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0일 월요일

리제로 4장 125B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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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125B 『복수로부터 시작되어』


 바람이 불고 있었다.
 한층 더 강한 그것이 내뿜어져, 서로 마주 보는 두 명의 머리카락이나 옷의 옷자락이 격렬하게 흩날린다.

 장소는 『성역』에서도 외진, 어린 가필이나 프레데리카가 살던 은둔지의 근처, 무인이며 아무것도 없는 초원이다.
 주위에 인가는 없고, 그렇지 않았더라도 누군가가 우연히 지나가는 것 같은 사태는 지금은 있을 수 없다. 지금쯤 『성역』의 주민들은 모여, 묘소를 앞두고 『시련』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묘소로부터 나온 에밀리아에게로의 격려와 주위 사람을 물리고 싶은 람의 실리에 근거해서.

「망집, 말이지」

 에밀리아를 방치한 것에 대한 가책이 머리의 구석에 있던 람은, 눈앞에서 로즈월이 입술을 느슨하게 해 웃는 것을 보고 의식을 되돌린다.
 로즈월은 스스로의 긴 남색의 머리카락을 등 뒤로 넘겨, 한쪽 눈을 감아 황색의 시선으로 람을 노려보았다.

「나의 생각과 목적을 아는 네가 그렇게 말한다는 건, 어어ー얼마나 슬픈 이야기인가」

「말하지 않았던 것 뿐으로, 쭉 생각하고 있었어요. 당연하겠죠」

「당연……, 당연하아―겠지. 너에게 있어서는, 길었던 굴욕의 나날일 테니까」

「――――」

 어깨를 움츠리는 로즈월의 태도에, 람은 눈을 숙여 무언으로 응한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람은 희미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당연하다. 람은 쭉 로즈월을 봐 왔다. 자신의 마음에 무엇보다도 충실한 그가, 람이 향하는 충절을 어떤 식으로 파악하고 있었는지 따위는, 아플만큼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계약의 경목[頸木]에서 벗어나 최초로 하려는 게 나의 기대를 부수는 거어ー겠지. 스바루군에게 협력해서, 가필의 상대에 참가했던 것도 그런 것이겠지?」

「그것은 람의 목적과, 가피의 멍청함의 교정이라는 2개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 람이 없었으면, 그 녀석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테니」

「결과적으로 잘 되었지, 감이 부정할 수 없으니까.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이 관련되는 장면에서, 스바루군도 대단히 대담한 수로 나왔단 말이지. …… 나로서는 정말, 소중한 것을 위해서 도박을 두는 것 같은 짓은 절대로 할 수 없어」

 그것은 스바루의 결단을 풍자하며, 자신의 생각의 합리성을 말하는 것 같은 표현이었다.
 실제로, 로즈월의 발언에는 부정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 스바루의 행동은 그 대부분이 되는 대로 이루어지고, 가필의 일은 람의 협력을 포함해 천운이 따랐다.
 타이밍이 좋을 뿐인 남자, 라고 하는 람의 평가는 지금도 변함없는 채다.
 한편으로 로즈월의 생각은, 목적의 달성이라고 하는 점에만 주목하면 매우 우수하다. 다만, 『복음서를 신용할 수 있는 한』이라는 딱지를 붙여야 하지만.

「도박은 둘 수 없다…… 확실성을 중시한 결과가, 복음서인 거군요」

「그러어ー엏고말고. 그렇지만, 너는 이것을 신용하고 있지 않는 것 같고, 이전부터 계속 꺼림칙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지만 마아ー알이야. 그것도 어쩔 수 없지. 너로부터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한 행이라도 빨리 기술이 빗나갈 때가 오기를 바라고 있었을 테에ー니까」

「…… 부정은, 하지 않습니다」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람이 복음서를 싫어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이유는 람의 본심과 로즈월의 인식이 크게 어긋난다.
 그것을, 표정에 내지 않으면서도 람은 슬퍼서 견딜 수 없었다.

「기억하고 있을까? 너와 나의 사이에서 나누어졌던, 복음서를 개입시킨 계약을」

「――로즈월 님의 소지한, 그 복음서의 내용에 기록된 대로 세계가 역사를 새기는 한, 람은 이 신명을 걸고 로즈월님을 시중들겠습니다. 그 대신」

「복음서의 기술을 빗나가는 시간이 흘러갈 경우, 나의 목적은 좌절된다. 목적을 잃으면 나는 이미 사는 의미가 없어. 그런 빈껍질로도 괜찮다면, 네 마음대로 하면 돼」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람 나름」

「그으―런, 계약이었지」

 잊을 리가 없는 계약 내용을 서로 말하고, 로즈월은 품으로부터 검은 책을 꺼낸다.
 두꺼운 장정의 책을 소중히 안아, 표지를 어루만지면서 로즈월은 한숨을 흘렸다.

「너에게 있어서는 정말로, 길고 길고 괴로운 시간이었겠지」

「――――」

「여하튼…… 고향을 멸한 하나의 요인인 남자에게, 바치고 싶지도 않은 충성을 맹세해지며 보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거야. 소원과 정반대로, 나와 접하고 있다고 하는 마음…… 필시, 고통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남의 일같이 끝나진 않겠지만 마아―알이지」

 악의를 가지고, 로즈월은 람을 상처입히기 위한 농담을 던진다.

 고향을 멸한 요인ーー로즈월이 말한 그것을 듣고, 람의 가슴 속을 아픔과 함께 통과하는 것은 불타오르는 고향과 가족들의 기억이다.

 아인족 안에서도 수가 적고, 대신에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던 『오니』족.
 소수가 모여, 깊은 산중에 취락을 만들고 있던 람의 종족은, 단 하룻밤의 사이에 불길과 칼날의 맹위에 근절되어 이제 람과 『――』밖에 남지 않았다.
 로즈월과 계약을 맺고 살아남은 것은, 그 불타 내려앉은 취락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던 아침의 일이었다.

 내며지는 계약을, 살기 위해서 람은 받아들였다.
 『――』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람도 또한 『――』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

 희미하게 머리가 쑤시는 감각을 느껴, 람은 불가사의한 위화감에 미간을 좁혔다.
 소생하는 기억 속에,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운 공백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든다. 없으면 안 되는 것이 있는데, 그런 것은 없다고 억지로 거짓을 굳힌 것 같은 강제적인 눈속임.
 그것이 없으면, 람의 기억은 성립하지 않는데―ー.

「받아들이기 어려운 자신의 안의 충성과 본심 안에서 쌓아 간 복수심. 상반되는 마음을 끼워맞추며 보내고 있었다고 해도, 너는 저어ー엉말로 우수한 말이었다. 복음서의 내용을 덧쓰는데 있어서, 온순하게 따르는 너를 얼마나 중용했던 것인가」

「…………」

 람이 기억의 위화감을 찾으려고 하는 동안에도, 로즈월의 이야기는 진행된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공백을 수색하는 작업을 중단해 그에게 다시 향해서, 람은 로즈월이 달짝지근한 목소리로 여태까지의 충군상을 칭찬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러나, 곁눈질에 람을 보는 시선에는 조금씩 다른 감정의 말이 들어가,

「그 네가, 서어ー얼마 나를 배반하고, 스바루군에게 붙다니. 이 일에 내가 얼마나의 상심을 맛보았는지, 알고 있을까?」

「…… 계약의 내용에, 어긋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복음서의 기술과 다른 세계로 진행된 것이라면, 람은 로즈월 님의 말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따른다. 그 계약…… 그것을 깨뜨리고 있던 것이라면, 람도 무사하게는 끝나지 않을 터」

 가슴에 손을 대어, 람은 자신의 행동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로즈월과 람이 주고받은 계약은, 물론 언약만의 것은 아니다.
 서로의 영혼에 계약의 술인을 새겨, 어겼다고 판단되면 상응 이상의 패널티를 지는 본격적인 것이다. 그것이 발동하지 않은 이상, 람의 마음은 계약을 거역하지 않았다.

 하지만, 람의 그 대답을 들은 로즈월은 크게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그러어ー엏기 때문이야. 이 상황에서, 계약을 거역한 것으로 발동해야할 처벌이 발동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건…… 너의 영혼은, 계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 판단이 나에게는, 너무 유감스러워서 견딜 수 없어」

「어떤 의미입니까?」

「간단한 일이야. ーー복음서의 기술은, 아직 빗나가지 않았다. 너와 나의 계약이 진정한 의미로 중단되는 것은, 아직 뒤의 이야기라고 하는 거지」

 목소리의 어조를 떨어뜨려, 로즈월이 색이 다른 눈동자에 람을 비추며 단언한다.
 평소에는 무표정을 유지하는 람도, 그의 이 발언에는 희미하게 뺨을 굳어지게 했다. 람 자신의 계약의 술인이 인정한 상황과, 듣고 있던 기술 내용과 너무나 다른 세계.
 이만큼의 조건을 늘어놓고서도, 로즈월의 마음은 완고함을 굽히려고 하지 않아.

「기술이 빗나가지, 않았다……? 바루스가 『성역』을 해방하기 위해서 묘소에 도전하는 일도, 에밀리아님이 여기에 눈을 내리게 하는 것 같은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기술이 빗나가지 않았다니, 로즈월 님……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떻게도 하지 않았다고, 지금까지 그대애―애로가 아닌가. 확실히 지금, 네가 말한 어느 쪽의 내용도 완수해지지는 않았지만…… 아직, 몰라」

「있을 수 없는 내용입니다. 바루스는 『성역』을 떠나고, 에밀리아님은 『시련』을 모두 답파한다. 여기서부터 그 기술이 들어맞는다는 것은…… 그건, 아이의 억지나 발버둥 아닙니까」

「아이의 억지, 는 좋은 나이 한 어른이니까 부정한다고 해도, 발버둥이라는 거에 관해서는 부정하지 않고말고. 그래, 이것은 나의 발버둥이야. ――끝없이, 그야말로 4백년 이상이나 들여서, 계속, 계에―속 이어 온 발버둥이다」

 오히려 정색한 것처럼, 로즈월은 자신의 행동을 『발버둥』이라고 단언한다.
 목의 안쪽에서 소리를 내며 웃어, 걸작이라고 무릎을 두드리면서 광대의 표정이 광희에 비뚤어진다.

「발버둥, 그래, 발버둥이다! 이것은 걸작이야! 나의 이 망집을, 이것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이 그 밖에 있을까. 아아―니, 없겠지! 발버둥…… 발버둥이라…… 아하―, 이건 유쾌하구만. 생각하지도 못했다」

「로즈월 님!」

「망집에 사로잡힌 발버둥과, 광인[狂人]에게로의 복수심과 충성심에 고민하던 수행원. 나와 너의 존재는 시이ー일로 비틀어졌고 희극적이다. 하아―아지만, 발버둥이라고 말한다고 해도 나의 의사는 변하지 않아. 너의 행동은, 시기상조라는 거다」

 광희의 미소를 지워, 로즈월은 복음서를 람에 과시하듯 앞에 쑥 내민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계약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묘소의 『시련』을 그 아가씨가 넘을 때까지, 나츠키 스바루가 『성역』을 해방하는 기술은 빗나가지 않는다. 그녀가 눈을 내리게 하지 않았다고 해도, 내가 눈을 내리게 하면 기술의 내용으로부터는 빗나가지 않아」

「――――」

「네가 스스로 계약의 내용의 행사를 요구해도, 나도 또 계약의 내용의 준수를 주장하지. 그러니 평행선이다. 너의 복수를 이루기에는, 아직 기가 익지 않았다」

 내걸고 있던 책을 가볍게 던져, 반대의 손으로 받는 로즈월이 품에 책을 넣는다. 그리고 앞으로 뻗은 채인 오른 팔에, 일렁이는 불길이 떠올랐다.
 빨강, 파랑, 초록 하고 색을 차례차례로 바꾸는 불길을 과시하며, 로즈월은 웃음을 띄운다.

「고용 조건이 어긋나지 않았는데, 앞질러 간 수행원에게 벌을 준다. 진심으로 네가 복음서와 세계가 빗나갔다는 것에 확신을 가질 거라면, 앞으로 이틀만 기다리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나는 무저항으로, 이 몸을 너에게 바쳤을 터인데. …… 성미가 급한 것은 어디에서도 좋지 않아」

 한탄하듯이 고개를 흔들어, 「뭐어」하고 로즈월은 말을 잇고서,

「1초라도 빨리, 나를 멸하고 싶은 너의 기분도 모오ー르지는 않겠지만」

「…… 역시, 당신은 아무것도 알고 계시지 않아요」

「――?」

 시니컬한 미소를 띄우는 로즈월에게, 람은 허약하게 중얼거리며 명목한다.
 눈시울의 뒤편에는, 결코 겉에 낼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의 물결이 있다. 일생,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말할 수 있는 자신의 삶의 방법을, 람은 눈을 감는 것으로 자신에게만 과시한다.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계속 끝없이 들이댄 채였던 지팡이의 끝에 마나가 집중된다.

「계약이 성취되어, 당신을 보내고 나서는 의미가 없어. 당신이 망가져 버린 다음에는, 아무 의미도 없어」

「――오거라」

「바라시는 대로」

 ――색채의 요염한 불길과 무색의 바람의 칼날이 격돌한다.

 열파가 두 명만의 『성역』에 퍼져, 오니와 마인의 비틀린 무도가 시작되었다.


※※ ※ ※ ※ ※ ※ ※ ※ ※ ※ ※ ※


 『시련』이 시작된 순간, 에밀리아는 그 자리에서 감지하고 있었다.

 오감의 소실과 자신의 육체라고 하는 개념의 상실.
 세계를 느껴야 할 기관이 자신의 제어를 떠나, 다만 의식만이 믿음직스럽지 못한 공간으로 내던져진 것 같은 부유감――자신은 지금, 영혼만의 존재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시련』과는 분명하게 질이 다르다.

『――――』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입이 없다. 눈도 없는데, 세계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
 아니, 세계를 인식한다고 해도, 이것이 세계라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확고한 것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어둠 안에, 에밀리아의 의식만이 뻐끔 떠올라 있다.
 그런데도 자신을 잃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것은, 그 어둠안에 존재하는 몇 개의 빛 덕분이다.

 여러 가지 색의, 희미한 빛의 갖가지.
 미정령이 발하는 빛과도 닮은 그것은, 그러나 생명이 있는 미정령과는 결정적으로 존재감이 다르다.

 색조의 희미함 따위가 미정령을 닮아 있어도, 마광석이 발하는 물질적인 빛에 가까울까.
 어쨌든, 그것들이 에밀리아의 의식을 둘러싸듯이 존재해 주고 있는 덕분에, 자신이 세계를 잃지 않은 것을 감지할 수 있다.

『――――』

 빛에 둘러싸여, 남겨진 것은 아닌 것에 안도하면서도, 에밀리아는 변화가 없는 상황에 점차 당황스러움을 느껴 간다.
 멍하니 있는 빛은 변함없는데, 그렇다고 주위에서 눈에 띈 변화가 시작되지도 않는다. 여태까지의 『시련』은 기본적으로, 에키드나가 최초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을 덧붙여 준 것이지만, 이번에 한해서는 안내역으로서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없었다.

 그저 헛되이 시간만이 지나간다――시간의 개념이 묘소 안과 밖에서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모르지만, 태평히 보내고 있어도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

 뭔가 하지 않으면, 하고 에밀리아는 스스로의 의식에 변화가 생기기를 바란다.
 순간, 그때까지 한 군데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에밀리아의 의식이 이동해, 주위에 있던 빛의 어느 쪽인가에 접촉할 수 있을 것 같은 위치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육체가 없는데, 빛에 접촉한다는 것도 이상한 감각이다.
 하지만, 그 이외에 표현할 길이 없다. 어쩌면 지금의 자신은, 자신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뿐으로 육체를 구성하는 마소――오드의 덩어리가 노출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오드에 의식이, 영혼이 머문다면, 지금 자신의 상태에도 어느정도 설명이 된다.

 어느 정도의 납득을 얻어, 에밀리아는 자신을 긍정하면서 한 빛에.
 존재하는 빛의 수는, 대충 20개는 될까. 특히 이렇다 할 만한 이유는 없지만, 에밀리아는 멍하니 은빛으로 빛나는 빛으로 의식을 뻗었다.
 그리고, 빛과 오드가 접촉하는 순간――보인다.

「싫어, 싫어, 너무 싫어. 나, 당신이 너무 싫어. 사실이야. 전부, 사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견딜 수 없이, 당신이 싫었어」

『――!?』

 목소리가 들린 직후, 의식에 잠입해 오는 강렬한 풍경.
 이상하게 큰 태양, 불탄 들판, 무너져내린 거대한 건축물의 옆에 잠시 멈춰서, 새빨간 햇볕을 받으면서, 은빛의 머리카락을 피에 적신 여자――에밀리아다.

 제2의 『시련』에서 본지 얼마 안된, 성장한 자신.
 그것이 몹시 슬픈 듯한 얼굴로, 폐허의 앞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던지고 있었다.

「몇번이나 생각했고, 몇번이나 부정했지만…… 그렇지만, 역시 악몽에 따라잡혀 버렸어. 그러니까, 말할게」

『――――』

「우린 역시, 만나서는 안되었던 것일지도 몰라」

 남보라빛 눈동자의 구석으로부터,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뺨을 타, 턱으로부터 물방울이 지면에 떨어지기 직전에, 튀는 것처럼 세계가 소실된다.

『――――읏』

 숨을 삼킨다. 오드만으로 그런 요령있는 행위는 할 수 없다.
 에밀리아가 할 수 있던 것은, 본 광경을 다만 받아 들일 뿐이다.

 지금의 빛은, 무엇이었는가. 지금 보인 광경은, 무엇이었는가.
 저것은 확실히 에밀리아였을 것이지만, 당사자인 에밀리아는 몸에 기억이 없다. 혹은 저것도, 제2의 『시련』과 같이 있을 수 없는 세계의 광경인 것인가.

『――――』

 다르다, 라고 에밀리아는 생각했다.
 혼란하는 의식을 가라앉혀, 에밀리아는 기억 속을 모색하듯 헤매어, 회상한다.
 이 세 번쨰 『시련』에 임할 때, 묘소에서 울렸음이 분명한 말을.

 『먼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라』 『있을 수 없는 지금을 봐라』

 그것들에 이어지는, 세 번째의 말을. 확실히, 그렇다.
 『언젠가 찾아올 재앙을 마주하라』다.

 언젠가 찾아올, 재앙――그것은, 미래라고 하는 것일까.
 과거와 지금은 없는 현재를 보고, 마지막에 미래.
 그것이 『시련』이라고 하는 이름의, 이세계에 도전하는 자에게 보여가는 세례인 것인가.

 그렇다고 하면 지금의 광경도 또한, 머지않아 에밀리아에게 찾아올 미래라고 하는 것인가.
 그 이것도 저것도 모두 황혼에 떨어진 것 같은 장소에서, 울면서 누군가와 만난 것의 후회를 전한다――그런 모습이.

『――――』

 부정의 기분으로 불안을 풀어 버리고, 에밀리아의 의식은 표면 위의 평정을 되찾는다.
 하지만, 재차 의식이 어둠을 인식했을 때, 또 동요가 생겨났다.

 방금전 에밀리아의 오드가 접촉한, 은빛의 빛이 사라지고 있다.
 빛이 있었음이 분명한 장소에는 공백이 있고, 빛은 사라지고 있다. 그것을 의심스러워 한 에밀리아는 곧바로 깨달았다.

 주위에 있는 빛 하나하나가, 앞으로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면, 에밀리아의 의식은 이것들 모든 미래에 접할 때까지, 해방되는 일은 없다.

 ――이것이 『시련』인 것이라고 한다면, 이 많은 미래를 본 뒤에도 뭔가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에키드나가 기다린다고 하면, 그 장소겠지.

 즉――에밀리아는 앞으로 20개 가량의 미래를, 보지 않으면 안 된다.

『――――』

 각각이 다른 미래인 것인가, 혹은 지금과 같은 미래의 단편이 되는 것인가.
  에밀리아는 존재하지 않는 심장이 위축하는 착각을 느끼면서, 그 근처의 빛에 의식을 뻗는다.

 그것은 마치 바다같이 깊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파랑으로――.

「네가 말하는 대로야. 그 아이는 우리의 적이었고, 상처도 깊었어. 여기서 끌어올렸다고 해도, 치료할 수 없는 나와 너로는 구할 수 없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렇지만, 그 아이는 아직 아이였어. ――그것만으로, 충분하잖아」

 또다시, 세계의 모습이 바뀐다.
 이번 장면은 깊은 숲을 등지고, 깍아지른 듯이 솟아 있던 벼랑의 가장자리에 두 명의 인물이 서 있었다.

 그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목소리는 어느쪽이나 귀동냥이 있었다.
 하나는 가까이에, 또 하나는 가까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두 명은 벼랑을 앞에 두고 대치해, 한 사람은 무릎을 꿇고, 다른 한 사람은 무릎을 꿇은 상대를 내려다 보고 있다. 어느쪽이나 몹시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처럼, 에밀리아에게는 생각되었다.

「너는…… 너는, 영웅이다. 영웅 밖에…… 될 수 없다고……큭!」

「저는」

「구해 줘서, 고맙구나!!」

 얼굴을 돌려 , 손을 뻗는 그림자에 다른 한 사람의 그림자가 감사의 말을 무책임하게 고한다.
 두 명의 인물의, 거기에는 확실한 결별이 느껴졌다.

 바꾸기 어려운 슬픔과, 다만 실의[失意]만이 가로놓인 이별의 말.
 세계가 다시 희미해지기 시작해, 에밀리아의 의식이 또다시 어둠의 공간에 돌아온다.

『――――』

 지금의 세계에는, 에밀리아의 존재가 눈에 띄지 않았다.
 나온 두 명에 대해서는, 에밀리아가 아는 인물이라고 짐작은 가고 있지만, 그 장소에 자신의 모습이 없었던 것에는 위화감이 있다.

 미래, 라고 하는 형태로 자신은 빛에 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미래에 자신의 모습이 없다는, 혹은 자신이 없는 장면을 보여지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일인 것일까.

 ――자신의 선택의 결과, 일어날 수 있는 주위의 사람들의 미래가 보여지고 있는 것인가.

 라고 하면 지금 본 광경도 또, 그렇게 될 가능성의 일단인 것인가.
 자신의 일 뿐만이 아니라, 선택한 결과가 낳는 주위에의 변화――그것조차, 지켜보라고.

『――――』

 푸른 빛이, 앞의 은빛의 빛과 같이 사라진다.
 에밀리아의 주위에는 아직, 20의 빛이 계속 남아 있다.

 ――그 하나하나에, 선택의 중량감이 있다.

 그것을 각오하고 에밀리아는, 자신의 선택의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의식을 뻗었다.
 다음의 미래가, 또 다음의 미래가, 에밀리아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 ※ ※ ※ ※ ※ ※ ※ ※ ※ ※ ※


 지팡이를 휘둘러, 바람의 칼날을 해방한다.
 발생한 칼바람이 무색, 무음의 암살자가 되어 대상의 발밑을 노린다.

「이 정도로는, 말이지」

 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공격을 로즈월은 가벼운 도약으로 거뜬히 회피한다.
 당연하다. 마도의 명문 메이더스 가의 당주로서, 여섯 가지 모든 속성에 정통한 희대의 마법사. 로즈월 L 메이더스에게 있어, 다른 사람이 조종하는 마나를 간파하는 것 따위는 익살 수준이다. 보이지 않는 칼날이라고 칭한 바람의 마법도, 로즈월로서는 밤의 어둠 속에서 불화살을 발사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 간파할 수가 있다.

「답례다」

 3색, 서로 다른 색의 염탄이 로즈월의 팔이 한 번 휘둘러진 순간 람을 목표로 해 쏟아진다.
 빨강의 불길, 파랑의 불길, 초록의 불길――어느 불길도 도망치는 람을 쫓아, 추적해 오는 귀찮은 물건이다. 등을 돌려 달리면서, 람은 숨을 거칠게 하면서 마력을 높여 방출. 3종류의 불길을 바람의 칼날이 요격하지만, 상쇄된다고 생각한 불길은 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

 붉은 불길은 바람의 직격을 받은 순간, 기름이 부어진 것 같은 기세로 화력을 늘려 불기둥으로.
 푸른 불길은 반대로 시원스럽게 바람에 양단 되어 그 자리에서 사방팔방으로 화력을 흩뿌렸다.
 초록의 불길은 바람에 감겨졌다고 생각한 직후, 바람의 마나를 흡수해 형태를 바꾸어, 녹색 불길의 뱀이 되어 대지를 꿈틀거리면서 람을 바짝 뒤따른다.

 람은 불기둥에 부추겨지고, 푸른 불길을 피하기 위해서 큰 나무를 차고,, 그리고 초록의 불길뱀의 송곳니를 피하듯이 지면에 누워, 재차 바람의 칼날을 불뱀에게 내던진다.
 폭쇄되는 불뱀은 뿔뿔이 흩어져, 흩어진 초록의 불길은 초원 여기저기에 불씨처럼 계속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이런이런…… 아직 한 합, 마법을 서로 교환했을 뿐인데, 상당히 상처입었구나」

「핫…… 하앗」

「승산이 있다고, 그렇게 생각한 행동이라면 전망이 너무 물렀다고 말해애―야겠네. 확실히 나는 지금, 기후를 조작하기 위한 대규모 마법의 술식 제어에 대부분의 마력을 할애하고 있다. 하아―지만, 그렇다고 손과 발이 소홀하게 될 만큼 서어―얻부르진 않아」

 숨으로 어깨를 오르내리는 람을 보면서, 주위를 불길에 둘러싸인 로즈월은 목을 기울인다.
 3색의 불길이 다시 출현해, 손바닥 크기의 불구슬의 형태를 취한 그것이 로즈월의 몸 주위를 둘러싸듯이 돌기 시작했다. 그 수가 회전할 때마다 증가해, 속도를 더해, 그저 몇 초의 사이에 로즈월의 몸을 3색의 불길의 소용돌이가 둘러쌀 정도로.

「각각 한 개씩의 불길로 그 꼴이다. 3종류의 불길을 10개씩, 총합 30의 화염탄. 지금의 네 능력으로는 다 처리 할 수 없겠지?」

「――――」

「애초에, 나의 전력 저하의 타이밍을 가늠한 것이라면, 가필과의 결전에 조력하는 것 같은 행동은 우책의 극한이다. 나의 능력이 떨어져 있어도, 너의 전력이 떨어져 있어서는 아무 의미도 없어. 전신에 충일하는 마나를 보면 안다. ――오니화를, 했구나」

 로즈월의 낮은 질문에, 람은 호흡의 상태를 정돈하면서 시선만으로 응한다.
 대답은 기대하고 있지 않았던 것일까, 로즈월은 어깨를 움츠렸다.

「나의 보조도 없이 오니화를 실행하면, 그렇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거의 마나가 남지 않은 몸으로 나에게 도전해도, 겨우 1분의 전투로 한계가 가깝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행동에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 관점에서 말하면, 봐 줄수가 없어」

「봐 줄수가…… 없다, 입니까」

「그으―렇고말고, 봐 줄 수가 없다. 조금 전 너는 말했지. 복음서의 기술이 완전하게 빗나갈지 이틀 기다리면 대답이 나온다고 내가 말했는데, 너는 그래선 의미가 없다고. 처음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생각했지만…… 나 나름대로 생각해서, 대답은 나왔어」

 서서히 호흡은 가라앉고 있지만, 체력과 마력이 회복하는 일은 물론 없다. 로즈월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람에게의 추격의 손을 느슨하게 해 말을 주고 받고 있다.
 방해가 되면 이야기는 별도이지만, 로즈월은 람을 죽일 생각까지는 없는 것이다.
 그 여유가 또, 람에게 있어 굴욕적이어서 견딜 수 없다.

「너의 목적이 복수인 것을 생각하면, 대답은 간단하게 나왔다. 폐인이 된 나를 고통스럽게 해도, 진정한 의미로 너의 기분은 개이지 않는다. 확실히 복수를 이룰 수 있을 가능성을 방폐해서까지, 지금의 나에게 도전하는 이유는 그렇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으니까. 너는 아직 목적의 도상[途上]에 있는 나를 죽여야만, 처음으로 복수가 완성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 어렸던 너에게 긴박한 상황에서 선택을 강요한 나에게도 실수가 있었을 것이다. 시간을 두고 나서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너도 초조했는지도 모오―르지. 그러니까,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날뛰어 버렸다. …… 결과는, 본 대로이지만」

「――아」

 작게, 람의 목으로부터 목소리가 새었다.
 긁힌 것 같은 그것은, 빠져나오듯이 흘러넘친 한숨이다.

 로즈월의 색이 다른 눈동자가, 람의 거동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려보고 있다.
 그 시선을 받으면서, 람은 자신의 지금까지의 반생을 되돌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쭉 알고 있던 것을, 이제와서처럼 한 번 더, 재차 들이대어졌다.

 그 일을 통감해, 람은 입을 열었다.
 크게 크게, 하늘을 우러러보며 입을 열어,

「아하하하하하하――!」

「――람?」

 경영[鏡映]이다.
 방금 전의 로즈월의 홍소[哄笑]를 생각해 내어, 웃는 람은 한층 더 통쾌한 기분이 된다.
 로즈월과는 완전히 다른 이유이지만, 과연 이것은 이상하다. 웃어 버린다. 그것도 그렇다,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렇겠지.

「그토록 반복해도, 그토록 접하고 있어도, 상대는 마음을 알아차리지도 않았다」

 둔하다던가, 둔감하다던가, 그런 것과는 이미 차원이 다르다.
 완고한 것이다. 틀에 갇힌 것이다. 있을 수 없다고, 그렇게 단정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복수로 시작된 마음이, 시간을 거쳐 연모로 바뀌는 일 따위, 그의 안에서는 있을 수 없다.

「람이, 로즈월 님의 옆에 있던 것은…… 계약이 이유입니다」

「아아, 그렇겠고말고. 불타 무너진 취락에서, 나와 너는 주종의 계약을 주고 받았다. 뿔을 없애고 더더욱, 격노에 젖었던 너의 눈동자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그것을 계약으로 봉해, 격정의 방향성을 충성심으로 바꾸었다. 언젠가, 오늘과 같은 날이 온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그렇네요. 그랬습니다. 람은, 당신을 죽여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기회는 빼앗겨, 불가해한 충성심을 안은 채로 저택에서 보내고…… 그리고」

「오늘, 계약의 경목을 벗어난 너는 그 때의 복수심을 이루려고――」

 결론에 이르려고 하는 로즈월. 그 모습이, 몹시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정말로 이 사람은 말 그대로, 자신의 생각 이외로는 아무것도 보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람은, 로즈월 님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

「사랑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망가진 당신 따위를 받아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은 람이 바라는, 로즈월님이 아닙니다」

 람의 대답을 듣고, 로즈월의 눈이 크게 열려 경직된다.
 진심으로, 한 조각도 상정하고 있지 않았던 대답을 들은 것처럼, 로즈월은 경악하고 있다.
 곧바로 머리를 흔들어, 말을 만들려고 하지만, 입술이 떨릴 뿐으로 의미 있는 말로 이루어 낼 수 없다.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이고 뭐고……나를, 조롱하고 있는 건가? 이 시기에 이르러, 나를? 힘으로 닿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마음을 흔들기 위해……」

「그런 잔재주, 어째서 로즈월님에게 통할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람은, 그저 본심을 고하고 있을 뿐입니다」

「라고 한다면, 더욱더 그런 일이 있을까 보냐!」

 발을 동동 구르며, 로즈월은 목소리를 거칠게 한다.
 정신의 흥분에 반응해, 그의 몸을 둘러싸는 화염탄의 막이 크게 흐트러진다. 움직임을 멈춘 불길을 주위에 가라앉혀 띄워, 로즈월은 람을 노려봤다.

「나를, 사랑한다? 무슨 말을 하고 있나. 미운 상대다. 미운 남자일 것이다. 너에게 있어, 고향을 멸한 원인과 관련되는 남자다. 사실 너도, 나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고 있었을 거다!」

「처음엔 그랬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람은 지금,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바보같은 말을……! 누가 그런, 가벼운 감정을……!」

 복수로 시작된 생각은, 복수가 아니면 안 된다.
 연모에 이르는 생각은, 연모로부터 밖에 시작될 길이 없다.

 로즈월은 완고하게, 사람의 소원이나 생각은 변함없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니까 그에게는, 람의 삶의 방식을 흔들 정도의 변심을 믿을 수 없다.

「복수는, 어떻게 할 거냐! 너는 맹세한 게 아니었나! 불타 내려앉은 고향을 앞에 두고, 죽은 동포들의 영혼에, 반드시 복수를 완수하겠다고 맹세한 게 아니었던가!」

「동포들에게는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있고, 고향을 생각하면 가슴도 아픕니다. 그렇지만, 사랑해 버린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사망자의 기분보다, 람은 람의 기분을 우선합니다」

「――――!」

「게다가, 로즈월 님은 직접적인 원수인 것도 아닙니다. 복수심에 눈이 흐렸다는 것이라면, 그 쪽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지요. ……라고 람은 변명합니다」

 반박하는 람에 대해 로즈월은 다음 말이 나오지 않는다.
 곧바로 이해해라, 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이야기일 것이다. 로즈월은 긴 긴 시간, 자신의 생각을 관통해 온 남자다.
 일관해, 오직 한 사람에게로의 애정을 관통해, 그 소원의 성취에 최선을 다해 왔다.

 감정이란, 마음과는 그렇게 있어야 한다고 하는 생각이 너무 강하다.
 까닭에 그에게는, 시간과 함께 바뀌어 가는 생각을, 강함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 부분도 사랑스럽다고 생각되어 버리는 것은, 이제 어쩔 수 없다.

「그러니까, 람은 당신을 폐인 따위로 절대 만들지 않습니다」

「……모순되어 있다. 너의 생각이 어떻던 간에, 아니 말한 대로라면 더욱더, 여기서 네가 나와 서로 부딪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복음서가 빗나가면, 사는 목적을 잃는 나는 마음을 버린다.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그러니까, 지금 이 때인 것입니다. 바루스가, 에밀리아님이, 가피가…… 로즈월 님의 마음에 균열을 만들고 있는 지금만이, 람의 천재일우의 기회」

 로즈월과 람 사이에 연결된 계약, 그것이 있는 한 람은 로즈월에게 거역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 람이 로즈월을 거역하고 있다는 계약의 경목을 깨지 않았다고, 람의 영혼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로즈월은 지적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 것일까. 한 쪽이 그렇게 인식했기 때문에, 계약의 대상 외가 된다. 그렇게 애매하고 느슨한 판단 기준을, 계약이라고 하는 시스템이 가지고 있을까.

 까닭에 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바라고 있다.
 복음서의 기술이 빗나갔다고, 계약이 파기되는 조건을 채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람 뿐만이 아니다. 로즈월도 또한, 마음의 어디선가 그것을 깨닫고 있다.
 그러니까 더더욱, 이 상황인 것이라면.

「――――읏」

 이해할 수 없는 얼굴로 있는 로즈월을 향해, 람은 숨을 멈추고 땅을 찼다.
 지팡이를 뽑아, 있을까 말까한 마나를 짜기 시작하면서 마법을 형성한다.

「――! 쓸데없는 짓이다!」

 람의 행동에 로즈월은 동요를 버리고, 주위에 띄우고 있던 염탄에 명해 람의 발을 묶으려고 공격을 향한다. 그러나, 어느 불길도 람에게의 직격은 없고, 지면이나 안면을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 람의 피부를 그슬리는 것에 그쳤다.
 이 시기에 이르러, 복음서의 미래를 덧쓰는데 필요한 조건을 채운 람――그 존재를 잘라 버리는 판단을 할 수 없다. 람의 목적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일단[一端]은 있다.

 혹시라도, 람을 다치게 하는 것을 안타깝다고 생각해 주었을지도 모른다.
 라고 하면 그것만으로, 조금 전까지의 우울을 잊을 정도로 마음이 튄다.

「――엘, 후라!!」

 바람의 힘이 집약되어, 무색의 파괴가 눈앞에서 폭발한다.
 대비한 로즈월이지만, 목적은 그 자신이 아니다. 그의 발밑, 지면을 폭쇄시켜, 터져나오는 흙덩이로 시야를 가리는 것이다.

「이런, 연막을!」

「――――읏!」

 일순간 생긴 흙의 커텐을, 로즈월은 팔을 한 번 휘두름으로써 분쇄한다.
 사라지는 장벽, 그것을 지켜보면서 람은 날카롭게 숨을 내쉬며, 이마에 힘을 집중했다.

「……아, 긋」

 격통. 시야가 새빨갛게 물들어, 충혈되는 눈동자의 구석으로부터 피눈물이 흘러넘친다.
 전신의 근육이, 뼈가 삐걱거려, 몇 개의 줄기가 단열하는 죽는 소리를 하는 것이 들렸다.

 그것들을 전부 무시하고, 어금니가 깨질 정도로 이빨을 악물어 지면을 밟는다. 화리로 대지가 부서져, 람의 몸이 그 순간, 생명의 한계를 넘어 가동했다.

 흙덩이를 떨친 로즈월의 눈앞에, 람의 몸이 찰나보다 빠르게 뛰어든다.
 로즈월이 람의 모습을 알아차려, 눈을 크게 여는 것 보다 람의 움직임은 빠르다. 편 팔이 로즈월의 몸으로 뻗어져 가슴 근처에 손바닥이 닿는 것에 로즈월이 숨을 삼킨다.

 오니화――람의 신체 능력의 촉진은, 그 이외에 있을 수 없다.
 지금의 람의 여력은, 일순간이라고 해도 인체의 한계를 넘은 것이다. 흉골이 부서지고, 내장이 쏟아져나올 가능성에 로즈월은 자신의 판단 미스를 자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뭐, 라고?」

 어떤 충격과 아픔도 찾아오지 않고, 로즈월은 어이를 상실한 목소리를 낸다.
 그 로즈월에게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 깜박임의 사이에 도달한 람이 지면을 깎으면서 급정지. 아래를 향하는 얼굴이, 입에서부터 성대하게 피를 토해내며 무릎을 꿇었다.

 람의 행동의 의미를 알 수 없어, 로즈월은 눈썹을 찌푸리고 있다.
 하지만 곧바로, 무너지는 람이 손에 든 것을 보고, 표정을 바꾸었다.

「그것은……!」

「람에게, 있어서…… 모든 악의 근원은, 이것이기 때문에」

 안색을 바꾼 로즈월이 달려들어 오려고 한다. 거기에 시선만을 들어 올려 대답한 람은, 어떤 주저도 없이 팔을 휘둘렀다.

 ――손안에 있던 복음서가, 계속 남아 있던 초록의 불길 안에 처넣어진다.

「――――!」

 소리없는 절규를 로즈월이 올리지만, 무상히도 불길은 복음서를 삼켜 불기운을 올린다.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오래된 책은 초록의 재로 모습을 바꾸어 갔다.
 그 광경을 람은, 기다려 바란 광경인 것처럼 미소짓고 지켜보며,

「――겨우, 이걸로」

 만족스럽게, 뺨을 물들이는 람의 한숨.


 ――분노에 맡긴 염탄이 소녀의 작은 몸을 관철한 것은, 직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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