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4일 토요일

리제로 4장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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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85 『말로, 마음으로, 주먹으로』


「──에?」

 순간,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몰라서, 스바루는 얼빠진 소리를 내고 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리는 스바루. 에밀리아는 그런 스바루를 응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형태로 만들듯이,

「스바루가 그런 식으로, 나를 생각해 주고 있는 것도, 움직여 주고 있는 것도, 엄청 기뻐. 엄청 엄청 믿음직하고, 엄청 엄청 의지하고 있어.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도망갈 길을 찾으려고 하는 건, 안돼」

「아, 안된다고 말해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문제가 맡겨진 상황에!」

「도전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나야. 내가 도착해야 하는 장소가 있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지나야 하는 관문이 있고, 그걸 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에 대해, 나는 변명하고 싶지 않아」

 단단히 입을 물고, 결의를 두 눈동자에 머금은 에밀리아의 앞에서 스바루는 충격에 휩싸인다.
 의연한 그녀의 얼굴에는, 강한 의지의 빛이 가득 차 있다. 거기에는 스바루가 손을 뻗어, 이끌어 주지 않으면 길도 걸을 수 없을 것 같은, 허약한 소녀의 모습은 없다.
 왜, 어째서. 의문의 말이 가슴 속을 채우는 와중에, 스바루는 고개를 흔들며,

「에밀리아의, 그 각오는 훌륭하다고 생각해. 그치만 그 『시련』과 너는 상성이 너무 나빠. 승산이 없... 적은 싸움에 무작정 도전하는 것을, 나는 좋은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승산, 역시 적은 것처럼 보이는구나」

「…………」

 덮을 말도 나오지 않고, 입을 다무는 스바루에게 에밀리아가 쓴웃음을 짓는다. 희미하게 눈꼬리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아주 정직하게 받아 들인 결과다.
 바로 변명할 말도 고를 수 없는 자신이, 몹시 부족한 인간이라고 생각되었다.

「적어도, 실마리를 찾는 걸 기다리지 않을래? 시간만 있다면, 내가 반드시... 좀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 주겠어. 그렇게 하면, 에밀리아도 안심하고...」

「하지만, 안돼, 스바루. 나는, 왠지 모르게 알고 있어. ─그 묘소의 『시련』에는, 절대로 지름길도 샛길도 없을 거야」

「────」

「신기, 하지만 말야. 그걸 알 수 있어. 시간을 들여도, 도전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확실히 잡히지 않으면, 결과는 반드시 같아지게 될 거라고, 그걸 알 수 있어」

「아...」

 부정의 말이 나오지 않는다.
 『시련』의 성질에 대해 자세한 것까지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에밀리아가 감지하고 있는 룰에 관해서는, 스바루도 같은 의견이었기 때문이다.
 『시련』의 내용도, 그 질도, 몇 번 도전을 반복한 곳에서 멈추면 어렵게도 되지 않는다. 같은 조건, 같은 내용의 것이, 도전자를 마중나간다. 『시련』의 성질은 바뀌지 않고, 도전하는 측의 마음 하나로 다른 결과를 얻는──에키드나가 좋아할 것 같은 일이다.

 자신이 입에 담은 위로를 간파당한 것도, 에밀리아가 상상 이상으로 『시련』의 본질을 꿰뚫고 있던 것도, 스바루에게 있어서는 놀라 마땅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덧붙여 스바루가 필사적으로 말을 이어가려고 하자,

「저기, 스바루. ─스바루는 어째서, 나를 도우려고 해 주는 거야?」

「────」

 앞질러 내밀어진 질문은, 이전에도 내밀어진 중요한 의미를 가진 물음.
 그 대답을 고하기 위해서, 스바루가 얼마나 필사의 시간을 보내온 것인가.
  그것을 에밀리아에게 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난을 넘어온 것인가.
 그렇기에, 같은 물음에 스바루는 주저 없이, 분명히 대답할 수가 있다.

「내가 너를 돕고 싶어하는 건, 내가 너를 좋아하기 때문이야. ─너의 모든 걸, 정말로 좋아하기 때문이야」

「──응. 응, 알고 있어. 스바루는 나를, 정말로 좋아하는걸」

「────」

「그 스바루의 마음이, 엄─청 기뻐. 엄─청, 믿음직스러워. 엄─청, 의지하고 있어. 스바루가 그렇게 나를 봐 주고 있는 것만으로, 분명 엄─청 노력할 수 있어」

 가슴에 손을 대어, 희미하게 뺨을 붉히면서, 에밀리아는 눈을 감는다.
 다양한 생각을 담아, 그녀는「그러니까」라고 말을 이으며,

「뭔가를 해야 한다, 라고 고민하지 마. 스바루가 보고 있어 주는 것만으로, 나는 노력할 수 있으니까. 뭔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 준다면, 나의 어리광을 받아 준다면, 옆에 있어주기를 원하는 거야. 나의 등을, 지탱해 주기를 원하는 거야」

「에밀리아...」

「휘청휘청해버릴 것 같을 때에, 뒤에서 받쳐 주는 손이 있으면 반드시 똑바로 설 수 있으니까. 그렇게 흔들리고 있을 때, 스바루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

「언제나 내 앞을 걷고, 넘어지지 않게 돌을 치워주고, 길을 열어주고, 풀과 나무를 베어가며, 손을 잡아주려고 해 줘서 고마워. 그렇지만, 그렇게 받기만 하면, 나는 스바루에게 질질 응석부려가기만 해 버릴거라고 생각해. 나, 뿌리가 위태위태 하니까.」

「위태위,태...라니」

 평소의 대화 교환을 하려고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스바루의 마음 속에서, 부풀어 오르는 감정을 제어할 수 없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다만, 존재를 강하게 주장하는 그곳에 감정을 전부 빼앗기지 않게, 스바루는 어금니를 악물고 에밀리아와 계속 마주본다.

「응석부리고 응석부리고, 응석부릴 뿐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이번엔 그렇게 하지 않고, 해 보려고 생각해. 실패할 때마다, 스바루나 모두에게 걱정 끼쳐 버리는게 걱정이지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루라도 빨리 뛰어넘어 보일테니까」

 말을 이을 수 없는 스바루에게, 에밀리아는 다부진 미소를 띄우고,

「그렇게 노력하는 제 옆에서, 그 노력을 지켜봐 주세요. ──그것이, 제가 스바루에게 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 ※ ※ ※ ※ ※ ※ ※ ※ ※ ※ ※


「────윽!!」

 바람을 가른다. 다리가 날뛰는 대로, 마음이 재촉하는 대로.
 발밑이 안좋은 경사면을 날듯이 달려, 나뭇가지에 뺨을 긁히는 아픔에 찰과상을 만들며, 몇번이나 넘어지면서도, 숨이 허락하는 한 계속 달린다.

「────!!」

 목소리가 되지 않는 소리를 높여, 부풀어 터지라는 듯이 목을 열어, 밤의 어둠을 가리는 초록빛의 틈새로부터 하늘을 우러러보며, 맑은 대기에 매우 창백하게 빛나는 달과 별의 깜빡임을 응시하며 외친다.
 ──그렇게 몸 속에서부터, 어리석음이란 어리석음을 모조리 토해 내어, 이것도 저것도 텅 비게 해 버리고 싶었다.

 ──마지막에 본 에밀리아의, 강한 결의를 품은 미소가 눈에 남아 들러붙어 있다.

 그 미소와 전해들은 각오와 스바루 자신의 착각. 가슴을 불태우는 것 같은, 안에서부터 부풀어오르는 충동의 정체를, 그것들이 합쳐져 간신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충동의 정체를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스바루는 안절부절 못하고, 에밀리아와 헤어지자 마자, 충동적으로 숲에 뛰어들어 짐승처럼 이리저리 다니고 있다.

 멈춰 서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자는 것에서부터도 도망치게 두지 않고, 에밀리아를 생각할 때 마다 불을 뿜을 것 같게 되는 격정──이 감정을, 사람들은 『수치』라고 한다.
 수치가, 스바루의 전신을 지배해, 우두커니 서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나는... 나는...!」

 너무나도 바보같다. 정말로정말로, 어쩔수 없을 정도로 어리석어, 구제할 도리가 없다.
 로즈월이 에밀리아를 저것이라고 업신여기며 불렀을 때, 스바루는 격앙해 덤벼들었다. 그녀를 모욕해, 깎아내리는 말과 태도를 허락하지 않으리라고 소리를 높여,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 대화의 직후에 에밀리아와 만나, 자신이 그녀에게 해 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더없는 마음을 털어 놓아, 그것이 거절되어, 처음으로 깨달았다.

 ──에밀리아의 각오를, 결의를, 강함을, 가장 신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스바루다.

 지켜 줘야만 한다고. 괴로운 생각도 슬픈 기분도 들게 하고 싶지 않다고.
 스바루는 그런 말을 내걸고, 에밀리아를 고난으로부터 멀리하기 위해 사고를 돌리고 있었다. 『시련』을 대신 받으려 도전하고, 그것이 실현되지 않게 되면 『시련』을 받지 않아도 되는 샛길을 찾아, 그것조차 힘들다고 생각하면──최악,『성역』을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간제한의 원인인, 대토마저 어떻게든 하겠다고, 모든 방향에서부터 에밀리아를 『시련』에 부딪히지 않고 끝나는 방법으로만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스바루가 독선적이고 제멋대로인 비호욕으로, 에밀리아를 지키려고 획책하는 동안에도, 에밀리아는 에밀리아 나름의 각오와 결의를 혼자만의 밤에 굳히고, 『시련』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을 것을 결심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럴 각오를, 스바루에게 지지받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었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나츠키 스바루가 가장, 에밀리아라고 하는 소녀를 업신여기고 있었다.

「────윽!」

 그걸 알아차린 순간, 스바루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수치에 머리를 휘둘렀다.
 스바루의 대답을 요구하는 에밀리아에게, 애매한 응답을 하고, 걱정스러워하는 그녀에게 손을 들어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대로 숲으로 도망쳐, 이 꼴이다.

 한때에 왕도에서 스바루는, 똑같은 독선으로 에밀리아를 상처입혔다.
 에밀리아의 생각도 각오도 알지 못하고, 막 얻은 자신의 권능에 취한 채, 제멋대로인 행동의 진심을 그녀에게 전하지 않았고, 그것은 스바루와 에밀리아 사이에 이별을 낳았다.
 그 일이 있었기에, 그녀에게로의 생각과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확립했기 때문에, 스바루는 이렇게 지금, 이 장소에 서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또다시 스바루는 잘못을 범했다.

 에밀리아 대신에 상처입고, 에밀리아의 고난을 넘겨받아, 에밀리아를 위한 길을 만든다.
 그것을 에밀리아에게 자랑하지도, 타인에게 자랑하는 것도 아닌 방식은, 이전에 비하면 조금은 전진한 것처럼 보여──그 열매, 본질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상처입는 것을, 숨기는 방법이 잘 갖춰진 것 뿐이다.
 상처입은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등의 교만함을 감춘 것 뿐이다.
 자기본위를 에밀리아에게 강요해, 이것이 올바르다고 외치는 모습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숨이 차, 허덕이듯 얼굴을 든 순간, 굵은 가지가 달리는 스바루의 이마를 쳤다. 아픔에 등을 뒤로 젖힌 순간, 발밑이 무너져 허공을 잡는 감각.
 옆으로 쓰러져, 흙과 낙엽 투성이인 지면에 누워, 스바루는 흙 위에 대자[大字]가 된다.

 열을 다 빨아들이는 듯한 차가운 흙에 등을 붙이고, 난폭한 한숨을 흘리면서 곧바로 하늘을 올려본다. 뻐끔, 나무들 틈새의 빈 공간으로부터 밤하늘이 보인다.
 가로등 따위 없는 이 세계에서는, 피부를 찌를 정도로 맑은 대기 속에서 별이 밝게 빛난다. 광활한 밤하늘 아래에서, 스바루는 기억에 없는 별자리들에게 둘러싸인 채, 자신의 작음과,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과, 형태가 있는 공포와, 실이 꼬인 듯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녹아 간다.

 털썩, 피로가 밀어닥쳐 와, 의식을 유지하고 있을 수 없다.
 노도의 시간이었다. 육체에 축적된 피로 뿐만이 아니라, 정신에 겹겹이 쌓인 피로의 갖가지가 스바루를 어둠으로 끌어들여 간다.

 『사망회귀』. 마녀의 다과회. 로즈월의 진심. 그리고 잘난체하던 자신과 홀로 서는 것을 각오하고 있는 에밀리아.
 그런 생각 중에서, 스바루 자신은 무엇을 해야 대답이──.


※※ ※ ※ ※ ※ ※ ※ ※ ※ ※ ※ ※


「꽤나 뭐, 좋은 팔자시지 않냐」

 으스스한 추위와 무책임한 소리가, 잠으로부터 눈을 뜬 스바루가 최초로 느낀 것이었다.
 차가운 햇볓에 눈시울을 떨며 눈을 연 스바루는 얼굴을 찡그린다. 나무들의 무리로부터 들여다 보는 태양을 직접 봐 버려, 눈물고인 눈이 되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하니,

「읏, 우, 아퍼...」

 단단한 관절이 삐걱거리는 듯한 소리가 나, 스바루는 아픔에 신음을 흘린다.
 단단한 지면 위에 누워 있던 몸은, 흙과 공기의 차가움과 맞닿아 째깍째깍 단단해지고 있어, 관절을 풀기 위해 움직일 때마다 둔한 아픔을 호소해 오고 있었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붕이 없는 곳에서 자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고. 『지붕과 마루에, 가우란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라는 거니까 말이다」

「가우란이라니... 아니, 그것보다」

 머리를 흔들어, 스바루는 말을 걸어오는 난폭한 목소리의 주인인──지면에 들어앉아있는 스바루를 내려다 보며, 송곳니를 으르렁대고 있는 가필을 올려다본다.
 동시의 의식의 각성이 찾아와, 스바루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져 있는지도 생각해 냈다.

「그런, 가... 나는 어제, 그대로 잠들어서...」

「아침 일과로 돌아보고 있으니, 네 냄새가 숲에서 나왔을 때는 어떻게 된 일일까 하고 생각했다고. 대자로 누워있으니까, 빨리도 누군가에게 불의의 습격이라도 당한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유력 후보인 네가 안 했다면, 아무도 안 할거라고. ...지금, 몇시 정도야?」

 이마에 손을 대어, 조금 무거운 머리를 흔들면서 가필에게 묻는다. 가필은 「핫」이라고 코를 울리며,

「그렇게 초조해 하지 않아도, 아침밥 시간보다 전인 건 틀림 없어. 일어나 있는 건 아침이 이른 할아범이나 할망구들이나, 이몸 정도일거야」

「그러면, 내가 돌아오지 않아서 소란이 되었다던지 하는 일은 없었던 건가... 그렇게 되기 전에, 대성당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귀찮게... 아니, 지금은 그것보다...」

 밤중에 스바루가 돌아오지 않은 걸로 되면, 먼저 돌아온 오토가 의심스럽게 여겨 떠들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특별히,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아도, 아람마을의 피난민들에게 불안이 퍼지는 것은 피하고 싶다. 문제가 쌓인 곳에, 자신의 부주의로 불화를 가져온다니, 해서는 안 되는 최악의 터부다.

「...어제 밤과는, 또 꽤나 낯짝이 달라졌구만」

「아?」

 옆의 나무에 기대듯 일어서, 목을 돌리고 있던 스바루에게 가필이 그렇게 말을 걸었다. 돌아 보니, 그는 자신의 짧은 금발을 슥싹슥싹 쥐어뜯으며,

「여유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던 어제와는 다르게, 지금의 네놈은 뭐랄까, 상쾌한 듯한 면상을 하고 있다고」

「────」

「칫, 그것도 뭔가 다르군. 젠장, 잘 말은 못하겠지만... 어이, 뭘 웃고 자빠졌냐」

「크, 하하...」

 가필의 지적에, 스바루는 자신의 뺨에 손을 댄다. 그리고, 입가가 희미하게 느슨해진 것을 느껴, 목 안쪽에서부터 떨리는 듯한 웃음을 토해냈다.
 낮고, 뭔가가 걸린 듯한 느낌의 그것은 점차 커져,

「핫하하! 내가, 상쾌한 듯이 말이냐! 그런가, 그렇게 보이는거냐」

「뭐야! 뭐가 그렇게 이상해서」

「반대야, 가필. 전혀, 완전히, 반대다.」

「아앙?」

 웃음의 충동을 눌러 참으며, 스바루는 가필에게 손가락을 들이댄다.
 그리고,

「상쾌하다거나 하진 않다고. 내 안은 아직도 빵빵하게 차 있어서, 솔직히, 당장이라도 파열해 버릴 것 같은 정도야. 하려고 한 것들이 전부 다 부정당해서, 해야지 하고 노력하고 있었던 전부로부터 배신당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진짜로 모르겠어」

「────」

「정말로 궁지라는 것을 알게 되면, 반대로 웃게 되버리는거야. 어떻게든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일 전부가 안된다는 거라면... 다시 처음부터인가」

 힘없이 중얼거리며, 스바루는 낙담한다.
 처음부터 착각했던 것이라면, 그 뒤로 쌓아 온 생각 모두가 잘못되었다.
 문제를 타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제한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데, 계산식을 머리로부터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에 이제 와서 깨달은 것 같은 뒤늦은 감각. 한층 더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재차 마주본 문제가, 아직 해법을 배우지 않은 종류의 문제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필은, 소침한 모습의 스바루에게 무슨 말을 하면 좋은 것인지 고민하는 듯 콧등에 주름을 세우고 있다. 가필에게 물어봐도, 명확한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한 이상, 이것은 단순한 시샘에 지나지 않는다.
  양 측 사이에, 거북한 침묵이 떨어진다. ──그 때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르쳐 드릴까요」

「────!」

 돌연, 위에서부터 떨어진 소리에 스바루는 당황해 뒤돌아본다. 스바루와 같은 방향을 올려다 보는 가필에게 놀라는 기색이 없는 것은, 그는 그 기척을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뒤돌아 본 시선의 앞, 나무들 사이로 이쪽으로 걸어 오는 것은,

「...오토─?」

「예에, 뭐, 좋은 아침이에요. 그래요, 접니다.」

 가지가 밟혀 부러지는 마른 소리가 울리고, 어딘가 속이 빤한 미소을 띄운 오토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갑작스런 그 출현에 스바루는 몹시 놀라고 있지만, 가필은 작게 혀를 차고 나서,

「말해 두지만, 이 몸도 발견한 건 방금 전이니까 말이다. 형씨를 잊어버렸던 건 아니라고」

「그런 의심은 안 한다구요. 나츠키 씨도, 멀쩡한 상태로 발견된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다행인 김에,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말해 봐」

「나츠키 씨와, 단 둘이 있게 해 주셔도 괜찮을까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스바루의 앞에서, 오토와 가필이 말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 오토의 마지막 의사표현에 가필은 이를 갈고, 스바루 쪽에 슬쩍 시선을 보내고 나서,

「묘한 짓거리 하는 거 아니라고」

 라는 말만 남기고, 그 자리로부터 발을 뗐다.
 풀을 밟으며, 숲을 빠져나가 『성역』쪽으로 돌아가는 가필. 그 등을 모양새만으로나마 배웅하며, 스바루는 마른 입술을 혀로 적시고,

「어,쩐지 모르는 사이에, 가필과 얘기가 통하게 된 거 같네」

「나츠키 씨가 파닥파닥 하는 동안, 저도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니까 말이죠. 나름대로 이곳의 사람들이나, 피난해 온 여러분들과 교류가 깊어지거나 하는... 뭐, 그런 일은 지금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스바루의 의문에 친절히 답하고, 오토는 손짓으로 이야기를 중단하더니, 그 두 눈동자로 가만히 스바루를 응시한다. 아니, 응시한다고 하기에는 분별력이 너무 강하다. 그것은 분명하게, 노려보는 수준에 이르는 강함이었다.

「뭐냐고...」

 그 시선의 기분나쁨에, 스바루는 말끝을 흐리듯이 약한 소리를 낸다. 그것을 들은 오토는 작게 한숨을 흘리며,

「이야기는, 어렴풋이입니다만 듣고 있었습니다. 나츠키 씨 꽤나, 내몰려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여러 가지 일로」

「────」

「자세한 건 물론, 입장 상 알 수는 없지만 말이죠. 막힌 거죠? 어떻게 하면 좋냐고, 약한 소리를 내실 정도였고」

「그렇다면, 어쩔 건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르쳐 준다던가, 말했었지」

 어딘가 신랄한 오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스바루는 끼어들어 왔을 때의 첫 발언을 언급한다.
 오토는, 스바루와 가필의 침묵의 장소에, 확실히 그렇게 말하며 끼어들어 온 것이다. 그 말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고 있다니, 너는...」

「네, 알고 있습니다. 간단한 거라구요」

「간단...이라니」

「알고 싶으신가요?」

 그 말투에, 무심코 빠직 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이 정도로 괴로워하고,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상대를 향해서, 신경을 자극하는 것 같은 말투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다.

「다, 당연한 거잖아! 장난치지 마! 뭔가, 네가 알고 있는 일이 있다면 나에게...」

「그렇다면, 준비가 있습니다」

「주, 준비...?」

「네. 우선은 천천히, 크게 숨을 들이마쉬며...」

 이쪽에 손을 향하며, 오토는 제스쳐를 넣으면서 스바루에게 심호흡 지시를 내린다. 의미를 모른 채, 스바루는 그 지시에 따르듯이 숨을 정돈하고, 눈을 감아 폐를 부풀리고──,

「────!?」

 다음 순간, 날카로운 충격이 뺨을 강타하여, 스바루를 지면에 쓰러지게 만들었다.
 자세도 취하지 못한 채 넘어져, 얼굴부터 흙에 파묻힌 스바루는 몹시 놀란다. 머리를 흔들어, 무엇이 일어났는지와 주위를 둘러보고, 주먹을 거두는 오토의 모습을 확인하고, 맞은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숨을 삼키는 스바루 앞에서, 붉어진 주먹을 굳힌 오토가 말했다.

「친구 앞에서, 폼 잡는 것 따위는 그만둬, 나츠키 스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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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는 http://ncode.syosetu.com/n2267be/253/

댓글 6개:

  1. 오토존멋ㅋㅋ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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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음화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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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기...저 4장 81화부터 번역하는 흑수말갈인데요...한 독자분께서 85화를 사이트를 못 들어가셔서 못 보신다고 합니다...
    죄송하지만 글을 복사해 놓아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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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상관없습니다 ㅎㅎ
      어차피 친구가 부탁해서 시작한거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면 더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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