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8일 수요일

리제로 4장 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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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사족 『재림』














 ――침침하고 차가운 공간을, 철썩철썩 맨발의 발소리가 같은 간격으로 울리고 있었다.

 공간에는 얼마 안 되는 빛도 비쳐 들어오지 않고, 더듬는 걸음은 어둠이나 그림자안을 진행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런데 그 안을 나아가는 발소리는 헤매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이취[異臭]가 감도는 공간을 당연한 듯한 발걸음으로 답파해 나간다. 마치, 면식이 있던 자신의 방을 빠져나가는 것 같은 편안함으로.

「――――」

 방울져 떨어지는 물소리에, 기어다니는 벌레의 발소리.
 맨발의 발바닥에 느끼는 자갈과 진흙의 감촉. 불쾌감 밖에 떠오르지 않는 장소에, 그러나 그 그림자는 불평불만 하나도 흘리지 않는다.

 발을 디디는 그림자를 피하듯이, 거성을 망쳐지는 벌레의 무리가 길을 연다. 보슬보슬 흐르는 물이 발밑을 타고, 완만한 경사면을 타고 흐르는 것을 방해해 가며 나아간다.
 이윽고, 그림자는 발을 멈추고, 긴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면서 위를 올려보았다.

 여전히, 세계에 빛은 없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확신이라고 불러야 할 빛만이 있었다.

 살짝, 희미한 빛이 춤추고, 그림자의 발밑을 바람이 휘감기 시작한다.
 옅은 빨간색의 긴 머리카락과 걸쳐입은 옷자락의 긴 로브가 바람에 부추겨진다. 또한 발 밑, 바람이 날아오르는 지점을 기점으로, 돌연 둥근 방진이 그려진다.

「기동식은 살아 있었나」

 툭하고 중얼거리자, 빛나기 시작하는 마법진 위의 그림자――소녀의 몸이 떠오른다.
 몸은 마치 보이지 않는 바닥이 치솟듯이 위를 향하고, 어둠 속의 천정에 격돌할 듯 하다. 그 순간, 암반에 틈이 생기듯 벌어져 해 소녀의 몸이 밖으로 밀어내어졌다.

 태양빛에 눈이 타, 소녀는 눈시울을 닫는다.
 닫은 눈시울을 여는데, 딱 10초. 눈시울을 빠져나와 안구에 스며드는 햇볕. 그것에의 저항과 얼마간인가의 초조감에 눈을 크게 열었다.

 ――눈앞에,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 태양이 보였다.

「…… 의외로, 감동은 없었으려나」

 직접 목격한 햇빛을 앞에 두고, 소녀는 고개를 갸웃한다.
 무감동의 눈동자에는 중얼거린 대로, 잔물결정도의 감개 밖에 떠올라 있지 않았다. 가짜 태양만을 봐 온 몸에 있어, 진짜의 태양을 재차 보면 뭔가의 감동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렇다 치더라도, 무사하게 결계의 밖에 나올 수 있던 것 같구나. 분하게도, 저것은 『시련』을 무사하게 답파했다고 하는 것인가. 그 점에만은 감사해 둘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성역』의 밖에 나오는 것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확실히 자신의 수에 자신이 빠지는 형태다. 그 뒷치다꺼리를 한 소녀를 생각하면, 드물게도 가슴 속에 불만과 같은 것이 싹트는 것을 느낀다.

「뭐, 그냥 그런 걸로 해 둘까. 이 몸으로는 그다지 무리도 할 수 없고, 당분간은 공백을 메울 생각으로 걸어 다녀 보기로 하자」

 양손을 개폐하며, 소녀는 몸의 상태를 확인한다.
 기초가 된 그릇의 몸에, 수중에 넣은 동질의 영혼을 가진 복제체. 거기에 맞추어 영혼을 정착시키고 있지만, 친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름은, 모처럼 그에게 받은 것이니, 오메가라고 자칭해 둘까나」

 입술을 느슨하게 하면서 풀을 밟아, 나무들의 틈새를 지나 숲을 나온다.
 소녀의 다리로는 아주 조금 불안이 있는 도정이지만, 대단한 것은 아니다. 피로도 고통도, 육체와 영혼이 연결되고 있어야만 느낄 수 있다. 오래간만의 생의 충족, 즐겁게 받지 않으면.

「베아트리스는 금서고에서 나왔고, 로즈월은 복음서를 없앴다. 무엇보다, 불타던 것을 구한 청년도 그렇고, 분노를 잊을 수 없는 가필도 그렇고,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많아. 그가 어떻게 서로 마주 보아 갈지, 그늘에서 양지에서 지켜보기로 할까」

 의도적으로, 마음에 거스러미가 일게 하는 소녀의 일을 화제에 내지 않고, 걷기 시작한다.
 향하는 앞에 세계가 있다. 소녀에게 있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퇴색하지 않고, 풍부하고 윤택해, 무한의 호기심을 계속 채우는, 지식욕의 망자에게 있어서의 보물의 산이.

「이렇게 하고 있으면, 머지않아 아는 날이 오는 걸까나」

 길 한복판에서, 한송이의 꽃을 찾아낸 소녀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꽃잎을 한 장, 손가락으로 집어 냄새를 맡아, 살그머니 입속에 던져 넣는다.

 아름다운 꽃도 또, 언젠가는 시들어 버린다. 꽃은, 왜 시들어 버리는 것인가.
 사람과 사람과의, 아름다운 추억도 또한, 언젠가 퇴색해 버리는 것인가.

「――아아, 사랑은 왜 줄어드는 걸까」


 중얼거리며, 엷은 빨간색의 긴 머리카락을 흔드는 소녀는 내디뎠다.


  『마녀』는, 다시 세계에 풀어졌다.

댓글 26개:

  1. ....이 마녀는 누구인가...에키드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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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ㄷㄷ 막간 분량이 많은데.. 엄청 빠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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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마지막 저대사의 의미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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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답글
    1. 류즈오메가 몸속에 들어간 에키드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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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정말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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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붉은계열 머리카락에 『마녀』면 카밀라 밖에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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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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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오메가라고 했잖습니까!
    류즈 오메가 몸에 들어간 에키드나죠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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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메가는 류즈 복제체고 에키드나가 들어갈 목적으로 만들었다
      로즈월,베아트리스 얘기를 한다

      여기서 저걸 전부 놓차고 카밀라가 빨간 머리인것만 기억하는거 보면 글을 안 읽은 수준으로 못 읽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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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사랑은 왜 줄어드는 걸까의 의미는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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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마 자신을 사랑 (?)하던 로즈월이 목숨까지 걸고 고백했던 람에게 마음이 움직여서 그런 것 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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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로즈월 얘기인가? 뭔가 아닌것 같은데
    로즈월 얘기일 가능성이 제일 높긴 한데 일단 로즈월의 사랑이 딱히 흔들리지 않았고, 뭣보다 에키드나가 로즈월의 사랑에 신경 쓸 만큼 소녀감성인가?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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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베티는 금서고를 나오는걸로 로즈월은 복음을 태우는걸로 사랑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는거죠. 꽃이 시드는것처럼 자신과 그들의 추억이 퇴색되었다고 말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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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거 제대로 아는 사람 한명도 없던데 이게 정답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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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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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제가 보기엔.... 에티드나가 사랑을 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넋두리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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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에키드나겠죠. 다만 잡아두던 친우들도 있으련지? 보다 보면 알게 되겠지요. 마지막 말은 사테라와 적개적일 거란 복선이지 않을까싶습니다. 입체적 인물상 애키드나 로즈월/사테라 스비루 의 대립각이 기대이 기대되네요
    류즈 메이엘의 머리색은 붉은색입니다.마법사가 아니게 된 로즈월이 마지막에 성공했고 그 기반이 금서고임 이산 에키드나가 못할리 없겠죠.
    번역 고생하셨습니다. 덕분에 잘읽다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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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왜 사랑은 줄어드는것일까.... 하니깐 카밀라 같기도하고 다른부분에선 애키드나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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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에키드나는 자신의 지식욕=사랑이라고 느끼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번 화에서 보여준 예와 같이 꽃의 향기와 맛을 알기전에는 그것이 어떤 향과 맛일까 하는 궁금증=즉 사랑이 있었는데 그걸 직접 경험하고 알게 됨으로써 앞으로 자신의 알게 될 지식의 총량이 줄어들었다=즉 사랑이 줄어듬 이라고 표현했다고 보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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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자신의 수에 빠진다 , 한 소녀(에밀리아)를 생각하면 불만 이것만 봐도 에키드나긴 한데 뭐 이제와서는 이미 다 풀린 떡밥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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