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4일 월요일

리제로 5장 8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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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80 『수면에 파문을 남기고』


「――그럼, 시작할게」

 희미하게 옆 얼굴을 긴장시키면서, 에밀리아가 실내에 투명한 미성[美聲]을 울리게 한다.
 그녀는 그 은방울의 음성으로, 그 자리에 있는 전원에게 말을 걸고――혹은 자신에게 타이르듯이 말하고, 그 가는 양팔을 들어 올렸다.

「――――」

 명목한 채, 내건 양손에 마나를 집중시키기 시작하는 에밀리아.
 막대한 마력이 소용돌이치는 것과, 그것을 정밀하게 조작하기 위한 극한의 집중력. 어느 쪽을 빠뜨려도 목적는 달성할 수 없고, 그녀에게밖에 가능하지 않은 시도다.

「――――」

 진지한 용모로 대마도에 임하는 에밀리아에게, 몇 개의 무수한 시선이 퍼부어진다. 숨을 삼키며, 그녀의 거동을 지켜보는 것은 서로 몸을 의지하는 여성이나 아이들이다.
 그들, 그녀들은 어떤 누군가는 서로 손을 잡아, 또 어떤 누군가는 기도하듯이 바라듯이 눈을 감아, 다만 불안과 희망만은 서로 공유하며 떨고 있었다.

「……괴롭네」

 그리고, 많은 복잡한 감정을 일신에 받는 에밀리아를, 스바루는 같은 공간의 구석에서 조용하게 지켜보고 있다

 장소는 도시 프리스텔라의 지하 시설의 일각이다.
 원래, 긴급시의 물자가 비축되어 있던 창고이며, 대강의 내용을 방출한 지금의 모습은 본래의 목적에 들어맞고 있다. 석조의 지하는 물건이 놓여지지 않으니, 널찍한 것이 오히려 어슴푸레함과 차가움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그런 장소이기 때문에 더욱, 지금의 목적에는 적당하다고 해야 하는 것인가.

「그게 좋은 일이라니, 말하지 않지만」

「감상적인 것을 중얼거리는 것은 그만두는 것일까. 누가 들어도 좋지 않고, 에밀리아도 집중이 흐트러지는 것이야」

 무심코 샌 스바루의 군소리에, 바로 옆에 서있는 베아트리스의 충고가 들어갔다.
 스바루의 왼손을 잡고, 빈 편의 손으로 자신의 드릴 머리를 희롱하는 소녀는, 눈앞에서 행해지고 있는 흰 의식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그 엷은 파랑색의 눈동자가 스바루에게는, 어딘가 아픔을 견디고 있는 것처럼도 생각되어,

「에밀리아라면 괜찮아. 그렇게 걱정하지마」

「……착각하는 것이 아닌 것이야. 베티가 걱정하고 있는 건, 에밀리아가 아니고 스바루인 것이야. 이 사람 저 사람 상관하지 않고, 감정에 공감하는 건 나쁜 버릇인 것일까」

「그러십니까」

 잡아지는 손의 힘이 강해져, 소녀의 배려에 스바루는 입술을 시옷자로 굽혔다.
 베아트리스가 말하고 싶은 것도, 신경쓰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안 다음의 결단이, 지금의 스바루의 판단이다.
 그 점은 굽힐 수 없다. 민폐만 끼치고 있다는 것, 그것도 알고 있지만.

「――――」

 스바루들의 조용한 언쟁을 두고, 에밀리아의 의식은 진행되고 있다.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집중력을 쏟는 에밀리아는, 흰 숨을 내쉬면서 희미하게 이마에 땀을 띄우고 있었다. 방대한 마나의 제어에, 심신 모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밀리아의 양손을 중심으로, 창백한 빛이 희미하게 지하를 감싸기 시작한다.
 시야가 애매하게 흐려질 정도의 냉기, 에도 불구하고 그 차가움은 피부를 찌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드러낸 마음을 안는 것 같은 부드러움이 있었다.

 저체온증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둔 인간은 추위를 잊는다고 한다. 극한의 냉기는 인간으로부터 올바르게 온도를 느끼는 기능을 빼앗아, 생명을 빼앗기는 마지막 직전에 따듯함을 주는 것이라고.
 어쩌면 거기에 가까운 것이, 이 흰 세계에는 있는 것인지 멍하니 생각하지만, 스바루는 곧바로 멋없을 뿐이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창백한 빛이 공간을 채워, 냉기가 방의 중앙으로 모아진다.
 그리고, 빛의 중심에는――,

「――――」

 몸을 둥글게, 날개를 정리한 검은 거체――흑룡이 가로놓여 있다.
 이형은 그것만으로 머물지 않고, 흑룡의 주위에는 사람 정도씩이나 크기가 있는 파리가 북적거리고 있어, 일종의 악몽같은 광경 그 자체를 생각나게 했다.

 하지만, 그 광경에 스바루는 혐오감을 느끼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는 흑룡과 파리의 외형에, 혐오감을 느끼지 않도록 강하게 의식했다.

 그들은 피해자이며, 아무 죄도 없는 무고한 사람들이다.
 대죄주교 『색욕』의 악의의 희생자이며, 인외로 변이당한 피해자.
 그 변해버린 육체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단은, 지금의 스바루들의 지식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번 방책이 선택된 것이니까.

「유보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걸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있다, 는 것은 그것만으로 구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야. 임박하면 시야는 좁아져, 본래라면 얻을 수 있을 것이었던 선택지도 떠오르지 않게 된다. 그걸 알아차릴 수 없는 것도, 나중에 깨달아 버리는 것도…… 어느 쪽도 잔혹한 일인 것일까」

 스바루의 군소리에, 혼잣말처럼 베아트리스가 응한다.
 그 작고 가냘픈 탄식에는, 실제로 긴 긴 사안의 시간을 보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달관과 감상이 있었다.
 말의 구석에서 그것을 감지해, 스바루는 베아트리스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다만 입다물며 그 머리를 쓰다즘어 준다.

「……무엇인 것이야」

「아무것도 아냐」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때로는 시간을 소비해도, 올바른 선택을 선택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선택한 선택이 최선이 되도록 행동해 나갈 수 있다.

 베아트리스의 400년에 대해, 스바루가 낸 대답은 그렇다.
 그리고 이 도시에서 일어난 비극에 가져와질 시간도, 그렇기를 바란다.

「――――」

 그런 스바루의 감개와, 지하를 채우는 냉기의 최고조가 겹쳐져, 이윽고 공기에 금이 가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렸다고 생각하자――,

「……무사히, 끝났어요」

 흰 숨을 내쉬면서, 에밀리아가 되돌아 본다.
 희미하게 숨을 어지럽혀, 그 자리에서 꾸벅 인사 하는 그녀의 등 뒤――거기에는 전신을 흰 결정에 덮여, 그 영혼 째로 얼음의 안쪽에 봉쇄된 생명들이 있어,

「――읏」

 쓰러져 우는 가족이나, 오열을 흘리는 연인.
 감사보다 먼저, 비통한 통곡이 튀어 나와, 그것은 지하에 야박하게 울려 퍼진다.
 길고 길고, 사랑하는 자와의 제한을 알 수 없는 이별에, 슬픔의 한계 따위 없다는 것처럼 끝없이 메아리쳤다.


※※ ※ ※ ※ ※ ※ ※ ※ ※ ※ ※ ※


「우선, 에밀리아님의 제안은 잘된 것 같아 우선 안심…… 이라고 생각해도 좋은 걸까요」

 집회장의 대화와, 그 후의 에밀리아의 변이 피해자의 동결 작업――그 양쪽 모두의 보고를 받아, 오토가 안도한 얼굴로 끄덕엮다.

 장소는 피난소를 벗어나, 일단은 치료원의 독실에 모여 있다.
 침대 위의 그의 용태는 보기에 변함없이, 양 다리에 감겨진 붕대가 딱하다. 그런데도 야전 병원같은 대우로부터는 일단 벗어나, 양 다리를 매달고 있는 분만큼 꽤나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본래, 오토의 입장은 도시 방위에 공헌한 공로자의 한 사람이므로, 조금 더 질 좋은 치료를 받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본인이 말하지 않기 때문에, 스바루는 아마 주위를 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말참견하지 않기로 하고 있었다.

「말로 하지 않고 헤아리는 대접…… 그것 이 유한적적의 참뜻이라는 거지」

「나츠키씨가 여기에 있어도 마음이 여기에 없는 건 평소의 일이니까 됐습니다만…… 에밀리아님은 수고하셨습니다」

 끄덕이고 있는 스바루는 무시하고, 오토가 문병의 에밀리아의 노고를 위로했다. 그녀는 그 위로에 눈꼬리를 내리면서,

「으응, 그건 괜찮아. 그것보다, 오토군에게 상담도 하지 않고 마음대로 이야기를 진행시켜서 미안해. 그렇지만, 나밖에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아아, 그건 괜찮습니다. 화내거나 하지 않고, 그 행동 자체는 고귀한 선행임에 틀림없으니까요. 거기에 타산적인 의미에서도 많이 가치가 있는 행동입니다」

「타산……?」

「아는 편이 좋겠지만, 모르면 몰라도…… 아니, 어떨까요. 어라, 솔직히 어느 쪽이 좋은 건지 저에게는 난이도가 높습니다만」

「생각하지마, 느껴라. 그것이 E.M.T다」

 아직 자신의 행동의 결과에 자각이 없는 에밀리아. 그런 그녀의 태도에 머리를 움켜쥐는 오토를, 스바루는 마법의 말로 느긋하게 흘려 「그것보다」라고 계속하며,

「다리, 역시 당분간 무리일 것 같아?」

「프리스텔라의 현재 상황으로는, 더 이상의 치료는 어렵네요. 부상자의 수에 도시의 치유술사의 수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다른 도시의 치료원에 전원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만, 근처의 도시에는 키리타카씨가 닥치는 대로 사자를 보내, 치유술사를 불러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얌전히 여기서 다른 곳의 치유술사가 달려들어 주는 것을 기다리든지, 저택까지 돌아가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라고 허약하게 웃으며, 오토는 잠깐의 전선 이탈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오토 정도의 깊은 상처가 되어 버리면, 꽤 고도의 치유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술사가 아니면 간단하게는 치료할 수 없다. 금서고 시대의 베아트리스나, 페리스 레벨이 아니고서는.

「그 페리스는 크루쉬씨를 뒤따른 채이고, 우리 치유계 특공대장은 프리스텔라중을 돌아다니고 있고. ……이유는 역시, 그 가족이겠지만」

「작은 남매와, 어머니 세 사람이지. 그 용의 모습을 한 사람이 아버지니까, 4인 가족이었던 거라고 생각해」

 이 장소에 없는 특공대장――이 아닌, 가필.
 그는 지금쯤, 여기저기에서 일손이 부족한 도시 안을 돌아다니며, 그 복구 작업에 전력으로 힘쓰고 있다. 원래, 가필은 마음씨가 일직선으로 상냥한 소년이다. 이 도시에 아무 깊은 생각도 없어도, 곤란해 하고 있는 사람에게라면 주저 없이 도와줘 버린다.
 다만, 그렇다 치더라도 프리스텔라에의 주력상은 무리를 앞서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왠지 모르게, 스바루에게는 짐작이 가고 있다.

「우리들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건, 다양하게 복잡하게 얽힌 사정이 있는 거겠지」

「응, 그렇지. ……맞다, 다른 이야기인데, 가필이랑 그 가족 조금 비슷한 부분 없어? 머리색이랑 눈동자 색이 깔끔하게 똑같아서」

「에밀리아땅, 이야기 안 달라졌다구?」

「에!?」

 앙천하고 있는 에밀리아는 두고, 가필은 그런 상태다.
 본래라면 그 자신도, 결코 경상이라고는 할 수 없는 데미지를 전신에 지고 있을 것이지만, 『지령의 가호』와 밑바닥이 없는 체력을 이유로 안정을 취할 기색도 없다.
 게다가 그런 가필을 항상 따라다니며, 상처가 열려서는 동생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는 미미도 있으니까 소란스럽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뭐, 가필의 진심에 대해서는 조만간 마음대로 흘리겠지요. 저희가 굳이 묻기 시작하려고 할 필요는 없을까 합니다. 그것보다……」

「응?」

「아, 아뇨, 두 분이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니 저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베아트리스씨는 어째서 그렇게 뾰롱통해져 있는 건가요?」

 상체를 기울여, 오토가 병실의 한쪽 구석――거기서 붉은 뺨을 부풀려 보기에도 기분이 안좋은 눈초리로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있는 베아트리스에게 이야기를 유인한다.
 그러자, 스바루는 그 의문에 「아아」라고 끄덕이며,

「그건 저거야. 너 대신으로 복원술사에게 가서, 거기서 문전박대당한 것에 심통을 내고 있는 거야. ……다각적으로 보면 네 책임 아니야?」

「아니, 과연 그건 어떨지……그렇죠, 에밀리아님」

「응, 그렇지. 자신의 정령을 돌보는 건 계약자로서 당연한 의무. 그러니까 베아트리스를 어르는 건, 스바루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니까」

「어른다 라고 해 버렸고, 그걸 말하기 시작하면 에밀리아땅이 팩을 돌보고 있었던 기억이 별로 내 안에 없지만」

「말꼬리 잡지 말아줘! 거기에 나, 스바루가 보지 않는 곳에서 제대로 여러가지 하고 있었습니다. 털고르기라든지, 손톱 다듬기라든지, 안고 자기라든지……」

 정령과의 교제하는 방법의 포맷으로서 참고로 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팩의 일을 이야기하는 에밀리아의 표정은 아주 밝다.
 지금까지, 『성역』에서의 갑작스런 이별이 꽂혀, 팩의 일을 생각해 내는 그녀의 표정에는 슬픔의 색이 강했던 것이지만, 그 단[段]도 빠진 것 같다.

 ――에밀리아의 가슴 언저리에는, 무색의 대마석을 가공한 결정석이 장식되어 있다.

 팩과 헤어지기 이전, 그녀가 몸에서 떼어 놓지 않고 몸에 지니고 있던 것과 같은 의장[意匠]으로, 표정의 화려함도 함께 에밀리아다움이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녀는 그 가는 손가락으로 결정석을 만지면서,

「지금은 아직, 팩이 돌아올 만큼 힘이 충분하진 않지만…… 나와 팩의 계약은 끊어지지 않았으니까, 현현 가능할 정도의 마나가 모이면 다시 만날 수 있어. 조금의 인내, 니까」

「그것도 베아코의 공적과…… 뭐, 키리타카의 후의[厚意]에 감사라는 거겠지」

 원래, 스바루들이 도시 프리스텔라에 발길을 옮긴 이유가 대마석의 입수다.
 사실은 교섭의 끝에 양보하고 양보하지 않고의 이야기가 될 것이, 터무니 없는 우회의 상담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하튼, 실제로 물건은 손에 들어왔으니 대만족이지만.

「그러니까 베아코, 너도 기분전환하라니까」

「그다지 뾰롱통해지지 않은 것일까. 스바루의 착각인 것이야. 츠―은」

「안돼, 베아트리스 귀여워……」

 알기 쉬운 SE까지 붙여, 베아트리스는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스바루로부터 얼굴을 돌린다. 등 뒤에서 큥큥 하고 있는 에밀리아에게 스바루도 동감이지만, 귀여운 것과 대화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또 별도이다.

「다트씨도 장인 기질인 사람인 것 같으니까. 한 번 맡은 일을 우수리에 내던질 수 없다, 라고 하는 건 압니다」

「그래도, 역시나 직업 의식이 너무 높은 것도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고. 그 사람, 소란의 사이에도 쭉 공방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하잖아. 너무 노동인간이잖아」

「거기까지 말해야말로의 직공, 이라구요」

「거기까지 말해야말로의 직공, 인가」

 왜, 오토가 자랑스러운 듯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그렇게 단언해 버리면 그걸로 괜찮은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기 때문에 남자아이는 단순하다. 장인 기질이라니 멋지고.
 다만, 서로 끄덕이는 스바루와 오토에게, 베아트리스는 초조힌 눈을 향하며,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뢰주의 말까지 무시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일까. 배로 가격을 지불할테니 돌려달라고 했는데,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던 것이야」

「유녀가 돈뭉치로 뺨 때리며 말하는 걸 들어준다니, 상당히 그 방면으로 정통한 전문가 이외에는 포상이 되지 않아. 에밀리아땅도 말해줘」

「그래,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돼, 베아트리스. 낭비하면, 용돈 뺏어가버릴 테니까」

「두 명 모여서 실례인 취급인 것이야!」

 분개하는 베아트리스가 커텐을 잡아, 거기에 휩싸여 숨어 버린다.
 그러자, 에밀리아가 참을 수 없게 되어 베아코 IN 커텐을 껴안아, 「끼냐―인 것이야!」하고 비명이 올랐다.

 그런 흐뭇한 막간극은 접어두고, 베아트리스의 기분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토가 복원술사 다트에게 의뢰해, 스바루들이 회수하려고 한 것은 파손된 『예지의 책』이다. 소유자였던 로즈월이 그만큼, 스바루를 앞서 미래를 방해하려고 시도한 원인――그 내용에는 당연히, 흥미가 있다.

「방해다운 방해만큼은 하지 않게 되었어도, 뺀들뺀들한 건 그대로니까, 그녀석」

 방해 행위 자체가 발각되어도, 표면상의 로즈월의 태도는 이전과 변함없다.
 물론, 홀연한 행동의 뒤편에서 그토록 흉계를 짜고 있던 것이니까 경계는 빠뜨리지 않지만, 독기가 빠진 듯한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
 라고는 해도,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협력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닌 것은 그대로다.

「적어도 『예지의 책』의 뒤를 예견할 수 있다면……」

 로즈월이 아무것도 꾸미지 않는다고, 이전의 일은 어떻든, 우선 앞으로의 길은 함께 걸어도 괜찮은 것이 아닐까 하고 확신을 가질 수 있으면, 조금 더 향후의 진영의 본연의 자세에도 좋은 영향이 있을까 하고.

「나는 그렇게 주장하고 싶은 거라고요」

「그렇게 열심히 변명하지 않아도, 저도 에밀리아님도 대체로 나츠키씨와 같은 의견이니까 괜찮다구요. 가필만은 뭐…… 개인적 원한이 있으니까, 사실관계를 알 수 있어도 태도는 변함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 원한이란 과연 『성역』의 일인가, 아니면 람의 일인 것인가.
 그 일은 건드리지 않고, 스바루는 장난하고 있는 에밀리아와 베아트리스를 바라보며,

「그 책은 베아트리스도 남의 일이 아니니까. 확인할 수 있는 거라면 확인하고 싶다는 기분은 있다고 생각해. 금서고로부터 데리고 나올 수 있었던 것과, 과거가 후련하게 청산되었다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고」

「몇 번이나, 상담하려고는 생각했다구요?」

「꾸짖고 있는 게 아니야」

 『예지의 책』를 회수한 것도, 그것을 복원하려고 한 것도, 그것들을 모두 개인으로 해내려고 한 것도, 오토 나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 판단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오토의 배려가 빗나간 경험은 거의 없다. 사리사욕으로 움직이는 인간이 아닌 것도, 충분히 용서다.

「너, 정말 상인 체질 아니구나……」

「내버려둬 주시겠습니까!? 그것보다, 다트씨는 뭐라고?」

「지금까지 중 제일의 큰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요금은 보류로 해도 좋으니까, 끝까지 빈틈없이 시켜주길 바란다고 말이지」

 기한이 정해지지 않았던 것이 불안하지만, 상대도 직공이다, 무리는 말할 리 없다.
 설마, 기한을 지나도 불평하는 타입의 직공은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그러면, 결국, 『예지의 책』의 회수도 있고, 저는 프리스텔라에 남는게 기정 노선이라는 느낌인가요」

「가필도 당분간, 복구 작업과 도시 방위로 남길 생각이야. 일단, 쫓아버렸다는 걸로 이야기는 결정되고 있지만, 그게 페인트로 재습격! 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는 놈들이니까, 그 개자식들」

 희희낙락 악의의 산을 저지를 것 같은 무리다.
 그 점에 대해서는 스바루만의 인식은 아닌 것 같고, 관계자 전원이 경계를 빠뜨리지 않았다. 쓸데없는 긴장감을 억지로 강요하는, 그것도 녀석들의 목적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걸 말하기 시작하면, 이제 어쩔 수 없고 말이지」

「여하튼, 경과를 지켜보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다리가 조금 더 온전히 되는 대로, 다양하게 조사하며 돌아 보죠. 다만……」

 향후의 방침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오토는 거기서 말을 중단했다.
 그는 침대에서 억지로 상체를 일으키면서, 한쪽 눈을 감는 스바루를 올려본다. 그리고 자신의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분명히 말해 둡니다만, 저는 반대해 둘 거에요」

「……뭐, 너는 그러겠지」

 오토의 단언에, 스바루는 쓴웃음지었다.
 그가 그렇게 말하며 반대하는 것은, 스바루에게 있어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태도다.

 뭐라 해도, 오토 스웬은 나츠키 스바루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있다.
 스바루의 무력[無力]을 누구보다 통감하고 있는 것은 스바루 자신이지만, 그런 스바루의 부족함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많지는 않다.
 겨우, 베아트리스와 오토. 거기에 파트라슈가 들어가는 정도일까. 어쩌면 지금은 그럴 때는 아니지만, 페리스 근처도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동진영의 베아트리스와 오토가 반대하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파트라슈에게도 말이 통하면, 똑같이 반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를 거기까지 알고 있는 너라면, 내 대답도 알고 있을 거야」

「……베아트리스씨의 불쾌함은, 사실은 다트씨의 일 뿐이 아니겠죠?」

「글쎄, 어떨까나. 아무리 나라도 베아코의 속마음까지는 모르고」

 어깨를 움츠리면서 스바루가 시치미떼자, 오토가 기가 막힌 얼굴을 했다.
 당연히, 귀가 밝은 그라면 전승·소문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스바루의 선택의 위험성도, 충분히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 위에 스바루는, 오토에게 「미안해」라고 서론하고,

「조금, 흰여우의 가이드로 현자라는 놈을 만나고 올게」

 라며, 웃은 것이었다.


※※ ※ ※ ※ ※ ※ ※ ※ ※ ※ ※ ※


「――들어오시길」

 일단의 예의로서 문을 노크하자, 안에서부터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이 있었다.
 귀에 익은 것이지만, 패기가 부족한 목소리이며, 스바루는 공연히 그것이 비위에 거슬린다.

「너였나, 스바루」

「나라서 나쁘냐」

「이것이 참 신기한 일로, 지금은 너의 얼굴을 보면 몹시 안심해」

「카―악, 펫」

 실내에 발을 디뎌, 최초로 주고받은 욕을 그런 액션으로 매듭짓는다.
 그런 태도를 보이면서도, 뒤쪽에서 문을 닫는 스바루의 손놀림에는 배려가 있다. 소리를 내지 않고 문을 닫는 것은, 안에서 잠든 자들에게로의 최저한의 예의다.

「소란스럽게 해서 눈을 떠 준다면, 그쪽이 훨씬 구원일 텐데」

「만약 그러면, 네가 박수갈채 일발재주라도 피로해 주는 거냐? 그거 참 귀중한 원 신(one scene)이겠네. 못 보게 한 『폭식』에게는 더욱 더 화가 나는구만」

「후」

 긴장을 푸는 듯한 미소에, 스바루는 시선을 맞추지 않고 고개를 갸웃한다. 그리고 이렇다 할 까닭 없이 실내를 둘러보고, 죽 줄선 침대의 열에 눈을 찌푸렸다.
 간소한 침대에 조잡한 모포, 거기에 잠든 사람들에게로의 베품은 그것뿐이다.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은 필요없다는 것도 스바루는 알고 있다.

 여기에 잠든 사람들은 추억에 잊혀져, 일상으로부터 떼어내져, 다만 죽지 않은 것뿐의 불완전한 존재로서 계속 남는 것이니까.

「율리우스. 내가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그다지 여기에 있지 마」

「――――」

「가만히 봐도, 기억해 낼 수 없는 건 기억해 낼 수 없어. 가장 사랑하는 여동생이라도…… 정말로 반신같은 상대라도, 그렇게 돼」

 안이한 위로의 말은 이용하지 않고, 스바루는 청년――율리우스에게 호소한다.
 줄지은 침대의 구석, 첫 단의 침대 옆에 앉아 있던 그는 얼굴을 들어, 그 갖추어진 용모에 숨기지 못할 슬픔을 품고서,

「지식으로서 아는 것과, 실감으로서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자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까지 자신이 말만 앞선 인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이렇게 될 때까지 깨달을 수 없다니, 자성의 한계야」

「――――」

 말하면서, 율리우스는 바로 옆의 침대를 내려다 본다.
 당연히, 거기에도 『이름』을 잃은 식욕의 피해자가 잠들어 있어, 그 의식과 추억은 세계로부터 떼어내져 버려 있다.
 그러니까, 율리우스 유클리우스는 그 인물――긴 보라색의 머리카락을 한, 갸름한 얼굴의 청년이 자신의 남동생의 요슈아 유클리우스란 것을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다.

「요슈아, 인가」

 그가 남동생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것은, 관계성과 이름을 스바루가 그에게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폭식』의 권능의 피해자――신원 불명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인간이 다수 발견되었다고 보고된 시점에서, 스바루는 렘과 같은 피해를 받은 인간이 나왔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자신이라면, 잊혀진 사람들을 잊지 않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자그마한 희망만을 의지하며 병실을 방문해, 잠든 요슈아를 발견한 것이다.

「이상한 일이지. 너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확실히 피가 통하는 육친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공통점도 있는데, 나의 안에는 남동생의 기억은 조각도 없는 것이니까」

 감정을 겉에 내지 않고, 율리우스는 명목한다.
 『폭식』의 피해자 중, 발견된 지인은 요슈아 단 한사람 뿐이다. 그 이외의 30여명에 달하는 피해자는, 스바루의 기억에도 달라붙지 못하고, 누구에게 안부를 신경쓰여지는 일도 슬프게 하는 일도 없이, 계속 잠들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형에게 걱정되는 요슈아는 행복한 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토록 존경한 형에게 잊혀져, 그 형도 형태뿐의 형제애에 쫓기듯이 병실에 발길을 옮겨, 실감이 없는 남동생에게 호소하는 듯한 환경에서도.

 잊을 수 있어도, 잊어도, 추억에 없어도, 사실만이 있어도, 괴로울 뿐.

「……제기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폭식』의 대죄 주교의 권능이, 이 세상에서 가장 타기해야 할 죄악인 것을.

 감정을 뜻대로 비틀어 구부리는 『분노』도.
 인간의 존엄을 형태째 부수어, 밟아뭉개는 『색욕』도.
 자기 이외의 모든 것을 부정해, 독선적인 전능감을 강요하는 『탐욕』도.
 근면의 한마디를 면죄부로, 타인의 일을 제멋대로인 사랑으로 칠해버리는 『나태』도.

 누구 하나, 사는 것에 적합하지 않은 최악의 악의임에 틀림없어도.
 『폭식』만큼 모든 생명을, 모독하는 존재가 그 밖에 있고도 참을까 보냐.

「――여기에 있어도 맥이 풀릴 뿐이야. 몇 번이나 말하게 하지 말라고」

 싫은 일만이 뇌리를 빼앗는다.
 그 초조를 혀에 실어, 스바루는 율리우스를 불렀다. 그 말에 율리우스는 일어서, 기억에 없는 남동생의 얇은 가슴에 손을 대고,

「호흡은, 하고 있다. 살아는 있다. 이상한 것이지」

「그런 거라고. 그렇지만, 밥은 먹지 않고, 화장실도 필요 없어. 씻을 필요도 없어. ……웃음도 짓지 않아」

「잊혀진 것의 슬픔도, 다. ――그 점은 다행일지도 몰라」

「다행……?」

 율리우스가 흘린 한마디에, 스바루는 눈썹을 올려 반응한다.
 되돌아보는 율리우스는 희미하게 입 끝을 느슨히 하고, 허약한 미소를 띄우면서,

「잊혀진 것을 깨닫지 못하면, 남겨지는 불안에 두려워할 필요도 없어. 친했을 터인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기는 것은…… 꽤나 버텼다」

「――――」

「스바루. 잊혀지는 것과, 잊는 것…… 어느 쪽이 괴로울까」

「그런……」

 그 질문에, 스바루는 목이 막혔다.
 대답이 막힌 것은 아니다. 대답은, 일순간에 완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스바루의 말을 차단한 것은 당황은 아니다. 격정이다.
 시니컬한 미소를 띄우는 율리우스를, 스바루는 노려봤다.

「그런 거, 알까보냐. 웃기지 마, 가라앉아 있지 말라고」

「……스바루?」

「잊는 것도, 잊혀지는 것도 어느 쪽이든 엿이나 먹으라고 해! 괴로운 것에 순번을 붙이려고 하지 마, 자살 지망자냐 너!? 세계에서 제일 불행하다는 듯한 얼굴 하고 자빠져가지고. 나랑 지금까지의 불행 비교해 볼래? 어차피 내가 이길 거다!?」

「――――」

 손가락을 들이대어, 목소리를 거칠게 하는 스바루의 표변에 율리우스는 경악했다.
 몹시 놀라, 돌연히 격앙한 스바루에게 그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그렇게 침묵을 지키는 율리우스를 보면서, 스바루는 들이댄 손가락을 내리고, 어깨를 들썩이면서,

「무기력한 낯짝, 하고 있지 말라고. 네가 괴로운 것도, 잊혀져서 있을 곳이 없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렇지만, 네 약한 얼굴을 보게 되는 것은 사양이야」

「――――」

「잊은 거냐, 율리우스. ――아니, 잊지 마, 율리우스」

 입술을 깨물어, 격정을 품고, 스바루는 율리우스를 노려봤다.
 가슴에 손을 대어, 일찍이 한 번, 그렇게 했던 그대로 단언한다.

「너의 강함은 나의 눈이 알고 있어. 나의 수치가 알고 있어. 누가 잊었다고 해도 말이다」

「――――」

 숨이 차고, 머리에 피가 오르는 감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정말로, 이만큼 격노하게 된 것은 얼마만인가. 레굴루스 이래다. 아직 반나절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것에 아연실색해졌다.
 이 프리스텔라의 소동은, 얼마나 스바루의 심폐에 부담을 주는 것인가.
 그러자,

「후, 하하……」

「아아?」

「하하…… 아니, 너는 정말로 터무니없는 남자다. 그것을 재차 실감해서……」

 지금까지의 경악의 표정을 지워, 율리우스는 갑자기 중도에서 끼어들어 웃기 시작했다.
 웃음의 충동에 눌려, 불만인 스바루의 앞에서 율리우스는 계속 웃는다. 그리고, 점차 그 충동이 멎고, 율리우스는 길게 숨을 내쉬어,

「그런가, 그렇구나. 이것도 저것도 모든 것에 방치된 것은 아니었던 거였어」

「방치하고 갔다고 할까, 3미터 정도로 네가 앞이라고」

「3미터로 충분할까?」

「쳐날린다, 너! 나와 베아코의 페어라면, 전이랑 전혀 다르니까 말이다!」

 중지를 세워, 상태를 되찾기 시작하는 율리우스에게 침을 날린다.
 그러자 율리우스는 날아오는 침을 우아하게 피하고, 「과연」이라고 일례하고는,

「그럼, 그 큰소리를 기대하도록 하지」

「……오오, 그렇게 해라. 너도 부디, 모두의 기억이 돌아왔을 때 놀랄 정도로 대활약하라고」

 잘난 체 하는 태도에, 스바루는 이번에는 세운 엄지를 뒤엎어 도발. 그 천한 행위에, 스바루만이 아는 『가장 우수한 기사』는 우미하게 웃으며,

「――그럼 우선 최초로, 기억이 있는 너를 누구보다 놀라게 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고, 예정된 『프레아데스 감시탑』에의 동행의 의지를 굳힌 것이었다.

댓글 6개:

  1. 캬 율리우스랑 저렇게 엮네
    머싰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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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헐? 둘의 관계가 심상치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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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율리우스는 스바루가 왜 기억하는지 궁금하지 않을까? 말은 못해주겠지만 여우 인공정령을 왜 뺏을려고 했는지 대죄주교를 이해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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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궁금해도 어쩌겠어요 자길 기억해주는 사람이 스바루 한명밖에 없는데 인공정령은 왠지 현자한테 못가게하려는 에키드나저격인것같기도한데 확실히 그부분은 이해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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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펠트옛날에 실종된 왕족인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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