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6일 수요일

리제로 5장 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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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60 『하나의 끝과, 하나의 싸움』


 흰 빛이 보였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몹시 마음 편안해지는 빛이.
 이렇게나 편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은 얼마나 오랜만의 일일까.
 잠으로부터 눈을 뜰 때는 언제라도 우울해서, 끝나지 않는 악몽 속에 있던 나날에는 안녕이란 어디에도 없어서.
 분명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그 어둠은 개이지 않것이라 믿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이 빛은 이렇게도 마음에 스며드는 것일까.

「――저기, 일어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난다.
 흰 빛의 저편으로부터,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 그 소리에 이끌리는 대로, 손을 잡아 당겨지는 대로, 어둠을 빠져나간다.
 멀리 보이고 있던 흰 빛이, 이윽고 시야를 다 가리고――.

「안녕. 잠꾸러기 씨도, 눈을 뜰 시간이야」

 눈시울을 연 저 편에서, 은발의 소녀가 수줍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실피의 뺨을, 눈물이 타고내렸다.


※※ ※ ※ ※ ※ ※ ※ ※ ※ ※ ※ ※


 창백한 빛이 하늘에 솟아올라, 얼음의 결계가 풀린다.
 반괴된 교회를 감싸고 있던 얼음은 빛이 되어, 뿔뿔이 흩어지는 마나는 춤추는 미정령들에게 휩싸여 사라진다.

 불가시의 환상이 불가시의 환상에 삼켜지는 광경은, 몹시 서글픈 듯한 감상을 보는 자들의 마음에 새긴다.
 눈물샘이 자극되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광경이지만, 흐느껴 우는 그녀들의 눈물의 이유는 그것 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녀들의 인생, 그 가장 빛나는 시간을 묶고 있던 악몽――그곳으로부터의 해방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에밀리아땅은 굉장하구만」

 무심코 입술을 풀면서, 스바루는 멍하니 중얼거린다.
 시선의 끝에 있는 것은 에밀리아와 그 그녀에게 울며 매달리고 있는 신부――전 신부들의, 건재한 모습이다.
 드레스 모습의 여성은 그 수 빈틈없이 53명, 한 명의 결원도 나와있지 않다.

「……신부와 심장이 동화되어 있다고 들었을 때, 신부를 죽게하지 않고 구할 방법은 없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말이야」

 신부들의 생명을 빼앗아, 『사자의 심장』의 거처를 없앤다. 그 이외의 방법으로, 그 흉인을 멈추는 방법은 없다고 스바루는 반쯤 진심으로 단념하고 있었다. 희생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 스바루와 달리, 에밀리아는 단념하지 않았다.

 레굴루스 상대의 결사적인 격렬한 승부의 한중간이었다고는 해도, 다른 수는 없다고 사고정지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에밀리아는 생각을 그만두지 않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로, 무엇이 가능한지 생각해, 그것을 완수했다.
 그러니까,

「이번엔 완전히, 에밀리아땅에게 뺏겼군」

「그렇지는, 않다구」

 탈진해, 벽 옆에 축 늘어진 스바루. 그 안도의 한숨을 우연히 듣고서, 에밀리아가 돌아온다. 흰 드레스는 누더기에, 사투를 넘은 은발은 흐트러져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싸움을 끝내고 거기에 있는 에밀리아는 예뻤다.
 그런 내심의 감개에 숨을 내쉬고, 스바루는 턱을 흔든다.

「아직 그 사람들, 에밀리아땅에게 감사의 말을 아무리 전해도 부족한 얼굴 하고 있다고?」

「얼버무리지 말라구. 거기에 나, 모두에게 잘난듯이 말할 수 없는 걸. 순간의 일이었지만…… 한 번은 죽을지도 모르는 선택을 모두에게 억지로 시킨 거니까」

「그렇지만 아무도 죽지 않았어. 모두 살아 있어. ――그것이 무엇보다야」

 그 결과, 그것이 무엇보다도 최상이다.
 원하던 대답을 얻을 수 있어 스바루는 안도한다. 에밀리아는 허리에 손을 대고는, 변함없이 자기 평가가 낮은 자신을 보류한 채 스바루에게 입술을 뾰족하게 한다.

「상처투성이가 되서, 잔뜩 무리하고…… 스바루가 노력해 주지 않았으면, 지금쯤, 모두 안됐을거야. 『사자의 심장』도, 스바루가 깨달아준 덕분이고」

「결정적 수단이 부족한 것은 평소의 일……이라고 정색하는 것도 뭣하지. 그렇지만, 잘도 생각해냈네. 신부씨들을 얼음에 가둬, 가사상태로 만든다니」

「나도, 얼어 있었던 시간이 길었으니까」

 데헷, 이라는 느낌으로 에밀리아가 혀를 내민다. 귀엽다.
 하지만, 의외로, 웃으며 이야기할 내용도 아니다.
 라고는 해도, 에밀리아의 행동과 그 재치는 레굴루스 타도에 있어, 쓸데없는 희생을 낳지 않는다고 하는 최대의 효과를 발휘했다.
 53명, 고귀한 신부들의 생명은 구해진 것이다.

「분명하게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었지만」

「그렇지만 해치웠지. 에밀리아땅, 자기 힘을 다루는걸 노력해왔으니까」

「그렇지만, 얼어 버린 채로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었어. 잘 해방할 수 있어서 조금 지금 마음이 놓이고 있어」

 그리고 수줍은 웃음을 숨기면서,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댄다.
 그 손바닥 아래, 맥박치는 자신만의 고동을 확인하듯이.

「게다가, 스바루가 레굴루스의 심장을 내 가슴으로부터 꺼내 주지 않았으면, 나도 자기 자신에게 같은 마법을 걸 수 밖에 없었어. 그 경우, 실피들이나 나도, 녹이는게 지금보다 엄―청 더 큰일이었을 거라고 생각해. 또 백년 걸려버렸을지도」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너무 과장스럽지」

「…………」

「과장스럽지 않았어!? 세상에, 근소한 차이의 파인 플레이였구나!」

 말없이 쓴웃음짓는 에밀리아에, 스바루는 경악한다.
 레굴루스의 도발로, 자신째 『사자의 심장』를 멈추려고 한 에밀리아. 그것을 간과하고 있었다면, 에밀리아와 이승의 이별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게 얼음을 녹이는 방법을 찾아 헤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잠자는 공주 두 명이라니, 나의 역귀상이 장난 아니게 되니까 좀 봐줘」

 투덜대며, 그러나 스바루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에밀리아는 무사하게 구해졌고, 신부들도 무사하게 끝났다. 레굴루스와의 싸움은, 개인과의 싸움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 대규모의 파괴를 낳았지만――최종적인 결착으로서 이 쪽이 입은 피해는 거의 없다.

 겨우, 스바루가 육체적으로 다양하게 짊어진 것과, 마녀교와의 불필요한 인연.
 그것과――.

「라인하르트, 상처 치료도 하지 않고 나갔는데 괜찮으려나」

 골똘히 생각하는 스바루에게, 문득 에밀리아가 그렇게 말했다.
 스바루는 얼굴을 들어, 팔랑팔랑 손을 흔든다.

「문제 없어. 뭔가 저녀석, 그대로 둬도 마음대로 미정령이 상처를 치료해 준다는 것 같아. 스스로 말했어」

「아, 역시. 이 근처에 많이 있었던 미정령들이, 라인하르트가 없어지니까 모두 따라가버려서…… 라인하르트, 정령사의 소질 있을지도」

「내 개성이 죽으니까 그만둬!」

 거기에 라인하르트의 경우, 그런 것 없어도 충분히 너무 강하잖아. 레굴루스에게 라인하르트를 부딪친 것은 스바루 자신이지만, 마지막 결투(모조)의 상황에서의 라인하르트의 싸우는 모습은 썰렁하다는 한마디이다.

 인간, 저렇게 가볍게 구름 위까지 점프할 수 있는 건가. 같은 인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그렇지만 같은 왕선 후보자의 기사인 것이다.

「에밀리아땅, 약한 나지만 버리지 말아줘」

「――? 나, 스바루 엄―청 의지하고 있는데?」

「그렇죠! 그렇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미안, 조금 어째서 그렇게 쭉쭉 오는지 모르겠어……」

 어쨌든, 저쪽이 이쪽이 하고 비교하는 것은 그만두자. 그야말로, 타인을 평가 기준으로 삼고 안심하지 않으면 행동할 수 없는 레굴루스처럼 된다.
 본받을 점 따위 없는 남자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반면교사로서는 꽤 나쁘지 않은 것은 아닐까.

「……다른 모두, 괜찮을까」

「그걸 위한 라인하르트. 거기에 까놓고 말해서, 다들 나보다 강하니까」

 맡기자, 라고 말하면 타력본원으로도 들리지만, 믿고 있다는 간지러운 표현이 제일 잘 와닿는다.
 진영은 다르고, 머지않아 하나의 왕위를 두고 정면에서 서로 부딪치는 일도 있을 것이지만, 스바루는 그녀들을 그들을 믿고 있었다. 인격·능력·신념 다양하게 있지만.

 적어도, 마녀교처럼 비열하고 구할 도리 없는 녀석들에게 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바랄 수 있을 정도로는.

「――――」

 거기에 누군가가 패배해, 생명에 관련되는 것 같은 일이 있다면――스바루는, 『사망회귀』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로즈월과의 계약, 그것은 차치하고 구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반드시 구하려고 해 버린다.

 아픈 것도 괴로운 것도, 싫다.
 그렇지만 슬픈 것은 분명, 좀 더 싫은 것이다.

「스바루」

「――――」

 죽음의 가능성을 생각하는 스바루에게서 무엇을 보았는지, 들어앉는 스바루의 곁에 에밀리아가 앉았다.
 그녀는 스바루의 왼쪽 어깨에 몸을 기대면서, 숙인 그 머리를 상냥하게 어루만진다. 낯간지럽다. 하지만, 떨어지기 어렵다.

「에밀리아땅?」

「지금, 스바루와 같은 기분. 모두가 걱정이지만, 이제 힘이 텅 비어서, 도움도 안 돼. 그러니까 나도, 스바루와 함께 빌게 해줘? 모두의, 무사」

「――――」

「분명 괜찮아. 그야, 다들 우리보다 엄―청 강하고, 엄―청 똑똑하고, 엄―청 노력파니까」

 스바루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인가, 말을 선택하고 있는 에밀리아. 그 말 선택의 센스가 그야말로 그녀다워서, 스바루는 약간 마음이 편해졌다.

 믿자. 모두를. 보낸 라인하르트를.
 레굴루스의 격파 이후 바로, 라인하르트는 다른 동료들의 구원을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도달하는 전장엔 아무 걱정도 없다.
 아무도 빠지지 않고,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그러면, 스바루의 걱정거리는 이제, 단 하나로 괜찮다――.

「――――」

 기도하듯이 하늘을 올려보는 스바루에, 에밀리아도 또 붕괴된 교회의 천정으로 밤하늘을 우러러본다. 그 에밀리아에게 보이지 않게, 스바루는 자신의 가슴을 꾹 눌러, 꽉 쥐고 있었다.

 ――레굴루스의 죽음의 실감과 함께, 또 뭔가 정체모를 검은 것이, 자신의 가슴에 미끄러져 들어와, 맥동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 페텔기우스 때와 같은 것이기에.

 그러니까 그것을 에밀리아에게 눈치채이지 않게, 그저 조용히.
 하늘에 기도를, 자신에게 각오를, 그저 조용히.


※※ ※ ※ ※ ※ ※ ※ ※ ※ ※ ※ ※


 ――시간은 레굴루스 격파보다도, 조금 거슬러 올라간다.

 그것은 스바루들의 제어탑 공략조의 출발과, 그것을 보류한 오토가 『예지의 책』의 회수를 위해서 청사를 나온 반각 후의 일이다.
 그것은 오토가 펠트들과 전투하는 『폭식』과 접촉했을 무렵이자, 가필이 크루간과 수로에 떨어졌을 무렵이며, 빌헬름이 테레시아의 후드를 떨어뜨렸을 무렵이고, 율리우스가 몸에 기억에 없는 원망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을 무렵이며, 신부에게 무단으로 결행된 결혼식의 한중간에 교회가 반괴되었을 무렵이자, 도시 북부의 수로가 갑자기 일제히 타올랐을 무렵이며――비전투원만이 남은 도시청사의 건물을 충격이 덮친 순간이었다.

「짜잔! 저의 행차~!」

 5층 건물인 도시청사의 최상층, 그 벽을 거대한 질량이 가차없이 분쇄한다.
 격렬한 진동에 건물의 창은 금이 가, 낮에도 있던 데미지에 건물의 토대가 치명적으로 손상된다. 프리스테라의 도시 기능, 그 중추이기도 했음이 분명한 건물은 단 하루만에 붕괴 직전까지 내몰려 몰라볼 정도로 초췌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다만, 그것이 붕괴 직전에 끝나든가 그렇지 않든가라고 하는 것은, 이 장소에서 지금부터 일어날 사건――그 결과 나름으로 정해진다.

「4개의 탑에 4개의 수문. 어떤 것이나 하나라도 열리는 날에는 도시의 전부가 수몰 확실…… 당연히, 모든 탑의 가능성을 잡지 않으면 안되니까, 너희 쓰레기들은 싫어도 전력을 분산시켜 총력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페캬악 하고,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도시가 놓여진 상황을 말한다.
 그러자, 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모두! 반드시 살아 돌아와서, 이 도시를 지키자!」
「이 아름다운 거리의 풍경을, 우리의 힘으로 되찾는거야!」
「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우리가 질 리가 없어!」
「선행에는 선과, 악행에는 악과 있으라. 이 싸움, 우리의 승리다――!」

 늠름한 청년의 목소리가 난다.
 나이 어린 소녀의 용감한 목소리가 있었다.
 역전을 느끼게 하는 딱딱한 남자의 군사다운 홍이 있어, 이지적인 묘령의 여자의 목소리가 분발케 하는 것 같은 고무를 외친다.
 모두, 그 말에 부끄러워하지 않을 만큼의 의지와 각오에 보장받은 강한 말의 갖가지――하지만, 말한 입은 하나뿐.

「라―거나, 생각해 버리거나 한 것 아닙니까?」

 그리고 강한 말을 말한 것과 같은 입술이, 지금까지의 말 전부를 배반하는 것 같은 모멸과 조롱, 지워 없앨 길 없는 악의를 굳힌 목소리로 단언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은, 자신의 작은 몸을 껴안아 마지못해 어깨를 좌우에 흔들어,

「꺄하하하핫! 싫다싫다싫다―아, 그만둬 주세요라는 거예요! 어째서 제가 그렇게 촌스럽고 땀 냄새가 날 것이 틀림없는 정의에 어울려주지 않으면 안됩니까? 너희 쓰레기들, 모두 다 머리 예쁘게 끓고있는 겁니까?」

 날카롭고, 매우 소란스러운 웃음소리가 오른다.
 숨기지 못한다, 숨길 생각이 없는 악의의 교성, 그것을 올리는 것은 아직도 어린 미성숙인 몸을 한 동녀다.

 둥근 눈동자에 얇은 입술, 목까지의 높이의 금발에 붉은 뺨을 귀여움의 극을 달리는 듯한 용모로, 그 얼굴에 동녀답지 않은 염조차 기릴 정도의 흉상을 떠올리고 있다.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속옷과도 동연한 헝겊만으로, 아직 여성으로서는 커녕 인간으로서의 몸이 완성되지 않은 동녀의 과잉인 노출은, 정상적인 인간에게 동일하게 비뚤어진 혐오감을 안게 했다.

 아마 동녀――아니, 그 괴물의 목적은 그곳에 있다.
 마녀교 대죄주교, 『색욕』 담당 카펠라 에메라다 루그니카, 그 인간의 윤리와 존엄을 있는대로 능욕하는 괴물의 목적은 그곳에.

「제가 예의바르게, 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적당한 망상을 믿을 수 있는 정신이 이미 수수께끼! 얼마나 너희들 상냥한 매일을 보내온 것입니까, 접대냐! 싸움은 적에게 시키고 싶은 것을 시키지 않고, 적이 당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는 것이잖냐. 꽃밭의 거주자도 적당히 하라는 거예요,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들이」

 듣는 것을 견디기 힘든 갖은 험담의 한중간에도, 행동만은 사랑스러운 괴물 카펠라.
 뺨에 손가락을 세워 몸을 구부리는 괴물은, 도시 청사에의 침입을 완수하자 즉석에서 사람의 기색이 있는 비근한 방에 침입――거기에서 카펠라와 조우해, 지금까지의 욕소리를 계속 퍼부어지고 있는 것은 고양이귀의 기사다. 등 뒤의 침대에는 가로놓인 긴 머리카락의 여성이 있다.
 이곳은 청사의 최상층, 페리스와 크루쉬 주종에게 할당되어져 있었던 방이었다.

「네가, 대죄주교인 『색욕』……!」

 분노에 떨리는 목소리로, 카펠라를 노려보는 것은 침대를 감싸는 페리스다. 카펠라는 자신을 노려보는 페리스에게 고개를 갸웃해, 그 뒤의 침대를 들여다 보고 납득한 얼굴로 끄덕였다.

「아――네네, 원망받아 납득. 역시 피에 져버렸습니까. 안되겠지――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생각하고 있었던 거지만, 실제로 지는 걸 보면 실망해 버리네요. 적당히 고귀한 루그니카의 피일테니까 기대하고 있었다는데」

「크루쉬님을 이런 꼴을 당하게 하고 뭐가 목적이야!? 어떻게 하면 크루쉬님을 구할 수 있어! 대답해!」

 애석해한다고 하기보다는 지루한 듯한 카펠라의 군소리에, 사랑스러운 얼굴을 분노로 붉힌 페리스가 짖는다. 그 양손에 쥐어지고 있는 것은, 페리스가 가지고 다니는 단검이다.
 아름다운 장식과 사자의 문장이 조각된 그것은, 실전용이라고 하는 것보다 관상용의 일품. 페리스 자신의 미숙한 기량과 함께, 효과적으로 휘두를 수 있듯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거 장난감? 소중한 선물? 어느 쪽이었든, 가는 손으로 그런 것 휘두르고 있으면 위험하지 않습니까, 아가씨. …… 아니, 응?」

 혀를 내밀어 웃는 카펠라가, 거기서 말을 중단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우와, 기분 나빠. 에? 너 대단히 부자연스러운 몸 하고 자빠졌네요. 남자 주제에 그 몸…… 어떻게 하면 그런 식으로 된다는 겁니까. 그저 여자의 모습을 할 뿐인 변태와는 근본부터 달라서, 저 썰렁입니다만?」

「――읏」

 페리스의 성별을 간파한 다음, 카펠라는 그것이 부자연스럽다고 혐오한다. 괴물은 페리스를 위에서 아래까지 바라보고, 일부러인것 같게 게워 보인다.

「그 모습, 남자의 방심에서도 부르기 위해서입니까? 그런 거라면, 인간이란 것의 하찮음을 이해하고 있지 않습니까. 남자는 바보이고, 여자는 얼간이고, 인간은 모두가 다 쓰레기들뿐…… 제 기호의 결론입니다만」

「시끄러워! 불필요한 걸…… 질문에 답해! 크루쉬님에게 무엇을 했어!!」

「아――정말, 시끄럽네에」

 어디까지나 회화가 성립하지 않는 카펠라에게, 페리스는 치욕을 견디며 다시 고함친다. 그것을 들은 카펠라는 어깨를 움츠리고, 깜박임의 직후에 동녀의 얼굴이 녹았다.

「――!?」

 숨을 삼키는 페리스의 앞에서, 동녀의 몸이 녹으면서 형태를 바꾼다.
 작은 키가 악몽처럼 성장해, 선명한 금발이 변색한다. 모든 사람의 비호욕을 일으키는 달콤한 얼굴 생김새가 늠름한 것이 되어, 속옷 동연의 착의가 남색의 드레스로 바뀌었다.

 이야기로 듣고는 있었지만, 그 변이·변모를 페리스가 직접 목격하는 것은 처음의 일이다. 접한 것의 몸을 자타 묻지 않고, 자기 좋은 대로 만들어 바꾸는 악몽의 창조자.
 그리고 그 악몽의 현현에, 페리스는 보연자실[呆然自失]이 된다.

「아, 우……」

「――뭘 놀라고 있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긴 초록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것은 페리스가 가장 사랑하는 얼굴이다.
 정면을 가로막고 선 카펠라의 모습이, 페리스의 경애 하는 주인 그 자체로 바뀐다. 그 일에 페리스의 얼굴은 창백해져, 잡는 단검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이거봐, 조금 전까지의 위세가 없어졌다. 이 얼굴, 이 몸, 이 목소리로, 눈앞에 서자마자 그 꼴」

 본 적도 없는 크루쉬의 얼굴로 웃고, 카펠라가 천천히 앞에 나온다.
 그녀는 페리스의 바로 근처,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까지 다가가더니, 무엇을 생각했는지 떨리는 단검의 칼끝에, 자신의 가슴의 중심을 맞추었다.
 크루쉬의 큰 가슴의 한가운데에, 칼끝이 살그머니 겨누어진다.
 쑥 내밀면 박히는, 그런 위치에.

「미운 상대가 눈앞에 있다구요. 제 원수를 취해 주세요. 괴롭다, 괴로워. 숨을 쉬는 것도 괴롭워.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어. 심장이 피가 아니고, 전신에 독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빨리, 원수를 갚아줘. ――그렇게, 말하고 있다구요」

「후, 후우…… 후웃……!」

「쭉 검을 밀어넣어, 마음껏 상처를 후벼파듯이 비틀어 뽑으면 됩니다. 그러면 심장이 파괴되어, 동맥이 다 끊어져 피가 멈추지 않게 된다. 죽일 수 있습니다」

 페리스의 호흡이 빨라져, 시선의 위치가 정해지지 않게 된다.
 가천금[値千金]의, 주군의 구적의 생명이 눈앞에 내며지고 있었다. 말해진 대로, 지금이라면 확실히 공격이 통과한다. 심장을 뭉갤 수 있다. 죽일 수가 있다.
 그저, 경애하는 사람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

「찔러라, 찔러라, 찔러라, 찔러라, 찔러라, 찔러라」

「――――」

「찔러라――!」

「우, 아아아!!」

 저주처럼 명해져, 페리스의 단검이 그 가슴에 꽂힌다.
 칼날은 인체를 간단하게 꿰뚫어, 뼈의 틈새 안쪽에 있는 심장을 파괴. 예리한 칼날이 비틀려, 근육이 끊어지는 잔혹한 소리를 내며, 피의 분출과 함께 단검이 빠졌다.

「하, 하앗」

 튄 피를 받지 않게 물러나, 페리스가 난폭한 숨을 내쉰다. 그 손으로부터 단검이 소리를 내며 떨어져, 마루에 방울져 떨어지는 피에 잠겨 가는 것을 알았다.

「구, 콜록」

 그리고, 가슴을 찔린 카펠라는 무릎을 꿇고, 입으로부터 대량의 피를 흘린다.
 외관은 크루쉬인 채, 아픔과 괴로움에 얼굴을 피로 더럽혀, 물기를 띤 호박색의 눈동자를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것 같은 얼굴로 페리스를 올려보았다.

「아파, 아파요……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을……」

「네가, 찌르라고 했잖아……! 나에게, 크루쉬님을 찌르라고!」

「괴로워, 괴로워. …… 너무해, 용서할 수 없어. 그렇게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한 주제에…… 서로 사랑했는데……」

「――! 바보같은 일 말하지 마! 나와 크루쉬님은 그런 관계가 아냐!」

「아, 그렇습니까? 그건 뭐, 연출상의 견해의 차이가 있었네요―」

 상쾌한 얼굴로, 카펠라가 소매로 피를 닦으면서 일어선다.
 그러는 김에 그녀가 자신의 가슴의 상처를 매만지자, 확실히 있던 상처는 일순간에 사라진다. 지금까지의 고민에 비뚤어지고 있던 표정도 어디론가 사라져, 한숨을 쉬었다.

「역시, 한다면 최초부터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요, 이런 거. 서로 사랑하는 주종에, 겉모습만 모방한 내가 살인을 시킨다. 그러한 곳에 사랑의 카타르시스가 있는 겁니다만…… 실패, 실패」

「이런 촌극…… 너는 뭘 하고 싶은거야. 시키고 싶은거야!」

「별로? 의미같은 건 없고, 시키고 싶은 것 따위 없어요. 남편에게 아내의 모습을 죽이게 한다니 시간 때우기같은 것이고. 기사를 여장시켜 옆에 두고 있는, 그러한 취미에 그러한 관계인 것일까 하고 생각한 것 뿐이고」

「나와 크루쉬님의 약속은, 그런 겉모습의 것이 아냐!」

「성벽이라든지 성애가 겉모습이라니, 그야말로 들뜬 의견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나 합니다만 말이죠―」

 목소리를 거칠게 하는 페리스에게, 목을 기울인 카펠라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카펠라가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그 형태가 또다시 크게 변용한다.
 손바닥이 거대한 꽃의 꽃잎처럼 되어, 성장하는 촉수가 페리스의 몸을 후려쳐 넘겨, 바람에 날아가는 그를 옭아매어, 단단히 조이면서 벽에 내던졌다.

「커, 헉……」

「본 채로 닿은 그대로, 약하고 얇은 몸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여자가 되고싶다는 거라면, 제가 여자로 만들어 줄까요? 제 손에 걸리면 조금조금 해서, 바아로 물건 떼고 구멍 붙여 드릴 수 있다구요?」

「나, 의 몸 같은거 어떻게 되든…… 그것보다, 크루쉬님을……!」

「어처구니없네. 자기보다 타인이 큰일이라니, 아름다운 걸 말해주고 자빠지는게 아니에요. 거기에 피에 진 몸을 어떻게 하면 되돌릴 수 있는가? 핫, 그런 방법이 있다는 거라면 제 쪽이 알고 싶을 정도예요」

 촉수가 꾸불꾸불, 페리스의 가는 손발이 울혈[鬱血]한다. 괴로운 듯이 눈을 뒤집어,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방안에 삐걱삐걱 울린다.
 사람에서 꽃으로 변한 오른손을 대신해, 내걸고 있었던 왼손이 사마귀의 낫을 형성한다. 크루쉬의 모습인 채, 오른팔을 꽃으로, 왼팔을 벌레의 팔로 한 추악한 모습.
 그런데도 얼굴 생김새만은 변함없이, 아름다운 채인 것이 무섭다.

「꾸물꾸물한 고깃덩어리로 바꾸어 주는 것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만, 저도 한가하지 않다구요. 다른 누군가가 올라오기 전에, 너나 주인도 통째로 정리해버려 주려는거 아니겠습니까」

「――우, 쿠」

「그렇다 치더라도, 답없이 얼간이인 놈들이에요. 내가 온다고 상정하기는 커녕, 습격되어도 대응이 늦어 늦어. 도대체 언제쯤이면……」

 거기까지 말하고, 유열에 느슨해지고 있던 카펠라의 표정이 흐려진다. 그녀는 자기 자신의 발언에 의문을 품은 것처럼, 허덕이는 페리스에게 얼굴을 대었다.

「아무리 뭐라해도 너무 늦는 거 아닙니까? 제가 위로부터 들어온 거라고 해도, 올라오는데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아」

「뭘 꾸미고 자빠졌는지, 냉큼 토하는 편이 몸을 위한 일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소중한 소중한 주인님이 좀 더 추악한 모습으로 대변신……」

 카펠라의 왼팔의 낫이 침대에 가로놓인 크루쉬에게 향해져 잔혹한 선택이 페리스에 재촉당한다. 그 질문에, 페리스는 떨리는 입술로 목소리를 줄이기 시작해,

「――석」

「아―앙? 어떤 목숨구걸을 들려주려고……」

「이, 쓸모없는……녀석」

「하?」

 황색의 눈동자가 증오를 품고 카펠라를 노려보며, 토해 버리듯이 그렇게 말했다.
 직후, 페리스의 몸을 묶고 있던 촉수가 연기를 분출하며, 꽃잎이 아연실색하게 썩어 떨어진다. 그 스스로의 오른팔의 부식을 보고, 카펠라도 오싹한 얼굴을 했다.

「어―라라? 이것은 저의 손에 무엇을……」

「뭐, 성격 나쁜기는 그쪽의 전매특허가 아니라는 거데이」

 촉수가 썩어 떨어져, 페리스의 몸이 해방된다.
 그 일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카펠라를, 한층 더 다른 목소리가 차단했어. 가련한 음성에 독특한 인터네이션. 카펠라는 그것이 들린 침대의 쪽을 바라보고――직후, 빛이 달린다.

 실내의 온도가, 일순간만 상승했다고 착각할 정도의 흰 열선. 그 고열의 빛은 카펠라의 안면을 구워, 그 왼쪽 반을 지워 날렸다.
 고기가 구워지는 타는 악취와, 탄화한 상처의 단면을 드러내며, 카펠라는 크게 그 자리에서 뒤로 물러난다. 뱀처럼 성장한 혀가 그 상처의 표면을 핥고, 웃었다.

「동료의 얼굴이라는데 용서 없네요. …… 뭐, 그다지 효과가 없는 녀석들은 자주 있는 것입니다만, 여기까지 당한 것은 놀랄 일 아닙니까」

「동료라니 착각이고말고. 우리들은 장사 상대…… 가 아니고, 경쟁 상대인기다. 그런 상대의 얼굴 보고 공격이 무디어질 만큼, 내도 마음 편하게는 살지 않았데이」

「조건부의 협력 상대로 언젠가의 적. 그렇다면, 굳이 얼굴을 노렸다는 것은 기분 전환이라는 겁니까? 그렇다고 하면 성격 한 번 너무 비뚤어졌다고 생각하고 자빠지게 됩니다만」

「말했지 않나, 그런 공사혼동은 안 한다고. 머리를 노린 건 단순히, 거기 뭉개믄 죽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 것 뿐」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내려온 인물은 기대 밖이라는 듯 한숨을 흘린다.
 크루쉬를 대신해, 침대에 가로놓여 있던 아나스타시아다.
 그녀는 초록의 염료로 물들인 물결치는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얼굴을 태워져도 건재한 카펠라에게 싱긋 미소지어 돌려주었다.

「기대했는데, 죽지 않는구나」

「웃는 얼굴로 무서운 여자 아닙니까. 주저없이 여자의 얼굴 굽는다든가, 합리적을 넘어서 이기적이어서, 실로 제 기호의 썩은 암코기!」

「너같은 것에 호감 사는 건 내도 사양이래이. 뭐냐, 내 기호는 털이 많아서 만지는 느낌이 좋은 귀여움계인게 당연하잖나」

 당당히, 아나스타시아는 괴물 카펠라와의 회화에 응하고 있다. 그녀는 침대의 옆에서 기침하는 페리스에게 다가가면, 그 팔을 당겨 일으켰다.
 아직 눈물고인 눈의 페리스에게, 아나스타시아는 「이제 충분하제?」하고 서론 하면서,

「끌어낼 수 있는 말은 없어. 적어도, 현재 상황으로선 크루쉬씨의 일은 보류데이」

「……알고 있어. 이런 위험한 도박, 어울려줬고」

「이번 일, 내그 책임도 크니까 피차일반이래이」

 왕국 최고봉의 치유술사인 페리스의 힘으로도, 지금의 크루쉬를 달랠 수 없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원인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당사자로부터 끌어내는 것 외에 없다. 그 페리스의 호소를, 아나스타시아는 거절하지 않았다.
 도시 프리스텔라에 후보자를 초대한 것은 아나스타시아다. 그리고 현재가 있다. 그것의 책임이, 아나스타시아에게 페리스의 요구를 거절하게 두지 않았다.

「이만큼 해서, 수확 없다고 말한다니 참말로 기대 밖이래이」

「그렇다면 기대에 따르지 못해서, 미안한 기분으로 가득하다는 일은 없지만 말이죠, 내가 온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었을 겁니다만?」

「나츠키 군의 방송이 있었제? 저걸 듣고, 움직일 거라고 생각한기다」

 주전력인 공략조를 보내고, 대본영이 비면 반드시 적은 움직인다. 정정당당히 마녀교가 그들을 맞아 싸울 이유는 없다. 카펠라의 발언대로다.

「나츠키군은 그 근처가, 조금 마무리가 어설프데이」

 굳이 지적하지 않았던 가능성이지만, 습격을 걸어오는 것은 대죄주교의 성격으로 버아 『분노』와 『색욕』의 어느 쪽일거라고 말하는 곳까지는 짤 수 있었다.
 까닭에 아나스타시아는 함정을 쳐, 도시청사를 덮치게 하도록 맡겼다. 진짜 크루쉬는 물론, 다른 부상자들도 벌써 피난소에 피난시켜 두었다.
 아무도 이 층에 올라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 건물 가운데에 사람이 있는 것은, 이 최상층과――.

「……흐음, 헤에. 머리가 도는 녀석도, 조금은 있고 자빠졌다는 겁니까. 그렇지만, 나를 얕보고 자빠지지 않았습니까? 그쪽의 고양이귀도, 그쪽의 아가씨도, 어느 쪽도 온전히 싸울 수 있는 것처럼는 안보입니다만」

「아가씨라니 부끄럽데이. 이래뵈도 내, 연장자 위치래이?」

 카펠라의 말에, 아나스타시아는 윙크해 보인다.
 그 당당한 행동에, 카펠라는 혐오와 흥미를 동시에 눈동자에 머금는다. 그러자, 반 녹아 있던 크루쉬의 얼굴이 비뚤어져, 카펠라의 모습은 다시 속옷 모습의 동녀로 되돌아왔다.
 설마 이것이 카펠라의 진정한 모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2번째의 동녀 모습으로 카펠라는 잔혹한 얼굴을 띄워, 아나스타시아를 가리켰다.

「결정했습니다. 그 귀여운 얼굴, 그것만 남겨 목부터 아래를 고구마벌레로 만들어 주겠습니다. 그렇게 되어도 아직, 저를 깔보는 말할 수 있을까 시험해보지 않겠습니까」

「그거 무서버라…… 그러니께, 일단 작별」

「――――」

 아나스타시아의 거절에, 위협적인 태도를 취하는 카펠라는 의아스러운 얼굴을 한다.
 아나스타시아는 녹색인 채의 머리카락을 당기며, 방안을 바라보았다.

「내는 네가 오는 것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제. ――그라모, 아무 준비도 안 하고 기다리고 있었을 리가 없잖나?」

 단언한 직후, 아나스타시아가 발끝으로 방의 마루를 가볍게 두드린다.
 날카롭게 두 번, 마치 뭔가의 신호처럼――순간, 카펠라의 발밑의 마루에 균열이 생겨, 몸의 자세를 무너뜨린 동녀의 몸이 아래층으로 낙하한다.

「이런, 뭐어」

 방의 바닥이 빠져, 전락하는 아래의 층의 마루에도 같이 구멍이 열리고 있다.
 카펠라는 그대로 한층 더 아래층으로, 총합 4층 분의 높이를 단번에 낙하해, 1층보다도 더욱 깊은 지하 공간에 떨어뜨려졌다.

 뿌직, 하고 소리를 내며 카펠라의 몸이 터진다.
 무방비하게 바닥에 내던져져, 차가운 지면 위에서 동녀의 몸이 찌부러지고 있었다.
 얼굴로부터 피를 분출해, 손발이 눌러꺾인 끔찍한 모습. 하지만, 고깃덩이가 된 몸은 곧바로 그 손다리를 우글거리게 해 동녀의 몸은 부정형의 물처럼 형태를 바꾸어, 일어섰다.

 거기에 나타난 것은, 요염한 풍취의 여성의 모습이다.
 풍만한 육체를 노출이 많은 의상으로 아까운 듯하지도 않게 드러내, 드문 흑발을 땋고 있다. 어딘지 모르게 뒤숭숭한 분위기가 있어, 마음이 초조해지는 미모다.
 페리스도 아나스타시아도, 그것이 누구를 바탕으로 한 모습인 것인지는 모른다. 애초에 4층에 남은 두 명에게는, 그녀가 변화한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모습을 취했던 것에 놀라는 자는 없었다.

「아아, 아아, 정말 정말…… 다양하게 즐겁게 해 주지 않습니까. 꺄하하하핫!」

 빈사의 모습도, 임사의 아픔도 느끼지 않는 기색으로, 카펠라가 그 목을 튀게 한다. 변이 후의 모습에는 너무나 알맞지 않는 경박한 교성, 그것이 청사의 지하 공간에 울려퍼졌다.

 어슴푸레하고, 차가운 습기찬 공기가 감도는 공간이다. 순수한 지하실이라고 하는 풍치는 아니고, 도시안에 둘러쳐진 수로――그 관리용의 시설의 일부일 것이다.
 어딘가로부터 흐르는 물의 소리와 머리 위의 구멍과는 다른 장소로부터 바람이 흘러오고 있다.

「이런 열렬한 환영을 받다니, 저도 자유자재로 크기를 바꿔버리는 가슴이 튀어 버리지 않습니까. 빨리 돌아가서 껴안아, 제 팔 안에서 저 이외는 사랑할 수 없도록 다시 예의범절을 가르쳐서……」

「돌아갈 수 없다고」

「――――」

 뺨을 붉혀, 흥분에 몸을 떨고 있던 카펠라를, 누군가가 억제했다.
 낮은, 귀찮은 듯한 남자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에 카펠라가 얼굴을 들자, 지하의 어둠으로부터 사람의 그림자가 나온다.
 그것을 본 카펠라는 표정을 일변. 그때까지 황홀로 하고 있던 표정이, 몹시 밉살스러운 듯한 것으로 비틀려 상대를 노려본다.

「저의 미의식은, 자신의 추악함을 숨기려는 녀석에겐 용서가 없습니다만?」

「그러냐. 안심하라고. 나의 미의식도, 널 용서할 생각은 없어」

 나른한 목소리는 카펠라에게 그렇게 응해,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 같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위에서 들었을 거잖아? 너의 동향은 이쪽의 성격 나쁜 녀석들에게 간파되고 자빠진 거야. 들어…… 성격 나쁜 걸로, 우리 공주보다 위가 있을 리가 없잖아?」

 말하면서, 동시에 들리는 것은 중후한 칼집의 소리.
 품이 두꺼운 검이 칼집으로부터 뽑아져, 둔한 빛이 머리 위의 구멍으로부터 꽂히는 빛을 비춘다.

 거기에 서있는 것은 외팔의 남자다. 검은 투구를 쓴 그림자다. 진묘한 모습의 기인[奇人]이다.
 기인은 카펠라를 향해, 한쪽 팔로 뽑은 청룡도을 향했다.

「마중나와 조속히지만, 오늘의 나는 기분이 나빠. ――내가 죽기 전에, 냉큼 돌아가라고. 연체생물」

――――――――――――――――――――
드디어 드러나는 알의 능력...!
번역 난이도
아나스타시아 > 카펠라  > 레굴루스

댓글 4개:

  1. 오만의 대죄주교라는 설이있는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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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냥 마녀교가 노답문장력이라면 아나스타시아 애들은 그냥 지방자치언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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