸을 힘껏 던져 달려들어 오는 모습에, 가필은 위태로움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고, 그 몸을 받았다.

「부탁이니까 제대로 발 밑을 보고 달려달라고. 넘어져서 아픈 꼴 보면 바보 같잖냐」

「오ー, 구르면 아프니까 말이지? 미미도 어렸을 적에, 자주 넘어졌어! 그러면, 그럴 때마다 헤타로가 아픈 듯한 얼굴 했다―. 그렇지만, 미미는 멀쩡했어. 이상해!」

 라면서 미미는 순진하게 웃고 있지만, 그것은 이상한 일도 아무것도 아니고, 단지 그저 보고 있을 수 없던 남동생이 아픔과 상처를 맡고 있던 것 뿐일 것이다.
 너무 응석을 부리게 한 결과, 다 커도 넘어지는 부주의한 누나의 완성이다.
 아무튼――,

「그 후에, 집 쪽은 좀 진정됐어?」

「응, 괜찮아. 엄마랑 누나도, 진정했다구?」

「……그러냐」

 소년――추정, 남동생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고, 가필은 큰 저택을 올려본다.
 가필에게 있어, 복잡한 심정을 가져오는 장소다.

 톰슨 저택에서는, 일가의 중심인 개렉 톰슨은 오랫동안 부재다.
 도시 청사에 근무하고 있어, 부흥의 업무 때문에 그다지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 라고 한다면 아직 구제할 여지는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개렉 톰슨은, 사람의 몸을 잃어, 지금은 그 모습이 흑룡으로 변하여져 있다.
 그 사실은 이미, 가필 스스로 확인이 끝난 상태다.

 흑룡으로 변한 게렉이지만, 발성 기관은 건재했기 때문에, 말을 주고 받는 것은 가능했다. 그 점에 관해서는, 청사에 있던 다른 직원보다 나은 편이었을 것이다.
 파리로 변한 사람들에 이르러서는, 말은 커녕 의사소통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다행이라고, 그리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만약 파리로 변한 사람들과 말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면, 그 변모에 절망한 그들이 어떠한 소망을 말할지, 그것은 간단하게 상상이 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기, 고저스 타이거. 아빠는, 언제 돌아오는 걸까……」

「――――」

「제대로, 돌아오겠지?」

 불안해하는 남동생의 머리를, 가필은 재차, 손바닥으로 난폭하게 어루만져 준다.
 여기서 근거도 없이, 그저 격려하기 위한 말을 말하는 것은 간단하다. 하지만, 그것을 한 시점에서, 가필의 말에는 열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얄팍한 말이 소년에게 어떤 상처를 남길까하고 생각하면, 경망스러운 짓은 가필에게는 할 수 없었다.

 이 소년이, 인연도 연고도 얇은 상대였다면, 무책임하게 격려했었을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격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알지 못한다.

「프레드? 손님을 언제까지 밖에서…… 아」

「……여어」

 그렇게 소년과 이야기하고 있던 중, 집안에서부터 금발의 소녀가 얼굴을 보였다.
 소년의 누나이며, 이쪽도 가필의 추정, 여동생이다.

 소녀는 가필을 알아차리자, 한 번은 표정을 밝게 하더니, 곧바로 또 부끄러운 듯한 얼굴을 해 보인다. 데굴데굴 표정의 변화가 있는 점은, 평소라면 사랑스럽다고 평가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복잡한 내심이 엿보여 그저 딱하다.

「또, 또 일부러 집까지 온 거야? 고저스 타이거도, 꽤나 한가한 사람이네」

「아아, 살짝 지금 휴식 중이라는 거야. 너희들의 얼굴을 보고 싶었거든. 라도 해도, 환영하지 않는다면 바로 물러날…… 어이」

「가피, 제대로 상대 얼굴을 보고 말하는 거야!」

 무기력한 얼굴을 돌리는 여동생에, 가필도 또한 엉거주춤한 자세다. 하지만, 얼굴을 돌린 채 강요하지 않을 의사를 고하니, 이번은 등 뒤의 미미에게 허리를 꼬집힌다.
 그래서 소녀에게 다시 눈을 돌리자, 과연 여동생은 어딘가 울 것 같은 얼굴이다.
 적어도, 돌아가라고 내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느껴진다.

「엄마 도와주고, 남동생도 돌보고…… 누님이란 건 큰일이지」

「――! 그래, 그런 거야. 그러니까, 저기, 조금 정도는 내가 의논 상대가 되어 주어도 괜찮으니까. 이제 와서 한 명 정도 늘어도 변함없으니까」

「한 명이 아니고, 두 명 있다―!」

「이제 와서 두 명 정도 늘어도, 변함없으니까」

 얼굴을 새빨갛게 하며 고함치는 소녀에게, 소년과 미미가 기대의 얼굴로 가필을 본다. 어린 기대를 3개나 받으며, 그것을 하찮게 여길 만큼 가필은 가혹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의 심경이 본의가 아닐 뿐으로, 가필은 원래 이러한 시선에 응하는 것은 좋아한다. 그것이 자신의 동생이나 되면, 더욱 더.

「그러면, 조금 실례할게. 어머니께 폐가 된다면, 바로 나가도록 할테니까 말야」

「그런 일……」
「우리 엄마에 한해서는 있을 수 없네」

 얼굴을 마주 보는 남매가 그렇게 말하곤, 매우 자신만만하게 웃어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대로였다.


※※ ※ ※ ※ ※ ※ ※ ※ ※ ※ ※ ※


「미안해요. 모처럼 와 주셨는데, 대접할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좀 더, 요령이 좋았다면 다행이었을 텐데」

「상관없어. 애초에, 갑자기 얼굴 내민 건 이쪽이니까 말야」

「그렇게 불안한 듯한 얼굴 하지 않아도, 민폐라거나 하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렇게 시간 만들어 와 주시는 것, 정말로 마음의 버팀목이 되고 있으니까요」

「――읏」

 감춘 내심을 간단히 폭로해져, 가필의 목이 언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을 한 리아라는 아무 악의도 없다. 당연하다. 리아라는――어머니는 자타 묻지 않고, 악의와는 정말로 무연의 사람이었던 것이니까.
 기억을 잃고 있어도, 그런 점은 변함없는 것이라고, 가필은 그녀와 접해 가는 동안에 느끼게 되어 있었다.

「……그나저나, 집안이 묘하게 한산하네」

「응ー, 그렇게 말하니 그런 느낌―? 전에 왔을 때는 뭔가 여러가지 어질러져 있었는데,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

 따분하게 집안을 둘러보니, 소파 위에서 뛰는 미미가 동의한다.
 또다시 일가의 거실에 초대된 가필과 미미지만, 테이블에 찻상을 차리고 있는 리아라가, 두 명의 감상에 작게 웃었다.

「후후, 잘 눈치채셨네요. 저는 매일, 지내고 있는 집이니까일지도 모르지만, 그다지 위화감이 없어서……」

「그렇지 않아. 나는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야. 엄마가 조금 너무 무신경한거라구」

「누나, 정말, 몇번이나 시끄러워」

「뭐라구!?」

 입술을 뾰족하게 한 남동생의 말에, 누나가 노발대발 하늘을 뚫을 기세로 화내며 뒤쫓는다.
 파닥파닥 집안을 소란스럽게 돌아다니는 남매를 시야의 구석에 넣으면서, 가필은 어떻게 된 일일까하고 지금의 회화의 진의를 눈으로 물었다.

「――?」

「아ー, 아니, 지금 그건 무슨 의미야? 역시, 뭔가 있었던 건가」

 눈으로 물어봐도 소용없었기 때문에, 재차 말로 분명하게 물어본다.
 그러자 그것을 받아, 리아라가 「아아」라고 손뼉을 치더니,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지금은 도시의 모두가, 힘을 합해 서로 지탱하지 않으면 안 될 때니까요. ……가재[家財]의 일부는 곤란해 하고 있는 사람에게 드리거나, 조금 저축을 방출하거나, 그 정도의 일이에요」

「……그래서, 여러가지 물건이 없어져 있는 건가」

「원래, 이 집에는 물건이 많았으니까요. 물건을 모으는게 좋다고 하기보다, 제가 여러가지 버리지 못하는 성격인게 나빴던 거지만요」

 나이 값도 못하게 혀를 내미는 리아라지만,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도 아닐 것이다.
 물론, 서로 돕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표면은 존재한다. 그러나, 톰슨 가는 또 조금 사정이 다르다. 뭐라 해도, 일가는 중심을――부친을 빠뜨리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는 오히려, 그녀들은 서로 돕는다고 해도 도움을 받는 측이어야 할텐데.

「남편은……게렉은, 금방 돌아올 거예요. 전 믿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신경써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읏! 그래도 말야」

「저,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어요. 불안해 하면 불안해 할수록, 행복이라는 건 손안에서부터 흘러 떨어져 간다고. 옛날이라고 해도, 10년 조금 더 된 이야기지만. 저, 그 무렵부터 기억이 없어서…… 아, 놀래켜 버렸나요?」

「……비장의 한 수였을일지도 모르지만, 미안하지만 먼저 남편에게 들었어」

「아, 그런가요. ……정말, 그 사람도 참」

 기억상실은 타인을 놀래키는 상투구였던 것 같고, 통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리아라가 약간 유감스러운 얼굴을 한다. 대단히 적극적인 기억상실의 사용법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실제로 모르는 타이밍에 말해졌다면, 가필적으로는 대참사였을 것이다.
 지금은 조금은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것도 생각하는 시간과 다양한 사람의 도움이 있던 결과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상실의 화제를 휘둘러진 것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억을 잃었음이 분명한 어머니의 생각, 그 근저의 부분에 변화가 없는 것이다.
 ――내일은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어머니의 행동의 원점이었으니까.

「아무것도 없었던 저에게, 이 10여년을 준 것은 게렉이에요. 텅 빈 저를 지금의 저로 만들어 주고, 귀여운 딸과 아들까지 얻을 기회를 받아서…… 그런데 제가, 게렉를 믿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요?」

「――――」

「그러니까, 필요 이상으로 신경써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허풍도 아무것도 아니고, 저는 게렉를 믿고 있을테니까. ……별로 게렉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저는 그 모습인 채 돌아와줘도 괜찮았지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남편이 좋다고 말해도 다른 녀석들이 말릴 거야」

「그런가요? 그건 그거대로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흑룡의 모습으로 변한 남편에 대해서, 리아라가 엉뚱한 방향으로 포장한다.
 라고는 해도, 모습이 변한 것 뿐으로, 게렉에게는 말을 주고 받는 지능도 남아 있었다. 그런데도 부부끼리 서로 이야기해, 냉동 수면을 결정한 것은 두 명의 의사다.
 귀를 곤두세우는 것 같은 무수도, 실제의 동결의 현장을 보러 가는 것 같은 일도, 가필은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리아라의 마음은 리아라가 스스로 굳힌 것이다.

「……당신, 강하구나」

「에에, 물론이죠. 저, 두 아이의 어머니니까」

 에헴, 하고 가슴을 펴 미소짓는 리아라. 실제로는 두 사람이 아니고, 네 사람의 모친인 것이지만, 과연 확실히 강하다, 너무 강하다.
 가필이 몰랐던, 난투와는 다른 차원의 강함이다. 스바루나 오토와 통하는 그것이, 기억을 잃은 어머니에게도 있다.
 분명, 가필이 단련할 수 없는 부분, 그 강함이 눈앞에 있다.

「그래그래, 실은 저로부터도 고저스 타이거씨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먼 시선을 띄우는 가필에게, 돌연 리아라가 말을 걸었다.
 그 너무나도 평소 그대로의 말투에, 가필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아」라고 끄덕이며,

「뭐든지 말해봐. 라도 해도, 솔직히, 이몸은 그다지 대화의 중요한 부분과는 관련되지 않아서 말이야. 대단한 이야기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아뇨, 그런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런게 아니고, 고저스 타이거씨의 일이에요」

「이몸의?」

「네. ――고저스 타이거씨는 어째서, 이렇게나 저희 일을 걱정해 주는 건가요? 그것이 저, 신경이 쓰여 버려서」

 방심하고 있던 차에, 예상외의 일격이 던져 넣어져 버린다.
 가필의 송곳니가 문자 그대로 떨려, 하고 있었음이 분명한 각오에 금이 갔다.

「――――」

 눈앞에서는 리아라가, 옆에서는 미미가 무언으로 가필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 두 명의 시선을 받으면서, 가필의 사고는 빙글빙글 돌았다.

 여기에 미미에게 데려와진 시점에서, 어느 정도의 각오는 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다만, 그 각오가 결국, 애매한 것이었다고 지금은 깨닫고 있다.

 리아라에게, 잃은 과거의 기억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적어도 두 사람의 동생에게, 자신이 형제인 것이라고 밝히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게렉의 일의 걱정만 전하고, 조속히 떠날 생각이었는가.

 이제 와서는 이미, 어땠던가 생각해 낼 수 없다.

「이, 이몸이 너희들한테 얼굴 내미는 건, 조금 인연이 있고, 그리고 눈을 떼어놓을 수 없게 불안해져서 말이지. 너희들은 이렇게 좀, 빠져있잖아?」

「어머, 너무해라. 그 말대로라서 아무것도 말할 수 없지만」

「오ー, 빠져 있는 거야? 뭐가 빠져 있는 거야? 아, 털? 저기 말이지―, 미미도 화나거나 하면 털이라던지 조ー금 빠져! 그렇지만 차가울 땐 복슬복슬해져! 토막지식!」

 더듬거리며 둘러대자, 리아라와 미미가 두 사람다운 반응을 보인다.
 그것을 간파하자, 노골적인 안도가 가필의 가슴 속을 지배했다. 두 명의 성격으로부터 생각해, 이것으로 불필요한 추궁은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가필은 지금의, 이 뭐라고도 말할 수 없는 감개를 겉에 드러내지 않은 채, 일단 이곳을 벗어날 수가 있다. 시간, 그런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일은 냉정하게, 시간을 두어 올바른 대답을 모색해야 한다. 그야말로 프레데리카에게, 누나에게 확인을 얻고, 그리고 그리고――.

「――아」

「괜찮으세요? 고저스 타이거 씨」

「어째서……」

「어째서일까, 당신이 불안한 듯한, 작은 아이로 보여 버려서」

 아연실색해지는 가필, 그 머리에 희고 가는 손가락이 닿고 있다.
 리아라가 몸을 뻗어, 가필의 머리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 손을 포함한 부드러움은 몹시 상냥해서, 마치 사랑스러운 자기 아이에게 하는 것 같은 자애로 가득차 있다.

 기억하지 못할 터인 리아라의 기억과, 잊고 있던 가필의 기억이 겹쳐친다.
 언젠가 이렇게, 리아라――리시아 틴젤의 팔에 안긴 채로, 머리를 어루만져진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 때의 육체적인 기억이, 이 순간에 소생해, 가필의 마음을 붙들어맨다.
 그리고 견디려고,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도 주어지지 않고, 감정은 결궤[決壞]했다.

「……어머니」

「――――」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루만지는 손끝이 닿은 채로, 가필은 눈앞의 리아라를 그렇게 불렀다.
 눈물고인 눈이 되어, 소리가 떨려, 작은 몸이 더욱 더 작게 보일 정도로, 가필의 모습은 가냘프고, 약한 것이었다.

 당연하다.
 아무리 강한 척 해도, 얼마나 발버둥쳐도, 어머니의 앞에서는 누구든지 아이인 것이다.
 모친의 앞에서 아무리 허세를 부려도, 아이의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이몸은…… 나는, 어머니한테……!」

 말하고 싶은 것이, 산더미만큼 있다. 말하고 싶은 것은, 별만큼 있다.
 전해지지 않는다고 그렇게 생각해 단념해 온 많은 생각이, 가필 안에서는 지금도 계속 찬연히 빛나, 얻을 수 있었던 기회에 환희하고 있다.
 어머니의 팔에 안겨, 용서되어, 안녕 속에서 주장되고 싶다고 바라고 있다.

「……가필, 이라구?」

「――――」

 눈물고인 눈이 되어, 눈을 숙여, 목소리를 죽이는 가필.
 그 곁에서 돌연, 미미가 가필의 이름을 말로 했다. 그것이 누구에게 향한 것인가, 가필은 모른다.
 다만 눈앞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와, 그리고 머리에 닿고 있던 손끝이 떨어지는 감각.

「――아」

 손가락이 멀어져, 어머니의 따스함이 없어져, 가필의 목이 약하게 울린다.
 그러나, 그 감개는 곧바로, 다른 감개로 교체되었다.

「가필, 오렴」

 얼굴을 드는 가필의 앞에서, 리아라가 팔을 벌려, 미소짓고 있었다.
 그 행동과, 말에, 가필의 사고가 정지한다.

 하지만, 뇌가 정지해도, 몸이, 영혼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어, 어머니…… 엄마……!」

 아이처럼, 아이인 채 흐느껴 울며, 가필은 리아라에게――리시아에게 달려들어, 그 가슴에 머리를 묻어, 목소리를 쥐어짰다.

 상냥하고, 부드러운 손바닥이, 흐느껴 우는 가필의 머리를 어루만져주고 있다.

「옳지 옳지…… 가피, 착한 아이 착한 아이. 쭉, 노력하고 있었구나」

「――! 그래! 나, 쭉 분발해서, 노력해서! 하지만, 잔뜩 잘못해서, 그런데도…… 모두가……!」

 말이 되지 않고, 가필은 리시아의 팔 안에서 지리멸렬한 말을 계속한다.
 넘쳐 나오는 것은, 가필의 15년간이다.

 어머니를 잃고, 누나와 헤어져, 가족을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 버텨, 그 후의 10년의 세월을 스바루들에게 부수어졌다.
 그 시간 속에서, 몇 번이나, 짊어진 것에 짓눌릴 뻔했던 것일까. 몇 번이나, 한탄했던 것일까.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으려고, 손놓지 않으리라고 기를 쓰게 되어, 얼마나 많은 마음을 유린했던 것일까.

 본래라면, 좀 더 훨씬 어릴 적에,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응석부리고 매달리고, 넘어야 할 마음의 벽을 계속 그대로 두어 왔다.
 벽이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옆길로 빠져, 높은 벽을 무시하는 것에 익숙해져, 억지를 통해 왔다.

「……엄, 마」

「괜찮으니까, 가피.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

 상냥한 말이 걸려와, 자애에 위로받아, 원하고 있었는데 주어지지 않았던, 어머니의 사랑에 마음을 맡긴다.

 가족에게, 사랑받고 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누나에게도 할머니에게도, 자신이 사랑받고 있던 것을 가필은 알고 있다. 어머니가 사랑해 주고 있던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누나의 사랑을, 할머니의 사랑을 느끼고 있는 가필은, 지금 여기서 처음으로 어머니의 사랑을 이 몸으로 느꼈다.
 알고 있던 것을 얻어, 가필은 흐느껴 운다.

 가슴 속에 솟구치는, 감정의 대답은 모른다.
 그 이름을, 가필은 아직 모른다.

 다만, 느끼고 있는 그것이, 지금, 마음을 진동시켜 송곳니를 울려, 영혼을 흔드는 것이, 그대로 대답이다.
 분명 누구라도 알고 있던 대답을, 가필 겨우, 그 손끝에 걸친 것 뿐이지만.

 ――이 뜨거운 기분이 그대로, 대답이다.


※※ ※ ※ ※ ※ ※ ※ ※ ※ ※ ※ ※


「오―, 가피 울음 그쳤어? 충―분히 울었어? 정말, 가피는 울보씨구나―!」

 훌쩍훌쩍 하고, 흐느껴 울고 있던 격정이 진정되어, 가필이 부끄러움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자, 문을 열어 미미가 동생을 데리고 돌아온다.
 어느새 자리를 비우고 있었는지, 흐느껴 우는 가필과 리아라를 단 둘이 있도록 해 주고 있던 것 같고, 그 배려에 더욱 더 가필은 부끄러워진다.

「고저스 타이거, 괜찮아?」

「남자인 주제에, 남의 앞에서 왕왕 운다니 믿을 수 없네. 우리 프레드같잖아」

 직접은 직접 목격하고 있지 않아도, 집안에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울며 아우성친 것이다. 모처럼, 미미가 동생을 데리고 나가 주었는데, 그 배려도 의미없게 될 것 같다.

「……미안하다고」

「응ー, 뭐가? 그런 것보다, 미미는 가피는 만족했나 어떤지가 신경쓰인달까. 그리고, 간식은 달콤한 것이 나오는지 어떤지 신경쓰인달까―!」

「아아, 그러냐. 나참」

 깔깔 생각없는 듯한 얼굴로 웃어져, 도대체 어디까지 생각된 행동인 것인지 진심으로 알 수 없게 된다.
 정말로, 보는 그대로 본능으로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하면 본능이라는 것도, 바보취급할 것은 아니다.

「응ー? 무슨 일이야? 반했어? 반했어?」

「안 반했어」

「그런가―」

 생각해 주고 있다, 라고 말해져도 믿을 수 없지만, 미미의 조처에 몇번이나 구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마음은 물론, 한 번은 생명도 구해진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미미는 목숨을 잃지 않고 끝났지만, 그것도 우연한 산물이다. 본래 가필이 되찾아야 했던 싸움은, 빌헬름에게 양보되어, 미미의 구제에 자신은 거의 무관계.

 빌린 것은 빌린 그대로, 아무것도 돌려줄 수 없었다.

「그래서, 가피 어땠어?」

「글쎄요, 본인에게 확인해 봐 주세요. 저는 분명 이제 괜찮지 않을까 하고…… 고저스 미미씨가 정말 좋아하는, 고저스 타이거씨라고 생각해요」

「뭐ー, 그럴지도ー. 가피, 할 땐 하니까 말이지―」

 부끄러운 회화로 의기투합되어, 가필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걱정스러운 관심을 가지는 남동생과, 힐끔힐끔 이쪽을 엿보는 여동생의 머리를 한꺼번에 어루만져, 기분을 감출 뿐이다.
 그렇게 동생에게 접해 보고, 방금 전까지 이상의 사랑스러움을 두 명에게 느낀다. 실감이 없었다, 감정으로서 납득이 되어 있지 않았다, 형제라고 하는 사실이 현실성을 띠었기 때문일까.

「――――」

 그것을 자각한 순간, 또 다른 불안이 싹터 온다.
 이번의 그것은 알기 쉬운, 실로 알기 쉬운 불안이다. 그것은 이 둘에게, 동생들에게, 자신이 형으로써 인정될 자질이 있는지, 자격이 있을지 어떨지, 였다.
(일본에선 형, 오빠를 똑같이 兄,あに로 씁니다.)

「고저스 타이거?」

「잠깐, 왜 굳어지고 있는거야. 이, 이상한 병이라던가 있는 건 아니겠지?」

 동생의 시선을 비교해 보고, 가필은 생각한다.
 아마, 미움받지는 않을 것이다. 남동생 쪽의 호의는 알기 쉽고, 여동생도 알기 어렵지만 악의는 아닐 터.
 거기에 거기에 일단, 자신은 고저스 타이거로서 두 명의 앞에서 강하게 싸웠다. ――솔직히, 꼴사나운 모습은 보였고, 응원의 힘이 없었다면 진 국면이기도 했던 감은 부정할 수 없지만, 거기는 일단 놓아두고.

「가피?」

「조, 조용히 해. 이 정도는, 혼자서 어떻게든」

 미미에게 구조가 들어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가필은 송곳니를 씹어 울려 앞서 견제한다. 그 말에 미미가 「뭐야―」라고 등진 얼굴로 물러나자, 또다시 가필의 뇌가 고속으로 회전, 열을 불기 시작했다.

 자신있게 나서는, 그 자체는 지금 이 순간에 가능하다. 물론, 가능이라고 하는 것은 행동으로서 실현이 가능하다고 하는 의미로, 심정이라고 하는 조건이 얽히면 또 조금 이야기는 바뀐다.
 아니, 결코 겁에 질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사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강적에게 도전할 때, 승산이 없는데 도전했다고 해도 승리는 얻을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 난적을 우연히 만났다고 해도, 이길 수 있도록 나날 수련해, 몸을 단련해 둔다, 그것이야말로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이다.
 즉, 이 난관에 대해서도 당연히, 준비가 있다. 그 때문의 준비가 솔직히, 지금은 갖추어져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러면 여기는 일단 물러나, 아니아니 무슨 무기력한 짓을――.

「잠, 잠깐, 정말 괜찮아……? 뭔가 눈이 핑핑 돌아서,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 있는데……?」

「고, 고저스 타이거?」

「괜찮은게, 당연하잖아. 어흥」

「가피가 어흥 이라든지 우는 거 처음 들었다아―!!」

 평상시엔 있을 수 없는 어미가 나와, 그것을 미미에 조롱당하지만 말대답할 기력도 없다.
 그렇게 동생에게 걱정된 채로, 가필이 혼미한 사고 속에서 빙글빙글 뇌가 익고――,

「정말, 안되지, 가필. 그렇게 잔뜩 껴안고, 그 결과가 지금이니까」

「아, 어머니……」

 몹시 놀라는 가필을 보고 꾸짖어, 리아라가 그런 식으로 타이른다. 그 말에 가필이 순간 그렇게 흘리자, 오싹한 얼굴을 하는 것은 동생이다.

「에, 왜 고저스 타이거가 어머니라고?」

「아, 안된다구! 나랑 프레드의 어머니고, 네 어머니가……」

「――괜찮으니까. 두 사람 모두, 알겠지?」

 놀라는 남동생과 물어뜯으려는 여동생에게, 리아라가 상냥하게 말을 건다. 어머니의 말에 약한 것인지, 남매는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아직 마음의 준비는 커녕, 마음의 준비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가필을 보고, 리아라가 말한다.
 그래, 말했다.

「가필은, 분명 어머니와 헤어진거야. 그래서, 내가 그 어머니를 닮아 있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그런 식으로 외로워져 버린 것 같아」

「――아?」

「헤―, 어머니와 어머니가 비슷한 거야?」

「뭐, 뭐야 그거…… 흥이다, 부끄러워」

 리아라의 설명에, 리아라의 아이 세 명이 각각 반응. 가필은 어이를 상실했지만, 자신만만한 리아라의 태도로부터는, 그것이 거짓말이나 남의 눈을 속이려는 기색은 볼 수 없어.
 즉――,

「가피, 말이 조―금 부족한 느낌?」

「――――」

 미미가 단적으로 정리한 대로, 일 것이다.

 그렇게 한심하고, 보기 흉하고, 감정의 한계를 부딪쳐 울며 아우성쳤음에도 불구하고, 리아라는 결국, 진상의 부분은 요만큼도 깨닫지 못했다.
 뭐랄까, 헛발질이 아닌가.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겠지」

 기억이 없다고 하는 것은, 짐작이 가는 마디도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상태로, 가필의 요령 부득인 말의 나열을 들어도, 진실을 깨달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바로 그때, 힘이 빠졌다. 송곳니로부터도, 몸으로부터도.

「뭐, 야…… 하아, 뭐냐고오」

 그런 식으로 흘러넘친 말이 안도인 것인가 낙담인 것인가.
 아마, 반반일 것이라고, 가필만이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


※※ ※ ※ ※ ※ ※ ※ ※ ※ ※ ※ ※


 다양하게 허탕을 맛본데다가, 수확은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빠질 때일 것이다.
 그렇게 판단해, 가필은 미미와 둘이서 톰슨 저택을 뒤로 한다.

「또 아무것도 대접할 수 없어서, 미안해요」

「괜찬아―! 이쪽이야말로, 가피가 시끄럽게 울어 미안해요 같은? 그런 느낌!」

「시끄러워, 기억나게 하지 말라고」

 배웅하는 리아라에 응하는 미미, 그 목덜미를 잡아 준다. 「냐―」라고 말하는 미미의 가벼운 몸을 들어 올려, 가필은 한숨을 쉬며 리아라와, 리아라에게 매달리는 남매를 바라본다.

「너희들도, 그런 걱정 안 해도 엄마 뺏어가거나 하지 않는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방심하면 안 돼, 프레드. 결국, 어머니를 목적으로 했던 걸거야. 아버지가 당분간 없다고 해서, 빈틈 투성이인 엄마는 건네주지 않을 거니까」

「빈틈 투성이인 건 아는 거냐」

 반대로, 경계심 MAX가 되어 버린 남매 때문에 머리를 움켜쥔다. 리아라의 묘한 설명의 결과, 남매는 가필이 어머니를 빼앗으러 왔다고 착각한 것 같다.
 그럴 생각은 없지만――없다고 해도, 실제로 어머니가 기억을 되찾아 있다면 조금은 돌아봐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꽤나, 맞대놓고 부정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네네, 나쁜 놈은 빨리 해산하겠습니다」

「또 언제라도 와 주세요. 울고 싶을 때, 언제라도 품을 빌려 드릴테니까」

「그런 한심한 곳, 휙휙 보이지 않아」

「그러면, 어머니를 닮은 저만……인가요?」

「으, 긋……」

 말이 막혀, 가필은 도망치기로 한다.
 미미를 매단 채로, 가필은 세 명에게 등을 보냈다. 아직, 가족이라고 자칭할 수 없는 가족에게.
 그렇게 떠나려고 하는 가필을 보고, 리아라가 손뼉을 친다. 그리고 자신에게 매달리는, 아이들의 등을 떠밀어 앞에 세우면서,

「자, 두 사람 모두, 제대로 인사하세요」

「고저스 타이거, 다시 또 보자」

「――――」

 그 말에 남동생이 솔직하게 따르지만, 여동생은 침묵이다.
 어쩔 수 없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리아라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손님의 배웅은 제대로, 잖니?」

「무―」

 의외로 완고한 리아라에게 말해져, 그런데도 여동생은 좀처럼 수긍하지 않는다. 그렇게 완고한 자세의 딸에게, 리아라는 약간 곤란한 얼굴을 한다.

「아니, 별로 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다고」

「그럴 수는 없어요. 자, 누나. 정말, 라피! 라필!」

「――――」

 초조해진 얼굴로 리아라가, 마침내 여동생의 이름을 부른다.
 그 이름의, 소리의 울림을 들은 순간, 가필은 번개에 총격당한 것처럼 경련해,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라, 필?」

「그래요, 라필. 그러고보니, 한번도 소개하지 않았던가요? 이 아이의 이름이에요. 내 두 명의 아이, 라필 톰슨과 프레드 톰슨」

 라필과 프레드.
 남동생의 이름은 지금까지도 몇 번인가,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것을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았던 것은, 가필이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깨닫는 것을 자신이 무서워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일까.

 라필과 가필.
 프레드와 프레데리카.

 리아라의 두 명의 아이와, 리시아의 두 명의 아이.
 그 소리의 근사를, 이유로.

「여자 아이 같지 않아서, 이상한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나도, 그 정도는 자각 있다구」

 입을 다문 이유를 오해해, 여동생――라필이 뾰롱통해진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것을 받아, 잠깐 타격을 받고 있던 가필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며,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런 식으로, 겉치레로 말해도……」

「――진심이야. 진심으로, 아아,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해」

「그렇죠!」

 본심으로부터의 말을 걸자, 라필이 약간 압도된다. 그리고 끼어들어 온 리아라가 기쁜듯이,

「둘의 이름은, 제가 붙인 거랍니다. 어째선지, 이 이름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두 사람 모두, 당신이?」

「네. 좋은 이름이죠? ――사랑하는 내 아이의 이름이라면, 이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거에요」

「――――」

 그것은, 더 이상 없을 정도의, 사랑의 증명이었다.

 기억을 잃어, 이전의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그런데도 그 상냥함과 너그러움을 잃지 않았던 어머니는, 있었음이 분명한 자기 아이에게로의 사랑을, 태어난 아이들에게 하사했다.

「――――」

 가필은 이 일에, 화낼 수도 있었다.
 혐오하는 일도, 진심으로 고함치는 일도, 불합리하게 송곳니를 꽂는 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생각의 티끌도 나지 않았다.
 이 때, 가필은 타격을 받고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의, 리시아 틴젤의 사랑에.
 여동생과 남동생의 어머니의, 리아라 톰슨의 사랑에.

 ――그러니까 이제, 충분했다.

「하, 하핫! 하핫하하!!」

 웃음이, 나왔다.
 바로 조금 전까지, 가슴 속에 남아 있던 탈진감이 사라진다.
 말해야 할 것을, 전해야 할 것을, 단언하지 못한 채 다 전달하지 못하고, 우수리에 끝낸 자신의 한심함이 사라졌다.

 지금은, 이것만으로 좋다.
 왜냐하면, 이어져 있었던 것은,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러면, 라필, 프레드. 또 올게」

「――! 응, 고저스 타이거!」

「다, 다음에는 울지 않도록 해 달라구」

 동생의 머리를 난폭하게 어루만진다.
 이번 손바닥에는, 그때까지와 달리, 제대로 애정을 담겨져 있었을 것이다. 우수리로는, 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필은 리아라에게, 어머니에게 손을 들었다.

「고마워, 어머니. 나중에 또, 실례할게」

 ――몇 번인가, 도시에 남는 동안은 얼굴을 내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끝나, 로즈월 저택에 돌아간 뒤에도 또 오자.

 그 때는 반드시, 누나와 할머니 두 사람도 데리고.
 그 때야말로, 이번엔 10년의 이야기를 하자.

 조금 전까지와는 다른, 이번엔 적극적인 기분으로, 지금은 그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가족의 이야기는 가족끼리,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때까지, 건강하라고!」

 가필은 손을 들어, 강하게 그렇게 단언할 수 있었다.


※※ ※ ※ ※ ※ ※ ※ ※ ※ ※ ※ ※


「엄마, 고저스 타이거, 건강하게 되어서 다행이네」

「응, 그렇네. 정말로…… 다행이야」


「……엄마, 왠지 외로운 것 같지 않아? 그렇게 그 사람과 떨어지고 싶지 않은거야?」

「어떨까. 떨어지고 싶지 않은게 아니야. 멀어져 가는 것은, 외롭지만 기쁜 일일지도 모르니까」


「아빠, 언제 돌아올 수 있을까나」

「몰라. 그렇지만, 반드시 돌아와 줄거야」


「……엄마, 어째서 울고 있는 거야?」

「――잃어버린 걸, 찾았기 때문일지도」
(忘れ物, 분실물 이라는 뜻, 한자 그대로 직역하면 '잊어버린' 것이라고도 해석 가능)



「미안해, 그렇지만 고마워. ――사랑한단다, 가피」


※※ ※ ※ ※ ※ ※ ※ ※ ※ ※ ※ ※


 미미를 한 손에 잡은 채로, 치료원의 구석 방으로 들어간다.
 다수의 침대가 줄지어 있는 중, 가장 안쪽의 창가의 위치에, 오토가 자는 침대가 놓여져 있었다.
 거기로 향하는 도중,

「우, 어이쿠」

「아! 미안해, 오빠! 기다려, 티나!」

「그런 말 해도 잡혀주지 않을거니까. 빨리 이리 와, 루스벨!」

 병실을 소란스럽게, 이리저리 다니는 소년과 소녀가 달려 나간다. 입원복의 소녀와, 문병하러 온 듯한 소년이다.
 소녀도 건강한 듯한 얼굴로, 그 상태라면 곧바로 퇴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본래, 병실에서 떠들지 말라고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참이지만,

「아이가 까불며 떠드는 소리에 구원받는 일도 있죠. 그러니까, 저렇게 하고 있는 두 명을 아무도 주의할 수 없어요」

「그것도 뭐, 마음 편한 이야기라고, 오토 형」

 아이들을 보내고, 안쪽에 향하자 오토를 만날 수 있었다. 변함없이, 다리에 딱하게 붕대를 감은 오토는, 미미를 데리고 온 가필을 보더니, 「어라」하고 눈썹을 올렸다.

「뭔가, 약간 상쾌해진 얼굴을 하고 있네요.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아아…… 좋은 일인지 어떤지, 어려운 일이지만 말야」

 오토의 질문에, 솔직하게 그렇다고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복잡하고, 까다롭고, 다그치는 것 같은 가치관에의 공격의 연속이었다. 그렇지만, 어느 말도 만남도, 마지막에는 분명 좋은 것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기쁜 일이었잖아?」

「응……」

「가피, 좋은 얼굴이 됐다! 기쁜 일하고, 그런 느낌의 일, 있었던 증거! 그것으로 좋지 않을까 하고, 미미는 생각하거나 해 봤어! 했어!」

 매달린 채로, 태평한 얼굴로 미미가 바보 같은 웃음을 짓는다.
 그 목소리의 크기에, 병실안의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지만, 곧바로 시선은 떼어졌다.

 이유는 조금 전의, 소년과 소녀의 소란과 같다.
 본심으로부터, 즐거운 듯이 기쁜 듯이, 그렇게 웃는 사람의 감정을 차단하는 것 같은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나참, 어쩔 수 없네」

「오ー, 가피도 웃었다―. 반했어? 반했어?」

「안 반했어」

「그런가―」

「안 반했어. ……그래도 말야」

 몇번인가 반복한 문답.
 그 마지막에, 가필이 한마디 덧붙인다.

 몹시 놀란 미미와, 대화를 지켜보는 오토.
 어머니에게, 여동생에게 남동생에게, 여기에 없는 스바루들에게.


「――고맙다」

 조금은, 앞으로 나아간 것 같았기 때문에.


 가필은 송곳니를 보이며, 그렇게 웃었다.



――――――――――――――――――――――――
요즘 바빠서 번역할 시간이 잘 안나네요.
다음 번역은 57화 or 47화입니당

2016년 12월 10일 토요일

리제로 5장 막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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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막간 2 『미완성의 대기大器


 식사처에서 제공되는 메뉴는, 도시 전체가 부흥이나 복구에 기를 쓰고 있는 환경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충실한 것이었다.
 치료원에서의 식사도 그랬지만, 검소함과는 무연의 내용에 무심코 배가 운다. 식욕이 왕성한 시기의 가필에게는 기쁜 일이지만, 이런 사치가 용서되는 것일까.

「도시의 대부분의 기능이 마비되어 있다고는 해도, 인적 피해에 일부 시설의 붕괴 따위를 제외하면 피해의 범위는 좁습니다. 상황의 나쁨을 이유로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면, 부흥 전에 주민들의 마음이 진다……고 키리타카씨나 다른 분들은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나온 식사를 앞두고, 눈썹을 찌푸리고 있던 가필에게 빌헬름이 말했다.
 식사처에서 우연히 합석하게 되어, 대면에서 조용하게 점심식사를 취하고 있던 노인이다. 노검사의 대답에 가필은 몹시 놀라, 뇌리에 가는 청년의 모습을 떠올렸다.

 솔직히, 가필의 기억 속에서는 그다지 의지가 되는 곳을 보지 못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야기에 의하면 그도 마녀교의 소동의 와중에 도시를 위해서 분주한 것 같다.
 보이진 않지만, 상응하는 기능을 한 인물인 것일 것이다.
 그야말로, 평상시의 모습과 유사시의 태도가 크게 다른 부분은, 키리타카도 스바루와 통하는 것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응어리로 느껴졌다.

「응―! 마시써 마시써! 밥이 마싰는 건 행복한 거니까, 미미는 초―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짜 밥이 제일 마싰는 거라고 아가씨도 말했으니까―」

「하하, 건강한 것은 좋은 일이죠. 예절도…… 실례, 제대로 하고 계시군요. 가르쳐 주신 분이 좋았던 것이겠지요」

 가필의 곁에서, 식사에 착수하는 미미가 웃는 얼굴로 뭔가 말하고 있다. 그 손이지만, 이것이 의외로 미미는 빈틈없이 식사의 예절을 제대로 배운 것 같고, 나이프와 포크의 사용법이 제대로 되어 있다.
 가필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빌헬름에게는 의외로 느껴진 것 같아, 가볍게 놀라며 감탄하고 있었다.

「가필님은……」

「그닥 기대하진 말아달라고. 이 일 년 동안, 누님에게 들어서 조금조금 나아지고 있으니까」

「노력하는 자세는 올바른 일입니다. 결실을 볼 때까지 계속한다면, 입니다만」

 끄덕이면서, 후반의 말을 첨가한 것은 가필의 성과를 보았기 때문인가.
 자신의 손 안에서, 나이프와 포크는 그다지 능숙한 사용법이 되고 있지는 않다. 『성역』에 있었을 무렵엔 신경도 쓰지 않았던 것이지만, 로즈월 저택에서 살게 된 이 일년 동안, 가필도 생활의 이모저모에서 수치를 알았다.
 식사에 관해서 뿐만이 아니고, 다른 곳도 다양하게 교정 중이다. 그래도, 무엇도 성과가 오르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아무리 그래도 꼬맹이보다 서투르다는 건 아프지만」

「미미가 어렸을 적부터 해 왔으니까―. 아가씨도 단장도, 밥 먹을 때는 시끄러워! 그치만, 덕분에 잘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녀석들도, 전원, 제대로 하고 있고 말이지. 원래, 제대로 된 예절을 공부하고 있던 녀석들은 차치하고, 대장이라든지 오토 형까지」

 원래의 로즈월 저택 관계자는, 로즈월을 포함해 전원이 능숙한 것은 납득이 간다.
 에밀리아나 베아트리스도, 출신은 차치하고, 요령은 그걸로 좋은 편이다. 연습하면 비교적 시원스럽게 습득도 할 것이다.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스바루와 오토 두 사람이다. 오토는 실제로 적당히 착실한 상가의 출신인 것 같지만, 스바루는 완전하게 수수께끼다. 이상한 기능을 다수 습득하고 있는 스바루이므로, 그걸로 납득이라고 하면 납득인 것이지만.

「대장 자식, 그 뭔지 모를 막대기 두개로 밥이라든지 먹는단 말이지. 뭐랬더라…… 젓가락이라든가 하는」

「젓가락 말이지―, 그건 조금 어려워! 카라라기에 잔뜩 있었지만, 미미는 손가락이 꼬냐꼬냐하니까 못 쓸지도 몰라!」

「젓가락, 입니까. 그리운 울림이군요. 확실히 그건은 다루기가 어렵죠」

 빌헬름도 인정하는 난이도의 높이, 그것이 수수께끼의 도구 젓가락이다.
 가필로부터 보면 희한하다고밖에 말할 길이 없지만, 스바루는 그것을 자재로 움직여 식사를 입에 옮기는 것이 가능하기도 하다. 그리고, 람이라든지.
 뭐, 그녀의 경우는 원래, 보고 파악하는 요령이 이상할 정도로 좋기 때문이겠지만.

「빌헬름 할아범도, 젓가락은 힘든 건가」

「몇 번인가, 카라라기에 발길을 옮긴 적도 있기 때문에, 그럴 때에는 시험해본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평상시에 사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만」

「카라라기에……」

「에에, 이전에 몇 번인가. ――백경을 쫓고 있었을 때라던지」

「――――」

 그리운 듯이 웃음을 띄우는 빌헬름에게, 가필 쪽이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된다.
 빌헬름과 3대 마수 『백경』의 인연에 대해서는, 가필도 자세한 것은 어찌됐든 개요로서 알고 있다. 선대 『검성』의 복수를 위해서, 이 노인이 각국을 분주하며 실마리를 추구한 것도, 겉핥기 뿐이지만.

 그만큼의 고난을 넘어, 빌헬름은 백경 토벌을 완수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복수를 완수했음이 분명한 노검사는, 이 도시에서 영혼을 구했을 것이었던 아내와 조우해, 그리고 검을 맞대어――.

「가필님이 저에게 묻고 싶은 것은, 설마 젓가락의 사용법은 아니겠죠?」

「아, 어……」

「물론, 말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만, 당신에게는 아내와의 상대를 양보받은 은의가 있습니다. 이 노골이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대답하죠」

「――――」

 아내와의 상대, 라고 빌헬름은 단언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마녀교에 가담하고 있던 사망자 두 명은 역시 선대 『검성』과 『여덟팔』의 크루간이었던 것이다. 죽은 자를 죽은 자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악행에, 자칫하면 사라지지 않는 분노가 솟구치지만, 지금은 그 감정을 옆에 놓아둔다.
 묻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이몸이 싸운 건, 정말로 『여덟팔』의 크루간이었던 건가」

「……흠. 그렇게, 말하신다면?」

「아주 닮은, 비슷한 타인이라는 건 아닌 거야?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뭐라 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 있다, 고. ――과연, 알았습니다」

 우물거리고, 요령 부득인 가필의 말투에, 빌헬름은 끄덕였다.
 식사하던 손을 멈춘 빌헬름은, 그 조용한 푸른 눈동자로 이쪽을 쏘아 맞히면서,

「어설피, 이길 수 있었던 것이 당신의 안에서 위화감이 되어 있는 것입니까」

「……이몸은, 최강이야. 최강이 되려고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할 거야. 그렇게 하는 게 대장에게로의 의리이고, 이몸에게 필요한 일이야. 하지만, 이런 게 아냐. 이몸도 보고 있는 정상은, 이런 게 아냐」

 영웅, 투신, 『여덟팔』의 크루간.
 신성 볼라키아 제국에 구전되는, 최강 무비[無比]의 전설의 초인.

 싸움의 한중간에 무슨 무기력한 생각을 하고 매도되어질지도 모르지만, 가필은 몇 번이나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질 거라고, 죽음과 패배를 가까이 느꼈다.
 그러나, 그것 하나하나를 넘어, 벗어나, 가필은 살아남았다.
 결과, 마지막에는 크루간과 정면으로부터의 결전에 도전해, 그 목을 베어 냈다.

 그 일 자체는 자랑해야 할 전과라고, 가필도 그렇게 생각한다.
 주위의 가필에게로의 평가도, 대체로 그러한 호의적인 것이 많다. 대죄주교는 아니라고 해도, 무시할 수가 없는 과잉 전력.
 이것을 단독으로 격파했던 것은, 틀림없이 도시 방위에 공헌한 결과다.
 하지만, 사실과 가필 자신의 납득은 얘기가 다르다.

「빌헬름 할아범은, 『검귀』 빌헬름은 『여덟팔』을 직접 알고 있겠지. 그 할아범이 봤을 때, 어땠어? 그건, 진짜인가」

「――――」

 매달리는 것 같은 얼굴로, 가필은 빌헬름의 기억에 의지한다.
 가필 자신도, 빌헬름에게서 어떤 대답이 있으면 만족할지 대답이 나와 있지 않다. 아니라고, 그렇게 부정되면 만족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아니라고 부정된다고 해서, 그 부정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확실히, 30년 가까이 전의 일이 됩니다만, 저는 크루간과 안면이 있습니다. 전투가 된 것도, 네 번. 제가 녀석의 팔을 베어 떨어뜨려, 대신에 배를 꿰뚫린 적도 있으니…… 사투를 거듭한 관계, 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일찍이, 루그니카 왕국과 볼라키아 제국의 관계가 최근 수백 년 중 가장 악화되어, 국경 주변의 도시를 무대로 장렬한 격돌이 일어났던 적이 있었다.
 『신룡』의 개입을 피하기 위해서, 제국측은 극히 소수의 군사로 도시를 침공――이에 대해서 충돌했던 것이, 당시의 근위 기사단 단장 빌헬름이다.

 마지막에는 정정당당한 결투가 되어, 호각의 싸움을 펼쳐 무승부.
 결착은 미루어져, 총합 4번의 결전의 끝에, 볼라키아 측이 물러나는 형태로, 이야기는 끝났다고 알려져 있다.

「좋은 실력자였습니다. 8개의 팔에 4개의 귀포정, 일격으로 여덟 개의 공방을 내질러오는 것을 처리하는 것으로 필사적이어서……」

「아아, 그건 그랬지. 실제로, 죽을 뻔 했다고」

「여덟에 대해서 이쪽은 하나. 까닭에 우선은 녀석의 팔 수를 줄이든가, 혹은 여덟 개를 빠져나간 이쪽의 하나로 치명상을 가하든가, 선택을 재촉당해서 말이죠」

「……저기 말야, 공략하기 위한 강좌가 듣고 싶다는건 아니라고」

 당시의 귀중한 증언인 만큼, 전술 토론이 되는 것이라면 흥미는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역시 지금은 흥미 관심보다, 자신의 의문에 대한 대답이 신경쓰였다.
 그 가필의 말에, 빌헬름은 「실례했습니다」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나이를 먹으면 아무래도, 옛날 일을 떠올릴 기회가 늘어납니다. 특히 요즘 며칠은, 그런 일만 하고 있는 자신이 있어서 말이죠」

「고개를 돌리는건 좋아하지 않는데. 이몸도 남말은 못하겠지만」

「고개를 돌린다, 라고 하기보다는 발자국을 되돌아 본다고 할까요. 어쨌든, 나약하다는 것에서는 변함없을지도 모릅니다만. ――그것보다, 크루간의 이야기였죠」

 가필의 질문에, 응하는 빌헬름의 얼굴도 진지하다.
 노검사는 눈동자에 비치는, 아직 젊은 전사의 고민에 짐작이 가는 마디가 있다.
 당연하다. 그 고민, 미혹은 싸움에 몸을 두는 자라면, 누구라도 한 번은 부딪치게 되는 벽인 것이니까.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대답은――,

「――――」

「공교롭게도, 저는 요전날의 투쟁의 한중간, 크루간과 말을 주고받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 녀석일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습니다만, 생각을 향할 여유가 없었죠. 까닭에, 가필님이 상대한 다완족을, 『여덟팔』의 크루간이라고 단언할 근거는 없습니다」

「근거가, 없다……」

「대국한 가필님이 느낀 것이, 그대로 대답일 터겠죠. 다만, 당신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저라고 하는 개인의 견지에서 이야기한다면…… 저희가 상대한 아내나 크루간은, 그 둘이자 그 두 사람이 아닙니다」

 단언하는 빌헬름에 숨을 삼키며, 가필은 눈썹을 찌푸렸다.
 너무 관념적인 내용이어서, 아직 이해에 도달하지 않는다.
 곤혹해하는 가필을 알아차리고, 빌헬름은 「아시겠습니까?」 라고 말을 꺼내며,

「망해를 능욕당해, 두 사람이 마녀교의 괴뢰가 되어 있었던 것은 의심할 길이 없습니다. 최후의 순간에는 당신을 되찾아,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던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만」

「――――」

 최후의 순간, 그것은 즉 결착했을 때의 일이다.
 여덟 팔을 빠져나가, 가필의 송곳니가 치명상을 주고, 크루간은 끝났다. 그렇게 사라지는 순간, 크루간이 가필에게 향한 말은 지금도 귀에 남아 사라지지 않는다.

『――훌륭하다』

 라고, 그저 한 마디만을 남기고, 투신은 그 모습을 재로 바꾸어, 바람에 사라진 것이다.
 그 때, 그 승리의 순간만은, 전설에게 인정된 사실에 환희만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글부글 솟구치는 부의 상념이 있다.
 아직도 최강에는 닿지 않고, 자신의 안에 있는 범과도 마주볼 수 없는 자신이, 일찍이 전설로 불린 투신에게 이기는 것 따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일까 하고.

 극한 상태였으니까, 필사적이었으니까, 등 뒤에는 충분히 이야기하지 못한 동생이 있었으니까――.
 그런걸 이유로, 이길 수 있는 상대였는가.

「크루간은 과묵한 남자였습니다. 비록 최후의 순간에 입회했다고 해도, 결코 많이 말을 남기려고는 하지 않았겠지요」

「아아, 한마디 뿐이었어. 이몸에게, 딱 한마디……」

「그러면, 그 말은 묻지 않도록 하죠. ――그것은, 『여덟팔』의 크루간이 자신을 쓰러뜨린 전사에게 바친 칭찬. 외부인의 귀에 들어가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

 빌헬름에게 제지당해, 가필은 말을 다물었다.
 투신으로부터의, 전사에의 칭찬. 하지만, 그 가치는 과연.

「조금 전의,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고」

「흠」

「그건 그 둘이자, 그 두 사람이 아니다. 수수께끼 풀 기분이 아냐. 가르쳐 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

 어조가 난폭해져, 태도의 나쁨을 자각하면서 가필은 물어본다.
 빌헬름의 눈동자의 안쪽, 거기에 생긴 얼마 되지 않는 감정의 꿈틀거림. 그 정체를 찾으려고 몸을 뻗어, 자신의 고민을 밝히기 위한 수단으로서 얻기 위해서.
 하지만,

「가피, 그건 안조은 일이라고 생각해」

「……아아?」

「할아버지, 지금, 조금 외로운 것처럼 보였지? 그러니까, 그걸 쭉쭉 밀고 가는 건 안조은 일이라고 미미는 생각한다거나? 그리고, 가피 눈초리 초ー나빠. 안조아!」

 근처에 앉은 미미가 그렇게 말해, 가필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푹푹 찌른다.
 그 손가락의 감촉에 밀리면서, 가필은 무슨 일일까 하고 눈썹을 찌푸리고, 곧 깨달았다.

「――――」

 빌헬름의, 미미를 보는 눈의 상냥함과 동일한 것이 방금전 자신에게도 향해지고 있던 사실과, 그리고 또 하나.
 자신이 무자각하게 버릇없이, 빌헬름의 상처를 후벼파고 있던 것을.

「……미안, 주위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사죄하며, 고개를 숙인다.
 잃었음이 분명한 아내와 뜻에 따르지 않는 재회를 이루어, 그것을 검으로 끝내, 이별의 말을 주고 받은 검귀――그 마음에 아무 배려도 없는, 제멋대로인 말의 폭력을 거듭했다.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가필에, 빌헬름은 고개를 흔든다.

「아뇨, 거드름을 피운 제 쪽이 나쁩니다. 당신의 연령이라면 대답에 날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저도 그랬을 것입니다만, 나이를 먹으면 그걸 잊게 되죠」

「……빌헬름 할아범이 그랬었다니, 믿어지질 않네」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에 따라서는 보통의 젊은이보다 훨씬, 생각이 짧고 어리석었습니다」

 침착한 언행의 노인, 그 위로에 가필은 부끄러움밖에 느끼지 않는다.
 검귀의 이명은 유명해도, 그 인품이 흉악했다는 이야기 따위 들리지 않는다. 연장자의 품의 넓이에 응석부리게 되는 것은, 가필의 자성이 많은 이유이기도 했다.
 여하튼,

「그 둘이자, 그 두 사람이 아니다. 우원한 말투를 했습니다만, 그다지 수수께끼를 내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그대로,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말 그대로…… 받아 들여도, 모르겠는데」

「최후의 순간, 죽음의 후치로 떠났을 때에는 확실히 의사가 돌아왔다. 그렇지만, 그 이전엔 사악한 놈들의 괴뢰에 지나지 않고, 그 검력은 마음껏 휘둘러지지 않았다」

「――――」

「즉, 선대 『검성』도 『여덟팔』도, 본래의 실력은 그 정도가 아니라고 하는 겁니다」

 말이 나오지 않는 가필에게, 빌헬름이 그렇게 고한다.
 그토록의 격투를 펼친 상대가,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지 않았다고 단언되니, 그렇게 깔끔하게 납득이 가는 것은 아니다.
 문자 그대로, 결사의 사투를 지은 것이다. 애초에, 지금의 의문은 필사적으로라면 이길 수 있는 상대였는가, 라고 하는 곳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바란 대답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전성기의 아내가 상대였다고 하면, 그야말로 지금의 저로는 그저 수 합도 검을 부딪치면 눌려 집니다. 당시, 전성기에 있던 제가 모든 것을 벗어던져, 간신히 격파했던 것이 본래의 아내의 실력. ――그 정도라는 건 있을 수 없다」

「그 조건이, 같다는 거라면……」

「크루간도 또한, 껍데기만 남아 열화한 실력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말하기엔 뭐하지만…… 진짜의 『여덟팔』을 상대한 것이라면, 당신이 고기토막으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만큼의 대국이었습니다」

「이, 이몸도……」

「――교만하지 마, 애송이」

 직후, 꽂히는 검기에 가필은 소름이 끼쳐, 순간에 의자를 박차고 식사처의 입구에까지 몸이 날아간다.
 돌연의 일에 주위가 놀라는 와중, 난폭한 숨을 내쉬며 네 발을 붙이는 가필의 모습만이 이질적이다. 빌헬름은, 그리고 미미는 평벙하게 앉은 채이기 때문에.

「하, 하아……?」

「가필님도 대기[大器]를 느끼게 합니다만, 아직 그릇이 구워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고물의 영역에 들어가는 저입니다만…… 저는 진짜를 알고 있습니다. 그 일단이 지금 것으로 느껴졌다면, 냉수의 보람도 있던 것일까 하고」

 말해두고, 빌헬름이 입을 닦으면서 일어선다.
 식사를 끝낸 것이다. 그리고, 말해야 할 것은 말했다고 그 태도가 드러내고 있다.

 부족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빌헬름의 말은 아니다.
 부족한 것은 분명, 가필의 마음의 편이다. 받는 측에 빠진 부분이 있기 때문에, 따라진 납득이 그릇으로부터 흘러 떨어져 간다.

「그 납득은, 당신이 강해지는데 필요한 것입니다. 부디, 잃어버리지 않기를」

「일단, 명심해두겠지만…… 사람이 나쁘다고」

「확실히 아군 진영, 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죠. 이 정도의 견제는 있어 마땅하겠지요. 무엇보다――」

 돌아갈 준비를 끝마친 빌헬름이, 말하는 도중에 미미를 본다. 콧노래를 섞으며 식사를 계속하는 미미는, 가필의 접시로부터 좋아하는 것을 횡령하고 있던 참이다.
 그 미미가, 빌헬름의 시선을 알아차려,

「응ー? 할아버지, 뭔가 용무?」

「검기의 적의의 유무, 그 일순간에 간파한 것은 훌륭합니다」

「할아버지가 미미들에게 나쁜 짓 할 이유 없고?」

「혜안입니다. ーー당신이 옆에 있으면, 길을 빗나갈 걱정은 없겠죠」

 가볍게 대답하는 미미에게 끄덕이고, 빌헬름은 가필에게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손으로 미미를 가리키며, 노검사는 식사처의 출구로 향하면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좋아. 저러한 이성은 반드시, 당신의 인생의 보물이 된다」

「――읏! 누가, 저 녀석하고! 이몸에겐, 따로 반한 여자가」

「어찌되건, 잃지 않도록 열심히. ――어딘가의, 썩은 귀신처럼 되지 않도록」

 그뿐인 말을 남기고, 빌헬름은 식사처를 걸어 나갔다.
 대답하지 못한 채 등을 보내며, 가필은 초조한 듯이 송곳니를 씹어 울린다. 그리고 난폭하게 자리로 돌아가, 남아 있던 식사를 단번에 긁어 삼켰다.

「아―, 가피, 예절 나빠!」

「다른 사람 접시에서 밥 횡령하고 있었던 녀석에게 듣고싶지 않아. 아, 젠장. 듣기 전보다 메슥메슥하잖아, 이거」

 미혹이 개이기는 커녕, 오히려 고민거리가 늘어난 기분이다.
 광명에 이르기 위한 이치는 준비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걸 위한 도가 너무 난해해 가필에게는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강함의 납득도, 여기서 해야 할 것도, 앞으로 한 걸음이 부족한 안타까움이다.

「제길, 어떻게 하라는 거나고」

「가피, 곤란해? 뭐가 곤란한 거야?」

 이마의 흰 상처 자국을 만지며 투덜대자, 똑같이 식사를 마친 미미가 물어 온다. 입의 주위를 더럽힌 소녀는, 소매로 얼굴을 닦으면서,

「곤란한 게 있으면 말해바―. 미미가 빠밤 하고 대답해드리죠―!」

「……이몸이 지금, 여기서 뭘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다 먹은 식기를 가져다준다! 이거!」

「그런, 정말로 눈앞의 이야기가 아냐」

 라고는 말하면서도, 다 먹은 식기를 주방에 옮겨, 두 명은 식사처를 나온다.
 배는 채웠다. 이대로, 오후도 도시의 부흥 작업에 종사해야 할 것일까. 그렇게 몸을 움직이고 있는 동안, 걱정을 하지 않고 끝난다면――,

「좋―아, 그럼, 가피 가자―!」

「건강하구만, 넌. 그래서, 어딜 간다고?」

「당연히―, 가피의 남동생과 여동생과 어머니가 있는 곳!」

「――――」

 마음 편하게 걷기 시작한 미미를 따라가려고 하다가, 그 말에 다리가 멈추었다.
 가필은 눈을 크게 열어, 송곳니를 딱딱 울리며, 고개를 기울인다. 가능한 한, 내심이 표정에 나오지 않게 고심하면서,

「뭐라고?」

「지금부터, 가피의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그것이, 가피에게 지금, 필요한 일!」

 아무 근거도 없이, 미미는 얇은 가슴을 펴고, 꼬리를 핑 세웠다.
 그리고 경악하는 가필을 가리켜, 말했다.

「가족과는 제대로 이야기 해 두는 편이 좋다―! 이거, 로시의 가르침!」

2016년 12월 8일 목요일

리제로 5장 막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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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막간 1 『부부의 조건』


 여러 가지 것들이, 어중간하게 된 채로 내던져져 버린 것 같다.
 해냈다, 해내지 못했다, 그런 양극단의 감개가 가슴 안쪽에 있다.

 원래, 생각하는 것은 서투른 성격이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오로지 돌아다니며, 이리저리 다닐 수 있으면 훨씬 좋다.
 그런 식으로, 사고를 방폐해 온 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뭐가, 훌륭했다는 거야……」

 마지막에 던져진, 영웅으로부터의 말에도 대답을 발견하지 못한 채.
 결국, 자신은 어중간한 채인 것은 아닐까, 울고 싶어지는 감상을 안고 있었다.


※※ ※ ※ ※ ※ ※ ※ ※ ※ ※ ※ ※


 가볍게 땅을 차, 폭락한 건물 가운데로 몸을 던진다.
 작은 체구를 무리하게 쑤셔넣어 사이를 들여다 보니, 과연 안이 망쳐진 정도는 심한 모습이었다. 여기가 도시의 장래를 좌우하는 싸움에 관계한 기억은, 적어도 자신의 안에는 없다. 까닭에 이 참상은 아마, 혼란을 초래한 도시민의 손에 의한 분쟁의 자취다.

「역시나, 그럴듯한 건 남아있지 않지만」

 코를 울리고, 현장을 둘러본다.
 여기저기에 시선을 돌리게 되고싶어지는 흔적, 피의 자취나 벽의 파손이 발견되지만, 광란의 아쉬움도 혈취도 이미 이 장소에는 남지 않았다.

「――아아?」

 눈에 띄는 성과도 발견되지 않는 것 같다고, 단념해 물러나려고 한 순간에 다리가 멈추었다. 거칠어진 방의 한쪽 구석에, 작은 인형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누가 떨어뜨리고 갔는지, 사람 형태의 인형이다. 손바닥에 올릴 정도의 크기의 인형으로, 이런 장소에 있던 것 치고는 기적적으로 더러워지지도 망가지지도 않았다.

「――――」

 주워, 가볍게 먼지를 털어주면서, 소유자가 있을 리도 없는데 주위를 둘러봐 버린다. 고작 인형 하나, 방치한다고 해도 변함없을 것이지만――,

「칫」

 혀를 차는 것도 되지 않는 소리를 흘리며, 인형을 품에 쑤셔넣고 건물을 나온다. 유리가 없어진 창으로부터 상체를 내밀어, 건물 벽면의 돌출부에 손가락이나 다리를 걸치면서 홀가분하게 지상으로 내려간다.

「아! 돌아왔다고!」
「진짜다, 형씨 굉장한데」

 그렇게 등반을 구사하며 내려오는 모습을 알아차리자, 지상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몇명의 인간이 달려들어 온다. 그들은 한결같이 불안과 기대를 표정에 띄우고 있어, 그 어느 쪽에도 응할 수 없다는 것이 솔직히 힘들었다.

「형씨, 안은 어땠어?」

「미안, 수확 없음이야. 아무도 남지 않았고, 찾는 물건도 없었어」

「그런가……」

 착지해 가볍게 무릎을 털고, 달려들어 온 상대에 그렇게 응한다. 일순간, 그 대답에 상대의 장년은 표정을 흐리게 했지만, 곧바로 기분을 고친 얼굴로 끄덕이더미,

「뭐, 안에 아무도 없었다는 건, 일단 이 건물은 뒷전으로 해도 괜찮다는 거지. 도움이 됐다고, 형씨. 계단이 무너지고 있어서, 섣부르게 안도 확인할 수 없다는 건 곤란했었으니까」

「그런 위험해 보이는 일, 지켜보고 있을 수 있겠냐고. 몸에 로프 감고 벽을 오르려는 기개는 인정하지만, 조금은 몸을 조여놓고 해」

「그건 그렇지! 와하하, 구사일생했군!」

 즐거운 듯이 이쪽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장년은 그 손을 들어 「고맙다」라고 마지막에 말을 남기고 다음의 건물을 향한다. 장년 이하, 몇명의 협력자가 다음의 건물로 향하는 것을 배웅하고, 그럼 어떻게 할까 하고 팔짱을 낀 채 골똘히 생각한다.
 그러자,

「――응」

「――――」

 눈에 띈 것은, 지금 나온지 얼마 안된 건물을 올려다보는 사람의 그림자다.
 모친과 아이의 동반으로, 포근한 모친의 손을 눈물고인 눈의 소녀가 잡고 있다. 모친이 무슨 말인가 딸에게 전하자, 아래를 보는 딸은 몇번이나 몇번이나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모와 자식 싸움에도 아이의 교육에도 안전한 환경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야기해서 떨어지라고 하려는 순간, 문득 깨닫는다.

「――――」

 코를 울려, 어느 공통점을 깨달았다.
 품을 더듬자, 방금 전 건물 안에서 주워 온 인형이 얼굴을 내민다. 들어 올려 냄새를 맡아 보면, 과연 그것은 희미하게 감도는 향기와 닮아 있었다.

「혹시, 찾는 물건은 이 녀석인가?」

「――!」

 모자에게 다가가, 살그머니 손에 넣은 인형을 꺼내 본다. 그러자, 처음엔 말을 걸려진 것에 놀란 소녀가, 인형을 알아차려 눈을 크게 열었다.
 흠칫흠칫 뻗어 오는 손이 인형을 잡더니, 조금 전과는 다른 방향성으로부터의 감정에 눈물고인 눈이 더욱 더 강해진다.

「감사합니다. 이 아이, 쭉 찾고 있었거든요……」

「신경쓸 필요 없어. 이몸도 우연히 찾아낸 것 뿐이니까」

 모친에게 감사를 들어, 굉장한 일은 하지 않았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실제로, 굉장한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인형을 찾고 있던 소녀에게 있어서는 기쁜 사건일지라도, 인명이나 인심의 천칭에 실으면 이렇다할 문제도 아니다.
 지금, 자신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은 좀 더 큰 역할로――,

「그게 뭔지, 발견하지 못한 채니까」

 인형을 껴안는 소녀의 머리를 별 생각 없이 쓰다듬으며, 중얼거린다.
 그리고 소녀에게 닿은 손바닥을 들어 올려, 가만히 응시했다.

「――?」

「아무것도 아냐. 이제 잃어버리지 말라고」

 아무래도, 다시 한 번 찾아내 줄 수 있을 만큼 운은 계속되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가필 틴젤은 송곳니를 보이듯이, 힘 없이 소녀에게 미소지은 것이었다.


※※ ※ ※ ※ ※ ※ ※ ※ ※ ※ ※ ※


 수문 도시 프리스텔라에서의 일련의 소동이 결착되어, 벌써 3일이 지나고 있다.
 그 마녀교를 발단으로 한 소동의, 도시에 남긴 손톱 자국은 깊고 크다.

 눈에 보이는, 그리고 사라지지 않는 상처 자국으로서 남겨진 것은 『색욕』과 『폭식』의 대죄주교에 의한 권능의 피해. 『변이 주민』과 『무명』의 사람들의 문제는 특히 크고, 이 건에 관한 해결은 『현자』샤우라의 지식에 기대가 걸려 있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가하지 않았던 가필에게는, 자세한 회담의 흐름은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루그니카 왕국에 남는 『삼영걸』의 한 사람, 현자의 이름이 나왔던 것에는 감개가 있다.

 원래, 가필은 전설이나 전승이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이나 영웅 등 그런 인물의 일화를 아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당연히, 그런 그의 지식 안에는 삼영걸의 일도 있어, 『신룡』이나 『검성』, 그리고 『현자』에 대한 동경은 강하고, 특히 현자에게로의 관심은 강한 자각이 있었다.

 왜냐하면 『현자』샤우라는 삼영걸 중에서도, 특히 전해지는 정보가 부족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친룡왕국 루그니카에서는 존재를 존경받아, 옛날 이야기로서 구전되는 『신룡』.
 하대에도 이르러 왕국 최강에 군림해, 지금도 눈에 보이는 전설로서 남는 『검성』.
 그 양자와 비교해, 『현자』의 이름도 일화도, 구전되는 말이 너무 부족하다.

 어떤 풍채인 것인지, 어떤 출신이 있는지, 어떤 주장이 있었는지.
 사람됨부터 내력, 그 후의 일까지 이것도 저것도 전부 애매하다.
 프레아데스 감시탑에 틀어박혀, 『마녀의 사당』를 지키면서 세계평화를 바라고 있다――라고 세속적으로는 말해지고 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 사실인가 확실하지 않다.

 그러니까 당연히, 본래 자신이라면 현자를 방문하는 여로에 동행을 신청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역사에 이름을 새기는 인물과의 해후, 그 기회를 놓칠 리가 없는 것이다.
 물론, 목적을 생각하면 동경에의 관심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정도의 배려는 자신에게도 있다. 그 정도의 분별은 붙이면서도, 동행은 신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애초에, 그 여로에의 입후보조차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 너무나, 이 장소에의 유감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장에겐, 이몸의 고민이 꿰뚫어 보였던 거겠지」

 방위전에서 입은 상처와, 똑같이 부상으로 도시에 남겨지는 오토의 경호.
 그것이 도시를 출발해, 프레아데스 감시탑을 목표로 하는 스바루에게 명해진 내용이다.

「아닐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대죄주교가 변덕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어. 그렇게 되었을 때, 도시에 남길 수 있는 전력은 너밖에 짐작이 안 가」
「오토 녀석에게 무리는 시키지 않게 해 줘. 그리고, 너도 무리한 일은 하지 말아줘. 말해도 쓸데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걱정스런 얼굴 하지 말라고. 내 쪽은 내 쪽대로, 잘 할 거야. ――너는 길보를 기다리고 있어 줘. 그럼, 조금 갔다올게」

 떠나기 전의 스바루가 남긴 말은, 대체로는 그런 내용이다.
 도시에 남겨진 가필은, 표면상으론 평상시를 가장하면서, 출발하는 스바루나 에밀리아들을 힘차게 배웅했지만, 내심에서는 자신의 상실이 있었다.

 결국, 다양하게 이유 부여는 되고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지금의 가필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렇게 판단되어 두고 가게 되었다고 하는 일일 것이다.

 스바루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가필이 너덜너덜한 중상일지라도 데려가려고 할 남자다. 그리고 가필도 또한, 비록 너덜너덜하더라도 스바루에게 필요하다고 단언되면, 빈사여도 도와줄 만큼의 신뢰가 그에게 있다.
 그것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은, 그런 것이다.

「지금의 이몸은 도움이 되지 않아. ――대장, 엄하니까 말이지」

 심리전에 있어서는 백전연마의 나츠키 스바루에게는, 자신의 경박한 포커페이스따위 다 보였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을 깨닫는 것도 너무 늦었으니, 속을 간파하고 두고 가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당연할 것이지만――,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 건지…… 대답을 찾지 못했어」

 자신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다.
 그 제자리걸음의 원인에도, 몇 개인가 짐작은 있다.

 하지만, 그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마주보면 되는 것인지, 무엇을 하는 것이 정답인 것인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가필의 다리는 움직일 수 없는 채다.

「――――」

 그러니까 적어도, 그런 기분으로 도시의 부흥을 도와주고 있다.
 크루간과의 싸움으로 중상을 입은 양팔도, 『지령의 가호』의 힘과 자신의 치유 마법의 효과로, 완전이라고 까지는 말하지 못하더라도 복조의 조짐은 보여 오고 있다.
 만전의 전투는 무리지만, 파편을 치우거나, 방금 전과 같이 약간의 조사에 가벼움을 살리거나, 그 정도의 협력은 가능한 범위다.

 그래도, 그것도 도피의 범위의 행동인 것은 알고 있다.
 몸을 움직여, 누군가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동안은, 자신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있을 수 있고, 멈춰 서 있으면 주위에 생각되지 않고 끝난다.
 그러니까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약한 자신을 가필은 깨닫고 있었다.

 ――그것이 사실, 나츠키 스바루가 언젠가 자각한 적이 있던, 자신의 약함을 속이기 위한 행동에 가까운 것이었다는 것을, 가필 틴젤은 모른다.

 자각하고서, 더욱더 눈을 돌리고 있던 나츠키 스바루에 비하면, 훨씬 훌륭하게 자신을 마주보려고 하고 있는 가필.
 그런 가필의 모습에,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도 그라면 넘을 것이라고, 스바루가 그렇게 판단해 출발한 것을 그는 모른다.
 모르지만――,

「오―! 가피 있다―! 초―건강! 높은 곳 좋아하는구나―, 가피!」

 그 일을 알아차리게 해 주는 상대도 여럿 있다고, 그것도 스바루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가필은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 바보도 쓸모없는 놈도 아닌 것이라고.


※※ ※ ※ ※ ※ ※ ※ ※ ※ ※ ※ ※


「후후후훗후후―응, 후후후훗후후―응」

「……엄청 건강하구나, 너」

 근처에서, 매우 기분이 좋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미미를 곁눈질하며 가필은 한숨을 흘린다.
 도시의 부흥 활동 도중, 점심식사를 권하러 온 미미다. 본심으로는 몸을 움직여, 개이지 않는 고민을 뿌리치고 싶었던 가필이지만, 강행인 소녀의 권유를 거절할 만큼의 변명이 생각나지 않았고, 결국은 힘으로 동행당하고 있다.

「응―, 가피도 그렇게 생각해? 실은 미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 헤타로도 티비도 얌전하게 있으라고 시끄럽기 때문에 어쩔 수 없네에―. 단장도 한 손 없어져서 시무룩이고, 부단장으로서 듬직하게?」

 가필의 한숨을 우연히 들어, 미미가 팟 밝은 얼굴로 말한다. 머리의 귀를 흠칫흠칫 움직이는 소녀는 가슴을 펴, 「슉슉」하고 주먹을 내질러 보였다.

「그러니까, 그렇게 바로 우쭐대지 말라는 거야」

「후카―앗」

 기민한 움직임과 허리가 들어간 주먹이지만, 그 준민함이 오히려 가필을 불안하게 만든다. 성급히 움직이는 소녀의 목덜미를 잡아, 가필은 소녀를 들어 올렸다.
 들어 올려져 고양이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미미. 그녀는 가필과 시선이 마주치자, 곧바로 즐거운 듯한 얼굴로 싱글벙글 웃기 시작한다. 그 덜렁이에 생각 없는 표정을 보고, 가필은 뭔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 어처구니없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너도 이것저것 큰일일 텐데, 고민하고 있는 얼굴로는 보이지 않네」

「훗훗후―, 보이지 않아! 약함은 보이지 않는다! 강한 곳이 미미의 장점이야―라는 느낌! 반했어? 반했어?」

「안 반했어」

「그런가―」

 유감스러운 기색도 보이지 않고, 흔들흔들 흔들리는 미미는 즐거운 듯하다.
 그다지 무거운 것은 아니고, 내던져 또 날뛰게 되어도 심장에 나쁘다.
 가필은 미미를 한 손에 매단 채로, 주어지고 있는 식사처를 향해 다리를 진행시킨다. 덧붙여서 가필이나 미미같이, 도시 방위에 공헌한 면면의 생활 등은 키리타카가 보증해 주고 있다. 침상이나 식사도, 그런 일부다.
 지금은 도시의 각처에서 일손이나 물건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필도 그 근처의 일에 사치를 말할 생각은 없다. 스바루가 이따금 말하고 있던, 서로 윙윙이라고 하는 녀석이다.

「꼬맹이, 배의 상태는?」

「응―, 배는 비었어―! 꼬륵꼬륵꼬르륵! 빨리 밥가자―!」

「위장의 얘기가 아냐, 바람구멍의 얘기야. 상처 말이야」

「아―, 그거! 응, 많이 괜찮은 느낌일지도? 미미는 천하태평―. 그치만, 헤타로와 티비는 아직 힘든 느낌이 들어? 미미의 상처, 꽤 맡아 버린 것 같으니까―, 어쩔 수 없는 두 명이네」

 짧은 팔짱을 끼고, 미미가 흠흠 하고 콧김 거칠게 끄덕이고 있다.
 가필을 감싸, 깊은 상처를 입어버린 미미. 생명에 관련되는 중상이었던데다, 치유 마법으로도 결코 막히지 않는다고 하는 악몽과 같은 상처였다.
 그런 미미의 생명을 간신히 연결했던 것이, 미미와 세쌍둥이의 형제인 남동생 두 명이다. 형제끼리 상처나 피로를 서로 나누는 『삼분의 가호』의 효과에 의해, 누나의 부담을 남동생 두 명이 맡는 것으로, 소모하면서도 세 명의 생명은 무사하게 연결되었다.

 그 뒤는 안정을 취하며 치유 마법에 의한 회복을 기다릴 뿐인 상태이지만, 남동생 두 명에 비해 당사자인 누나가 훨씬 회복이 빠른 것은 짓궂은 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거기까지 다하고, 누나에게 이런 평가를 받는 것도 심한 것이지만.

「남동생 두 명도 보답받지 못하네. 너, 좀 더 제대로 감사하는 것이 좋지 않아?」

「감사 말이지―, 그것도 알고 있어. 가피가 말하고 싶은 것도 알지만, 역시 미미는 누나니까―. 헤타로와 티비는 혼내지 않으면 안돼―」

「아아?」

「기분은 초―기쁘지만, 미미에게 휘말려 두 명이 죽으면 미미도 곤란한 것 같은? 생명은 중요해! 완전 중요해! 두 명의 생명은 특별히 중요해! 그러니까, 미미를 위해서 낭비는 안돼! 아가씨도 낭비는 안된다고 말했다―!」

「――――」

 가필에게 잡힌 채로, 긴 꼬리를 흔들어 밸런스를 취하는 미미. 팔짱을 끼고, 드물게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던 소녀의 말에, 가필은 몹시 놀랐다.
 틀림없이 또, 도무지 알 수 없는 도리가 튀어 나올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제대로 생각하고 있구나, 너」

「당연! 고저스 미미는 똑똑해! 기특해! 우수 상품! 반했어? 반했어?」

「안 반했어」

「그런가―, 유감」

 팔랑팔랑 흔들리는 채로, 미미가 가필의 대답에 깔깔 웃는다.
 그런 노골적인 웃는 얼굴에 가필은 뺨을 긁고,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말이다, 그러면 똑같은 걸 남동생 두 명도 말할 수 있잖아」

「응―?」

「누님이 다 죽어가고 있는 거라고. 그래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수단이 손안에 있는 거라면, 시험해 보겠지. 그래서 나중에, 혼이 난다고 해도」

「응응―」

 미미의 도리도, 물론 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소중한 사람이 결사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그것은 기쁜 일이지만, 동시에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과 함께 죽기를 원한다고, 가필은 단언은 할 수 없다. 가피는 분명, 일생이 걸려도 그것은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람이라면, 어떨까 하고 갑자기 생각했다.
 람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죽는 일도, 함께 죽게 되는 일도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보고 있는 상대는 그 자식이기에, 필연적으로 그 상대도 그 자식이라고 하는 일이 되어 버리지만.

「응응응―! 그치만 역시 안돼―! 역시, 미미 초―혼냅니다. 결정했어!」

「……그러냐」

「고마워―라고 말하고, 그리고 따콩 할거야. 미미가 그렇게 말할 거라고, 헤타로와 티비도 아마 알고 있을 테니까, 알고서 그런데도 한다는 거라면 어쩔 수 없네―. 너무 사랑받아서 곤란해―!」

「――――」

「함께 죽을지도 라는건, 함께 살고 싶다는 거고? 그래서 그런 거라면, 이제 누나는 누나하는 것뿐이고, 헤타로와 티비도 헤타로와 티비할 뿐이지―」

 태연하게, 미미는 남동생 두 명의 헌신에 자신의 대답을 찾아내고 있다.
 그것은 말로 하면 쓸데없이 간소해, 오히려 애정이 적다고 생각될지도 모르는 회답이었지만, 그런데도 가필에게는 꽂혔다.
 자신의 안쪽에 있는 응어리에, 무관심하게 손가락을 찔러 넣어 휘저어진 것 같은, 깊은 속에서 침전하고 있던 것이 다시, 체내에 퍼져 가는 것 같은 가슴의 불쾌함이.

「그러면……」

 그러니까 가필은, 그 가슴의 불쾌함에 물고 늘어지듯이 말을 만든다.
 매달린 미미를 노려보며, 재생한 송곳니를 한 번, 두 번, 씹어 울리고,

「그러면, 너는 어째서 그 때, 이몸을 감싼 거야? 감싸서, 죽을지도 모르는 상처까지 입고, 그리고……」

  그런 식으로 감싸져, 죽을지도 모르는 것 같은 상처를 입어져, 혼신의 성과일로 자신의 마음을 어질러 가, 무엇으로 그런 일이 생겼는가.
 자신을 위해서 남동생 두 명이 결사적이게 되는 것은 화내는 주제에, 어째서 만난 지 며칠의 생판 남인 가필에게, 그런 식으로 결사적이 되는 것인가.

 자신은 그 때의 감사도, 그녀가 살아난 것에의 말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는데.

「그야―, 가피에게 미미가 반해버렸으니까 어쩔 수 없지―. 쑥스러워서 곤란해―」

「――읏! 그래봤자, 며칠인가의 이야기잖아」

 쑥스러운 듯이 머리를 어루만지는 미미의 말에, 가필은 어금니를 씹었다.
 그렇다, 단 며칠의 마음이다. 미미의, 가필에게 반했다고 하는 발언을, 통채로 삼키는 것은 일단 좋다고 하자. 그녀의 생각에 가필이 어떻게 응하는가 하는 부분은, 이 장소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생각의 강함과 깊이다. 겨우 며칠이 아닌가.

 가필이, 람을 연모한 연수는 7년――대략, 인생의 반의 기간이다.
 그 만큼의 세월, 한 사람의 소녀를 줄곧 연모해 왔다. 그 세월의 분만큼 계속 무시당해오기도 했지만, 그런데도 단념한다고 생각했던 적은 한번도 없을 정도로, 그녀를 연모해, 그녀를 갖고 싶다고 바라, 말과 행동에 힘써 나타내 왔다.
 그러니까,

「대단한 시간도 없었는데, 어째서 너는……」

 생명까지 걸고, 자신을.
 남동생 두 명이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는 주제에. 그런 애정을 어째서, 자신 따위에게 향할 수 있었는가.

「옛날에, 로시가 말했어!」

「……아아?」

「부부의 조건!」

 귀에 익지 않은 단어가 튀어 나와, 가필이 의아스럽게 눈썹을 찌푸린다. 그러자 미미가 돌연 몸을 돌려 가필의 손에서 떠나, 지면에 착지. 그대로 구르듯이 가필의 앞에 뛰어 오르더니, 따악 양손의 손가락을 이쪽에 들이대어 온다.
 그리고,

「부부는, 함께가 되어 쭉 몇 년도 몇십 년도 몇백 년도 함께 보내겠지?」

「몇백 년은 너무 특수한 예겠지……」

「마음이 영원하다면, 몇백 년은 짧아 짧아! 그래서, 쭉 함께 보내는데, 싸움한다든지 음식 서로 빼앗는다든지는 아마 하겠지?」

「――――」

 싸움의 규모가 정말 작다는 생각이 들지만, 가필은 입다물고 듣는다.
 흥분되어, 막은 상처가 퍼져도 곤란하다. 미미가 말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같이 시켜, 침착해진 순간을 붙잡아――,

「그런 싸움도 서로 빼앗는 일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상대를 선택해라 같은? 그리고, 초―끈끈하게 되는 상대는 대체로 한눈에 알 수 있잖아―라든지 말했어!」

「한눈에 안다니……」

「미미, 가피 보고 끈끈하게 됐어! 그러면, 끈끈하게 된 바로 직후인 것도, 몇백 년도 함께 있다면 오차같은 거잖아? 앞으로의 가불! 그래, 아가씨가 말하고 있었던 녀석! 가불! 그리고, 나중에 이자!」

「하……」

 에헴, 하고 가슴을 펴는 미미의 말에, 가필은 어이를 상실했다.
 가불이라든가 이자라든가, 말하고 있는 의미를 알 수 없다. 결국은, 그건가. 한 쌍이 되는 상대와의, 그 후의 수백 년분의 인연을 가불할 테니까, 같은 말인가.
 그것이 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는, 그런 느낌의 말인 것인가.

「……하지만, 죽을지도 모르는 거였다고」

「응―?」

「그걸로 죽었으면, 가불도 뭣도 없잖아. 그런데도」

「저기―, 가피, 머리 괜찬아?」

 괴로운 듯이 흘리는 가필에게, 미미가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물어 온다.
 가능한 한 듣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 들어, 가필이 아연실색. 그리고 미미는 지당하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함께 죽을지도 모른다는 건, 함께 살고 싶다는 거잖아? 그리고, 미미도 가피도 살아 있는데, 왜 궁시렁궁시렁 말하고 있어―? 머리 벗겨진다―?」

「――――」

「오? 가피, 지금 웃었어? 저기―, 웃었어―?」

 들여다 봐 오는 미미의 둥근 눈동자에, 가필의 송곳니가 운다.
 딱딱 우는 송곳니의 소리, 그 연속이 점차 간격이 좁아져, 그것은 이윽고 웃음소리와 섞여 대폭소로 바뀌었다.

「오―! 가피, 대폭소! 뭔가 재밌는 일 있었어?」

「네, 네가 재밌다고, 꼬맹이. 아, 젠장, 제길」

「미미인가!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미미가 있으면, 이제 웃을 수밖에 없어진다던가 아가씨라든지도 자주 말했으니까―」

 모르는 얼굴의 미미의 태도에, 더욱 더 웃음이 울컥거려 온다.
 아니, 모르고 있는 것은 미미가 아닌, 훨씬 자신의 편이다.

 미미는 아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뿐으로 감각적으로 제일 소중한 것이 명확해져 있다. 가필이 말로 하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는 것이, 그녀에게는 분명하게.
 그러니까 지금, 가필은 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조금 전의 도리라면, 남동생 두 명이 너를 위해서 결사적이게 된 것도, 함께 살고 싶기 때문인 거 아니냐」

「미미는 괜찮아! 헤타로와 티비는 안돼! 그런 거야―!」

「뭐야 그게」

 누나의 권한을 내세우는 미미에, 끝까지 쓴웃음이 없어지지 않는다.
 생각하면 프레데리카도, 극히 드물게, 아니 드물지도 않은 감각으로, 비교적 빈번하게 누나의 입장을 방패로 무리한 말을 해 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뭐야, 그러면 당연한 일인 건가. 누나가 남동생에게 무리를 말하며 사랑하는 건.

「응, 가피 조금 괜찮은 상판이 됐다―, 칭찬해 줄게―」

「네네」

「칭찬한 미미한테 반했어? 반했어?」

「안 반했어」

「그런가―. 그치만, 미미는 반했어. 안심해!」

「……아아, 고맙다고」

 달려들어올 듯한 기세로 곁에 나란히 서서, 미미가 싱글벙글 함께 걷기 시작한다.
 딱 좋은 위치에 있는 머리를 어루만져 주자, 미미의 꼬리가 휙 서, 즐거운 듯이 좌우에 흔들흔들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미미의 태도와, 그 결사적인 행동의 결과를, 납득한 것은 아니다.
 가필의 납득과, 미미의 납득은 합의점이 다르다. 미미가 이미 납득해 버리고 있다는 것이, 적어도 그녀의 말로부터 전해져 온 것 뿐이다.
 가필의 대답은, 수문도시의 파문으로서 나타나는 유감은, 아직 아무것도 분명히 해결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광명으로는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지 않으면 안 되는 대답에의, 이치를 비추는 광명에는.

「식당에 도착~! 가피! 미미, 꼬륵꼬륵꼬르―윽!」

「그러니까, 상처 덧나니까 까불지 말라고」

 기세 넘치게 식당에 뛰어들어가는 미미에게, 기가 막히면서 따라 들어간다.
 그다지 넓지 않은 식사 스페이스를, 지금은 부흥에 종사하는 많은 인간이 채우고 있다. 정확히 정오인 것도 있어, 점내에 빈 자리를 찾는 것도 상당한 고생이다.

「가피! 여기! 여기 비어있어! 합삭 괜찮대!」

「합삭이라니, 아, 합석인가. 알았어」

 역시나의 행동력으로 점내를 이리저리 다니는 미미가, 조속히 두 명분의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가게의 안쪽을 향하자, 정확히 4인석 자리의 반이 비어있던 형태다. 미미가 꼬리를 흔들면서 앉는 것을 보고, 가필도 좌석에 도착한다. 그리고, 아마 지금부터 소란스러운 미미가 폐를 끼칠 것이라고, 정면의 손님에게 말을 걸려고 하자――,

「오」

「이것은 우연이군요, 가필님」

 대면의 자리에 앉는, 백발의 노인――빌헬름과 얼굴을 맞대었다.
 노검사의 조용한 눈동자와 마주보는, 가필은 희미하게 숨을 삼킨다.

 수문도시에 남는, 가필 틴젤의 유감.
 그 두 번째의 해법과, 무관계하지 않은 만남이 여기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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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오랜만에 번역!

2016년 11월 20일 일요일

잠시 쉬겠습니다

일이 좀 생겨서요
나중에 한무더기 들고 돌아올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