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6일 수요일

리제로 5장 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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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73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


 ――실은 첫눈에 반했다는 걸 알면, 당신은 어느 정도로 놀라 줄까요?





※※ ※ ※ ※ ※ ※ ※ ※ ※ ※ ※ ※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에게 『검성의 가호』가 머문 것은, 그녀가 12살 때의 일이었다.

 그것은 돌연히, 아무 전조도 없이 그녀의 인생을 크게 흔드는 사건이었다.
 평상시 그대로인 일상, 그것은 갑작스레 그녀 아래에 춤추듯 내려간 것이다.

「――? 혹시, 내가 선택되었어?」

 성실한, 그런 감각으로 테레시아는 가호를 내려받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테레시아는, 당분간 속으로 계속 비밀로 하게 된다.



 ――아스트레아가는 대대, 『검성』을 배출해 온 검의 명가다.

 초대  『검성』 레이드 아스트레아가, 수 백년 전에 완수한 위업의 결과로서, 아스트레아가의 검은 친룡왕국 루그니카에 빠뜨릴 수 없는 존재로서 인정되어 왔다.
그 인습은 몇백년도 경과한, 테레시아의 시대에도 맥이 계승되고 있다.

 그 때문에, 아스트레아가로 태어난 자들은 모두, 『검성의 가호』의 유무에 관계없이, 검에 종사하는 생애를 걷는 것이 반쯤 정해져 있었다.
 테레시아의 아버지는 물론, 두 명의 오빠와 막내 동생도 같다. 검세나 가호의 유무와는 별도로, 철들었을 때부터 검을 즐기는 것은 아스트레아의 전통이었다.

 그런 양육이 당연한 아스트레아 가에서 태어나, 그럼 여자아이로 있던 테레시아는 어떻게 자랐는가 하고 묻자면――정말로, 검과는 무연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아스트레아 가에서 태어난 이상, 남녀 묻지 않고, 검은 들게 한다.
 테레시아도 형제들과 같이, 어려운 지도를 받으면서 검을 휘두르게 되는 나날은 있었다. 있던 것이지만, 이것이 완전히, 테레시아에는 볼만한 검의 재능이 없었다.
 라기보다도, 검과 마주보는 자세가 한 조각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많은 소녀가 그렇듯이, 테레시아는 검에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
 능숙한가 서투른가의 문제는 아니다. 시켜지고 있을 뿐인 검술, 몸을 쏟지 않는 수련과 반항적인 태도. 그것들이 계속되면, 부모님이 그녀에게 검을 계속 휘두르게 하는 의의를 찾아낼 수 없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다.

 ――『검성의 가호』 는, 검신의 총애를 받을 만한 가치를 보여야만 받을 수 있다.

 대대, 아스트레아 가의 인간만이 계승할 수 있는 『검성의 가호』. 아직도 상세한 것이 밝혀지지 않은 가호에 대해, 적어도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되고 있었다.
 검과 진지하게 마주 보아, 그 검재[剣才]를 인정받아야만 가호를 내려받을 수 있다.

 여자아이에, 검에 흥미가 없고, 계속 외면하는 장녀.
 테레시아가 조속히 『검성』의 가능성을 단념해져, 자유롭고 제멋대로 구는 것이 용서되게 된 것은 필연의 흐름이었다.

 검의 연습으로부터, 반무리하게 자유를 빼앗은 테레시아였지만, 그녀에게도 그만한 변명이 있다.
 물론, 요만큼도 『검성』에 흥미가 없고, 검에 쏟아부을 의의를 찾아낼 수 없었던 것도 연습에 열중하지 않았던 원인이지만, 최대의 요인은 별도이다.

 ――테레시아에게는 태어나 가진 가호, 『사신의 가호』의 자각이 있었다.

 자신이 타인에게 입힌 상처는, 결코 치유되는 일 없이 피를 계속 흘린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에, 그저 오로지 특화된 그 힘을 자각했을 때, 어린 테레시아 안에 머문 것은, 자신의 손이 낳는 결과에 대한 공포였다.

 검의 연습 따위, 그 공포를 조장시키기엔 최악의 것이다.
 비록 연습이라고, 수련이라고 해도, 테레시아의 제어할 수 없는 가호는 기회를 선택하지 않는다. 세게 긁힌 상처 정도로도, 일생 치유되지 않는 상처라면 웃어넘길 수는 없다.
 하물며 검으로 만든 상처가 되면, 사소한 사고로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

 까닭에 검의 연습으로부터 해방되어, 몰래 테레시아는 안도하고 있었다.

 사람을 상처입히지 않고 사는 것은, 의식하며 보내려면 실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의식적으로, 능동적으로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려고 하지 않아도, 뜻하지 않은 사고나 무의식적인 행동은 누구에게라도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떨어뜨린 접시의 파편에 손가락 끝을 베인다고 해서, 거기에 가호의 힘이 일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일을 어떻게 확인한단 말인가.

 아직 어렸던 테레시아라고 하는 소녀는, 사람과의 관계를 무의식중에 피하고 있었다.
 접하는 것이 없으면, 가까워지는 것이 없으면, 사람을 상처입힐 걱정도 없다. 자연히 그녀는 남의 눈을 피해, 꽃과 보내는 일이 많아져 갔다.
 검을 버릴 자유를 얻은 그녀는, 저택의 정원에 자신만의 화단을 만들어, 거기서 계절의 꽃들을 기르고, 찬미하는 것을 사랑하는 소녀가 되었다.

 필사의 형상으로 검을 휘둘러, 참혹할 만큼의 수련을 반복하는 형제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소외감이나, 미안함을 느끼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가호의 일을 전할 수도 없고, 그녀의 의논 상대는 자신이 기른 꽃들 뿐이었다.

「언젠가, 이런 나라도, 누군가와 함께 보낼 수 있게 되는 걸까……」

 고민하고, 망설이고, 그런 생각을 털어 놓을 수 있는 것도, 바람에 꽃잎을 흔드는 꽃들 뿐.
 이것 역시 많은 인간이 그렇듯이, 테레시아도 또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을 바라는 평범한 소녀였다.
 다만, 형제들이나 부모의 뜻을 거역해, 누군가를 상처입히고 빼앗을 수도 있는 가호를 자각한 자신에게, 누군가와 어울릴 자격이 있는지, 그리 자문자답하는 나날은 이어지지 않았다.

 ――테레시아에게 검신의 총애가 쏟아진 것은, 그런 나날의 한중간이다.

「――? 혹시, 내가 선택되었어?」

 돌연히, 그 자각이 테레시아를 덮쳤다.
 그것은 『사신의 가호』의 자각보다, 아득한 위화감으로서 그녀에게 덮쳐진다.
 당연하다. 선천적인 가호는, 그녀에게 있어 눈이 보이는 것, 귀가 들리는 것과 같이 있어 당연한 기능에 지나지 않는다.
 새롭게 가호를 내려주신다고 하는 이변은, 그야말로 갑자기 날개가 난 것 같은 것이다. 본래는 없었을 새로운 기능이, 돌연히 싹트는 것 따위 위화감 이외의 무엇으로 환영할 수 있는가.

 ――검을, 잡아서는 안 된다.

 테레시아는 새로운 가호에, 혐오감과 구토감을 느끼면서 그렇게 사고하고 있었다.
 일찍이, 무리하게 검을 휘두르고 있던 시간이 생각난다. 그 때, 자신이 얼마나 쓸데없이, 무의미하게, 무위하게, 쓸데없는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여실히 알게 되었다.
 최선의, 최적의, 최선의, 최상의 검법을 본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특화된 자신이, 사람을 죽이기 위한 기술을 완전히 이해했다.

「――읏」

 그것은 공포였다. 그것은 절망이었다. 그것은, 세계가 끝나는 날이었다.
 단순한 소녀의 가죽을 입고, 단순한 소녀인 척을 하며 계속되는 시간이 끝나 버려, 소녀의 모습을 한 사신이라는 것을 통감해 버렸다.

 테레시아는 내려받은 가호의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사신의 가호』의 일도, 『검성의 가호』의 일도, 영원히 숨겨서, 마음 속에 간직해서, 자신이 살육하기 위한 괴물이라는 것을 봉하려고 했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호소해, 저택의, 자기 방에 틀어박혔다.
 자신의 화단을 손질하는 것조차 잊어, 테레시아는 자신의 껍질에 틀어박혔다. 자는 것 이외의 일은 하지 않고, 언젠가 가슴의 답답함에 얼굴을 들었을 때, 모든 게 꿈이라면 좋을 것이라는 아이같아 보이는 몽상을 그려, 껍질에 계속 틀어박혔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싫은 것으로부터 눈을 돌리는 아이의 얕은 꾀에 지나지 않는다.

 ――테레시아가 『검성의 가호』를 이었다는 것은, 곧바로 밝혀졌다.


「형. ……다음의 『검성』은, 당신의 딸이다. 이 아이야」

 아스트레아 본가――테레시아의 생가이며, 『검성』의 가계의 총본산.
 그 저택에 발길을 옮겨, 침대에 웅크린 테레시아를 다음 『검성』이라고 폭로한 것은, 테레시아의 선대의 『검성』인 숙부였다.

 『검성의 가호』는 대대, 아스트레아 가에게만 계승되는 특별한 가호다.
 그 가호는 어느 날, 당돌하게 당대의 『검성』으로부터 차세대의 『검성』으로 계승된다. 그리고 계승이 끝나면, 『검성』은 역할로부터 해방되어 가호를 잃는다.
 당대의 『검성』이 가호를 잃으면, 차세대의 『검성』이 누구인 것일까, 왕국을 수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선대의 『검성』에게는, 새로운 『검성』이 누구인 것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테레시아가 틀어박힌 나날은, 그렇게 해서 끝을 고했다.


「검을 드세요, 테레시아」

 야위어, 머리카락도 피부도 너덜너덜한 상태로, 테레시아는 뜰로 데리고 나가졌다.
 맨발로, 잠옷바람인 채로, 의식은 꿈과 현실을 헤매고 있는 꼴로, 그런데도 숙부는 난폭하게 그녀를 뜰에 질질 끌고 나와, 무리하게 목검을 잡게 했다.

 가늘어진 손가락 끝으로, 테레시아는 마지못해서 몇번이나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싫어하는 그녀의 호소를 아무도 듣지 않는다. 숙부는 목검을 다시 몇번이나 쥐여, 단념한 듯이 자세를 잡는 테레시아의 등을 떠밀기 시작해, 앞을 향하게 했다.

 테레시아의 정면에는, 네 명 위인 첫째 오빠가 서 있었다.
 상냥한 듯한, 사람 좋은 얼굴을 한 첫째 오빠는,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곤혹하고 있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빈틈투성이다.

 그렇게 생각한 자신에게, 테레시아는 아연실색했다.
 경악에 마음을 충격이 관통해, 테레시아는 말이 나오지 않아, 눈을 크게 연 채로 있다.

 그런 테레시아의 모습을 무시한 채, 숙부는 낮은 소리로 첫째 오빠에게 목소리를 올린다.
 첫째 오빠에게도 목검을 쥐게 해 테레시아와 정면으로 승부하라고. 그 목검으로 여동생을 쓰러뜨려, 자신의 검재를 증명해 보이라고.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라고 첫째 오빠는 외쳤다.
 상냥한 오빠였다. 검의 수련에 열심으로, 아스트레아 가의 본연의 자세에 어떠한 의문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여동생인 테레시아에는 상냥할 뿐인 오빠였다.
 상처입히는 것이 무서워서, 자신으로부터는 다가갈 수 없었지만, 덩치가 큰 오빠에게 안아 올려지는 것은 좋아했다. 상냥한, 상냥한, 오빠였다.

 이 겁쟁이놈, 하고 오빠를 매도하는 숙부의 목소리가 울렸다.
 선대 『검성』의 모멸에, 그 등을 동경하고 있던 첫째 오빠가 몹시 상처입은 얼굴을 했다. 첫째 오빠가, 둘째 오빠가, 남동생이, 누구를 동경해 검을 계속 휘둘렀는지 테레시아는 알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매도당해, 첫째 오빠는 많이 상처입었다. 이 소란에 끌려나와, 뜰의 구석에서 같은 것을 보고 있는 둘째 오빠와 남동생도, 똑같이 상처입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첫째 오빠는 상처입은 얼굴을 한 채로, 비장한 각오를 눈동자에 머금었다.
 곧바로, 계속 거절해 온 검력의 모두를 기울여, 똑바로 목검을 쥔다.

 흔들리는 칼끝과 첫째 오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테레시아는 깨닫는다.
 오빠는 테레시아를 상처입히지 않도록, 자신이 잡은 목검을 부딪혀 떨어뜨리려고 하고 있다. 자세와 시선과 체내의 검기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빠정도의 기량이 있으면, 격하의 상대에게 그렇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검재를 증명해, 테레시아로부터 검을 빼앗기에는 충분했다.

「――――」

 숙부의 구령이 있고, 당사자 아무도 바라지 않은 결투가 개시되었다.

 첫째 오빠가 기합을 외치며, 예민하게 쏟아지는 검기가 테레시아에게 꽂힌다.
 상대를 위축시켜, 거동을 억제할 만큼 힘이 있는 검기다. 검을 들어올리지만 않는다면, 목검을 쳐 떨어뜨리는 것 따위는 간단하다.

 이 싸움은 처음부터, 계획부터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테레시아에게는 싸울 이유가 없고, 오빠에게도 테레시아를 상처입힐 이유가 없다. 양자의 이해가 일치하고 있는데, 분쟁 따위가 일어날 리가 없다.
 없는데도――,

「――거기까지」

 멀리, 튄 목검이 곧바로 칼끝으로부터 뜰로 우뚝 솟아, 소리가 나돈다.
 신묘한 숙부의 목소리에 제정신으로 돌아가니, 테레시아의 손 안에서 목검은 정면으로 뻗어 올라, 어안이 벙벙해진 오빠의 숨통에 칼끝을 내밀고 있었다.

 ――찍어내려지는 오빠의 검격을 감싸듯이, 목검을 빼앗은 것을 기억해 낸다.

 그리고는 목에 칼끝을 내밀어, 언제라도 죽일 수 있다는 힘의 차이를 나타냈다.
 첫째 오빠는 이해 밖의 사태에, 그 자리에 무릎이 붙어버린다. 그것을 지켜보며, 테레시아는 입술을 떨면서 뒤돌아, 결투를 보고 있던 둘째 오빠와 남동생을, 부모님을 보았다.

 전원이 아연실색한 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차세대의 『검성』은 테레시아다. 역시, 틀림없어」

 그렇게 말한, 숙부의 목소리만이 매우 허무하게 들렸다.

「아…… 아, 아……」

 테레시아는 목검을 떨어뜨리고, 자신의 손을 응시해, 그 손으로 스스로의 붉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피가 나올 만큼 쥐어뜯어, 짐승같이 목소리를 높여, 절규했다.

 절규하고, 반쯤 광란한 채, 피를 토할 정도로 후회하고, 후회하며.
 테레시아는, 『검성』이 되었다.


※※ ※ ※ ※ ※ ※ ※ ※ ※ ※ ※ ※


 형제들이 검에 바친 시간을, 테레시아의 검재는 가차 없이 유린했다.
 수련의 시간의 길고 적음 따위, 압도적인 검재의 앞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다.

 『검성』이 된 테레시아의 눈에는, 형제들의 검의 결점이 비쳐 보인다. 그토록 시간을 소비해, 그런 결점도 보이지 않았던 걸까 하고 생각하는 자신에 아연실색해진다.
 그것과 동시에, 그만큼 분명히 테레시아와의 차이를 보게 되어도, 검에 계속 몰두하는 형제들이 몹시 불쌍했다.

 첫째 오빠에게도, 둘째 오빠에게도, 남동생에게도, 검 이외에 정열을 기울일 만한 없는 것이다.
 아스트레아 가로 태어나, 검의 명예인 명가로 자라, 검에 그 인생의 대부분을 다 바쳐 온 것이니까, 그 정상을 여동생에게, 누나에게 빼앗겨도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다.
 절대로,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고, 알고 있어도.

 ――얼마나, 바보인 걸까.

 그렇게 생각해 버린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는데. 이제, 검 같은거 아무래도 좋은데.
 테레시아에게는 이제 용서되지 않는 것이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를 살면 좋을 텐데.

「테레시아님, 준비가 갖추어졌습니다. 슬슬, 출발합시다」

 자기 방의 창으로부터 뜰을 내려다 보아, 검을 휘두르는 형제를 바라보고 있던 테레시아에게 말이 걸려온다.
 뒤돌아 보자, 거기에 있던 것은 아름다운 금발을 짧게 잘라 가지런히 정리한, 동년대의 소녀다.

 그녀는 캐롤 레멘디스――우수한 기사의 가계인 레멘디스 가의 인간이며, 탁월한 검 기술을 인정받았고, 연령이 비슷해서, 테레시아의 시종으로 임명된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녀의 검사로서의 실력은 우수하다.
 소리 높여 비교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지만, 그 검력은 오빠들에게도 필적할 것이다.
 고지식한 성격으로, 검술에 일변도여서, 같은 여자로서는 불안하게 되어 버리지만.

「에에, 가죠. 오늘은 성의 사람들의 지도군요」

「네. 성의 모두도, 테레시아님에게 지도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것은 같은 기분으로 있습니다만」

「…… 캐롤은 벌써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터무니없습니다. 저 따위, 테레시아님의 발 밑에도 미치지 않아요」

 마치 자신을 비하하듯이, 캐롤은 자신의 실력을 그런 식으로 평가한다.
  테레시아로서는 매우 본의가 아닌 평가다. 여하튼 테레시아는 지금까지 한번도, 캐롤의 앞에서 검을 잡았던 적이 없다. 아니, 그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테레시아가 마지막으로 검을 잡은 것은, 첫째 오빠와 목검으로 결투한 그 날이 마지막이다.
 그 이후 2년 이상, 테레시아는 검을 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검성』으로서의 역할은 돌아온다.
 자신이 『검성』인 것만은 숨길 길 없는 사실. 아스트레아 가 전체에 폐를 끼칠 수도 없어, 유유낙낙하게 그 직무만큼은 따르고 있는 이유였다.

「봐야 할 것을 보면 압니다. 비록 그 모습을 본 적이 없어도, 테레시아님이 검을 잡으면, 그야말로 아무도 따라붙지 못할 힘을 발휘하실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한 캐롤의 말에 쓴웃음 짓는다.
 그런 그녀와 같이, 테레시아는 역할인 병사의 지도에 발길을 옮긴다. 지도라고 해도 엄청난 일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무기를 쥐어, 평상시 그대로 연병을 실시하는 그들의 나쁜 부분을 지적하며 돌아볼 뿐이다.
 『검성의 가호』의 무서운 점은, 대체로 전투에 있어서의 본능 전부를 보충해 주는 점일 것이다. 그것은 그저 검 기술에 한정한 이야기는 아니다. 창이던 도끼던, 싸움 기술에 관련되는 것이면, 테레시아에는 그 장과 단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하나하나를 지적해 주면, 병사들의 움직임은 몰라볼 정도로 바뀐다.
 그럼에도 테레시아로부터 보면, 결점투성이인 거동임엔 틀림없지만, 그렇게 자그마한 변화라도, 재능 없는 자에게 있어 커다란 차이다.
 감사받고, 존경받는 것에, 테레시아는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당장, 도망가 버리고 싶다.
 이런 장소로부터, 바라지 않는 힘을 바래지는 장소로부터, 멀어져 버리고 싶다.

 『검성의 가호』를 내려받았을 때와 같이, 테레시아는 처지에 절망한다.
 방에 틀어박혀, 자신의 껍질에 숨어, 운명이라고 하는 풍파가 돌아가 주는 것을 기대하려고 해 버린다.

 ――그 타력본원[他力本願]의, 책임회피의, 벌을 받은 걸지도 모른다.


 친룡왕국 루그니카에서, 대규모 아인의 연합과의 충돌이 발생.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왕국내에 계속 현저하게 남아 있던 아인 멸시의 인습과 깊게 결부되어, 국내에 있던 아인들의 오랜 세월의 불만과도 얽혀 타오른다.

 왕국 최대이자 최악의 내전, 『아인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 ※ ※ ※ ※ ※ ※ ※ ※ ※ ※ ※


 왕국의 동부를 발단으로 한 이 내전은, 날마다 그 심각함을 늘려 갔다.
 당초는 적은 인원수의 아인 정도였기에, 시원스럽게 진압될 것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왕국은 수면 아래에서 연결되는 아인들의 관계성의 깊이를 경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무래도 아인들의 사이에는, 연결을 가지지 않았던 각각의 종족의 중개역을 맡은 존재가 있던 것 같고, 내전의 불길은 순식간에 각지에 퍼져 간다.
 타오르는 전란의 소용돌이는 멈추는 일 없이 왕국에 만연해, 그 소방에 일년을 소비해 어떤 성과도 오르지 않았을 때, 간신히 전대미문의 사태라는 것을 왕국은 인정했다.

「당대의 『검성』인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에 고한다. 내전의 진압에 분전하는 기사나 군사들과 동연, 경에게도 전과를 기대한다」

 이제까지는 없었던 대량의 전력을 투입해, 왕국 전체의 문제라고 받아 들인 상급 귀족들이, 『검성』이라고 하는 최강의 존재를 온존해 둘 리도 없었다.
 당연히 테레시아에게도, 내전 참전을 요구하는 의견이 초래되었다.

 ――와야 할 때가 와 버린 것이라고, 테레시아는 이전에 없던 절망을 얻었다.

 지금까지와 같이, 자기 멋대로 검을 잡지 않고 꺾어진 나날과는 다르다.
 요구되는 것은 『검성』으로서의 지식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고, 『검성』으로서의 검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검을, 잡지 않을 수는 없었다.
 대대 『검성』에게만 가지는 것이 허락되는 용검 레이드를, 이 때 처음으로 테레시아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 검은 뽑아야 할 때 이외에는 빠지지 않아. 그 이외의 검을 가질 필요가 있을 거야. 자신에게 알맞는 것을 적당히 준비하면 돼」

 알고 있는 것처럼 조언 해 준 것은, 선대의 『검성』인 숙부였다.
 일찍이 용검을 허리에 차고 있던 숙부는, 그 검이 변덕스러운 것을 알고 있다. 숙부의 조언에 따라, 테레시아는 양날의 장검――시종인 캐롤도 애용하는 그것이, 자신에게 매우 잘 맞을 것이라는 것을 한눈에 간파해, 그것을 선택했다.

 ――테레시아의 첫 출진에는, 캐롤도, 그리고 숙부나 형제들도 동행했다.

 테레시아에게 있어서의 첫 출진, 화려한 무대라고 까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 눈을 팔 수는 없는 사건임엔 틀림없다. 당대의 아스트레아 가의 검을, 왕국 안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다.

 테레시아 자신의 마음 본연의 자세와 무관계하게, 주위는 마음대로 분위기를 살려 간다.
 『검성』이 있으면 질 리가 없다고, 모두가 멋대로 기대를 걸고 있다.

 주위로부터 퍼부어지는, 그 무신경한 신뢰에, 테레시아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평상시와 같이, 누구에게도 그것을 밝히지 못하고, 속에 간직한 채로, 테레시아는 다만 오로지, 첫 출진을 앞에 두고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무섭니, 테레시아?」

 그렇다, 상냥하게 말을 걸어 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첫째 오빠였다.
 그 상냥한 오빠의 말에, 천막 안에서 첫 출진을 기다리고 있던 테레시아는 아연하게 된다.

 의식적으로, 테레시아는 오빠와의 접촉을 피해 왔다.
 아니, 접촉을 피한 것은 굳이 첫째 오빠만이 아니다. 둘째 오빠와도, 남동생과도, 그야말로 부모님이나 숙부와도, 접촉하는 것을 피해 왔어.

 상냥하고, 정말 좋아했던 오빠와 말을 주고 받는 것은, 이걸로 거의 2년만이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은 것인지 몰라, 테레시아는 계속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한심한 얼굴을 한 테레시아의 옆에 앉아, 오빠는 살그머니 그녀를 껴안아,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그 이전과 변함없는 오빠의 손바닥에, 테레시아는 아연실색해진다.

「네가, 나나 동생들에게 진 빚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 나라고 해서 너에게 그런 식으로 지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게 아닌 거야. 그렇지만……」

 거기서 말을 잘라, 오빠는 얇게 미소지어 보였다.
 그것은 테레시아가 몇번이나 올려본, 오빠의 미소 그 자체였다.

「너는 나의 소중한 여동생이야. 그 네가 싫다고, 무섭다고 생각한다면……나는 너를 지켜주지 않으면 안 돼. 나는, 너의 오라버니인 것이니까」

「오, 오빠……」

 눈물이 흘러넘쳤다. 나약한 소리라니, 흘려선 안 돼.
 그 누구도,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이겨버린 오빠에게만은 들려주어서는 안 돼. 그렇게 마음 먹어 왔는데, 그 오빠에게 그것이 부정되어 버렸다.

「너에게 져서, 분했고, 그만두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검을 좋아했던 거야. 이 집에서 태어나, 남동생들이 있고, 여동생인 네가 있어서, 감사하고 있어. 검에, 감사하고 있어」

「――――」

「그러니까 나는, 검을 휘둘러서 다행이었던 거야」

 얼마나,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일까 하고, 테레시아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자신에게 진 뒤에도, 검의 단련에 임하는 오빠들을 보고 있어, 오빠들에게는 그 방면 밖에 없는 것이라고, 그 이외를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거기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확신하고, 업신여겨 왔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될텐데 하고, 자신의 척도로 마음대로 오빠를 헤아렸다.

 올려봐야 할, 존경해야 할, 정말 좋아했던 오빠를, 검재만으로 바보취급 했다.
 누가 바보인가. 자신이 훨씬 바보다. 그리고, 검신이 가장 바보다.

 어째서, 이렇게 자신을 사랑하는 인간에게, 그 총애를 따르지 않는 것인가.
 어째서, 검을 계속 외면하는, 자신과 같은 인간을 축복하는가.

 오빠나, 오빠같은 사람들에게야말로, 그 축복이 쏟아져야 했는데.

「너는, 싸울 필요 같은거 없어. ――그야 넌, 벌레도 죽일 수 없을 정도로 상냥한 아이니까」

 『사신의 가호』의 힘을 무서워해, 아무도 아무것도, 상처입히지 않게 보내 왔다.
 오빠의 이해는 조금 다른 형태이지만, 오빠는 그런 여동생의 본연의 자세를 알고 있어 준다.

 그것이 너무 기뻐서, 요 몇년간, 가장 마음이 떨렸기 때문에.
 응석부려 버렸다. 오빠에게 울며 안겨, 전부 맡겨 버렸다.


 ――그 테레시아의 첫 출진으로, 오빠는 본진을 지키다 죽었다.


 테레시아는 검을, 한번도 휘두르지 않았다. 휘두르지 못했다.

 그리고 그리고 또 수년, 테레시아는 한번도, 검 따위를 잡지 않았다.


※※ ※ ※ ※ ※ ※ ※ ※ ※ ※ ※ ※


 ――아인 전쟁이 시작된지 5년, 테레시아는 19세가 되어 있었다.

 『검성의 가호』는 변함없이, 테레시아 안에서 조용하게 숨쉬고 있다.
 그러나 정작 테레시아는, 그 힘을 휘두를 기회를 계속 피해, 악화 일로를 걷는 내전에 관련되는 일 없이, 다만 유유히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테레시아가 싸울 수 없었던 첫 출진.
 『검성』의 분전을 기대했던 전선은 완패가 되어, 그 한중간에 첫째 오빠는 전사했다. 테레시아는 오빠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그 뒤에도 검을 잡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 당대의 『검성』의 불명예스러운 첫 출진의 사실은, 완전하게 공연히 덮여졌다. 『검성』의 존재는 왕국에 있어 정신적인 지주이기도 하다. 그것이 첫 출진으로 울며 아우성쳐, 오빠를 죽게 하고 껍질에 틀어박혔다는 사실을, 알릴 수는 없었다.

 까닭에 테레시아의 불명예는, 알려지지 않고 기록으로부터 말소되었다.
 그렇게 『검성』으로서의 역할을 완수하지 못하고, 틀어박힌 테레시아를 대신해, 아스트레아 가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싸움을 하려고, 둘째 오빠나 남동생도 전장에 뛰어들어, 죽었다.

 상냥하고, 어떤 소원이라도 곤란한 얼굴로 들어 주던 첫째 오빠도.
 조금 심술쟁이로, 그렇지만 화해할 때는 언제나 먼저 사과해 주던 둘째 오빠도.
 겁쟁이에 울보로, 언제나 자신의 뒤를 따라 걷고 있던 사랑스러운 남동생도.

 싸울 수 없는 테레시아 대신에 싸워, 모두 목숨을 잃었다.

「――무리만 시켰구나. 미안했다, 테레시아」

 선대 『검성』으로서, 그 존재로 전군을 고무하고 다녔던 숙부도, 전사했다.
 전전[転戦]에 뒤잇는 전전을 반복해, 부상을 누르고, 마지막에는 철퇴하는 우군의 앞을 맡아, 장렬한 전사를 이루었다는 이야기였다.

 숙부에 대해서는, 원망하는 기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숙부가 말하기 시작하지 않았다면, 테레시아가 『검성의 가호』를 계승했던 것은 누구도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 일이 발각되지 않았다면, 이번 내전에서 형제들이 결사의 각오를 발휘하는 일도 없어져,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원망하는 기분은 있다. 있지만, 그렇지 않은 마음도 있다.
 숙부는 숙부대로, 분명 『검성』의 칭호의 무게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던 것이다. 선대 『검성』이기 때문에 당연히, 테레시아와 동일한 것을 숙부도 요구받고 있었을 것이다.
 왕국에 있어서, 테레시아에게 있어서, 『검성』의 이름이 능숙하게 기능하도록, 나름대로 잘 되길 바라며 생각해 행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잘 되지 않았으니까, 마지막에 만났을 때의 이별의 말이 있다.
 그 한마디로 테레시아는, 숙부를 원망할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누구를 원망하면 좋은 것인가라고 말하면, 그것은 이제,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
 『검성』이라는 칭호를 이은 주제에, 울며 아우성칠 뿐인 약한 자신을.

「테레시아님은 언젠가 반드시 일어서실 수 있는 분입니다. 지금은 아직, 그 때가 아닌 것 뿐」

 형제나 숙부, 거듭되는 혈연의 죽음에 타격을 받는 테레시아를, 시종인 캐롤은 결코 버리려고 하지 않았다.
 첫 출진의 패퇴로 추태를 보여, 그 뒤도 아이같은 생떼와 어리광에 기회를 놓쳐, 지금도 혼자서 껍질에 틀어박힌 테레시아를, 캐롤은 믿으려고 한다.

 최근엔, 테레시아에게 내려지는 왕성으로부터의 지시조차, 대신에 맡아, 스스로를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는 소식조차 있었다.
 다만, 캐롤이 그렇게 위험한 다리를 건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테레시아는 그 마음에 응해 줄 수가 없었다.

 사람을 죽이는 재능에, 이 정도로 풍족한 자신.
 그런 자신이,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것에 고민하는 날이 올 거라는 것 따위 생각한 적도 없었다. 싸우는 이유라니, 어디에도 없어. 싸우는 것은, 할 수 없어.



「――――」

 캐롤의 감시가 사라지면, 테레시아는 휘청휘청 저택을 나와, 왕도를 걷기 시작한다.
 내전이 종식되는 일 없이 5년, 왕도로부터도 이전과 같은 활기는 희미해져, 어딘지 모르게 음침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밝은 화제가 없으면, 사람들의 표정에도 밝은 조짐은 방문하지 않는다. 자연히 사람이 많은 장소를 피해, 테레시아는 혼자가 되기를 요구한다.

 최근, 테레시아가 기꺼이 발길을 옮기는 것은, 왕도의 구석에 있는 미정리된 구획이다.
 내전의 시작과 동시에, 개발 도중에 내던져진 구획이었다. 간신히 길이라고 할 수 있는 길이나, 폐허와도 같은 건물의 틈새를 빠져, 안쪽에 있는 장소로 향한다.

 희미하게 열린, 광장이라고도 할 수 없는 공간이 테레시아는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특히 마음이 끌린 것은 아니다. 다만 멍하니, 그 몹시 황폐해진 안에 존재하는 공허한 공간이, 자신의 마음의 모습과 일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침착해질 뿐이다.

 아침의, 짓궂은 정도로 청량한 공기 속에서, 테레시아는 광장의 안쪽에 향한다.
 어디에 연결된 것도 아닌 돌층계에 앉아, 저 너머를 들여다 보면, 거기에는 일면,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핀 꽃밭이 있었다.

 쏟아지는 햇볕과 꽃의 성장에 불필요할 정도로 적합한 흙.
 아무도 오지 않는 비밀의 장소에 맘대로, 테레시아는 거기에 꽃의 씨앗을 뿌렸다. 저택에서, 완전히 시들어 버린 꽃밭을 손질할 기력은 없었다.
 다만, 변덕으로 뿌린 꽃의 씨앗의 결과를 지켜보는, 그 정도의 기분은 있었기에.

「물도 주지 않았는데…… 이렇게 자라다니」

 꽃들은, 강하다.
 테레시아가 자신의 약함을 계속 응시하는 동안에도, 꽃들은 하늘만을 목표로 해, 그 꽃잎을 넓혀, 아름답게 만개한다.
 이전에는 그 아름다움에 동경해, 지금은 그 강함에 동경을 안는다.

 울컥거려 오는 것이 있어, 울 것 같게 되었다.
 무심코 뜨거워지는 눈시울에 손을 대어, 눈물을 흘리는 것을 견디려고 필사적으로 된다.


 ――험악한 기색이 가까워져 온 것은, 그런 때였다.


「어머나, 미안해」

 테레시아의 아침의 성역에, 멋없게 끼어들어 온 것은 위험한 기색의 인물이다.
 하마터면 눈물을 보여질 뻔했다고, 테레시아는 고의로, 강한 척 하듯이 그런 식으로 말을 만들었다. 그리고, 광장에 선 상대를 본다.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약간 짧은 듯한 갈색 머리, 잘 다듬어져 있음에도 험악한 눈초리. 날씬한, 단련해진 호리호리한 몸매의 몸과 그 전신으로부터 흘러넘치고 있는 피부를 화끈거리게 하는 듯한 귀기[鬼気].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그 태도에, 놀라는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
 하지만, 이 때, 테레시아를 놀라게 한 것은 그렇게 사소한 것은 아니다.

 ――테레시아에게는 그 청년이, 한 자루의 검으로 보였다.

 열을 가지고, 단련된 날카로운 강철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그런 착각에, 테레시아의 고동은 희미하게 흐트러졌다.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고, 테레시아는 의문으로 생각한다.

 다만, 그 고동의 혼란을 청년에게 눈치채이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 테레시아는 말을 만든다.

「이런 아침 일찍 여기에 오는 사람이 있구나. 이런 곳에서――」

「――――」

 대단한 인사였다.

 우호적으로 말을 거는 테레시아에게, 청년은 눈을 좁히면서, 날카롭게 다듬어진 검기를 내던져 온 것이다. 위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현저하고, 가다듬어 붐비어진 검기.
 아마도 테레시아를 꺼림칙하다고 생각해, 치우려는 의사의 표현이다.

 바로 그때, 재미없게 되었다.
 그쪽이 그 기분으로 온다면, 테레시아 쪽도 사양은 하지 않는다. 자신만만한 그 검기, 통하지 않았다고 쑥 들어가게 해 준다.

「……무슨 일 있어? 무서운 얼굴을 하곤」

 테레시아의 말에, 청년은 허탕을 친 것 같은 얼굴을 했다.
 그 뒤로, 그는 테레시아가 검기에 관해서도, 원래 싸움에 관해서 문외한인 아마추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실제로, 그것은 잘못되어있지 않다.

 테레시아에게는 실전의 경험도, 검을 계속 휘둘러 온 실적도 없다.
 싸우면 누구보다 강할 터인, 아마추어와도 동연한 여자아이인 것이니까.

「여자가, 이런 아침 댓바람부터 이런 곳에서 뭐 하고 있냐」

 난폭한, 버릇없는 말로 청년은 응했다.
 처음으로 들은 청년의 목소리는, 기분이 안좋은 것은 있었지만, 알아듣기 쉬운 목소리여서.

 ――또 희미하게, 고동이 흐트러진 것을 느꼈다.


※※ ※ ※ ※ ※ ※ ※ ※ ※ ※ ※ ※


 그 뒤에도, 테레시아와 청년의 만남은 가끔 반복되었다.

 아무래도 청년은, 정해진 휴일에 그 광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 것 같다.
 그는 테레시아의 존재를 방해로 생각하고는 있는 것 같지만, 그런데도 무리하게 내쫓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가까워지는 편이 귀찮다고,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 노란 꽃밭을 보기 위해서, 테레시아는 광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청년이 먼저 와 있는 일도 있으면, 테레시아가 먼저 도착하는 일도 있다. 테레시아가 단차에 앉아, 꽃밭을 바라보는 옆에서, 청년은 갖추어진 훌륭한 검을 휘둘러, 열심히 검의 수련에 몰두하는 것이, 그 장소에서 두 명이 보낼 때의 약속이 되었다.

「――――」

 곁눈질로 슬쩍 청년의 검무를 바라본다.
 무심코, 감개의 한숨이 샐 것 같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검술을 보고, 테레시아가 이런 식으로 느끼는 것은 매우 드물다――아니, 처음인 일일지도 모른다.

 처음엔, 검을 잡는 청년의 모습에 혐오감을 느꼈다.
 그것은 청년이 나쁘다고 하는 것보다, 테레시아의 마음가짐의 문제다. 『검성』으로서의 역할로부터 도망쳐, 도망친 끝에서도 검을 쥐는 누군가와 얼굴을 맞댄다.
 모처럼 얻은, 기분 좋은 피난처에서부터도 내쫓아 버려진다. 그런 한심한 불안은, 청년의 검무를 처음 본 날로부터 사라졌다.

 청년이 휘두르는 검은, 겉치레로도 세련된 것은 아니다.
 『검성의 가호』를 가진 테레시아로부터 보면, 알기 쉬운 결점은 얼마든지 있다. 타인의 검의 결점, 그 너무나도 많은 양에 싫증을 내는 것도 테레시아의 나쁜 버릇인 것이지만, 청년의 검에는 결점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보충하고도 남을 정도의 정열이 있었다.

 테레시아의 형제도, 검에 모든 것을 바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오빠나 남동생들의 검에조차, 테레시아는 싫은 감정을 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청년의 검에 동일한 것을 느끼지 않는 것은 어째서인 것인가.
 그 대답은 분명, 기가 막힐 정도로 단순하다.

「바보 같아……」

 ――청년의 검에는, 불순물이 일절 없다.

 검에 모든 걸 쏟아, 바친다.
 말로 말하면 간단한 이야기로, 형제들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고 여태까지 테레시아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터무니 없었다.

 정말로, 검밖에 없는, 그런 청년의 정열이 여기에 있다.
 그에게는 검 밖에 없다. 검 밖에, 사랑하지 않는다. 검 밖에 사랑할 수 없는, 날카로운 강철이다.

「…… 바보, 같아」

 곁눈질로 청년의 검무를 지켜보면서, 테레시아는 자신의 뺨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테레시아는 『검성』이다. 검신의 총애를 한몸에 받아, 검의 정상에 세워진 존재.

 그가 일심불란히 목표로 하는 앞에, 자신의 존재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착각이 틀림없지만, 그에게 필요로 되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성』인 테레시아에게는, 검의 일은 보면 모두 알 수 있다.
 어떤 보검도, 마검도, 고철도, 심지어는 용검조차도, 본질이 보인다. 자유자재로 다룰 수가 있다. 테레시아의 손안에서, 알몸이 되지 않는 강철은 없다.

 그 청년 뿐이다.
 테레시아가 자유롭게 다룰 수 없는, 날카로운 강철은 그 청년 뿐이었다.

 검인데도, 『검성』인 자신에게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반드시, 자신은 이렇게도, 그가 신경이 쓰이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빌헬름 트리아스다」

 청년――빌헬름과 이름을 교환한 것은, 만나고 나서 3개월 후의 일이다.

 그때까지 몇번이나 얼굴을 맞대고 있었는데, 한번도 두 명은 이름을 요구하지 않았다.
 사실은 몇번이나, 테레시아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지만, 빌헬름이 그 소원을 전혀 깨닫지 않았다. 겨우 이름의 교환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화가 치민 테레시아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름을 칭하고, 빌헬름에게도 자칭하도록 재촉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꽃녀라고 속으로 부르고 있었다」

 정말 실례인 녀석이다, 이 남자.
 배려는 조각도 없고, 자신의 일만 보고 남과는 상관하려고 하지 않고, 조금 이야기해서 만족하면 마음대로 돌아가 버리고, 테레시아의 마음은 마구 휘둘리고 있을 뿐이다.

「꽃은, 좋아하니?」

「아니, 싫어한다」

 소중한, 테레시아의 꽃밭을 보여주었을 때조차 이 대답이다.
 상대를 기쁘게 하거나 비위를 맞추기 위한 발언 따위를 일절 할 수 없는 것이 틀림없다.
 그 일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그렇지만, 그러니까, 이런 검같은 사람이 되는 거고……』라고 생각해 움츠려 버리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생각 했던 대로 되지 않는 검의 존재에, 『검성』도 굉장한 게 아니구나 하고, 그렇게 구원받고 있는 것 같은 자신이 있는 것에, 이 때의 테레시아는 깨닫지 못했었다.


「――어째서, 검을 휘두르는 거야?」

 이름을 교환한 이래, 띄엄띄엄 주고 받는 말의 종류가 증가했다.
 꽃의 이야기와 세상만사 이야기를 하고 헤어진다. 그런 평소의 교환에 위화를 찔러넣은 것은, 반드시 그 날의 불쾌함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아인 전쟁의 전황이 또다시 기울어, 고전하고 있는 것은 테레시아도 듣고 있었다.
 왕국의 각지에 잠복해, 파괴 공작을 실시하는 아인의 핵심이 특히 만만치 않은 것 같고, 그 중에는 초상의 힘을 조종하는 『마녀』의 존재까지 확인되고 있다거나 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문득, 불안해진 것이다.
 빌헬름이 왕국의 병사인 것은, 벌써 그의 입으로부터 들어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탁월한 검사다. 게다가 그는 몹시, 피에 굶은 눈을 하고 있다.
 내전에 흔들리는 왕국, 그 병사는 확실히 적역[適役]――이라고는 해도, 그도 결코 무적의 존재 따위는 아니다. 언젠가, 그가 이 아침의 광장에 찾아오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그 불안이, 테레시아에게 그런 질문을 시켰다.

 검무를 끝내, 땀투성이의 빌헬름은 테레시아의 눈을 곧바로 본다. 그리고 그는 잠깐 생각하고 나서, 무슨 바보같은 일을 이라고라도 말하고 싶은 듯이 어깨를 움츠려,

「나에게는, 이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날카로운 강철다운 대답을 했다.
 그것은 확실히, 테레시아에게 있어 바란 그대로의 대답이었을 터인데.

 불안과 외로움에 가슴을 쥐어뜯어지는 감각을, 테레시아는 자각하고 있었다.


「꽃은, 좋아졌어?」

「아니, 싫어한다」

「어째서 검을 휘두르는 거야?」

「나에게는,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느덧, 그 교환만은 빠뜨리지 않고 반복되는 약속이 되었다.
 테레시아는 반복되는 그 질문에, 어떤 대답을 요구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모르고 있다. 대답이 변함없는 것에 안도해도 좋은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변함없이 강철로 계속 있는 그에게 변화를 기대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모르는 것을 모르는 채, 무책임하게 그대로 두는 것이 테레시아다.
 『검성』의 칭호를 맡은 채로, 형제들을 사지에 내보내, 캐롤에게 역할을 떠넘겨, 이렇게 무위한 시간을 계속 보내고 있듯이.

 그러니까 변화는 언제든지, 테레시아를 방치한 채로 방문한다.


※※ ※ ※ ※ ※ ※ ※ ※ ※ ※ ※ ※


 광장에 먼저 도착하는 것은, 대개 테레시아 쪽이었다.
 이전에는 부정기[不定期]였던 빌헬름의 내방도, 지금은 완전히 파악해, 만났을 때의 말이나 주고 받는 회화의 내용도 준비는 만단이다.

 그의 존재에 응석부리고 있는 것을, 테레시아도 슬슬 자각하고 있었다.
 빌헬름과 말을 주고 받는 것으로, 검에 모두를 바치는 그를 응시하는 것으로, 테레시아는 자신의 『검성』의 중량감을, 일시적으로라도 잊을 수가 있다.
 『검성』이기 때문에 그에게 끌려, 『검성』 따위 시시하다고 그에게 듣고 있는 것 같아 구원받는다.

 자신이 『검성』으로 있고 싶은 것인지, 있고 싶지 않은 것인지, 그것조차도 불확실하다.
 대답의 나오지 않는 미온수에, 계속 끝없이 잠기는 죄악감.
 그것조차도, 그의 존재는 잊게 해 주어서.

「――빌헬름」

 변함 없이, 알기 쉬울 정도인 기색의 접근에, 테레시아는 뒤돌아 보았다.
 광장의 입구에, 검의 청년이 서 있다.

 무심코 미소가 피어나, 테레시아는 그에게 미소지었다.

「――――」

 감정의 결궤[決壞]가 돌연히 찾아온 것은, 그 때였다.

 눈을 크게 열고, 입술을 전율한 채, 떨리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 빌헬름. 그런 그의 극적인 반응에 테레시아도 또 놀라, 충격을 맛보았다.
 자신의 무엇이 잘못하고 있었는지 하고 테레시아는 얼굴을 가리는 그에게 달려든다. 다만,뭐라고 말을 걸면 좋은 것인지를 모른다.

 테레시아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지 않으려고 극력히 관계를 거절해 왔다.
 그러니까 누군가의 마음을 상처입혀 버렸을 때에도, 그 대처법 따위 아무것도 모른다.

 절망한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해 오지 않았던 자신에게.
 눈앞에서 타격을 받은 빌헬름에게,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자신에게.

「빌헬름……」

 무슨 말을 하면 좋은 것인지도 모르는 채, 테레시아의 손가락은 빌헬름에게 뻗었다. 자신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접하는 것 따위, 도대체 얼마나 오랜만이었을까.
 상처입히는 것이 무서워서, 누구에게도 닿지 않아서.

 그런데 이 때, 닿지 않고 그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훨씬 무서워서.
 테레시아는 빌헬름의, 얼굴을 가린 그 손에 손가락을 닿았다. 그리고 몹시 심세에 떨려, 믿을 수 없을 정도 뜨거운 감각을 맛보고, 깨달았다.

 검은, 강철은, 굉장한 열을 받아, 그 속에서 두드려져 보다 강한 강철로 바뀐다.
 빌헬름은 날카로운 검이었지만, 그것은 완성된 검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빌헬름은 열을 가지고, 강철로서 두들겨져 바뀌는 도중이다.
 그를 위해서 강철을 두드리는 역할이, 지금, 테레시아에게 요구되고 있다.

 ――검이 상대라면, 『검성』인 자신에게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이라면, 이 검이라면,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야.

「꽃은, 좋아졌어?」

 자연스레, 평소의 질문이 나왔다.
 다른 곳에서부터 두 명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멍청한 위로인가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명의 사이에서만은, 그걸로 좋았다.

「……싫지, 않아졌어」

 그리고 평소의 질문에, 평상시와 다른 대답이 있었다.
 그 일에, 이전의 테레시아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언젠가, 빌헬름의 대답이 바뀌어 버렸을 때, 테레시아는 또다시 실망과 낙담과, 남겨지는 공포를 맛보는 것은 아닌 것일까 하고.

 그렇지 않았다. 다만, 바뀌는 그가 사랑스러웠다.
 바뀌어, 강해지려고 하는 강철이, 그저 날카로운 검이, 사랑스러워.

「어째서, 검을 휘두르는 거야?」

 그러니까 반드시, 이 질문에도 다른 대답이 있다.
 그리고 그 대답은 혹시, 테레시아에게 구제를 가져오는 대답이――,

「내게는 이것밖에…… 지키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 밖에 없다고, 빌헬름은 대답했다.
 그래, 검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니까, 좋은 것이다. 이 사람이.



 ――그 뒤로, 상투적인 교환은, 이제 두 명의 사이엔 필요없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광장에서 두 명이 말을 주고 받을 기회를 잃었다고 하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말을 주고 받는다고 하는 의미만으로 한정하면, 그 기회는 이전보다 증가했다.

 검을 휘두르기 위해서 광장을 찾아오고 있던 빌헬름이, 검을 휘두르기보다 테레시아와 회화하는 것을 우선해 주게 되었다.
 꽃밭을 일망할 수 있는 단차에 앉은 채로, 화제가 부족한 빌헬름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멈추는 요령이 없는 아주 서툰 화술, 그렇지만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다.

「서훈 이야기가 나와서, 기사가 됐다」

 그 날의 화제의 자르는 방식과, 묘하게 열이 가득찬 그의 시선.
 교제에 약해, 다른 사람과 거리를 계속 취해 온 테레시아였지만, 용기를 쥐어짠 청년의, 그런 말의 의미를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단순한 평민이, 전장에서의 공적으로 기사로서 인정되는 것 따위 이례적인 일이다.
 검귀 빌헬름 트리아스가, 이 아인 전쟁에서 얼마나의 공적을 쌓아 왔는지, 패기 없는 『검성』에게는 아플 정도로 알 수 있었다.
 거기에 기사의 영예를 받은 그가, 무엇을 위해서 그런 지위를 얻었는지도.

「그래, 축하해. 한 걸음, 꿈에 다가섰잖니」

 그 진심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테레시아는 일부러 마음 없는 태도로 그렇게 응했다.
 긴장을 늦추면, 일순간에 빨간 얼굴이 되는 것은 면할 수 없다. 전 신경을 자제에 소비해, 테레시아는 허탕을 먹은 얼굴의 빌헬름에게 미소짓는다.

「꿈?」

「지키기 위해서 검을 잡았다며? 기사는, 누군가를 지키는 사람을 말하는걸」

 테레시아의 대답에, 빌헬름은 곧바로 송구해하는 얼굴로 수긍했다.
 평상시는 삐뚤어져 있는 주제에, 가끔, 아이같이 솔직한 곳도 있다.

 ――그가 지키고 싶은 것 중에, 자신의 존재가 있으면 된다.

 반쯤 확신이 있는 주제에, 그렇게 보험에 드는 자신이, 싫었다.
 분명, 생각은 서로 통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주제에, 행동하지 않는 자신이 정말로 정말로 바보라서, 싫어서, 구할 길이 없어서, 그래서 또, 테레시아는 잘못했다.

 생각해보면 자신은 한번도, 올바른 적이 없었다고,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 ※ ※ ※ ※ ※ ※ ※ ※ ※ ※ ※


 고향을 불태워진 빌헬름이, 단신으로 전장에 몸을 던졌다.

 숨을 헐떡인 캐롤이, 검귀의 생각지도 않은 독단을 보고해 왔을 때, 테레시아는 전신의 피가 열을 잃어, 그 자리에 무릎부터 무너질 것 같게 되었다.
 얼굴을 창백하게 한 테레시아에, 캐롤이 당황하는 것이 보인다. 보이지만, 어떤 기력도 솟아 올라오지 않는다. 그만큼,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

 마루를 노려보는 테레시아의 귀에, 매우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캐롤은 아니다. 집안의 누군가도. 그렇지만, 그것은 친한 듯한, 쭉 테레시아의 가까이에 있던 누군가의 목소리인 것 같아, 그래서 테레시아는 깨닫는다.

 그것이 총애를 하찮게 여겨 온 자신을 조소하는, 검신의 웃음소리인 것이라고.

「――가야 해」

 검신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테레시아는 천천히 일어섰다.
 지금도, 조소는 테레시아의 작은 머리 안에서 계속 울리고 있다. 그러나, 검신에 조소당하는 대로, 모든 걸 손놓는 것 따위를 해서는 안 된다.

 오빠에게 전부 맡기고, 죽게 해 버렸다.
 둘째 오빠에게도 남동생에게도, 숙부에게도 책임을 전가해, 죽게 해 버렸다.

 그렇지만, 그만은――빌헬름만은, 건네주지 않는다.
 그 검은, 그 강철은, 그 사람만은, 나만의 것이니까.

「캐롤, 준비를」

「테레시아님……? 그렇지만, 몸의 상태가……」

「――준비를」

 테레시아의 몸을 염려하는 캐롤이, 2번째의 지시를 듣고 등줄기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그녀는 움직여, 테레시아를 위한 준비를 곧바로 정리했다.
 첫 출진 이래, 한번도 몸에 대지 않았던 예복과 피를 모르는 장검을.

「이번에야말로, 나는 잘못하지 않아」

 쥔 장검에 그렇게 맹세하고, 테레시아는 캐롤을 서두르게 해 용차에 뛰어 올라탔다.
 빌헬름의 구원에 향하는 용차는, 테레시아의 상상 이상의 수가 있었다. 그와 같은 부대의 인간이나, 그에게 구해졌던 적이 있었다는 은의를 말하는 자들, 여럿이 있었다.

 빼내 든 검이었다, 그 험악할 뿐인 청년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 청년은 그 빛남과 예리함으로,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보검이 되었다.


 ――빌헬름의 고향의 전선은, 이미 완전하게 붕괴하고 있었다.

 절규와 신음이 난무해, 혈취와 타는 냄새가 가득 차는 전장.
 너무나도 처참한 상황에, 테레시아의 속이 나빠진다. 몇번이고, 전장에 서는 자신의 모습을 몽상했던 적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상상의 처참함 등을 거뜬히 모두 덮어쓴다.
 서로 상처입혀, 생명을 서로 빼앗아, 피와 죽음이 만연하는 전장에서, 각오 따윈 무가치하다.

「어쨌든, 빌헬름을 찾아라!」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일군을 인솔하는 보르도 테르게프다. 그의 노성과 같은 지시에, 바위와 같은 갑옷을 껴입은 일단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테레시아님! 저희는……」

 지시를 요구하는 캐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테레시아는 그것을 듣지 않았다.
 보르도의 부하들이, 그의 고향을 짓밟는 적병과 격돌한다. 그 굉장한 부딪힘 속에서, 희미하게 그를 느꼈다.

「테레시아님!?」

 깨달은 순간, 다리가 움직였다.
 전사의 혼잡한 전장을, 테레시아의 다리는 미진의 주저도 없게 주파한다. 어디를 지나면 되는 것인지, 볼 것도 없이 알았다.

 흙을 밟고, 시체의 산을 횡단해, 신음과 단말마가 서로 겹치는 현장을 향한다.
 그리고 한층 더, 혈취가 현저한 장소에 겨우 도착해, 테레시아는 보았다.

 지금 확실히, 쓰러지는 빌헬름에게 대검[大劍]을 휘두르는 녹색의 아인이 있다.
 피투성이의 얼굴로, 그 대검[大劍]을 올려보는 빌헬름.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긁힌, 약한 소리로, 무슨 말인가 중얼거린다.

「죽고 싶지, 않아……」

「――――」


 괜찮아.


 괜찮아, 그러니까.


「――――」

 이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테레시아는 마지막에 들린, 빌헬름의 속삭임만을 반추한다.

 손에 든 장검을 휘둘러 베었다. 가볍다.
 소리도 없이, 그 뿐만 아니라 충격조차도 없이, 아인의 목이 거뜬히 절단되었다.

 대검[大劍]을 쥔 채로 넘어지는 거체를, 빌헬름에게 쓰러지지 않도록 차서 넘어뜨린다. 그것과 동시에 테레시아의 호리호리한 몸매에, 사방팔방으로부터 적의와 살의의 탄환이 밀어닥쳤다.
 그 모든 궤도가 보인다. 읽을 수 있다. 피부가 느낀다.

 몸을 피해, 테레시아는 눈에 보인 이상한 선을 검으로 덧쓴다.
 어느새 나타났는지, 불가사의한 흰 선이 몇 개나 공중에 떠 있다. 좀 더 이상한 것은, 그 선을 검으로 덧쓰면 되는 것이라고, 본능이 알고 있던 것이다.

 덧쓰고, 덧쓰고, 흰 선 위로 검을 나른다.
 검풍이 불어, 선 위에 있던 아인들의 몸이 차례차례로 양단되어 간다.

 사지를 끊어, 목을 쳐, 복부를 찔러, 생명을 베어 낸다.
 『검성의 가호』가, 『사신의 가호』가, 마침내 기회를 얻어 폭발한다.

 손목을 잃으면, 상처는 막히지 않는다.
 복부를 관철당하면, 피는 멈추지 않는다.
 얕게 새겨진 상처조차도, 아픔은 계속 영원히 침식한다.

「――――」

 등과 눈의 구석에 빌헬름이 안아 일으켜지는 것이 보였다.
 방패를 든 청년과, 그 옆에 서 있는 것은 캐롤이다. 그녀들은 어안이 벙벙한 빌헬름을 멘 채로, 이 전역을 이탈하려고 한다.

 그래, 그걸로 좋아.
 빨리 이런 장소에서, 빌헬름을 데리고 나가.

「테레시아님……큭」

 캐롤이, 검을 휘두르는 테레시아를 보며, 목에 내린 팬던트를 꽉 쥔다. 비는 것 같은 그 행동에, 테레시아는 작게 웃을 것 같게 되었다.

 그렇네, 캐롤이 말한 대로였네.
 나는 역시, 누구보다 강해서, 누구보다 죽이는 것이 능숙해.

 ――좀 더 빨리, 깨달았다면 좋았을텐데.

「――――」

 발버둥 치며, 이 장소에 잔류하려고 하는 빌헬름을, 청년이 필사적으로 데리고 나간다.
 흙을 긁으며 저항하는 빌헬름도, 만신창이론 거기에는 이길 수 없다.

 그의 기색이 멀어진다. 그 일에, 안도한다.
 안도하면서 검을 휘둘러, 하나, 둘, 셋의 생명을 빼앗는다. 간단히, 손쉽게.

 베고, 베고, 베어 새겨서, 비명과 단말마가 흘러가게 해줘.
 언제까지나 시끄러운, 검의 신님의 목소리를 흘러가게 해줘.

 그저 그의, 필사적으로 생에 매달리려고 한, 그 목소리만을 들려줘.
 내가 이렇게 싸울 이유를, 부디 새겨줘.


 부탁이니까, 나의 검이 빌헬름을 구한다고, 믿게 해줘――.


※※ ※ ※ ※ ※ ※ ※ ※ ※ ※ ※ ※


 싸움은 끝났다.
 테레시아가 전장에 뛰어든 목적은 완수되어, 빌헬름은 생환했다.

 다만,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 싸운 빌헬름의 목적은 완수되지 않았다.
 그의 고향은 불타 생가조차도 잃어, 그는 혼자가 되었다.

 분노가 이끄는 대로, 검을 휘두른 빌헬름의 전과는 3백 이상.
 하나의 전장에서, 한사람의 검사가 두는 수급으로서는 기대 이상의, 심상치 않은 숫자다.

 ――그런 만큼, 천을 넘는 목을 늘어놓은 테레시아의 검재는 상궤를 벗어나고 있었다.

 『검성』의 존재, 여기에 있으니――.
 불명예스러운 첫 출진의 일이 숨겨져, 『검성』 테레시아의 첫 출진은 이 때라고 역사에는 기록되게 되었다.

 싸움 자체는 패전이 틀림없었지만, 그런데도 압도적인 검력은 증명한 것이다.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의 이름은, 왕국에 널리 알려져, 전장에서 계속 싸우는 전사들의 사기를 강하게 고무했다.
 그것은 당연, 그 검귀의 귀에도 들어왔을 것이다.


「굴욕이다」

 재회의 약속은 없었다.
 그런데도, 두 명은 서로, 광장에 가면 만날 수 있다고 하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은 실현되었다.
 광장에 온 빌헬름은, 테레시아를 목표로 검을 뽑아 휘둘렀다.

 그 궤도에 손을 집어넣어, 내민 두 손가락으로 받아들인다.
 최적의 각도와, 최적의 위력과, 그 모든 것을 테레시아는 알수 있었다.
 검격을 제지당한 빌헬름이, 몹시 거칠게 입술을 비뚤어지게 해 단언했던 것이, 재회에는 적합하지 않은, 그 격정 투성이의 말이었다.

「――그래」

「날, 비웃고 있었나」

「――――」

「대답하시지, 테레시아…… 아니, 검성!!」

 그런 생각은 없다.
 다만, 그런 변명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면, 그것도 없다.

 테레시아가 어느 정도, 빌헬름의 검무를 업신여기고 있던 것은 사실이다. 그의 결점을 간파해, 그것을 전하는 일도 하지 않고, 간직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진심이 어째서인지, 말을 들려 주어도 의미 따위 없다.

「――――」

 달려들어 오는 빌헬름의 다리를 후려쳐, 난폭하게 뒤집히게 한다. 기를 쓰게 된 얼굴로 그가 다가오지만, 그것 하나하나를 테레시아는 회피, 반격했다.
 이윽고 싸움은 일방적으로 되어, 테레시아의 손에는 그의 낡은 보검이 있다. 문자 그대로, 자루에 그의 피가 배이는 노력의 자취가 보이는 보검――그것을 휘둘러, 빌헬름의 허리를 목표로 해서 흰 선을 헛긋는다.
 검의 배가 그의 허리를 후려쳐, 숨이 막히게 된 빌헬름이 쓰러진다.

「이제, 이곳에는 안 올게」

 증오와, 연민과, 오로지 부의 상념으로, 그에게 보여지는 것에는 견딜 수 없다.
 테레시아는 고개를 저어, 몇번이고 선택해 온 선택지, 도망치는 것을 선택한다.

「그런, 얼굴을 하고…… 검 같은 걸, 잡는 게 아냐」

 분한 듯이, 흙에 얼굴을 묻힌 빌헬름이 필사적으로 짜내기 시작한다.
 검의 아름다움과 고상함을, 누구보다 신봉하고, 믿어 왔던 것이 그다. 그런 그의 모든 것을 발길질로 내던지고, 유린하는 것이 자신의 힘이다.

「나는, 검성이니까.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겨우 알았으니까」

 태어나며 가지고 있던 『사신의 가호』도.
 원하지 않았는데 주어진 『검성의 가호』도.
 무엇을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졌는지, 겨우 답을 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이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검을 휘두른다. 그거, 나도 좋다고 생각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검을 휘두른다.
 그렇게 단순한 것을, 좀 더 빨리 깨달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것을 깨달았다고 해도, 지키고 싶은 누군가를 선택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이라면, 선택할 수 있다.

 ――빌헬름을, 지키자.

 이 힘으로, 꺼림칙한 살육의 힘으로, 지킬 수 있는 한, 빌헬름을 지키자.
 그를 지키고, 가족을, 캐롤을 지키고, 좀 더 많은 사람을 지키고, 그렇게 왕국 같은 큰 것까지 지켜 버려서, 훌륭한 『검성』이 되자.

 내가, 제일 강하니까. 『검성』 은, 최강이니까.
 그의 생각을 유린하고, 그가 믿은 것을 배반해도, 그런데도 『검성』인 것만은 버려지지 않는 것이니까.

「기다려, 라, 테레시아……」

 이제, 주고 받는 말은 없다.
 이것이 마지막이 된다고 생각하면서, 내디딘 테레시아의 등에 목소리가 닿았다.

「――――」

 발을 멈출 것 같게 된다. 그 감정을, 필사적으로 견뎠다.
 필사적으로 견디는 테레시아의 귀에, 그런데도 빌헬름의 목소리는 닿는다.

「내가, 네게서 검을 빼앗아주마. 주어진 가호든, 역할이든, 알 바 아냐…… 검을 휘두른다는 걸…… 칼날의 아름다움을, 얕보지 말라고, 검성」

「――――」

 빼앗아 주겠다고, 그렇게 말해졌다.
 검신의 웃음소리가, 또다시 머리 속에서 울리며 지나친다.

 그런 무모를 구가한 풋내기를, 조소하듯이.
 그런 덧없는 희망에 마음을 흔들린 귀여운 아이를, 조소하듯이.


※※ ※ ※ ※ ※ ※ ※ ※ ※ ※ ※ ※


 ――내전의 종결에는, 그 후 2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빌헬름과의 이별 이래, 테레시아는 모든 전장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오로지 분투의 작업을 반복해, 아인 연합의 전력을 한꺼번에 줄이는 데에 공헌한다.

 연합도, 기둥이 되고 있던 대인물을 잃어, 그 기반이 요동하고 있었다.
 왕국에서 뻗친 평화의 의사표현에, 그들이 응했던 것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왕국 최대의 내전인 『아인 전쟁』 은, 그 내전의 처참함과는 역시 다르게, 시작되었을 때와 같이 어이없게 끝을 맞이한 것이었다.

「끝났……다?」

 다음의 싸움에, 다음의 다음의 싸움에, 끝의 안 보이는 싸움에, 도전할 각오를 정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당돌하게도 늘어뜨려진 종전의 보고에, 테레시아는 바닥이 꺼지는 기분을 느꼈다.

「네, 끝났습니다. 내전은 종결입니다. ――테레시아님의, 공적이에요」

 휘청거리는 테레시아를 부축하며, 캐롤이 순진하게 그런 식으로 말했다.
 최근, 이렇게 부드러운 표정을 보이는 일도 많아진 캐롤은, 당황하는 테레시아를 제대로 지탱해, 그 등을 상냥하게 어루만져 준다.

「공적이라니……」

 그런 말을 들어도 핑 하고 이해되지 않는다.
 테레시아는 그저 오로지, 계속 베고 있던 것 뿐이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누군가를 지키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믿으며.
 혼자서 멋대로 군을 빠져나가, 어딘가로 가 버린 청년을 구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러나 그런 자각이 없는 테레시아의 행동은, 캐롤이 말한 대로, 왕국에 있어 최대의 공헌이었다고 칭찬되는 일이 된다.
 자신을 위한 식전이 열려, 예장과 의례용의 검을 손에 쥐면서, 테레시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꿈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개이지 않았다.

 틀렸다, 꿈이라고 한다면, 테레시아는 계속 꿈 속을 계속 걸어가고 있다.
 『검성의 가호』를 내려받아, 처음으로 검신의 존재를 가까이에 느꼈을 때부터, 테레시아의 마음은 쭉, 그 커다란 존재가 보이는 꿈 속에 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도 꿈. 결코 개일 리가 없는, 검신의 사랑이 보이는 꿈.
 그러니까 만약 만일, 이 꿈으로부터 해방될 때가 있다고 한다면――.

「――――」

 술렁거림이, 식전에 끓고 있던 사람들의 열광을 찢었다.
 훌쩍 하고, 누구의 제지의 소리에도 상관치 않고, 그 존재는 식전 회장에 발을 디뎠다.

 그 손에는 뽑아진 검이, 깎이고 너덜너덜해진, 녹투성이의 검이 있다.
 갈색의 더러워진 상의를 걸쳐입고, 보이는 피부도 비위생적인 진흙 투성이였다. 하지만, 그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는 것보다 먼저, 누구라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그 존재에게서 발해지는, 압도적인 무서운 귀기.
 ――아니, 검기를.

「――――」

 무언으로 선 그 존재에, 테레시아도 또 의례용의 검으로 서로 마주 보았다.
 불령[不逞]의 침입자를 둘러싸려고 하는 위병들을, 같은 단상에 서 있던 국왕이 제지한다. 그것에 감사했다. 이것으로, 결코 방해는 들어오지 않는다.

 여기에 있는 『검귀』와 둘이서 만날 기회를,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끝난다.

 ――신호는 없었다.

 하지만, 미리 짜놓은 것처럼, 두 명의 칼날은 동시에 달려,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녹슨 고철과도 같은 강철이, 의례용이라고 해도 혼동할 일 없는 성검과 정면에서 부딪친다. 섬광이 난무하고, 참격은 바람을 찢으며, 2개의 그림자가 춤추듯이 단상에서 교차했다.

「――――」

 검을 휘두르면서, 테레시아는 경탄하고 있었다. 마음이 튀어, 고동이 크게 울린다.
 테레시아의 눈에는 변함 없이, 싸움 중에 떠오르는 하얀 선이 보인다. 그 선을 지나면 된다는, 그 하얀 선을 덧쓰면 죽일 수 있다는, 그런 검신의 유도가 보인다.

 그 검신이 만들어내는, 검의 정상이 보이는 승리의 이치를, 검귀의 검은 단순한 연구와 미칠 듯할 정도의 열정만으로 돌파한다.

 떠오르는 하얀 선이, 마치 보여지는 것 같이 녹슨 검에 찢어진다.
 무수에 떠오르는 하얀 선, 그것 하나하나를 요격해, 검귀는 외침을 올린다, 결코 닿을 리가 없는 검의 정상으로 발을 디디려고 한다.

 가슴이 크게 울린다. 몇번이나, 몇번이나, 서로 부딪칠 때마다.
 검을 서로 거듭할 때마다, 흰 선을 잘게 베어질 때마다, 시선이 얽힐 때마다.

 눈앞에 있는, 검의 귀신에 사랑을 한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번이라도, 『검성』은 이 『검귀』에 사랑을 한다.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운 것이다.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다.

 ――이 사람이,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읏」

 식전을 터무니없게 망치고,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테레시아는 이상해서 견딜 수 없게 된다.
 뺨이 뜨겁다. 가슴이 크게 울린다. 한 홉 마다, 사랑스러움이 격해져 간다.

 사실이라면 당장, 검을 놓아, 그 가슴에 뛰어들어 버리고 싶다.
 빼앗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벌써의 벌써, 그야말로 만난 최초의 때로부터, 당신의 모습에 가슴의 두근거림을 기억했을 때로부터, 쭉, 나는――.

「――――」

 마주보는 것을 거절해, 또다시 편한 쪽으로 도망치려고 하는 선택지가 다가온다.
 검신이 질타하는 소리는 아니고, 눈앞의 귀신의 안광이, 전령으로 그것을 부정한다.

 자신의 힘으로 이기는 것이라고, 다른 누구의 손도, 너의 손조차도 빌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고.
 자신만의 힘으로, 스스로의 집념으로, 검에 바친 모든 것으로, 검신에게서 여자를 빼앗는다.

 도대체 얼마나, 얼마나의 시간을.
 도대체 몇 번, 몇백 번, 몇만 번, 몇억 번, 자신을 생각해 주고 있었을까.

 검극이 교착하고, 격렬하게 부딪치고, 칼끝이 번쩍여, 몇번이고 충돌한다.
 그리고, 검신의 노성과 함께 휘둘러진 일격이――,

「――――」

 빛바랜 칼날이 부러져, 칼끝이 빙글빙글 날아 단상을 날았다.
 그것을 행한 것은, 요행도 없이 전령을 담은 『검성』의 일격이다.

 건곤 일척의, 더 이상 없을 정도로, 『검성』의 힘을 집중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나의」

「――――」

「나의, 승리다」

 보검은, 테레시아의 손으로부터 빼앗겨 있었다.
 충격에 저리는 손바닥이 있고, 등 뒤에 보검이 높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그리고 테레시아의 흰 목구멍 맨 안쪽에는, 반으로 부러진 녹슨 고철의 끄트머리가 내밀어져 있었다.

 아름답게 만들어진 『검성』이, 추악하게 단련되어진 『검귀』에게, 졌다.
 그것은 보검이 고철에게 패배해, 『검성』이라고 하는 환상이 깨어진 순간이다.

「나보다 약한 네가, 검을 들 이유는 더 이상 없다」

 걸려오는 목소리.
 생각하면 그의 무뚝뚝한 소리를 듣는 것도, 대단히 오랜만이다.
 그런데도 최초의 말이, 그런 것이라니.

「내가, 검을 들지 않으면…… 누가」

「네가 검을 휘두를 이유는 내가 계승한다. 너는, 내가 검을 휘두를 이유가 되면 그만이야」

 그가 검을 휘두르는 이유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이유를 네가 되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상의의 후드를 벗었다.

 더러워진 시무룩한 얼굴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어, 테레시아는 고개를 옆으로 흔든다.
 빼앗는다든가, 지켜 준다든가, 멋진 말을 하러 온 주제에, 정말로 여자의 마음을 모르고 있다. 검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너무한 사람. 남의 각오도 결의도 전부, 망쳐놓고」

「그 망친 것도 전부, 내가 계승하지. 너는 검을 잡고 있던 따위 잊고 태평하게……그렇지. 꽃이라도 키우면서, 내 뒤에서 평안하게 살고만 있으면 돼」

 아아, 그것은 얼마나, 얼마나―.

「당신의 검에, 지켜지면서?」

「그래」

「지켜 줄거야?」

「그래」

 소중한 것 사이에서 자신을 세고, 그리고, 사랑스러움에 응해 준다면.

 테레시아는 검귀의, 빌헬름의 말에 미소지었다.
 그리고 목에 내밀어진 검에 닿은 채, 한 걸음, 앞에 나온다.

 접한 칼의 몸체 너머로, 빌헬름의 2년간을 느꼈다.
 그 동안, 쭉 자신의 일을 생각해 주고 있던 것이라면 하고, 가슴이 뜨거워진다.
 참기 어려운 감정이 울컥거려, 테레시아의 눈동자를 눈물이 채웠다. 그것은 천천히 흘러넘치기 시작해, 미소짓는 테레시아의 뺨을 타 떨어져 간다.

「꽃은, 좋아하니?」

「싫지 않아졌어」

「어째서, 검을 휘두르는 거야?」

「널 지키기 위해서」

 인내의 한계였다.
 검을 놓은 순간부터, 검신의 목소리 따위 이제 들리지 않는다.

 빌헬름 밖에 보이지 않는다.
 빌헬름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빌헬름 밖에 없다.

 그의 가슴에 살그머니 다가붙어, 희미하게 고개을 위로 향한다.
 눈감는 테레시아의 입술에, 빌헬름의 입술이 겹쳤다. 부드럽고, 뜨거운 감촉에 사랑스러움이 울컥거려, 테레시아의 세계가 일변한다.

 뺨을 물들여, 눈앞의 사랑스러운 남자를 보았다.
 빌헬름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조용하게 말을 기다리고 있어.
 그 태도가 이상하다.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쪽이다.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으니까, 또 이전과 같이 자신부터,

「나를, 사랑하니?」

「――알아서 생각해라」

 무뚝뚝한 대답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 대답에 몹시 놀란 순간, 단 둘이었던 세계에 소리가 뛰어들어 온다. 관중에 걸려지고 있던 시간의 정지가 풀려, 위병이 여럿, 이쪽으로 향해 왔다.
 거기에는 빌헬름을 잘 아는, 그런 멤버의 모습이 있어.

「아휴」

 그런 그들 쪽을 보고, 어딘가 안도한 얼굴을 하는 빌헬름에게 뺨을 부풀린다.
 눈앞에 자신이 있는데, 딴 곳을 본다니 무슨 일인 것인가.
 아직, 말해야 할 말도 듣지 않았는데.

「말로 해 주길 바라는 것도 있는거야」

「아―」

 뺨을 긁으며, 빌헬름은 속이는 것 같이 목을 돌린다. 그러나, 이윽고 테레시아의 시선에 굴한 것처럼 한숨 쉬고, 갑자기 가는 허리를 껴안았다.
 그리고 놀라는 테레시아의 귀에 살그머니 얼굴을 대어,

「언젠가, 기분이 내킬 때에」

 ――그 기분이 내켰을 때가 찾아오는데,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불만을 느끼면서도, 그렇지만 언젠가 찾아오는 그 날이 몹시 기다려져서.
 테레시아는 그런 약한 면에 반한 거니까 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의 말을 허락한 것이었다.


※※ ※ ※ ※ ※ ※ ※ ※ ※ ※ ※ ※


 ――그 뒤에도, 되돌아 보면 다양한 일이 있었다.

 식전에 난입해, 주역을 빼앗는다는 전대미문의 폭동을 저지른 빌헬름의 처리에 한 말썽.
 『검성』를 그만두게 된 테레시아를 대신해, 보르도 등의 추천도 있어 근위 기사단에 빌헬름이 입단하거나 하는 것에 한 말썽.
 일생, 테레시아를 시중든다고 단언했던 캐롤이, 빌헬름의 전우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결혼한다던지 하지 않는다던지로 한 말썽.
 전장에서 대규모 무훈을 너무 둔 보르도에게, 중요한 국정을 정리하는 의회에 자리를 준비되어 한 말썽.

 여러가지, 정말로 여러가지 일이 있어, 즐거운 나날이었다.


「사랑해요, 빌헬름. 당신은?」

「――――」

 결국, 한번도 그 뒤의 말은 말해 주었던 적이 없다. 그런데도 말 대신에 행동으로 보여 주었지만.
 그래서 속아주는 것은 상냥한 여자인가, 상대 남자에게 홀딱 반했을 뿐인가―― 테레시아는 양쪽 모두였기 때문에, 계속 속아주었다.

 부부로서의 시간은, 온화하고 태평하게 지나 갔다.
 빌헬름은 테레시아에게 약속한 대로, 그 식전 이래, 한번도 검을 그녀에게 잡게 하지 않았다. 테레시아도 검에 미련 따위 없다. 검신의 목소리는 벌써 들리지 않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가끔, 『검성의 가호』가 얼굴을 내미는 일도 있다.
 예를 들어 요리할 때, 부엌칼을 잡으면 자연히 최적인 공격 각도 따위를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르는 방법만 능숙하고 어떻게든 되는 것은 사전 준비까지로, 이후의 행정을 배워 가는 것에 따라, 검사 보다 주부가 상당히 힘들다고 생각하게 되어 가지만.

「……아」

 그것과 『사신의 가호』의 제어방법을 알게 된 것도 요즘의 일이다. 무심코, 요리중에 식품 재료의 껍질에 손가락 끝을 베였다.
 자발적으로 만든 상처는, 뭐가 되었든 가호의 대상이다. 자신에게 입힌 상처에 창백해져, 어떻게든 피를 멈추지 않으면 하고 초조해 한 순간에, 피는 곧바로 멈추었다.

 ――이런 간단한 일이었나, 하고 기가 막히는 정도다.

 가호의 존재를 받아들여, 그 힘을 제어한다.
 『검성』은 엄청난 칭호를 관여하고 있던 주제에, 실태는 자신의 소지품도 파악하지 못하는 계집아이.
 더욱 더,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하는 감개가, 형제들의 모습을 생각하는 가슴에 울컥거리기도 했지만.

「테레시아」

「――응」

 그러한 때에, 가늠한 것처럼 돌아오는 것이 빌헬름이다. 그리고 그는, 내심을 숨기려고 하는 테레시아의 약한 껍질을 벗겨내, 억지로 안으로 비집고 들어 온다.
 그런 점에, 구원받는다.

「나를, 사랑하니?」

「――――」

 그 질문에만은 완고하게, 대답해 주지 않았지만.


※※ ※ ※ ※ ※ ※ ※ ※ ※ ※ ※ ※


 그리고, 또,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정말로,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두 명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하인켈.
 그 하인켈이 아내로 맞이한 여성과 그녀가 낳은 테레시아들에게 있어서의 첫 손자가 되는 라인하르트.

 ――누가 나쁘다, 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우직하게, 열심히, 누구보다 검에 진지하게 계속 노력해, 자랑스런 아들로 있던 하인켈도.
 『잠자는 공주』라는 병에 시달려, 하인켈에게서 변명의 기회를 빼앗아, 어린 라인하르트를 혼자 둔 신부도.
 한눈에 떨릴 정도의 재능을 타고나, 어린 몸에 불필요한 정도의 숙명을 받아 버린 라인하르트도.

 아무도 나쁘지 않다.
 그러니까 나쁜 것은 여느 때처럼, 자신이었던 것이다.

 하인켈은 비뚤어지고, 신부는 꿈에 붙잡혀 라인하르트는 그런 부모에게 사랑받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을 처음 깨닫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이 가장 어리석어,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백경을 떨어뜨리는 싸움이…… 대정벌 같은 싸움이 있어. 나는 거기에……」

 이름뿐인 근위 기사, 이름뿐인 중대 임무.
 내며진 제안에, 떨리는 아들의 목소리가 겹쳐, 테레시아는 혼자서, 조용하게 하나의 결의를 굳혔다.


 일찍이 애용한 장검은 계속, 캐롤이 손질해 주고 있어, 그 무렵과 동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난 반대다.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테레시아의 결단에, 뻔히 알고 있던 것이지만 빌헬름은 반대했다.
 날카롭고, 강한 의사의 안광이 쏘아 맞혀진다.

 머리카락에 흰 것이 섞여, 목소리도 한 때의 젊음을 잃고는 있지만, 그런데도 빌헬름의 근본은 변함없다.
 늠름함도, 정열도, 서투른 곳도, 모두가 테레시아가 사랑해, 계속 사랑해 온 채다.

「――벌써, 결정한 일이야」

「멋대로! 도대체 누가 그런…… 설마」

 완고한 테레시아의 태도에, 빌헬름은 그것이 누구의 발안에 의한 것인지 깨달았다.
 분노에 얼굴을 붉게 물들여, 억제하지 못하는 검기가 튄다.

「그 바보자식…… 부끄러운줄 알아라……큭」

「그것을, 저나 당신이 말할 자격은 없어요」

「――――」

 아들의 일로, 후회하고 있는 것은 빌헬름도 같다. 격노의 표정이 희미해져, 빌헬름은 입술을 깨문다.
 격정가임은 변함없지만, 그런데도 그 열을 억눌러, 냉정함을 가장할 정도로는 어른이 되었다.

「나도, 그 임무에……」

「당신에게는 당신의 역할이 있어. 알고 있잖아요, 빌헬름. 포르드님의 한탄을, 잊었을 리는 없겠죠」

「――――」

 왕의 남동생 포르드의 딸이, 왕성에 잠입한 누군가에게 유괴되었다. 근위 기사단의 단장인 빌헬름에게는, 시급하게 그 신병을 되찾을 의무가 있다.
 대정벌에 검귀를 동행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대신의 요청이, 현역으로 『검성의 가호』를 계승한 채로 있는 테레시아의 참전이 된 것이다.
 거절하는 것 따위 할 수 없다. 안온과 검을 내버려 둔 채 사는 나날은 어리광 위에 성립되고 있던 것이다.

 더 이상, 그 일에 계속 응석부릴 수는 없어.

「테레시아, 이런 건……」

「빌헬름」

 더욱더 설득하려고 하는 남편을, 테레시아는 불렀다. 희미하게 숨을 죽인 그 얼굴에, 미소지으면서 물어 본다.
 대단히, 오랜만에 되는 질문을.

「나를, 사랑하니?」

「뭣……」

 동요――거기에서 일찍이와 같은 감정을 보았기 때문에.
 테레시아는 미소지은 채로, 빌헬름의 어깨에 수도[手刀]를 내질렀다. 바람을 갈라, 피부를 찢는 일격.
 아내의 앞에서 무방비를 보인 빌헬름은, 그 의식 외로부터의 공격에 반응하지 못하고, 어깨의 상처에서 피가 분출했다.

「테레시아…… 무엇을?」

 얕게 찢어진 어깨의 상처에는, 『사신의 가호』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깊은 상처는 아니지만, 피는 계속 흐른다. 테레시아가 이렇게 옆에 있는 한, 거리가 떨어지지 않는 한.

「테레시아?」

 살그머니, 그 가슴에 몸을 의지했다.
 부축하는 팔의 씩씩함을 느끼면서, 테레시아는 빌헬름의 어깨의 상처에 입맞춘다.
 입술을 피가 주홍으로 물들여, 처음으로 맛보는 남편의 피의 맛이 났다.

「이것으로, 당신은 나를 쫓아 올 수 없어. 그 상처, 내 옆에 있으면 아물지 않으니까」

「그런 것 때문에 이런 바보같은 짓을……. 말하지만, 나는 피가 멈추지 않는다고 해도 너를」

「그런 짓을 하게 되면 의미가 없어지잖아」

 작게 웃고, 테레시아는 몸을 떼었다.
 그리고, 빌헬름의 어깨의 상처를 가리키면서,

「그 상처, 그대로 해 둘게요. 당신이 나를 쫓아오지 않도록. 서로의 일이 끝나면 막아 준다」

「――――」

「괜찮아,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이 세계에서 당신 다음으로 강한, 최강의 검사야」

「40살이나 먹고 젊은이랑 겨루어도……」

「불필요한 것은 말하지 마」

 철썩 하고, 실례인 것을 말하려고 하는 입를 차지한다.
 완전히, 20년 이상이나 부부가 되어 이 꼴이다.

 강철은 지금도 변함없다. 그러니까,

「사랑해요, 빌헬름」

「――――」

「에에, 그걸로 됐어. 그 대답은 다음에」

「다음?」

 눈썹을 찌푸리는 빌헬름에게, 테레시아는 수긍했다.
 그리고, 재회를 남편의 어깨의 상처에 맹세하면서――.


「돌아오면, 그 날, 들을 수 없었던 말을 들려주세요」



※※ ※ ※ ※ ※ ※ ※ ※ ※ ※ ※ ※


 기억이, 바람에 날아간다.
 모래폭풍안에 있듯이 시야가 흐트러져, 주위의 소리도 드문드문해 알아듣기 어려워지고 있었다.

「――!」

 누군가의 신음이, 비명이, 절규가 들린다.
 시야에 일면의 녹색――아니, 이것은 지면이다. 초원의 색이다. 주위를 바라보면, 10미터 앞도 불안할 정도의 농무[濃霧]가 세계를 완전하게 닫고 있었다.

 토벌군은 반쯤 무너져, 부대는 괴멸 상태다.

 서로 밀고 도망치며, 진한 안개속에서는 어디로 도망치면 좋은 것인지도 판연하게 알 수가 없다.
 다만 막연히, 강대한 압박감만은 안개의 저 편에 느껴진다. 까닭에 그것과 반대 측으로 도망치듯이, 소리는 난무하고 있었다.

「――――」

 무엇이 일어났는지, 순간 바로 알 수는 없었다.
 치열한 격전 중, 그러나 전황은 우위에 있었을 것으로, 일선을 물러나고 있던 자신의 힘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그런 식으로 느끼고 있었을 터인데――.

「――?」

 거기까지 생각해, 희미한 위화감을 알아차렸다.
 손바닥을 내려다 본다. 뭔가의, 위화감.

 손발에, 눈에, 다리에 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어딘가, 날개를 잃은 것 같은 감각이――.

「가호가……」

 깨달았다.
 『검성의 가호』의 감각을, 지금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다. 얼마나 검과 멀어져도, 옆에 있던 검신의 존재도.
 그 조소도, 지금은 어디에서도.

「라인하르트――!」

 동시에, 자신의 몸으로부터 없어진 가호가, 누구에게 도달했을지도 테레시아는 직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테레시아에 가호를 계승한 것을 헤아린 숙부와 같은 감각인가. 혹은 단순하게, 테레시아가 라인하르트의 바닥을 알 수 없는 천부[天賦]를 알아차리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머지않아였다고 해도, 테레시아는 자신의 차세대의 『검성』이 라인하르트인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 감각은 혹시, 친자식인 하인켈에의 배반이었을 지도 모르겠지만――그 일을 비난하는 인간도, 검문당하는 듯한 시간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머나, 이런 곳에 여성이 혼자서 남다니, 굉장히 용감하네요」

 그런 우아한,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소녀의 소리가 났다.
 뒤돌아, 테레시아는 농무 가운데에서 작은 그림자를 본다.

 흰 옷, 백금의 색을 한 머리카락.
 친한 듯이 다가와, 낯선 상대에게로의 무한의 우애를 구가하는 공감과 친교의 시선――기분이 나쁠 정도의, 상정 외의 사랑.

「――――」

「미움받아 버렸네요」

 장검을 겨누고, 테레시아는 발을 디뎠다.
 평시의 그녀라면, 그 소녀의 일을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는 백경의 농무가 지배하는 죽음의 세계.
 거기에 얼굴을 내미는 소녀 따위, 괴기를 넘기고 있어.

 『검성의 가호』가 빠져 있어도, 테레시아의 몸은 한 때의 검재의 편린을 남기고 있다. 충분히 검사의 최고봉의 실력을 발휘해, 달리는 참격은 소녀의 작은 몸을 양단하――,

「――당신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소녀의 소리가 고막을 간질여, 의식이 중단된다.
 뚝 하고, 소리를 내며.

 어둠 속으로, 의식이 낙하해 간다.
 끝없는 미온수에, 손발을 속박된 상태로 가라앉듯이, 테레시아의 몸은 푸욱푸욱 삼켜져 갔다.

 손자의 미래를, 아들의 마음을, 두 명을 잇는 신부를, 달려나가듯이 걱정거리가 달려나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빌헬름」

 사랑스러운 남자의 이름을 부르며, 의식은 완전하게 중단되었다.
 그리고――.


※※ ※ ※ ※ ※ ※ ※ ※ ※ ※ ※ ※


「한심한, 얼굴……」

 천천히 연 눈시울의 저편에, 뭉글뭉글하게 얼굴이 보였다.
 머리는 완전히 희어져, 얼굴에도 연한이 들어간 주름이 늘어, 이것은 이것대로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잘못 볼 리도 없었다.
 남편의 얼굴이다. 그 이별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 같기는 하지만.

「――――」

 긴, 숨을 내쉬었다.
 근처에 그 밖에도, 하인켈과 라인하르트일까. 그 두 명의 기색을 느낀다.
 아스트레아의 남자가 세 명이나 모여, 일부러 마중하러, 배웅하러 와 주었을지도 모른다.

 모두, 착한 아이들이었으니까.

「테레시아, 나는……」

 주름투성이인 얼굴로, 빌헬름이 숨이 막히게 된다.
 아들과 손자의 앞에서 보기 흉하다고 말하진 않는다.
 위엄도, 늠름함도, 어디엔가 두고 잊어버렸을 것이다. 물론, 다시 생각하면 의외로, 이러한 약한 점도 눈에 띄는 사람이었지만.

「저기, 빌헬름……」

 자신의 소리는 긁히고 있어, 그런데도 묘하게 젊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아니, 자신의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벌써 완전히, 할머니일텐데.
 마치, 처음 사랑을 했을 무렵같은 목소리라, 부끄럽다.

「――――」

 처음 사랑을 했을 무렵, 그런 감각에 간지러워진다.
 남겨진 시간도 그다지 없는데, 다만 서로 응시하기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해 버렸다.

 그렇지만, 그래도 좋다.

 테레시아에게서 전해야 할 말은, 충분히 전했다. 빌헬름도 그것은 알아 주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시간과, 기회와, 말이 필요한 것은, 그의 편.

 테레시아는 조용하게, 그 말을 기다리면 된다.
 기다리게 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기대에는 응한다. 그러한 남자니까, 빌헬름 트리아스는.
 그런 남편이니까, 빌헬름 반 아스트레아는.

「너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어」

「――――」

「나, 나는 말주변이 없어서…… 자신의 생각도, 상대에게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너에게도 노고를…… 그러니까 20년 이상이나, 너에게 한 번도……」

「――――」

「20년, 불안하게 만들었는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바보같은 사람」

 능숙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채, 어떻게든 말을 만들려고 하는 서투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웃어버린다. 정말로 이 남자,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정말로, 깨닫지 못했어?」

 당장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열심히 마음을 다잡으려고 하는 뺨에 손을 뻗는다.
 몹시 몸이 무겁다. 이제 힘은 거의 남지 않은 몸이지만, 남겨진 힘의 전부를 손끝에 쏟아, 그 뺨을 타는 눈물을 닦았다.

「당신은 쭉, 말해주고 있었어」

「――――」

 숨기고 있었을 생각이었을까.
 말로 하고 있지 않았던 것뿐으로, 숨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당신의 눈이, 당신의 목소리가, 당신의 태도가, 당신의 행동이, 쭉」

 테레시아에게, 빌헬름이 보내는 모든 것이.
 이 사람의 마음을, 무엇보다도 분명히 전해 주고 있어서――.

「나는, 너를――」
「당신은, 나를――」

 그러니까, 충분했던 거야.

「――사랑해」


※※ ※ ※ ※ ※ ※ ※ ※ ※ ※ ※ ※





 최초부터 끝까지, 분명 풍족한 인생이었어.
 사이가 좋은 형제가 있어서, 친하게 지내 주는 동성의 친구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받아서, 빌헬름과 만나서.

 분명 여러가지, 아직도 문제는 있겠지만.
 그건 반드시 당신들이라면, 괜찮을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실은 하나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볼 수 없어서 아쉬웠던 것이 있었어.


 ――실은 첫눈에 반했었다는 것을 알면, 당신은 어느 정도로 놀라 줄까요?





※※ ※ ※ ※ ※ ※ ※ ※ ※ ※ ※ ※


 서로, 사랑의 말을 주고받았던 것이 최후였다.

 만족스럽게 미소지으며, 사랑스러운 듯이 뺨을 물들여, 그 눈동자에 물기를 띠게 한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의 모습이, 깜박이는 사이에 형태를 잃고 무너진다.
 무릎을 붙인 빌헬름의 팔 안에서, 피투성이로 허덕이고 있던 여자의 모습은 몰라볼 정도로 초췌하게 되어, 남겨진 것은 재의 덩어리뿐――그것만이, 그녀가 여기에 있었다고 하는 감상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어 버렸다.

「――――」

 자신의 팔 안에서 생명을 태워, 잿덩어리가 된 테레시아. 빌헬름은 그런 테레시아의 잔재에 눈을 떨어뜨려, 다만 그저 입다물고 계속 숙이고 있다.

「……이걸로, 만족하나?」

 그리고, 입다문 채로 움직이지 않는 빌헬름을 대신해,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붉은 머리의 중년 남성――하인켈은, 똑같이 옆에 잠시 멈춰서 있던 라인하르트를 증오를 담은 시선으로 노려본다.
 그 시선에 라인하르트는 천천히 마주보며, 한숨을 흘렸다.

「만족, 이란?」

「시치미 떼지 마, 본 그대로겠지! 만족하나? 만족하겠지, 너는! 명실공히, 이것으로 『검성』의 자리는 너의 것이야, 축하해! 선대를 죽이고 빼앗았다는 풍문도, 의심할 길 없는 사실이라는 거야. 이봐, 만족하겠지? 어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모른다는 얼굴 하지 마! 망할 녀석이!」

 하인켈이 난폭한 숨을 내쉬며, 라인하르트에게 덤벼들려고 한다. 그러나, 라인하르트는 그 손끝을 피하면서, 금기를 밟으려는 친아버지를 손바닥으로 억제했다.
 당대 『검성』의 그 모습에는, 선대 『검성』과 겨룬 것의 영향 따위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실제로, 상대조차 되지 않았었다.
 그 사실을 들이대어진 것처럼, 하인켈의 목이 희미한 전율에 운다.

「뜻대로 되었다고 우쭐대지 말라고, 라인하르트……」

 그런 자신의 마음의 흔들림을 속이듯이, 하인켈은 한층 더 기를 쓰며, 라인하르트에게 손가락을 들이대며 침을 날렸다.

「네가 얼마나 허울 좋은 말을 늘어놓는다고 해도, 내가 본 것은 변함없어. 네가 어머니를……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를 벤 것은 사실이다. 공표하겠어. 말을 퍼뜨려, 네가 『검성』이라는 걸 아무도 인정하지 않게 해 주겠어!」

「――――」

「어찌저찌 가라앉혀도, 너는 『검성』이란 명예를 처분할 수 없겠지만. 여태까지는 어영부영 넘어가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그렇게는 안 되지. 육친을 베어 죽여놓고 『검성』? 왕국의 검? 핫, 웃기지 마라! 살인자가!」

「부단장, 몇번을 말씀하셔도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선대를 베었다는 것은, 부단장의 착각입니다」

「하, 아……?」

 얼굴을 붉히며 말이 격해지는 하인켈에게, 라인하르트가 조용히 그렇게 응한다. 그 내용에 하인켈이 몹시 놀라지만, 라인하르트에게는 남의 눈을 속이거나 발뺌의 기색은 없다.
 모든 것은 말하기 나름이라고 하는 생각은 아니다. 라인하르트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지금의 적은 비술에 의해 움직이고 있던 것 뿐인 시체입니다. 선대 『검성』…… 할머님이실 리가 없습니다. 뭔가 착각하시고 계신 것은 아닌지?」

「――――」

 라인하르트의 말에, 하인켈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붉은 머리에 손을 쑤셔, 난폭하게 그것을 쥐어뜯는다. 희미하게 경련이 일어난 웃음소리가 새어, 하인켈은 광적인 미소를 띄우면서,

「그러면, 마지막의 저건 뭐야? 아버지왜, 이야기하고 있던 저건!? 나나 너를 원망스러운 듯이 노려보던…… 저게, 어머니가 아니라면!」

「――이제 그만둬라, 하인켈」

 이빨을 드러내, 증오 이상의 감정에 몸을 태우는 하인켈. 그 하인켈의 분격을 멈춘 것은, 이때까지 침묵을 계속 지킨 빌헬름이었다.
 노검사는 웅크린 자세인 채, 자신의 윗도리의 소매를 찢더니, 그대로 스스로의 오른쪽 다리의 상처――장검에 관철된 부분을 치료한다.

 『사신의 가호』의 힘으로 막히지 않아야 할 상처는, 테레시아의 존재가 없어진 순간부터 효력을 잃고 있다. ――아니, 그 이전에, 마지막에 제정신의 테레시아가 되돌아온 시점부터 멈추어 있었다. 대신에 쑤시는 것은, 이별할 때에 새겨진 왼쪽 어깨의 상처.

 제정신의 테레시아는 왼쪽 어깨에, 망해[亡骸]의 테레시아는 오른쪽 다리에.
 『사신의 가호』로 새겨진 상처는, 그 양자가 없어진 것으로 효력을 벗어난 것이다.

「그만두라니…… 아버지! 당신은 그걸로 좋은 거냐고!? 이 녀석은……!」

「그만둬라, 하인켈. …… 그만둬」

 여전히 물려고 하는 하인켈을, 거듭 빌헬름은 제지한다.
 소매를 잃은 상의를 벗어, 넓힌 옷감으로 빌헬름은 재가 된 테레시아의 망해를 감싼다. 이대로 바람에 그녀를 맡기는 것은, 너무나도 쓸쓸하다.
 적어도 이 유회[遺灰]만이라도, 무덤 가운데에 되돌려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읏」

 그런 친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하인켈은 분한 듯이 이빨을 씹으며 말을 철회했다. 그리고 빌헬름은 유회를 회수하고는,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일어선다.
 지혈했다고는 해도, 흘린 피의 양이 양이다. 오른쪽 다리 밑의 상처도 깊고, 혼자서 걷게 하기엔 불안이 남는다. 순간에, 그 흔들리는 어깨를 라인하르트가 지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손대지 마!!」

「――――」

 그 닿으려고 한 손끝을, 빌헬름의 노성이 떼어버렸다.
 라인하르트는 들어올린 팔을 멈춰, 빌헬름은 그런 그에게 얼굴을 향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 시선을 얽히게 하지 않은 채, 검귀는 조용한 숨을 내쉬었다.

「라인하르트……」

「――네」

 떨리는 빌헬름의 목소리와 달리, 라인하르트의 소리는 당당한 것이다.
 그 음성에 한 번, 눈을 감고 나서, 빌헬름은 말을 뽑았다.

 ――그것은, 질문이다.

「할머니를…… 테레시아를 벤 것을, 후회하고 있느냐?」

「――――」

 질문의 대답에, 희미한 틈이 있었다.
 사실 그것은 방금 전의 하인켈과의 문답과 같이, 무의미한 문답이라고 잘라버릴 수 있을 수도 있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한 박자를 두고,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올바른 일을 했습니다. 그 일을, 후회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래. 그 말대로다」

「――――」

「너는 올바르다. 내가 잘못되어 있어. ――그러니까, 너와 이야기할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어」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응하며, 빌헬름은 라인하르트에게 등을 향했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지 않는 채, 결정적인 문답을 끝낸다.
 그리고, 빌헬름은 들어올린 손가락으로 도시의 중앙을 가리키면서,

「가필 공이 향했지만, 도시청사가 걱정이다. 가능하다면 원호해줬으면 좋겠네. 『검성』 라인하르트 공」

「――――」

 몹시 서먹서먹한 행동인, 그 예절의 말에 라인하르트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앞을 본다. 그리고 끄덕이고는, 마지막으로 하인켈의 편을 보았다.
 아직도 증오를 태우고 있는 하인켈은, 그 푸른 눈동자에 희미하게 숨을 막히게 되었지만, 라인하르트는 그렇게 사소한 두려움을 간과하면서,

「밖은 위험합니다. 부단장, 가능하면 피난소에. ――빌헬름 공과 함께」

「너, 너에게 들을 필요도 없어! 빨리 사라져라!」

 억지와도 같은 말이 부딪혀, 라인하르트는 얼굴을 돌린다. 그대로 그는 수로를 향해 달리고는, 수면을 차듯이 도약해, 건물을 뛰어넘는 것 같은 기세로 도시의 중앙으로 사라져가 버린다.
 그 인간 밖의 운동력을 지켜보고, 하인켈은 침을 뱉었다. 그리고, 천천히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듯이 걷는 빌헬름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아버님, 혼자서는……」

「혼자 둬 줘. 지금은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

「아버지……」

「나의 걱정은 불필요하다. 너는, 자신의 안전만 생각하고 있으면 돼. 적당한 건물이나 피난소에 숨어 있어라. …… 그걸로, 괜찮을 거야」

 자신의 의견만 말을 남기고, 빌헬름은 하인켈을 방치한 채 걸어간다.
 아내의 유회를 싼 상의를 안은 채로, 다리를 질질 끌며, 등이 멀어져간다.

「――――」

 그 등을 불러 세우는 일도, 곁에 나란히 걸을 수도 없이, 남겨진다.
 남겨져, 이윽고 빌헬름도 보이지 않게 되어, 하인켈은――.

「뭐, 냐고…… 뭐냐고, 뭐냐고, 뭐야, 뭐야, 젠장, 뭐냔 말이야!」

 아무도 없게 된 광장에서, 돌층계를 노려보며 하인켈은 격정을 토해낸다. 머리를 쥐어뜯어, 말로 할 수 없는 분노를 외치며, 허리에 찬 검을 지면에 던졌다.
 아름다운 기사검이 딱딱한 소리를 내며 지면에 끌려, 미끄러지듯이 굴러간다.

「젠장젠장젠장젠장, 이놈도 저놈도……! 이놈도 저놈도 뒈져버려라……! 뒈져버려라앗!!」

 아무도 없게 된 광장에, 피를 토하는 것 같은 하인켈의 절규만이 메아리친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원한과 한탄을 뒤섞은 절규가, 높이 멀리――.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손자와, 아스트레아 가가 모인 전장은, 이렇게 끝난다.

 할머니이자, 어머니이자, 아내였던 여성.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의 최후는, 삼자의 마음에 각각의 상처를 남기고.


 ――여기에, 수문 도시 프리스텔라 공방전의 모든 전장이 결착되었다.

댓글 24개:

  1. 남은 3명이 구원 받으면 좋겠네요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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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 작가는 조금 자기가 쓰는 글에 취해버리는 경향이 있네요.
    웹버전은 츨판사에서 편집자의 손을 안 거친 탓도 있어서 그런지 주인공 얘기를 벗어난게 좀 지나치게 많은것 같아요. 4장 회상에서 우울의 헥토르 튀어나온것도 그렇고 조--금 너무 이야기를 확대한게 아닌가 싶네요. 재밌는 스토리 많이 쓰고싶은건 아는데 비율이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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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근데이편은 스토리상으로도 나중에꼭필요한이야기가될테니 이야기가길어야하지않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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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 명 한 명 모든 캐릭터에 삶을 부여하다 보니깐 이야기가 길어질수밖에 없던 것 아닌가 싶네요. 그렇다고 대충 넘어가면 우린 뭐가 뭔지도 모르는데 캐릭터들은 울고 불고 날뛰는 괴리감이 느껴질테니... 그거야말로 작가의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설정놀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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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딱봐도 필요한 내용인데 뭔 소리지
      에밀리아 진영만을 중점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각 진영마다 각자의 생각과 사정이 있어야 다양한 각도에서 음미할수있는건데 그걸 평론가인마냥 까내리다니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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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딱봐도 복선인데? 성역에서 에밀리아가 봤던 있을수 있는 미래에서 펠트로 보이는 누군가가 넌 영웅 밖에 될수가 없다고 절규 하는 부분에 관련 된거 같은데? 딱봐도 라인하르트란 인물이 여태까지 그냥 졸라 짱 쎄기만 한 인물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지 그 편린이 보이는 중요한 편이었는데? 거기다 아스트레아 가문이 파국으로 이어지면서 그틈을 스바루가 비집도 들어 갈 수 있게 만들어준 화였는데? 슬슬 자신이 짧은 생각으로 비판따윌 한 글이 부끄러워 지셨길 그리고 비판을 할 땐 깊이 또 심사 숙고 해서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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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열등감에 좀 취하신듯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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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흠 가끔이런것도 좋네요 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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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빌할배를 행복하게 해줘어어어어

    난 하인하르트 본심이 궁금해...성격상 진짜 후회 안할거 같긴 한데 그래도 자기 할머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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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왜 검신의 가호가 테라시아에게서 라인하르트로 옮겨졌는지 잘 이해가 안되네요. 거기에 대한 설명은 없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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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검성의 가호가 언제 옮겨지는지는 밝혀지지않았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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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혹시 판도라의 능력으로 검성의 가호를 없앨순 없으니 옮긴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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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거의 원피스급 인믈회상이었던 것이야. 분량 한 번 잘 뽑은 것리야
    이로써 1권응 더 너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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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제로 외전으로 나왔습니다...
      검귀연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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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너무길어
    못읽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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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진짜 너무 슬프고 애절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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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근데 테레시아 마지막에 의식 돌아온 건 조종하는 힘이 약해져서 그런건가?
    라인하르트 입장에선 처치할 수 밖에 없는데 너무 라인탓만 하는 거 같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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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럴지 몰라도 빌헬름은 마지막 물음으로 기회를 준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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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라인하르트가 레굴루스랑 싸울때였나 회의할때였나 내려주셨다 하고 원하는 가호 얻는거 보면
    대정벌때 테레시아 한창싸우는데 라인이 검성의가호 원한다고 내려받은듯
    그거때문에 하인켈이 네가 원하던대로 됐다니 어머니를 죽이고 빼앗은 검성이니 하는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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