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8일 수요일

리제로 4장 9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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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94화 제목은 『おいてけぼり』, 즉 '혼자 남겨두고 감' 정도의 의미지만 어울리는 번역을 못찾아서 '외톨이'로 의역했습니다

제4장 94 『외톨이』 

 ――눈을 뜨고 처음으로 느낀 것은, 비어 있는 오른손으로부터 오는 외로움이었다.

 일어난 직후라 혈액 순환이 나쁜 머리로 멍하니 그렇게 생각하고, 의식이 각성하는 것에 따라 그것이 너무나도 제멋대로인 감상이라는 것을 깨달아, 뺨이 분노와 수치로 급속히 붉어진다.
 몸을 일으키는 것보다, 침대 안에서 웅크리는 것을 선택해, 타올 모포를 말려들게 하듯이 몸을 작게 한다. 눈을 뜸과 동시에 자각한 자신의 야비함에, 하루의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자신을 잃어버렸다.

「――너무해, 너무해, 너무하네. 나…… 얼마나 제멋대로인 걸까」

 침대 안에서 웅크린 소녀――에밀리아는 중얼거리며, 자신의 추태에 긴 긴 한숨을 흘렸다.

 이불 안에서 몇번이나 개폐하는 손바닥에, 자기 직전까지 확실히 있던 감촉을 기억하고 있다.
 울퉁불퉁한 굵은 손가락, 손가락 끝은 조금 피부가 단단해지고 있어, 자신의 가늘고 허약한 손가락과는 완전히 다른 것 같다고, 여러번 있던 손을 잡을 기회마다 생각한다.

 에밀리아를 신경써주고, 상냥한 말을 걸어주고, 의식을 놓는 그 때까지, 침대의 옆에 앉아 계속 손을 잡아준 소년――스바루의, 그 투박하고 섬세한 손바닥의 감촉이다.
 잠을 깨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그 스바루의 손바닥의 감촉이 없어져, 손가락이 허공을 가른 것에 대한 적막감인 것이라니, 어찌 할 도리가 없는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그토록 의지해온 자신의 근성은 그 소년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하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인가. 벌써 자신의 약함과 죄로, 만회할 수 없을 만큼 주위에 폐를 뿌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역』를 방문하고 벌써 4일째――첫날을 넘기고, 그저께와 어제, 에밀리아는 『성역』의 안쪽에 있는 묘소에서, 『시련』에 그 몸을 던지고 있다.

 왕선을 이겨내어, 루그니카 왕국의 왕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에밀리아에게 있어, 이 『성역』의 힘은 얻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 중, 최초의 1걸음째에 해당한다.
 이 토지를 통치하는 로즈월이 에밀리아의 후원자이며, 사연이 있는 거주자들은 하프 엘프인 에밀리아와 입장을 비슷하게 가지는 자들이다. 이만큼 호조건을 갖춘 장소에서, 자신을 나타내고 그들에게 인정되지 못한다면, 이 뒤에 무엇이 가능한다는 것인가.
 왕선에 있어서의 에밀리아의 입장은, 다른 후보자들과 비교해도 불리한 면을 부정할 수 없다. 힘이 약한 에밀리아가 싸워 이기려면, 주위의 협력이 필요 불가결하다. 그리고 그 협력을 얻어내기 위한 신뢰는, 에밀리아 자신의 행동을 통해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올바르게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 에밀리아에게 있어, 『성역』에서 해야 할 일과 보여야 하는 것은 명쾌하다. 그 점에서 헤매는 것은 무엇 하나 없다.
 다만, 앞을 향하는 그녀의 눈동자에 그늘을 드리우는 것은――

「……『시련』」

  『성역』의 주민들에게 인정되기 위한, 유일하다고 해도 될 절대의 조건이 『시련』의 돌파다.
 묘소로부터 둘러쳐진 결계에 의해, 『성역』를 둘러싸는 주위의 숲 너머의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주민들. 그들과 밖의 세계에서 함꼐 싸워가기 위해서는, 『시련』의 답파로 결계를 지울 필요가 있다. 심정적인 문제라고 해도, 적어도 그 정도를 해 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면 그들도 에밀리아를 인정하려고는 해 주지 않는다.

 물리적인 문제도, 심정적인 문제도, 『시련』의 돌파로 공략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건 심플하다. 문제가 일극화 되고 있는 이상, 까다로운 도리나 불필요한 변론을 늘어놓는 일은 없다.
 문제가 된 것은 그 『시련』의 내용이, 에밀리아에 있어 맹독과도 다름없었던 것 뿐이다.

 ――묘소에 울리는 무기질적인 목소리는, 자신의 과거와 마주보라고 고하고 있었다.

 눈시울을 닫으면 선명히, 그 흰 세계를 생각해 낼 수가 있다.
 순간, 에밀리아의 몸은 극한의 추위에 알몸으로 내던져져 버린 것처럼, 멈출 길 없는 한기를 느껴 떨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체내를 달리는 공포심은, 그 날의 추위를 생각해 냈기 때문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 때의 공포를 지금도 잊지 않기 때문인 것인가.

 더듬거리며, 자신의 입으로 말하여진 과거의 이야기를 듣고, 스바루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잊을 수 없고, 지금도 몸을 죄악감의 쇠사슬로 옭아매고 있는 과거――그것을 에밀리아가 스바루에게 털어놓은 것은, 어제 오후의 일이다.
 그 전날의 밤에 처음의 『시련』에 도전해, 에밀리아의 마음은 문자 그대로 타격을 받았다. 자신을 흔들어 일으킨 스바루의 팔 안에서 울고, 아우성치고, 난동부리고, 상냥하게 등을 어루만지는 그의 목소리에 간신히 침착성을 되찾아, 에밀리아는 묘소의 밖에서 기다려 주고 있던 모두에게 도전의 실패를 고했다.
 그 말을 들은 모두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에밀리아는 기억하지 않았다.
 모두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을 여유 따위 없었다. 경멸이나 낙담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었는가 어떤가도 아무래도 좋다. 다만 씩씩하게 행동해, 모두와 헤어진 후 묵게 해 주고 있던 민가 안으로 굴러 들어와, 혼자가 된 것을 자각한 직후, 에밀리아는 참기 어려운 공포에 삼켜져 버렸다.
 그대로 두문불출하고 있지 못하고, 건물을 뛰쳐나와 밤바람에 떨고 있었을 때, 달빛 아래를 걸어 오는 스바루와 다시 만난 것이다.
 그 후, 에밀리아를 위해서 자신을 아끼지 않을 각오를 고백하는 스바루에, 에밀리아는 이상론에 지나지 않을 결의를 늘어놓고 도망쳤다.
 그것을 들은 스바루가 얼마나 타격을 받았는지, 똑같이 자신의 말에 몰아넣어지고 있던 에밀리아는 깨달을 수 없다.

 그 후로, 자신이 어떤 식으로 숙소에 돌아왔는지를 에밀리아는 기억하지 않았다.

 다음에 눈을 뜬 것은, 마루에 넘어져 있던 에밀리아를 보고 얼굴을 창백하게 한 스바루가 부르는 목소리였다.
 그렇게 걱정을 끼쳐 버린 스바루와 그렇게 된 원인인 『시련』의 이야기――나아가서는 에밀리아의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일이 되는 것은, 필연의 흐름이었다.

 스바루에게 말한 과거의 내용에는, 각색도 거짓말 한 조각도 없다.
 에밀리아가 범한 죄는 그대로, 역력하게 그것을 보게 되었던 바로 직후다. 잊을 길도 없는 그것을, 기억의 딱지를 벗겨, 새 상처를 바람 앞에 드러내듯이 털어 놓았다.
 그것은 동시에, 왕선에 참가해 왕위를 목표로 하는 에밀리아의, 너무나 사적이고 제멋대로인 동기를 고백한 것이기도 했다.

 공포나, 겁이 나는 감정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어리다는 것이 위로가 되지 않는 잘못의 결과, 에밀리아는 너무나 많은 것을 희생해 버렸다. 그리고 그 빚을 갚지도 못한 채, 지금도 팔자 좋게 혼자서 시간을 새기고 있다.
 결국 속죄로써 선택한 방법이, 한층 더 많은 것을 말려들게 한 다음 완수되는 것이다.

 기가 막혀, 경멸되어, 멀리서 멸시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한편으로, 반드시 스바루는 자신을 보고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마음 어디선가 확신인 듯한 감정을 안고 있는 자신도 깨닫고 있었다.
 나츠키 스바루는 분명, 에밀리아가 이제 와서, 얼마나 잔혹한 과거를 가지고, 제멋대로인 소원으로 그것을 속죄하려고 하고 있는지를 알아도, 자신을 떼어버릴 수 없다.

 지금까지 스바루가 상처입고, 슬퍼하고, 그러면서 끝까지 지켜온 여러가지 것들을, 그의 행동의 결과를 에밀리아도 지켜봐 왔다.
 상냥하고, 의리있고, 정이 깊은 소년이다. 너무나 대부분을 안고 있어, 안은 것들을 내던지는 것 같은 것을 생각도 하지 않고,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그는 계속 달린다.
 그 안은 짐 안에 자신의 존재도 있다면, 반드시 에밀리아가 어떤 추악한 근성을 하고있었다고 해도, 반드시 그는 손놓을 수 없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로 잔혹하고, 악랄하다고도 할 수 있는 타산이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라고 고개를 저어 부정한다고 해서, 한 조각이라도 그런 생각이 머리를 지나친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 된다. 그리고 마음의 어디선가 그 결과에 기대하는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에밀리아라고 하는 존재 전부가 긍정한 것과도 같다.

 싫어하지 않고 있어줄 것임에 틀림없는 상대를 신뢰하기 때문에, 미움받을지도 몰랐던 과거를 털어 놓을 수가 있었다.
 말로써는, 그것 뿐인 일이다.

 결과, 스바루는 털어놓을 수 있었던 에밀리아의 과거에 놀라움과 동요를 숨기지 못하고 있었지만, 에밀리아 자신이 범한 죄를 몰아세우는 일은 하지 않았다.
 고백한 정신적인 피로에 탈이 나, 졸음을 호소하는 에밀리아의 손을 잡아 준 감촉도, 배려로 가득 차 있던 그것까지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업보가 지나칠 정도로, 스바루의 염려는 에밀리아의 추악한 부분에 기대한 수준으로 작용했다.
 평상시는 날카로운 눈을 걱정스럽게 내려, 에밀리아의 몸을 진심으로 염려해 주는 스바루. 그의 그 상냥함은, 에밀리아에게 있어 너무나 달콤한 독이었다.
 마음을 녹이고, 각오를 녹여, 추악한 본심을 드러내어 버릴 수도 있을 정도로.

 이것도 저것도 전부 맡겨, 자신의 마음을 마모되게 하는 고난을 대신 맡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싫은 일로부터 눈을 돌리는 아이같은 한탄마저 말해 버렸다면, 반드시 스바루는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낭비해, 에밀리아를 위해서 다해 버릴 것이다.

 ――그런 일, 용서될 리가 없다.

 만난 이래, 에밀리아는 쭉 스바루에게 구해져 왔다.
 왕도의 장물 창고에서, 마수의 위협에 노출된 저택에서, 후보자들에게 노려봐진 왕선의 객실의 한중간에서, 정체도 모를 무리에 마을과 저택이 함께 노려지는 가운데에서.

 에밀리아는 스바루의 손에, 쭉 구해져 왔다. 상처입는 그를 보고 있을 수 없어서, 그런 식으로 여겨질 자격도 이유도 자신에게는 없는 것이라고, 그 손을 뿌리친 적도 있다.
 그런데도, 나츠키 스바루는 에밀리아를 결코 단념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해서, 그는 구해지는 이유를 모르는 에밀리아에게 말한 것이다.

「너를 좋아하니까, 나는 너의 힘이 되고 싶어」

 그런 식으로, 전신전령으로 아무 근거도 없이, 사랑을 전해들은 경험 따위 한번도 없었다.
 에밀리아에게 호의를 나타내 준 것은, 시작은 함께 살고 있던 엘프 숲의 동료들만으로, 그 뒤는 긴 시간을 새로운 부모로 있어준 팩 뿐이었다.

 로즈월의 권유로 숲 밖으로 나와, 재차 하프 엘프가 놓여져 있는 상황의 나쁨을 실감해, 왕도에 두 번 발길을 옮긴 것으로 한층 더 이해는 깊어졌다.
 로즈월의 제안을 승낙해, 자신의 목적을 완수하는 한편으로, 이 세계에 뿌리깊게 남아 있는 하프 엘프 멸시의 풍조――이것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희미한 희망을 품은 적도 있었다. 다만, 그런 희망을 덧없는 것이라고 생각해, 마음의 어디선가에선 다 믿을 수는 없었던 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에밀리아였다.

 그러니까 스바루가, 그 한결같은 소년이, 하프엘프인 것이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약한 에밀리아인 것도 전부 뭉뚱그려,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 주었던 것이, 에밀리아에 있어 얼마나 큰 일이었는가.

 같은 종족도 아니고, 태어날 때부터 에밀리아와 보내는 것이 정해져 있던 존재도 아니고, 누구의 의도도 아니고 다만 그저 우연히 만나, 친목이 깊어져, 감정을 섞은 것으로 싹튼 따뜻한 생각――그것에, 에밀리아가 얼마나 구해지고 있던 것인가.

 그러니까, 에밀리아는 이번 일로 스바루를 의지할 수 없다.
 에밀리아가 부딪치는 고난을 그가 대신 맡아줄 때마다, 그의 몸에는 사라지지 않는 상처 자국이 점점 늘어 간다. 육체만에 머물지 않고, 마음의 상처도 함께.

 스바루는 특별히, 마음도 몸도 강한 사람은 아니라고 에밀리아는 생각하고 있다.
 의사를 관철하는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주위를 배려할 수 있는 상냥한 마음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는 특별한 인간은 아니다.
 슬픈 것에 상처입고, 아픔을 느끼면 눈물을 흘리고, 피를 너무 흘리면 죽어 버린다.
 그런, 보통 사람이다.

 그런 보통 소년에게, 에밀리아는 더 이상의 고난을 지게 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근처에서, 앞을 향하는 에밀리아의 등을 계속 지지해 준다면, 그 이상은 바랄 수 없다. 그것조차도 너무 제멋대로인 소원이라고 에밀리아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는 정도다.

 무너져 버릴 것 같은 각오를 그에게 지지받는 것으로, 에밀리아는 반드시 굽히지 않고 장해를 넘을 수가 있다.
 자신의 눈앞의 장해와 싸우는 것은, 스스로여야 하는 것이다.

「그야, 그렇지 않으면……」

 계속 의지해, 이것도 저것도 맡겨 버리고 기대고만 있으면, 언젠가는 스바루라도 자신을 무거운 짐으로 생각해 버린다.
 그에게 그렇게 생각되어 버리는 날이 오는 것 따위, 생각하는 것조차 무섭다.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게 해 온 것이었다. 바래도 얻을 수 없다고 단념하고 있던 것이었다. 의식하지 않게 했던, 그렇지만 쭉 갖고 싶어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것을 얻어 버렸기 때문에, 주어져 버렸기 때문에, 내며진 손을 잡아 버렸기 때문에――이제 에밀리아는, 그것을 잃는 것 따위 생각할 수 없다.

「――――」

 에밀리아의 죄가 숲을 희게 물들여, 눈과 얼음 아래에 동료나 가족을 가두었다.
 에밀리아 자신도 얼음 안에서 긴 잠에 떨어져 팩에게 구해질 때까지의 백년 가까운 시간을 죄를 자각하는 일도 없이 보낸 것이다.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자신의 죄악. 무엇보다 죄많은 것은, 그 자신의 소행의 실질적인 부분을, 에밀리아 자신이 무엇 하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과정이 빠진 채, 자신의 행동이 모두를 흰 정체[停滞]에 떨어뜨린 것을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위해서 그것을 했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마녀의 아이라고, 그렇게 불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팩에게 얼음 안에서 눈을 뜨게 되어, 에밀리아는 에리올 대삼림에서 7년을 보냈다. 얼어 있는 숲 안에서는 먹을 것을 만드는 일도 기르는 일도 뜻대로 되지 않은 채, 식생활의 대부분은 숲의 바로 옆의 마을들에 발길을 옮겨 조달하고 있었다.
 거기서 향해진 두려워하는 시선과 『얼음의 숲의 마녀』라고 불렸던 것은 잊을 수 없다.

 마녀라고, 그렇게 매도당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어울렸다.

 당당하게,  『시련』를 넘기 위해서 필요한 각오를, 스스로도 뻔뻔하다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어떻게 하면 그 『과거』를 타도할 수 있는지, 에밀리아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다만 허울 좋은 말로 스바루의 추궁을 피해, 에밀리아는 자신의 꿈의 껍질 속에 계속 안주하는 것을 선택했다.

 스바루의 손바닥의 감촉을 확인하면서, 잠에 떨어져 버린 것은 바로 다음 일이다.

 ――그 때도 역시, 꿈은 꾼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눈을 떴을 때, 스바루는 에밀리아가 잠들었을 때와 같은 자세로 그녀의 잠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일에 내심 참기 어려운 감정이 복받치는 것을 느끼면서, 에밀리아는 그에게 손을 잡아당겨지면서 밤의 『성역』에 다리를 내디뎌――『시련』에 도전했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시련』를 넘을 수 없었다.

 묘소의 앞에서 배웅해 주는, 스바루나 람. 『성역』 의 주민인 가필이나 류즈의 시선을 받으면서 묘소에 발을 디뎌, 그러나 명확한 타개책이나 확실한 조건 하나도 준비하고 있지 않는 에밀리아 따위, 『시련』은 일체 용서해 주지 않는다.
 변함없는 『과거』는 에밀리아의 마음을 책망해, 침식해, 밀어내어 되물리쳤다.

 묘소의 차갑고 단단한 마루 위에서 의식이 돌아왔을 때, 에밀리아는 자신의 뺨이 젖어 있는 것에 깨달았다. 눈물을 흘리는 것조차 주제넘은, 자신의 야비함이 밉살스러웠다.

 『시련』를 넘는 일도, 그 실마리를 잡을 수도 없는 채, 에밀리아는 초췌한 모습으로 묘소를 나와, 걱정해 주는 스바루들의 마중을 받았다.
 그 뒤는 전날의 밤과 같이, 이 건물 안에서 안면[安眠]을 선고받아, 침대에 쓰러진 곳에서 의식이 없어져――눈뜬 것이 지금, 이 아침이라고 하는 일이다.

「결국, 아무 진전도 하고 있지 않네…… 글렀구나, 나……」

 어제의 일로 밝혀진 것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자신이 어쩔 수 없는 근성의 제멋대로인 아이로, 스바루나 주위의 모두에게 폐를 끼치고 있고, 그런데도 앞의 광명을 한 개도 찾아낼 수 없는, 허약한 존재라고 하는 변함없는 사실 뿐이었다.

「팩……」

 가슴에 내린 팬던트――그 끄트머리를 장식하는 초록의 광채은, 에밀리아와 계약한 정령인 팩의 의대[依代]다.
 에밀리아가 가냘픈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를 때, 평상시와 변함없는 화창한 소리로 「무슨 일이야?」라고 대답을 해 주는 것이 약속이었다.

 그 대답이 이제, 2주 가깝게도 끊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수개월에 한 번 찾아오는, 휴면기라는 것에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팩의 곁에서 반응을 얻을 수 없게 되는 일은 몇번인가 있어서, 그때마다 에밀리아는 외로움을 견디면서 그의 귀가와 눈을 뜸을 기다린 것이다.

 그러나, 휴면기는 언제나 3, 4일에 끝나기만 했고, 이번같이 장기간에 걸치는 일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팩은 비록 휴면기에 들어가 있었다고 해도, 에밀리아가 진심으로 부르면, 휴면을 중단해 응해 주고 있었을 것이다.
 그 반응조차, 지금의 팩에게서부터는 멀리서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에게 무엇이 있었던 것인까.
 휴면중에 뭔가, 만회할 수 없는 것이 있어서, 모습을 나타낼 수가 없는 것이 아닌 것인지. 만일 그렇다고 하면, 자신은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인지.
 팩과 긴 긴 시간을 함께 보낸 주제에, 이렇게 해 홀로 남겨져 버리니, 에밀리아로부터 팩에게 제의할 방법이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는다.

『시련』의 일도, 스바루와의 일도, 자기 자신의 과거와의 결착도,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 팩의 존재도, 부상하는 문제는 에밀리아에 밝은 조짐을 하나도 들여다 보게 하지 않는 것이다.

「…… 바보같네, 나」

 그렇게 막힌 상태로, 평상시라면 손을 뻗쳐 주던 존재가 옆에 있어주지 않는 것에, 에밀리아는 불평을 말하기 직전에 멈칫했다.
 그걸 해 버리면 그야말로, 자신이라고 하는 존재는 만회할 수 없는 곳까지 낙담한다. ――벌써 더 이상 없을 정도로 낮게 자신을 보고 있는 에밀리아지만, 바닥보다 더한 곳까지 떨어지려고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으응, 안돼. 그런 식으로 나쁜 식으로만 생각하면…… 지금은 얼굴을 보여 주지 않지만, 반드시 팩에게도 이유가 있을 테니까. 『시련』의 일도,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어 있지 않아. 내가, 내가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들어 올린 양손으로 흰 뺨을 두드려, 에밀리아는 자신이 긴장시키듯이 의식을 강하게 가진다.
 얼굴을 든 후, 손에 닿은 머리카락의 혼란에 빗을 가져다 댄다. ――이런 일에도 고심하는 자신이 있다. 언제나 이 작업도 팩에 맡긴 채였다. 에밀리아는 자신의 몸가짐도, 솔선해서 정돈했던 적이 없다.
 손을 대어, 흐트러지지 않았는가를 확인한다. 거울을 보지는 않는다. 실내에 있던 거울에는 조속히 옷감을 걸쳐, 아무것도 비추지 않게 방의 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다.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에밀리아는 최소한의 사전 준비는 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끌어당겨, 은빛의 머리카락으로 방을 만들면서 묶어 간다.
 미츠아미(三つ編み, 세 줄로 땋은 머리)의 준비――에밀리아의 평소의 머리 모양의 결정권은 팩에게 있어, 그것은 그와의 사이에 사귈 수 있었던 계약의 조항의 하나로도 포함된 중요한 것이다. 벌써 2주간, 에밀리아는 팩으로부터 머리 모양의 지정을 받고 있지 않지만, 그가 있던 마지막 아침에 된 지정을, 그 후의 2주간도 쭉 계속하고 있다.
 물론 다른, 입욕이나 수영 후의 운동이나 미정령과의 대화 등, 쾌활함과는 멀지만 세세하게 계속되고 있었다. 그것을 계속 지키지 않으면, 지금은 보이지 않게 되어 버린 팩과의 연결이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무서웠기 때문이다.

「――――됐다」

 머리의 한가운데에서 좌우로 나누어, 두 개의 미츠아미를 만드는 것이 지금까지의 방식. 하지만, 오늘은 하나의 긴 미츠아미를 만들어 등에 흘리는 형태로 정돈했다.
 오늘도 분명하게 팩과의 계약을 지켜, 그 계약의 계속을 바란다.
 확실한 연결이, 자신의 안에 있는 것을 자각하고――.

「…… 에?」

 람이 통에 물을 푸러 나타나기 전에, 옷가짐의 준비를 하려고 한 에밀리아는 작게 소리를 높였다.
 놀라움에 크게 열어지는 남보라빛 눈동자의 눈앞, 내려다 보는 시야에는 가슴의 팬던트가 있다.
 팬던트에는 앞에서 확인한 대로, 초록의 결정석이 매달려 있어 그것이 팩이 확실히 존재하는 증거이기도 한 것이지만――그 표면에, 얕은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에……어 , 에……? 잠…… 뭐, 뭐야……?」

 전조도 없이 금이 간 결정석에 손을 대어, 에밀리아는 말로 할 수 없는 소리를 흘린다.
 격렬한 동요에 눈동자를 흔들리게 해, 떨리는 손가락끝으로 흠칫흠칫 결정의 표면을 어루만진다. 접한 손가락의 끄트머리로부터 균열이 퍼져, 작게 차는 것 같은 비명이 올랐다.

「싫, 어…… 싫어, 싫다구…… 잠깐, 기다려……줘, 팩, 기다려……」

 싫다고 에밀리아는 목을 옆으로 흔들지만, 결정의 붕괴는 멈추지 않는다.
 자극을 주지 않게, 결정을 드는 손바닥에 전신의 힘을 집중해 현 상태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멈출 길 없는 흔들림이 붕괴를 재촉해, 에밀리아의 손안에서 의대[依代]는 형태를 잃어간다.

 이 붕괴가 전체에 이르렀을 때, 무엇이 일어나는 것인가.
 처음 있는 사태에, 상정도 하고 있지 않았던 상황에, 에밀리아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다.
 다만, 알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이대로는, 팩이……!」

 그것은 에밀리아에 있어 가족과도 같은 존재와의, 이별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라고.

「――――!」

 얼굴을 든다. 주위를 본다. 아무도 없다. 아직 이른 아침으로, 밖에도 눈을 뜬 누군가가 활동하고 있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소리를 높여도, 분명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다. 달리기 시작해 도움을 요구하려고 해도, 그 진동이 끝의 방아쇠를 당겨 버릴 것 같아 에밀리아는 움직일 수 없다.

 소리를 죽여, 호흡조차 멈추어, 에밀리아는 손안에서 형태를 잃어가는 결정석을 응시한다.
 타개책은, 여기에도 없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러도, 에밀리아는 가까이 확실히 강요되는 끝을 멀리하는 노력보다, 늦추는 것에만 필사적이 되어 결단을 무서워했다.
 그리고―,

「――아」

 피하는 노력을 게을리한 보답은, 결정이 부서지는 마른 소리와 함께 초래되었다.
 아연실색하여 눈이 휘둥그레 지는 에밀리아의 손바닥 위, 초록의 결정은 그 형태를 완전하게 잃고 있다. 결정은 부서져, 파편은 색을 잃고, 생명력의 순환을 없앤 채 광채가 사라져 버린다.

「저, 기…… 팩, 거짓말……이지?」

 마지막으로 희망에 매달리듯, 긁힌 소리로 에밀리아는 손바닥 위로 호소를 계속한다.
 그러나, 손안의 보석――형태를 잃은 그것은, 이미 단순한 초록의 조각에 지나지 않아. 정령은 커녕, 미량의 마나를 둘 만큼의 힘마저 잃어, 녹색의 석설이 바람에 노출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뿐의 상황.
 누구의 눈으로 봐도, 에밀리아의 덧없는 희망은 벌써 끊기고 있다.

 끊기지 않았다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에밀리아 단 한 사람이다.

「아, 아냐…… 이럴 리, 이럴 리가 없어…… 그야, 그렇지만 팩은 나에게, 처음 그 때 나에게…… 가, 가족이니까…… 이제, 혼자 두지 않는다고……」

 한 때의 약속을, 말로 되고 있었음이 분명한 확실한 인연을 끌어당기듯이, 에밀리아는 어린아이같은 어조로 헛말과 같이 반복한다.
 ――그런 그녀의 탄원에, 부서진 돌은 침묵을 돌려줄 뿐.

「……말, 쟁이」

 그러니, 그 침묵을 참기 힘든 것처럼, 눈앞의 받아 들이지 못할 현실을, 그런데도 사실인 것이라고 이해해 버린 눈동자가, 천정을 들이켜, 눈물에 남보라빛을 머금으면서,

「팩은…… 아버지는, 거짓말쟁이이!!」

 무릎을 떨구고, 부서진 파편을 벽에 내던진다.
 돌의 조각이 나무의 벽에 부딪히는 희미한 소리가 나, 그것이 너무나도 어이없게도 에밀리아와 팩과의 이별을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어.

 에밀리아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오열의 소리를 계속 흘린다.
 눈물은, 흐르기 시작하지 않았다.

 다만 그저 공허한 결핍감만이, 에밀리아의 가슴을 무겁고 두껍게 지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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